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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
그의 대표작으로는 대개가 '서부전선 이상없다' 를 떠올리는데,,
그는 이 작품으로 대박을 터뜨렸지만 전쟁을 부정적으로 묘사한 내용 때문에 ,,
한창 전쟁을 독려하고 있었던 히틀러에게 오라지게도 찍혀서 오만가지 박해를 당하다가 ,,,
겨우 겨우 미국으로 망명하여 '개선문'을 발표, 두번째로 성공을 거둡니다
전쟁시대의 어둡고 암울한 이야기를 주 소재로 한 소설을 써서 반전의 기수가 된 그는 전쟁의 희생물이 되는 인간의 소리를 가슴 저리게 대변, '서부전선.. ' 이나 '개선문' 도 좋은 작품이지만 내 머리와 가슴속에 아직도 남아있는 것은 그의 또다른 작품 '사랑할 때와 죽을 때' 인데 ....
그 이유는,,,,,
내 첫사랑이 도대체 영문을 모를 이별을 선언한,
군 입대를 앞 둔 마음 복잡한 시기에 읽은 것이라 특별히 내 청춘의 낙인처럼 지금 껏 마음 속에 또렷하게도 남아 있다...
고무신 거꾸로 신은 첫사랑 ,,, 잘 사는지 어떤지 소식도 모른다 ...... 안다 한들 뭐 하겠노..
그 가슴 시려오는 기억 속의 풍경들은 아마도 내가 이 푸른 지구를 떠날 때까지도 그대로 일 듯 서부전선 이상없다의 주인공 파울 보이메르와 똑같은 젊은 독일병사 그레버는 전쟁에 대해 절망적인 의혹과 불신, 그리고 자괴감에 빠져있다가 용케도 휴가를 얻어 소련전선에서 고향으로 돌아옵니다 ...
살던 집을 포함, 모든 것이 폐허가 된 고향에서 부모의 행방을 수소문하며 기가 막혀 방황하는 그레버와, 강제수용소에 수용된 아버지를 구출하기 위해 군수공장에 다니며 돈을 모으고 있던 엘리자벳 사이에 격정적이지만 청순한 사랑이 싹틉니다..
공포와 불신과 불안이 뒤덮고 있는 죽음의 도시에서 타오르는 연인들의 조건없는 찰나적인 사랑,,,,,
그것은 아무리 폭력이 난무해도 인간의 숭고하고 순수한 정신 만큼은 끝끝내 짓밟을 수 없다는 레마르크의 불같은 신념을 나타내고 있다 합니다.
전선에 돌아갈 날을 며칠 앞두고 그들은 간단한 서류를 갖추어 혼인신고를 한 후 엘리자벳이 어렵게 얻은 사흘간의 휴가를 신혼여행 삼아 목숨을 건 사랑을 나누게 되지요 .....
내일이면 죽음의 전쟁터로 남편이 떠나가는 마지막 밤에 .....
허술하기 짝이 없는 하숙집 잠자리에서 이별을 나눌 때 공습경보가 울리고 ,,,,
주인 아주머니가 와서 문을 두드리며 당장 방공호로 대피하라고 재촉을 합니다.
엘리자벳은 아주머니에게 조용히 말합니다
'우리를 제발 내버려 두세요, 마지막인 오늘 밤을 방공호에서 새울 순 없잖아요, 폭격으로 죽더라도 이 방에 그냥 있게 해주세요..'
엘리자벳의 애절한 눈물을 본 아주머니는 조용히 문을 닫았고,,,, 그들이 무사하기를 기도해 줍니다 ..
날이 밝자 그레버는 아내의 어깨를 감싸안고 조용히 말합니다
'기차는 여섯시야, 짐은 다 꾸려놓았어, 정거장에 따라나오면 안 돼, 알았지 ?'
엘리자벳은 대답 대신 고개만 끄덕입니다
그렇게 그레버는 다시 동부전선으로 떠납니다...
