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출처: 조선일보 오피니언
제목: 커피 후루룩, 호떡 쩝쩝... 버스기사는 묵언(默言)주행, '버스內 음료금지' 달라진 건 없다.
"다른 승객에게 불편을 줄 수 있는 커피 등 음료를 들고 타지 말아주시길 바랍니다." 지난 2일 정오, 서울 시내를 가로지르는 7024번 버스 안에 '음식물 반입 금지' 안내방송이 나왔다. 동시에 좌석에 앉은 중년여성이 팩 두유에 빨대를 꽂았다. "후루룩" 마시는 소리가 버스에 울려 퍼졌다. '팩 두유 승객'이 내린 뒤 버스에 탑승한 박모(72)씨는 가방 안에서 볶은 콩을 꺼내먹었다. "아니, 이 정도도 안 됩니까. 볶은 콩은 마시는 것도 아니고 냄새도 안 나는데..." 그는 서울시 시내버스 음식물 반입규정을 모른다고 했다.
비슷한 장면은 곳곳에서 연출됐다. 같은 날 오후 1시, 강남에서 강북으로 운행하는 153번 버스에는 음식물 반입 승객이 더 많았다. 승객들은 10분에 한 명꼴로 음료·음식물을 들고 탑승했다. 좌석에는 빵 먹는 남학생, 커피잔을 든 직장인, 탄산음료 마시는 여대생이 눈에 띄었다. 버스 기사는 '전방(前方)주시'를 하면서 운전만 했다.
◇커피 들고 탑승해도... 버스기사 83% '묵언(默言)주행'
서울시는 지난 1월부터 음료를 들고 버스에 타는 것을 급지해왔다. 시(市) 규정에 따르면 기사(技士)가 음료나 음식물을 들고 타는 승객들을 거부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었다.
기자는 이날 한 가지 실험을 했다. 커피를 들고 12개 노선 시내버스에 탑승하기로 한 것. 결과는 10개 노선버스 '무사통과'였다. 보수가서 83%는 승객에게 싫은 소리를 하기가 어려워 '묵언(默言)주행'한 셈이다.
버스 기사 4명은 승객을 유심히 보지 않았고, 6명은 기자의 손을 빤히 쳐다보면서도 입을 떼지 못했다. 거절은 두 번이었다. 604번 버스 기사와 740번 버스 기사는 "들고 타면 안 된다. 버리고 오라"며 기자를 태우지 않고 출발했다.
버스 기사들은 음식물을 든 생객에 대해 '탑승승 거부'를 할 수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기사 유모(41)씨 이야기다. "호떡, 떢볶이, 어묵, 치킨...이런 걸 들고 타는 승객이 많지요. '버리고 타세요.' 한마디만 하면 난리가 납니다. '버스기사가 난폭운전을 하더라' '불친절하기 짝이 없는 기사가 있다'고 민원을 넣어요. 그러니 입 닫고 운전만 하는 게 상책입니다."
승객들이 몰리는 특정 노선에서는 기사가 바빠서 음식물 반입까지 못 챙기는 경우가 허다하다. 강신욱(56) 기사가 운전하는 153번 버스는 하루 평균 909명이 탑승한다. 강씨는 "낮 근무만 해도 승객이 4000명 이상 타니까, 승객이 많거나 배차 간격이 벌어졌을 때는 정신이 없다"고 말했다.
"이미 버스에 탄 사람을 내리게 하는 것은 박한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처벌 규정이 없기 때문에 '다음부터 들고 타지 마세요' 라고 하는 것이 전부"라는 버스 기사도 있었다.
서울시도 '버스 내 음료·음식물 반입금지'에 한계가 있다고 인정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승객이 말을 듣지 않는다고 해서 버스 기사가 강압적으로 끌어내리면 안된다"며 "버스 기사들을 대상으로 '문제가 생기지 않는 선에서 음식물 반입금지를 요구할하라'고 교육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커피는 안 되고, 피자는 돼?" 알쏭달쏭 음식물 반입 규정
어떤 음식은 되고, 어떤 건 안 되느냐는 의문이 남는다. 이에 서울시는 '시내버스 음식물 반입 금지' 규정에 대한 세부 기준을 공개했다.
시내버스에 가지고 탈 수 없는 음식물은 크게 두 종류다. ▲가벼운 충격에도 내용물이 밖으로 흐를 수 있는 경우 ▲포장이 안 돼 있어 차에서 집어 먹을 수 있는 음식물이다. 테이크아웃 커피, 컵 치킨, 포장 똗은 과자·아이스크림이 여기에 해당한다.
첫댓글 동준이의 정성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