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0도 날이 돌아 가고, 돋보기 달린 손톱깎이
보통 제품 4배 가격, 헹켈 등에 고급 라인으로 수출
날 분리형 발각질제거기도 미국, 일본, 프랑스 등 큰 인기
우리나를 대표하는 제품으로 꼭 반도체 같은 IT제품만 있는 게 아니다.
알고 보면 세계를 주름잡는 의외의 제품들이 있다. 손톱깎이가 대표적이다.
우리나라 손톱깎이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82%나 된다.
전 세계에 돌아다니는 손톱깎이 5개 중 4개가 우리나라 제품이다.
주역 중 한 곳인 보카스(BOCAS)의 천준호 총괄이사를 만났다.
독일의 헹켈(Zwilling Henckels), 스위스의 빅토리눅스(VICTORINOX) 등에 경쟁업체 4배 가격에
손톱깎이를 수출하며 '손톱깎이계의 삼성'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첫 제품 개발에만 2년 걸려
2004년 설립된 보카스의 첫 제품은 '360도 회전날 손톱깎이'다.
보통의 손톱깎이는 몸이나 손을 이리저리 꼬아 가며 써야 한다.
"원하는 각도로 날을 돌릴 수 있으면 정말 편하겠다는 생각이 드는 거에요.
날만 회전시키면 되니 어렵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아이디어 구현은 쉽지 않았다. 손톱깎이를 개발해 출시하는 데 꼬박 2년이 걸렸다.
"기존 생산설비로는 원하는 날을 만들 수 없어 기계설비까지 직접 제작해야 했습니다.
숱한 시행착오 끝에 날을 회전시킬 수 있는 손톱깎이를 개발할 수 있었습니다."
제품 개발 후 온라인몰(https://bit.ly/39XMmYh) 등에 출시하고,
한국 외에 미국·대만·중국에서도 특허를 취득했다.
360도 날이 돌아가서 몸이 불편한 사람도 남의 도움없이 손톱과 발톱을 깎을 수 있다.
“노안인 분들을 위해 손톱깎이 위에 자체 돋보기를 부착한 버전도 있습니다.”
◇손톱깎이를 누가 돈 주고 사니?
이제 끝인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마케팅이 더 난관이었다.
"주로 우리 기업이 손톱깎이를 만들긴 하는데,
대부분 공장이 중국에 있었어요. 관련 바이어들이 중국만 찾았습니다.
국내에선 바이어 얼굴 보기도 쉽지 않은 거죠.
제품만 좋으면 저절로 팔릴 줄 알았는데, 판로 찾는 일이 그렇게 어려울 줄 몰랐습니다."
손톱깎이에 대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인식도 장애가 됐다.
손톱깎이는 판촉물로 받는 것이지 돈 주고 사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다.
제대로 가격을 책정해서 파는 게 쉽지 않았다. 결국 해외로 방향을 틀기로 했다.
2006년 달랑 샘플만 들고 이탈리아 볼로냐에서 열린 코스모프로프 미용 용품 전시회에 참가했다.
관련 전시회로는 가장 규모가 크다.
기대를 안고 참가했지만 신생 업체에게 눈길을 주는 바이어는 많지 않았다. "답답하고 속상한 시간이었습니다."
-해외 전시회에서 캐나다 바이어와 함께 한 천준호 이사-
스스로 찾아다니는 방법 밖에 없었다.
전시회 내내 쌍둥이칼로 유명한 독일의 헹켈 부스를 찾아가 상담을 요청했다.
계속 문전박대 당하던 3일째 어렵사리 헹켈 담당자와 마주 앉을 수 있었다. 그제서야 제품이 통했다.
헹켈 담당자는 이전엔 보지 못했던 새로운 손톱깎이를 보고 그 자리에서 2천 개를 주문했다.
양산 능력이 있는지 검증하기 위한 ‘테스트 오더’였다.
무사히 납품을 마치자, 헹켈에서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대량 주문이 왔다.
“정말 말로 표헌할 수 없을 만큼 기쁜 순간이었습니다.”
◇ ‘손톱깎이의 삼성’ BTS굿즈 선정까지
현재 보카스가 헹켈에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으로 공급한 손톱깎이는 헹켈 상표를 달고 80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헹켈과 거래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곧 스위스 빅토리녹스 등 다른 외국 기업에서도 주문이 밀려왔다.
"제품을 처음 알아봐준 헹켈 담당자가 너무 고맙습니다. 지금도 헹켈 담당자를 만날 때마다
'손톱깎이계의 삼성’이라며 엄지를 치켜세워줍니다."
국내도 온라인몰(https://bit.ly/39XMmYh)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360도 회전 손톱깎이 성공 이후 손톱깎이에 있어선 최고가 되기로 했다.
