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내 사무실에,
10년 넘게 거래를 해온 석재상의 대표가 자재를 싣고 오며 친구를 동반하였다.
그들과 차 한잔 나누며 대화를 하던 중,
‘가원단지에 사용할(조금 설명 후) 큰 덩치의 땅 좀 구할 수 없나?’ 기대도 없이 지나가는 말처럼 던져 보았다.
그런데 뜻밖에도 동행하여 온 친구 분이
“완주에 내 땅 16만평이 있는데, 싸게 줄테니 한 번 가 보시라”고 말씀하는 게 아닌가?
그 말을 듣는 순간, 내 가슴은 쿵당쿵당 뛰었다
16만평......!
얼른 계산해봐도 3천평씩 53세대는 나눠 가질 수 있는 엄청난 땅이다.
오호라, 이게 웬 흥미로운 제안인가?
하던 일이 바쁘고 급하기는 했지만, 이보다 더 가슴 뛰는 일이 또 어디 있으랴!
해서 ‘당장 가 볼 수 있느냐?’고 물었다. "거리도 꽤 되니, 지금 출발하면 밤중이나 도착한다."는 당연한 말씀.
아쉬운 마음을 접고 다음 날 가기로 하고, 당장 인터넷 지도를 펴, 산세와 등고도, 주변경관을 살펴보았다.
이어 구글지도에서 3D로 현장을 구현, 동에서 보고 서에서 보고 이리저리 돌려서 보니, 볼수록 탐이 나는
최고의 청정지역인 동시에 멋진 그림이 절로 그려지는 형세였다.
날이 빨리 새기를 기다렸다.
이튿날 주시의 땅, 완주로 향해야 할 나는 뜻 아니게도 공사 진행중인 주포 한옥 단지의 바쁜 일에 붙잡히고 말았다.
‘마음은 온통 콩밭에 있는데...!’
또 다음 날은 미리 맞춤해 두었던 펜션 보수공사 일로 또 잡히고... ‘아구야!’
그러다 금요일, 드디어 짬을 낼 수 있었고, 나의 오랜 친구 아르케님께 동행을 요청하여 함께 출발했다.
두 시간 넘게 완주로 차를 달리며, 이미 무르익고 풍성해진 가을 들녘을 감상하는 맛이 그럴듯했다.
길가에 늘어진 대추도 따 먹고, 홍시도 맛보는 호사도 누리면서...
목적지인 구룡산 구룡암까지 비포장 도로로 접근, 차를 세우고 걸었다.
구룡암에 잠시 들러 물도 채우고 주변 경관도 훑어보았다. 돌 동굴처럼 멋지게 지어준 개집이 매우 인상적!
사진으로 남기고, 예정지의 반대편의 높은 산으로 방향을 잡고 산 자락으로 들어섰다.
건너편 산의 정상에서 예정지의 전체 모습과 풍세를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서였다.
나는 항상 관심 있는 산이 있을 땐, 반대 편 산의 정상에 올라 사진을 찍으며 관찰해오곤 했었기에...
딱히 등산로가 없는 듯하여 일단 감으로 산에 들어서니, 토끼가 만들어 놓은 희미한 흔적의 오솔길이 보였다.
‘옳다구나 제대로 들어섰구나!
두어 시간 가까이 고도의 비탈길을 씩씩하게 올라갔다. 아르케님도 의외로 거뜬히 따라 올라온다.
그동안 산사에서 지내며 다리에 힘이 많이 붙었나보다.
정상에(약500m) 무사도착, 예정지의 산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오는 지점에 올라섰다.
이야! 환상이다!
아름답고 흐르는 듯한 산세가 무척이나 맘에 들고 정감이 느껴진다!
‘이 정도면 누가 봐도 들어가 살고 싶은 마음이 나겠다!’
산 아래 적당한 너비의 계곡물을 낀 산세며~, 기대보다 경사가 좀 높은 편이기는 하나,
중간 자락까지 거주지로 쓰고, 나머지는 후배지로 삼는다면 그런대로 활용 가능해 보였다.
모처럼 오른, 높은 산정상의 상쾌함과 아름다운 풍광에 흠뻑취했다가, 주요 장면과 산세를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다.
파노라마를 비롯, 동영상도 찍어두었다. 어려운 등반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철저히 관찰, 결과물을 잘 챙겨둬야 한다.
