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쥔장의 글등 스크랩 [몬드라곤에서 배우자] 재출판과 관련하여
송태경 추천 0 조회 140 11.04.16 21:39 댓글 2
게시글 본문내용

 

김성오 선배께

 

우선 간단한 전화통화만으로는 선배가 현재 생각하는 책의 구상을 제가 온전히 이해하지 못합니다.

어쨌든 책의 재판 등과 관련해서 제가 현재 생각하는 약간의 의견(틀릴 수도 있고, 부족할 수도 있고, 옳은 의견일 수도 있고, 무시해도 될 의견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약간의 의견)을 적습니다.

 

첫째, Making Mondragon 재출판과 관련하여

 

선배가 책을 번역하며 제게 얘기했듯, 이 책은 자체로 완성도가 매우 높은 책입니다.

또한 책이 출판된지 2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현재적 의의를 가지고 읽힐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 책의 재판과 관련해서는 각주와 부록 등의 형태로 화이트 부부의 서술의 연장선상에서 변화되고 진전된 상황과 퇴보된 상황 등을 풍부하게 설명하는 방식이 좋을 듯싶습니다.

 

둘째, Making Mondragon을 1권으로 하고, 2권에 해당하는 새로운 책을 만드는 것과 관련해서

 

우선 새로운 책은 Making Mondragon과는 다른 형태의 서술구조와 내용으로 독자적인 의의를 갖는 방향에서 쓰여 지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왜냐하면 새로운 책의 중심적 내용이 몬드라곤의 성장사나 구조 등이라면, Making Mondragon과 유사한 책(그렇지만 십중팔구 화이트 부부의 책보다는 완성도가 크게 떨어지는 책)을 1990년대 기준이 아니라 2010년대 기준으로 재생산하는 것에 지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며, 또한 이는 Making Mondragon에 부족한 부분(예: 노동의 정치 등)과 관련하여 아무리 큰 진전을 포함한다고 하더라도 “각주와 부록 등의 형태로 화이트 부부의 서술의 연장선상에서 변화되고 진전된 상황과 퇴보된 상황 등을 풍부하게 설명하는 방식”을 취하는 것보다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사정이 이와 같다고 해도, 2010년대 등을 기준으로 몬드라곤의 성장사나 구조 등에 초점 맞춘 책을 내는 것이 완전히 의미가 없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왜냐하면 이 경우도 최소한 몬드라곤의 성장사나 구조 등에 대해 더 풍부하게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경우, 논문식 서술구조를 갖는 Making Mondragon과는 달리 쉽고 평이한 대중적 서술구조를 통해 같은 주제를 다루어 볼 수도 있고, 또는 최근의 중요한 논문들을 찾아 엮어 몬드라곤의 성장사나 구조 등에 대해 책을 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어쨌든 새로운 책이 Making Mondragon과는 다른 형태의 서술구조와 내용으로 독자적인 의의를 갖는 방향에서 쓰여 진다면, 그 중심적인 내용은 “몬드라곤에 있는 것과 없는 것들”, “구체제(예; 현대자동차 그룹, 삼성그룹, 포스코 등등)의 바람직한 변화에 대해 시사하는 바와 바람직한 변화를 촉진하기 위한 노력 등(예: 정치의 문제를 포함한 우리의 노동자기업인수 시도에서부터 미국의 종업원 소유기업들의 의의와 한계 등)”이라 생각됩니다.