'손톱은 곡면인데 왜 손톱깎이 날은 수평일까’란 의구심에서 출발해,
날이 손톱의 곡면과 일치하도록 날이 아크 형태로 된 손톱깎이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깎인 손톱이 여기 저기 흩어지지 않고 손톱깎이 내에 머물 수 있도록
날 아랫부분을 볼록한 형태로 만든 펠리컨 손톱깎이도 처음 개발했고,
손톱이 잘 안보이는 사람을 위해 돋보기가 달린 손톱깎이도 내놨다.
다양한 손톱깎이를 개발하면서 대한민국발명대전 2007년 대회에서
국무총리상, 2009년 대회에서 금상을 받았다.
정부가 지정하는 차세대 일류상품에 선정되기도 했다.
작년 ‘방탄소년단(BTS) 굿즈’로 선정돼서,
1월 서울 강남에서 열린 BTS 팝업스토어에 납품돼 팔리기도 했다.
제품 성능과 소재도 계속 업그레이드했다.
열처리용 마르텐사이트계 스테인리스강을 사용해 절삭력을 높이면서 제품 수명을 기존의 10배로 늘렸다.
"많은 제조사들이 원가 절감을 위해 철판이나 크롬도금을 사용하는데요. 저희는 차별화된 소재를 쓰고 있습니다."
비싼 소재 때문에 보카스의 손톱깎이 가격은 다른 회사 제품의 4배 정도 되는 8000원에 이른다.
그럼에도 매년 20억원 어치(25만개) 이상 팔린다.
직접 수출하는 국가도 2006년 3개국에서 올해 80개국으로 늘었다.
"손톱깎이가 단순해 보이지만, 이것 하나 만들기 위해
프레스·도금·열처리·연마 등 30여가지 공정을 거쳐야 합니다.
나름 복잡한 기술력의 산물인 것이죠.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는 점에서 자부심이 큽니다."
◇발각질 관리기로 성장 2라운드
손발관리 전문기업이 되고 싶다. 손톱깎이를 개발하며 쌓은 기술력으로 발각질제거기를 개발했다.
"발각질제거기를 자주 썼는데요. 2% 부족하더라고요.
'제대로 된 제품 하나 만들자' 결심하고 234개의 초미세 안전 절삭 날이 달린 제품을 개발했습니다.
각질과 굳은살을 안전하게 제거하면서도 피부 손상은 최소화했죠.
발을 물에 불릴 필요 없이 마른 상태의 발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쓰고 나면 금세 뒷꿈치가 맨들맨들해지죠."
각질제거기에 촘촘히 박혀 있는 ‘마이크로 커터’는 특허를 받은 것이다.
본체에서 날이 분리돼, 주기적으로 세척하거나 교체할 수 있는 버전도 있다.
피부관리사들 사이에서 이름이 났다. 발각질 제거기는 중국산이 많은데,
국내에서 제조한 보카스 제품이 성능과 내구성 모두 중국산보다 훨씬 낫기 때문이다.
온라인몰(https://bit.ly/366t16c)을 중심으로 신세계, 현대 등 백화점과 신라, 신세계,
인천국제공항 등 면세점 입점에 성공했다. 미국, 일본, 중국, 프랑스 등 7개국으로 수출도 한다.
보카스는 작년 각질제거기 마케팅을 대폭 강화했다.
“기존 제품을 보완한 신제품 출시를 준비하던 차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병이 확산됐습니다.
경기 침체로 매출이 줄 거라 걱정하다가, 피부관리숍에 가지 못하는 여성을 공략해 보기로 했습니다.
‘집에서 간편하게 발을 관리할 수 있다’는 취지로 신제품 출시를 서두르고 마케팅도 강화한 거죠.”
실적은 예상을 뛰어넘었고, 보카스는 코로나 사태에도 불구하고 급성장을 하고 있다.
◇세계 어딜 가는 있는 한국 제품
제품을 보고 따라하는 업체가 많다.
'아내에게 주고 싶다'며 발각질 제거기 샘플을 가져간 거래업체 사장이 그대로 베껴 낸 적도 있다.
"아는 사람이 짝퉁을 만드니 배신감이 크더라구요.
전시회에서 만나 '로열티를 내고 당당히 판매하라'고 했더니
오히려 특허무효소송을 내더군요. 좋은 제품을 만든 대가라고 마음을 다잡고 있습니다."
-앞으로 회사 목표가 뭔가요.
"독일 기업에 금속 제품을 팔고 있다는 자부심이 큽니다.
외국 기업이 한국에 김치 파는 것만큼 힘든 일이거든요.
손발관리 이미용 제품 분야에서 세계 최고 기업이 되고 싶습니다.
세계 어딜 가든 우리 제품이 보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