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동호인수를 기록하고 있는 스포츠는 무엇일까? 단연 배드민턴이다. 우리나라 배드민턴 동호인 수는 약 250만 명으로 다른 스포츠를 압도하고 있다. 그만큼 전국에는 많은 동호인 클럽들이 있다.
그렇다면 대한배드민턴협회에 등록되어 있는 정식 팀은 얼마나 될까? 월간배드민턴에서는 앞으로 일반부-대학부-고등부-중등부-초등부를 남자팀과 여자팀으로 나누어 알아볼 예정이다. 그 첫 번째 시간으로 이번 달에는 남자 일반부에 대해 알아보겠다. 글_심영주 기자 / 사진_백승훈 기자
뚜렷한 강팀이 없는 춘추전국시대우리나라 남자실업팀은 1980년 동양제철팀이 생기면서 태동했다. 그 후 1983년 김천시청, 1984년 국군체육부대에 이어 1989년 부산진구청이 창단되는 등 80년대에만 4개 팀이 창단해 한국배드민턴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그 뒤에도 시나 도청에서 많은 팀들이 창단해 현재 대한배드민턴협회에 등록되어 있는 남자실업팀은 18개 팀으로 크게 늘었다.
한 때 동양제철이 남자일반부의 최강자로 호령했지만 현재는 김천시청, 삼성전기, 강남구청, 수원시청, 당진군청, 밀양시청, 국군체육부대 등 실력이 뛰어난 팀들이 비슷한 전력을 구축하고 있어 뚜렷한 최강팀이 없는게 특징이다.
한발 앞선 삼성전기그 중 굳이 한 팀을 꼽는다면 역시 1996년 창단 당시부터 다른 팀에 비해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삼성전기를 들 수 있다. 국내 실업팀 중 최다인 9명의 선수를 보유하고 있고 한성귀 감독과 김문수 코치가 코칭스태프로 있는 삼성전기는 다른 팀들에겐 언제만나도 부담이 되는 팀이다. 최근 김동문의 은퇴와 이동수의 이적 등으로 예년에 비해 전력에 누수가 있음은 분명하지만 하태권과 박태상의 존재가 여전히 무게감이 있고 우리나라 대표적인 복식주자 중 한명인 정재성도 삼성전기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또 지난해까지 한국배드민턴을 떠들썩하게 했던 초고교급 선수인 이용대와 조건우도 하루가 다르게 성장해 가며 실업무대에 적응하고 있다. 이용대는 팀 선배인 정재성과 파트너로 호흡을 맞춰 '2006 대교눈높이 한국배드민턴 최강전'과 '2007 요넥스 코리아오픈'에서 1위를 기록해 국내·외 남자복식 최강자로 떠올랐다.
이 밖에 최근 들어 국제대회에서 출전해 좋은 모습을 보여주며 상승세를 타고 있는 한상훈과 강우겸, 박계양, 김준수 등의 선수들이 삼성전기의 최강멤버로 버티고 있다.
이런한 팀 구성으로 비록 작년 봄철대회 이후 우승을 기록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매 대회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현일의 소속팀 김천시청 동양제철에 이어 1983년에 창단해 우리나라 두 번째 배드민턴팀인 김천시청은 2006년에 이어 올해 '여름철종별대회'에서도 우승컵을 거머쥐며 여름에 특히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김천시청은 국가대표 은퇴 후 복귀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이현일의 소속팀이다. 우리나라 배드민턴 사상 최초로 한때 남자단식 세계랭킹 1위에 오른 이현일은 한국배드민턴을 대표하는, 두말이 필요 없는 선수. 2004년부터 작년까지 전국체육대회 남자 단식부문 3연패와 '대교눈높이 배드민턴 최강전' 4연패 등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남자단식 최강자로 군림해오고 있다.
또 2004 아테네 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이동수는 김동문, 하태권, 유용성과 함께 1990년대 후반부터 남자복식의 대표주자로 활약해왔다. 남자복식과 혼합복식에서 뛰어난 기량을 선보이고 있는 그는 현재 국가대표팀과 국가대표주니어 팀의 코치도 맡고 있다. 하루가 모자랄 만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노장으로서 후배들을 다독이며 팀을 이끌고 있다.
그 밖에 2006 여름철대회에서 손승모 등 쟁쟁한 선수들을 제치고 남자단식 1위에 오르는 돌풍을 일으켰던 장영수와 2000년 김천시청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김학균도 플레잉코치로 뛰고 있다. 또 안현석, 최민호, 홍인표 등도 열심히 팀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변함없는 강팀 강남구청강남구청은 1995년에 창단한 후 불과 1년 반여만에 1996년 전국가을철대회에서 3전 전승으로 우승을 차지하는 등 남자실업배드민턴의 명문으로 떠올랐다. 문제일 감독의 지휘아래 강경진 플레잉코치를 비롯한 7명의 선수들이 소속되어 있다. 1997년 전영오픈과 1998년 아시아배드민턴 선수권대회에서 하태권과 함께 정상에 오르며 국가대표로 활약한 강경진 코치는 지금도 후배들에게 뒤지지 않는 체력과 기술로 강남구청을 이끌고 있다.
