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시가 못 되어 너릿재 옛터널 앞 공원에서 바보에게 차를 주고 내린다.
유아숲체험원을 지나 너릿재로 오르는 길은 처음인데 잘 정비했다.
가을 오전 볕이 옆에서 비춰 잎이 빛난다.
너릿재 가는 옛길에는 산책하는 이들이 올라가고 또 내려오기도 한다.
고개 위 정자에도 사람들이 앉아 있고 숨을 가뿌게 몰아쉬는 이가 자전거를 타고 오고 있다.
광주읍성 한시를 멀찍이서 보고 지장산쪽 산줄기로 들어선다.
길은 상큼하다.
동그란 도토리가 유혹하지만 참고 부지런히 걷는다.
40분이 못 되어 지장산 의자에 앉아 사진을 찍어본다.
수레바위 계단을 숨차게 올라간다.
나이 지긋한 어른 둘과 여성 한분이 쉬어간다.
수레바위에 올라 사방을 둘러본다. 먼 곳은 흐리다.
출발한 지 두시간이 다 되어 만연사 사거리에 닿는다.
조금 지친다. 물을 마실까 하는데 평상과 의자에 사람이 다 찼다.
만연산으로 올라간다. 수만리를 내려다 보고 무등산 쪽으로 본다.
공단의 젊은 직원 둘이 아래서 쓰레기를 줍고 있고 한 사나이가 의자에 앉아 있다.
맥주를 마시고 싶은데 눈치가 보여 화순쪽으로 바위를 걷는데 햇볕을 가려주는 조망처가 없다.
다시 사거리로 내려오니 아무도 없어 차분하게 술을 마신다.
12시 반에 북산 신선대를 다녀온 신사형님과 도리포가 너와나목장으로
데리러 온다 해 시간을 맞춘다.
무등산 둘렛길을 따라 숲길을 내려간다. 예전에 걷던 능선길을 조듬 벗어났다.
천천히 오니 두분이서 나무 아래 바위에서 쉬고 있다.
신사형님이 막걸리를 남겨오지 못했다고 하자 내가 남은 캔맥 하나로 나눠 마신다.
닭고기 좋아하는 도리포를 위해 청국가든에 가 닭백숙을 먹기로 하고 이동한다.
난 생살을 조금 먹고 싶은데 바쁘다고 안된단다.
신사 형님이 말아주시는 소맥을 마신다.
주변 평상에 사람들이 찬다. 주인은 없고 알바하는 아줌마가 바빠
내가 술상자에서 가져나른다.
광주로 가 한잔 더 하자는 걸 고집을 피워 들국화마을에 내려 달라고 한다.
벌써 3시가 지났다.
마을은 변했다. 뒤로 돌아 등산로가 나올 줄 알았는데 집들이다.
할수없이 계곡으로 들어가 길을 만나기로 하고 찔레가시를 헤친다.
한참을 올라 땀범벅이 되는데도 길이 안 보인다.
왼쪽으로 가먄 길을 만날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나중 보니
안양산 중간으로 오르는 길은 오른쪽으로 건너서 길인 듯하다.
다행이 큰 나무 아래 가시를 단 나무들이 없어 길없는 숲과 돌을 헤칠만 하다.
지쳐 주저 앉아 나무를 한참 쳐다본다.
거의 한시간 반을 지나 너와나목장 식당 위의 장불재가는 등산로를 만난다.
한남자가 올라가고 있다.
4시 40분이다. 장불재 지나 중머리나 용추봉으로 내려가며 일몰 풍경을 뵈도 좋지 않을까?
포기한다. 바로 중머리재로 간다.
중머리재 억새는 벌써 석양을 가득 받고 있다.
그래도 힘을 내보자고 서인봉을 올라 새인봉으로 내려간다.
새인봉에서도 길을 벗어나 바위 끝을 걸으며 아직 덜 핀 구절초를 만난다.
지쳐 바보에게 전화해 데리러 오라한다.
어둑한 숲을 지나 증심사 상가에 이르니 불이 가득 켜졌다.
바보의 운전하는 차를 타고 와 김치찌개에 소주를 또 마시니 금방 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