이어서, 나름 가상의 가원단지 이미지를 그려보았다.
산자락 밑에서부터 위 아래 두 라인으로 주택 배치도 해보고, 도로 위치, 공동구역 모양도 이리저리 그려 보았다.
멋진 그림이 그려졌다!
흐뭇한 마음으로 좀 더 풍경을 감상하며 담소를 나누다가 이윽고 하산.
근데 이게 왠 도움? 등산로가 나타났다!
어느 산이고 정상에 올라서면 등산로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 혹시 산에서 길을 잃으면 오히려 정상으로 올라가 길을 찾으라!
그것이 길을 확실히 찾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정해진 등산로를 따라 내려오는 하산 길은 훨씬 수월했다.
1시간여 내려오면서 어떤 사람이 야생동물을 잡기위해 쳐놓은 사냥용 올무를 발견, 몇 개를 제거해주었다.
설치 당사자에게는 미안했지만 저절로 그리되었다.
길을 따라 죽~ 내려오니, 신기하게도 주차한 곳 바로 앞이다.
올라갈 때와는 전혀 다른 쪽으로 하산한 거였다. 우째, 산 하나를 통째로 정복한 기분이다!
하산하여 다시 올려다보니, '와, 높다! 저산을 우리가?' 뿌듯함이 가슴에 가득 차올랐다.
이제부터는 가원예정지의 근거리 탐색이다.
서서히 걸으며, 또는 차로 서행하며 근거리 탐색 작업으로 돌입했다.
원거리 탐색이 만족스러웠으니, 현미경식 근거리 탐색을 병행하여 완전을 기해야 했다.
토질, 경사도, 도로망 가능성들을 정밀하게 살펴 보았다.
그런데, 아뿔사! 아쉽기만한 결론!
계곡 인접 구간 중 약 300~500m는 사용가능한 편이지만,
나머지 중부, 상부 경사지는 거의 돌밭이요 바위산이다. 돌과 바위가 거의 산을 뒤덮고 있는 양상.
'저런 속에서 나무들은 잘도 자라고 있구나!' 나무의 생명력에 새삼 경탄이 일 정도였다.
실망이 너무 커서 다리에 힘이 쭉~ 빠지고 말았다.
에이, 이럴수가!......
‘그래, 모처럼 최고의 청정지에서 등산 한 번 잘~했다!’
나는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미련을 툭~ 털어버렸다.
말하나마나지만, 함평과의 비교 분석은,
우리나라 지형상, 남서쪽으로 내려갈수록 토질이 좋고 산세가 밋밋한 듯하고,
반면, 북쪽으로 가면서는 차츰 산세가 거칠고, 토양에 돌이 많아 경작지로는 부적합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 동안의 여러 산들을 비교 관찰해 본 결론이랄까? 물론 일반화시킬 수는 없는 일이지만......
함평 산 같은 경우, 꼭대기에도 표토층 깊이가 평균 50센티는 넘는데(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정도가 훨씬 양호하다.),
반면 북쪽으로 갈수록 산들의 표토층이 10센티도 안되는 듯하다.
경사도면에서도, 함평 4만평 부지는 이런 산에 비하면 들녘이다 할 것 같다.
이렇게 16만평의 가원예정지의 분석탐방여행은 허망하게 끝났으나 나름 즐거운 체험이기도 했다.
그러면서, 새삼 함평 산야의 조건들에 감사함이 더 생기기도 했다.
사람들이 많이 들락이니, 땅 주인들의 마음이 초심을 잃고 오락가락 하는 게 좀 마음에 걸리기는 하지만...^^
첫댓글 전북완주군 경천면 가천리에있는 임야 16만평사진입니다
빛의 속도에 올무 제거 기능도 갖추신 친절한 가원탐색기 원재님 감사합니다.^^
어찌됐든, 산과 계곡(물)이 탐날만큼 멋지네요.
16만평... 꿈의 숫자입니다. ^^
예술적으로 지어진 dog house 사진, 추가로 올렸습니다.
그날 날씨가 점점 흐려져서 아쉽게도 산의 색감은 많이 다운돼 있네요.
가보고 싶네요. 저 아름다운 자연을 최대한 살리면서 사람이 조화롭게 살아야겠군요.
정말 너무 좋아요!!
이제서야 보게됩니다
전북 진안에도 땅이 있긴한데 마음에 드실지
모르겠네요.연결은 해줄수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