이현일의 뒤를 잇는 선수들 중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는 박성환은 얼마 전 끝난 여름종별대회에서 1위를 차지하며 2006년에 이어 2연패를 기록하며 실업입단 후 개인전 첫 우승을 신고했다.
박성환과 함께 올해 강남구청에 입단한 황지만은 우리나라 대표 복식주자이다. 주로 대표팀 훈련 때문에 팀훈련에 많이 참가하지는 못하지만 특유의 쾌활한 성격으로 훈련 참가 때마다 좋은 훈련분위기를 만들곤 한다.
권우진, 이승환, 정성균, 한성욱 등도 뛰어난 기량으로 올해 여름철대회에서는 2위를 기록했고 특히 봄철대회에서는 조별리그를 포함한 5전 전승으로 당당히 최정상에 올랐다. 강남구청은 창단한 이래 큰 대회에서 매년 1승씩을 거두며 고른 기량을 유지하고 있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수원시청2005년에 창단해 남자 실업팀 중 가장 최근에 창단한 수원시청은 그동안 전국대회 단체전에서 한번도 입상을 하지 못했던 팀이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더니 봄철리그전에서 준우승을 기록하는 돌풍을 일으켰다. 더욱이 김천시청, 밀양시청, 국군체육부대와 한조에 속해 예선탈락이 예상됐지만 우승후보들을 차례로 꺽으며 3전 전승으로 준결승에 올랐다.
수원시청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강력한 우승후보인 삼성전기마저 3-2로 누르고 결승에 올랐다. 결승에서는 강남구청에게 0-3으로 패하긴 했지만 창단 3년째를 맞아 서서히 기지개를 펴고 있는 수원시청의 저력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국가대표코치직을 반납하고 수원시청 감독을 맡은 김종웅 감독과 올림픽 은메달을 2개나 보유하고 있는 유용성 플레잉코치를 앞세운 수원시청은 올해 임방언, 정희정, 추교정의 가세로 강팀의 면모를 갖추기 시작했다.
유용성코치와 함께 팀의 에이스인 김인우를 비롯해 작년까지 삼성전기에서 활약한 임방언과 주니어대표팀 코치를 겸하고 있는 김재환, 군복무를 마친 정희정, 경희대를 졸업한 추교정 등은 단식과 복식, 자신의 주종목에서 실력을 보여주며 수원시청을 또 하나의 명문구단으로 변모시키고 있다.
다시 한번 최정상에 도전하는 당진군청당진군청은 1980년도에 초·중·고등학교 배드민턴부가 창단된 것을 계기로 시·군청의 방침에 따라 1990년도에 창단되었다. 초기에는 뚜렷한 성적을 거두지 못했지만 2001년과 2002년, 2003년까지 전국체육대회에서3연패를 달성하면서 서서히 강팀의 면모를 갖춰가기 시작했다. 실업팀뿐 아니라 당진초, 당진중, 당진정보고등학교 등도 뛰어난 성적을 거두고 있어 당진은 배드민턴으로 너무도 유명한 곳이다. 특히 당진군청은 선수들 모두가 전국체육대회에서 충청남도를 대표하는 도대표로 출전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당진군청의 최대 강점은 선수들 모두가 형제나 다름없다는 점이다. 1994년에 입단해 선수와 코치를 거쳐 감독까지 맡고 있는 손진환 감독은 14년째 팀에 몸담고 있는 만큼 팀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 없을 정도이고 이젠 당진의 상징이 되어 버렸다.
이런 손 감독의 지도아래 팀의 최고참인 강정원부터 팀의 에이스격인 김용현, 김형준, 김영득, 강형기에 올해 입단한 김동헌까지 선수들이 똘똘 뭉쳐 아무리 어려운 경기라도 파이팅을 외치며 풀어나가곤 한다. 올해 성적이 부진하긴 하지만 당진군청은 매년 3위권의 성적을 유지하며 언제든지 정상으로 치고 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화려한 비상을 준비 중인 밀양시청2000년에 창단한 밀양시청은 2002년 전국가을철 배드민턴대회에서 첫 우승을 신고했다. 이후 꾸준한 성적을 거두고 있지만 2004년 이후로 우승의 감격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밀양시청은 올해부터 비상을 꿈꾸고 있다. 아테네 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이자 이현일과 더불어 우리나라 대표 단식주자인 손승모는 명실상부 팀의 에이스로 그의 실력은 자타가 공인한다. 또 각종 대회에서 우승과 준우승을 반복하며 우리나라 복식의 대표주자 중 한명인 이재진은 팀 전력의 한축을 든든히 받치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까지 인하대의 단식 에이스였던 홍승기의 합류는 팀 전력을 한 층 더 끌어올렸다. 김성관은 팀의 맏형이자 주장으로서 막내인 최규현과도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단식과 복식을 가리지 않고 늘 좋은 성적을 거둬주는 허훈회도 창단 초기부터 활약하고 있다.
