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도 사람이 되는데! 고기 없이도 든든 마늘보양죽
‘마늘 약간’의 레시피를 보고 대충 마늘 16알쯤을 떠올리는 ‘찐 한국인’이라면 복날엔 ‘마늘죽’을 강력 추천한다. 진 빠지는 여름, 쇠한 기운을 보하는 보양식 한 그릇 먹어주는 것은 상식. 때마침 8월 10일은 말복이다.
말복쯤 되면 집에서도 닭 잡아 물에 빠뜨리기를 여러 차례. 삼계탕집에 줄 선 것을 보고는 “오늘도 맛보기는 글렀네 쯧쯧” 혀 차는 어른이 된 지 오래다. 그 옛날, 모든 이가 농사를 주로 하던 시절에는 무더위를 전후해 농번기를 견딜 체력 보강용 고기 요리가 꼭 필요했다지만, 일상의 무대가 도시로 변하면서 현대인들에게 닭이야 그저 배달 치킨으로도 빈번하기가 이를 데 없다. 그래서 꼭 육고기로 보양해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평소 돌보지 못했던 몸을 가엽게 여겨 ‘채소식‘을 챙겨보는 것이 낫지 않을까? 굿 아이디어!
단군신화부터 등장해 곰이 사람이 되는 데도 일조한 마늘은 보신의 역할을 톡톡히 하는 식품으로 잘 알려져 있다. 특유의 매운맛과 향 때문에 요리에서는 언제나 향신의 역할로 주재료 대신 부재료처럼 쓰이나, 100가지 이로움을 가졌다는 마늘의 별명은 무려 일해백리(一害百利). 냄새 빼고는 거의 다 좋다는 말이다. 세계 10대 슈퍼푸드 마늘과 건강의 연결고리를 보여준다.
어린이들이 싫어하는 식재료를 꼽으라면 단연 마늘은 최상위권. 하지만 뛰는 어린이들 위에 나는 엄마들은 마늘을 열심히 굽고 익혀 먹인다. 열 받은 마늘은 생마늘보다 아린 맛이 줄고 그로 인해 위장에 주는 부담도 준다. 또 마늘을 자르면 알리신이라는 강한 살균 성분이 나오는데, 멸균까지는 아니어도 충분히 여타의 균을 막아주니 어떻게든 자라나는 새싹들에게 건강식으로 먹이면 좋겠다.
대야 째로 사다가 껍질을 까서 큰 집, 작은 집 나누기도 하고, 앞마당 처마 밑에 걸어두기도 하고, 알알이 다 빻아 냉장·냉동할 정도로 우대 받는 마늘. 한국인의 밥심에는 이 어마어마한 양의 마늘 힘이 같이 들어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한국인의 마늘 소비량은 세계 최고 수준(중국이 1위 그 바로 다음)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국, 나물, 김치 등 일상 식탁에서 상시 마늘 요리를 접한다. 그 덕분에 바이러스에 강한 것 아니냐는 외신들이 부러 내는 선망의 소문이 한식을 건강한 음식으로 부각시킨다. 그만큼 우리에게 일상적인 마늘은 강력한 항산화 식품이다. 서양에서도 스페인, 이탈리아 등의 나라에서 감바스알아히요, 알리오올리오 같은 마늘 요리를 내놓지만, 아시아 문화권을 따를 정도가 아닌지라 마늘 냄새는 아시안의 트레이드 마크로 쓰이기도 한다(일본 제외. 일본 음식점에서는 마늘이 들어간 음식에 매운맛 주의를 써놓기도 하니까).
이렇듯 마늘 문화권에 사는 마늘 부심 강한 한국인으로서 이번 복날에는 보양 또한 마늘로 하련다. 마늘 16알을 넣은 마늘보양죽으로! 그렇다, 고기는 한 점도 안 들어간다.
마늘은 볶거나 구우면 쓴맛은 감소하고 마치 닭고기처럼 감칠맛이 올라오니(식감도 쫀득해진다) 눈 감고 먹으면 조금 과장해 닭죽과 크게 다를 게 없다. 또 쪄서 먹으면 매운맛과 알싸함이 사라지고 마늘 자체의 단맛이 두드러지며 감자나 호박 같은 식감으로 대변신하니 지글지글 볶다가 한소끔 끓여 죽으로 만들어도 손색이 없다. ‘마늘보양죽’ 상세 레시피는 아래 사이트 참고.
마늘은 적당히, 입맛에 맞게, 한국인 표준에 맞게 넣으면 된다.
✅마늘보양죽 재료
마늘 16개(70g), 밥 1/2공기(100g), 양파 1/4개(50g), 당근 1/10개(25g), 쪽파 2줄기(20g), 느타리버섯 3개(30g), 표고버섯 1개(15g), 포도씨유 3스푼(30g), 요리에센스 연두순 3스푼(30g), 물 3+3/4컵(750g), 참깨 약간, 참기름 약간
✅마늘보양죽 만들기
1. 마늘은 3~4등분으로 슬라이스하고, 양파와 당근은 곱게 다진다. 느타리버섯은 손으로 잘게 찢고 표고버섯은 두껍게 썰어 준비. 쪽파는 송송 썬다.
2. 예열 냄비에 포도씨유를 두르고 슬라이스한 마늘을 넣고 약불에서 노릇하게 볶는다.
3. 볶은 마늘에 밥을 넣고 한차례 볶은 다음, 물과 연두순을 넣고 센 불에서 한소끔 끓인다.
Tip : 마늘과 함께 연두를 넣으면. 마늘 본연의 감칠맛이 상승하는 효과가 있다.
4. 죽에 농도가 생기면, 남은 채소와 버섯을 넣고 끓인 다음, 마지막으로 참깨와 참기름을 두르면 완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