전쟁터로 돌아가는 그레버의 표정 ....
집에 홀로 남아 그레버를 생각하는 엘리자벳의 표정 ....
참으로 안타깝고 애절하며 한 숨이 저절로 나오는 광경입니다.
이 이야기는 책보다 영화화된 마지막 장면이 훨씬 더 인상적이지요.....
그레버로 분한 존 개빈은 자기가 구해준 포로의 총에 맞아 쓰러지면서 ,,,,,
읽다가 떨어뜨린 엘리자벳의 편지를 냇물에서 건지려 하지만,
편지는 끝끝내 손에 잡히지 않고 애간장 태우듯 천천히 천천히 돌멩이 사이를 비키면서 떠 내려갑니다..
그레버는 총상으로 인한 출혈로 시야가 흐려지고 ,,,,
결국 그 자리에서 짧디 짧은 생을 마치고 맙니다.
편지에는,,,,
그레버의 아이를 잉태한 엘리자벳의 기쁨에 넘친 사연이 적혀 있었고........
제발 남편이 어떻게든 살아 돌아오기만을 기원한다는 가슴 먹먹한 작디 작은 바램이 적혀있었다 ...
하지만 그레버는 조금 전에 이 세상을 떠난 사람 ..................
그 누구도 모를 산골짜기 시냇물 옆에 엎어진채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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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끝나고 가을이 갖고 온 서늘함 속에서 다시 읽은 이 작품이,,,
만만찮은 세파에 찌든 나를 ,,,
잠시나마 아름다웠던 스물 한살,,,
그 찬란했던 젊은 시절로 돌려 보내주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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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이라 이름 붙여진 남여 간의 특징적인 행동은,,,
독일의 전쟁터나 우리나라에서나, 옛날이나 지금이나 ,,,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일어나고 사라지고 한다는 것을 당연시 하게 된 지금,,,,
그게 사람의 일생에 있어서 '필요' 한 것이라는 것은 어렵사리 인정하게 되었지만,,,,,
진정한 '사랑' 이라는 감정에 대한 '정의' 를 내리기가 어려워서 .... 그게 나를 머뭇거리게 만든다 ....
'사랑' 이라는 감정은 과연 '순수' 한 것인가 ?
그건 도대체 '어떤 무엇' 일까 ? 하는 의문은 아직도 답을 찾지 못했다 ....
아마도 나는 ,,, 평생 이러다가 생을 마칠 것 같다.
여러분들께서는 열심히 사랑하고 그 사랑에 열중하시도록 ....
그 시간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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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오늘은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다운 것
어제의 아픔을 아무 것도 아닌
마치 일기장을 넘기듯
받아드릴 수만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행복하여라
가슴이 시리면 시린 대로
그리우면 그리운 대로
아쉬우면 아쉬운 대로
내일이 오듯
오늘을 받아 들이려무나
한 땐 누구나가 다 그러하듯이
슬픔에 젖고
괴로움에 몸을 떨지만
차라리
죽음보단 넘치는 행복이어라
삶은 크나큰 축복
공기를 마시고 숨을 쉬듯
두려워도 말며
놀라워도 말며
내가 어디로 가든
네가 어디로 가든
무엇을 하든
오늘은 가고
내일은 오는 것
그렇게 그렇게
삶은 오며 가는 것
-‘나도 누군가에게 소중한 만남이고 싶다’ 중-
우리 까폐회원님들은 모두 감수성 이 풍부한 작가님들 같아요. 모두 행복한하루가 되시길. . .
글 너무 잘쓰시네요 오늘 비오는데 덕분에 불연듯 군대에서 헤어진 첫사랑이 생각나네요 ㅎ
A time to love, a time to die. 옛날 흑백 TV 시절 명절 연휴에 자주 방송했던 영화죠. 지금도 마지막 장면을 생각하면 마음이 찡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