박지휘, 정훈호 등도 선수들의 세심한 부분까지 챙겨주는 김영수 감독의 지도아래 밀양시청이라는 '가족'을 구성하고 있다. 팀원 절반이 밀양고 출신인 밀양시청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서로를 너무도 잘 아는 가족과 같다. 이렇듯 잘 통하기 때문에 경기 중에도 감독과 선수들간의 수신호를 주고받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당진군청과 같이 초·중·고 배드민턴부가 모두 있는 지역인 만큼 밀양시청은 시의 많은 지원을 받고 있다. 게다가 주민들의 관심과 응원도 대단해 후원회까지 결성되어 있다.
이런 성원에 힘입어 이번 여름철대회에서 3위를 기록하며 슬슬 기지개를 펴고 있다. 밀양시청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올해 2004년에 이어 3년 만에 전국대회 우승에 도전하고 있다.
군인의 정신으로 국군체육부대1984년에 창단한 국군체육부대는 창단 당시부터 최고의 선수들로 구성된 최고의 팀으로 출발했다. 선수들의 군입대로 이루어지는 팀 특성상 팀원들이 자주 교체된다는 것이 국군체육부대의 가장 큰 강점이자 약점이다. 윤중오 감독은 강력한 카리스마로 선수들을 이끌고 있다. 운동할 때뿐만 아니라 평소 생활에서도 군인정신을 강조하며 음주나 흡연 등 군인의 기본자세에서 벗어난 행동을 하면 매우 엄격한 질책을 한다.
곧 제대를 앞두고 있는 권순형과 김상수는 작년 팀이 봄철대회 3위, 여름철대회 3위, 가을철대회 2위 등 전국대회에서 3위권 성적을 유지하는데 큰 보탬을 주었을 뿐 아니라 전국체육대회에서는 경기도 대표로 출전해 우승을 차지했다.
인하대학교에서 활약하던 조정호도 뛰어난 기량으로 팀의 전력에 보탬이 되고 있다. 또한 윤수현과 복식에서 좋은 기량을 선보이고 있는 김대성, 올해 입단해 주축선수로 성장하고 있고 신희광, 전으뜸, 정라섭 등도 강인한 군인정신으로 무장해 끊임없이 정상에 도전하고 있다.
어려운 팀상황속에서도 라켓을 놓지 않아지금까지 살펴본 주요팀들 이외에도 남자 일반부는 끈끈한 팀워크를 바탕으로 좋은 경기를 보여주는 팀들이 많다. 1993년에 창단한 충주시청은 2007여름철전국대회에서 당진군청을 잡으며 3위에 올라 오랜만에 성적을 냈다. 충주시청에서 선수생활을 시작해 코치를 거쳐 현재 감독을 맡고 있는 이광진 감독은 선수수급의 어려운 상황에서도 선수들과 함께 팀을 잘 이끌고 있다.
팀의 주축인 라옥재를 비롯해 소영선과 천세도, 이성림, 강태경, 이광진 등이 활약하고 있고 전주생명과학고를 졸업하고 올해 입단한 채기운도 선배들을 따라 성장하고 있다.
1980년도에 창단해 최초의 남자실업팀인 동양제철화확은 전국체육대회 7연패라는 눈부신 기록을 세우며 80년대 절대강자로 군림했다. 4명의 선수들 중 권대봉을 제외한 선수들이 30중후반의 노장이라 최근에는 하향세를 걷고 있지만 배드민턴 최초의 팀이라는 자부심에 걸맞게 어떤 대회에서 어떤 경기이건 항상 성실하게 노력하는 자세를 보여 많은 박수를 받는 팀이다.
1989년에 창단해 한 때 동양화학, 전북도청과 함께 배드민턴 트로이카를 구성하던 부산진구청은 현재 조원규 감독의 지도아래 이호준과 이재철 플레잉코치, 단 두명의 선수만이 남아 팀의 운영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이밖에 성남시청, 용인시청 등의 팀이 있고 대구시배드민턴협회, 광주광역시 체육회, 대저광역시배드민턴협회, 울산시배드민턴협회, 전북배드민턴협회, 전남배드민턴협회 등의 각 지방별 협회에서도 팀을 구성하고 있다.
몇몇 팀을 제외한 대부분의 배드민턴 팀들이 대중에게 큰 인기를 얻으며 프로무대를 운영하고 있는 다른 스포츠팀들에 비해 어려운 팀 운영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힘든 환경에 굴복하지 않고 오늘도 라켓을 들고 묵묵히 코트를 뛰고 있다. 그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게 많은 관중들의 박수와 환호성을 받으며 멋지게 스매시하는 날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