 

우선 몬드라곤에 있는 것과 없는 것들은 매우 평이하고 설득력 있게 대중적으로 서술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왜냐하면 몬드라곤에는 자본과 노동의 대립이 거의 사라지고 없고 따라서 파업이나 각종 형태의 갈등도 없기 때문이며, 순환 휴직자는 있어도 실업자는 없기 때문이며, 고용에 대한 계절적 ? 임시적 수요 때문에 비정규직이 불가피해도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은 없고 정규직으로의 전환을 적극 권장받기 때문이며, 퇴보적인 측면에서 자본주의적 결함을 재생산하는 예외적인 부분을 제외하면 주식시장도 없고 약탈적 인수합병이나 관련법제 및 국가기구도 불필요하기 때문이며, 교육과 사회보장 수준은 그 어떤 사회민주주의자도 달성하지 못한 최고수준이기 때문이며, 자금은 투기 등으로 흐르지 않고 생산적으로 흐르기 때문이며(예컨대 현재 스페인 금융기관 등이 최악의 상태에 봉착했음에도 노동인민금고 카자는 부동산 투기나 재테크 시장에 자금을 굴리지 않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크게 안정적인 것으로 알고 있음), 과학과 기술의 응용 및 기술혁신의 모범을 보여주기 때문이며, 환경문제도 최소화되고 있고, 심각한 주거문제나 고리대금 같은 것들도 설자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기타 등등

 

한 마디로, 우리의 자본주의와 비교하면서 몬드라곤의 의의와 그것이 갖는 불가피한 한계(예: 2000년대초 몬드라곤을 다녀온 신영복 선생이 실망했듯이, 신영복 선생이 생각하는 것처럼은 아니지만 어쨌든 몬드라곤에도 신영복 선생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여전히 자본주의적 폐해들이 일부 남아 있고, 특히 자회사 인수과정에서 이들 폐해가 증폭되는 부분들이 있음)를 다양하게 서술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또한 이와 같은 서술구도에서는 자연스럽게 몬드라곤의 혁명적이고 긍정적인 측면들처럼 우리의 구체제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와, 그 동안 구체제를 바람직하게 변화시키기 위한 노력들과 그 한계들에 대해서도 서술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참고로, 이와 같은 서술에서도 몬드라곤의 현재 상태(성장사와 구조 등을 포함하는 현재 상태)에 대한 풍부한 소개는 논의구조에서 불가피하게 재생산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물론 새로운 책의 서술구조가 이와 같을 경우, 약간의 난점이 있습니다. 그 난점이란 세부주제 중에서 상당한 부분에 대해서는 매우 구체적으로 몬드라곤 협동조합 구성원들의 삶을 생동감 있게 조사하고 이해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소주제로 우리의 청년실업문제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면 자료로서는 찾기 힘든 몬드라곤 아이들의 교육과 취업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봐야 합니다.

한 마디로 현지조사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이상 대강의 추상적인 의견입니다.

 

 

선배를 처음 알게 된 92년부터 그래왔듯, 제 마음 속에 늘 존경하는 선배로 남아있길 바라며.

송태경 올림 2011년 4월 16일

 

 

 

*주1: 편지의 주인공인 김성오(서울대, 철학)씨는 [Making Mondragon](William Foote Whyte, K. Whyte 공저, 1991)의 역자이자, 한국 노동자생산협동조합 운동의 주창자인 동시에 필자도 참여했던 한국 노동자기업인수 운동의 선구자다. 참고로, 그의 번역서 [몬드라곤에서 배우자]는 고인이 되신 노무현 전대통령도 늘 가까이 두고 자주 꺼내 읽은 책으로도 알려져 있다(*주).

 

*주2: 노무현 전대통령이 [몬드라곤에서 배우자]를 늘 가까이 두고 자주 커내 읽었다는 사실은 "노무현이 만난 책, 노무현을 만난 책"(사람사는 세상 봉화마을" 홈페이지 글)에서도 볼 수 있다. 그리고 이와 관련하여 참으로 아쉬운 것은, 그이가 몬드라곤 협동조합을 알고 있었던 대통령이었지만, 경제정책의 최종 결정권자인 대통령으로서 그 핵심적 의의들을 한국 자본주의 경제에 전혀 접목시키지 못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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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1.04.29 10:20

    첫댓글 91년 출판된 몬드라곤을 재 출판하거나 2권을 준비중인 모양이죠?

  • 작성자 11.04.29 11:21

    네, 제가 듣기로는 재출판을 기정사실인 듯하고, 재출판과 별도로 또 한 권의 책을 내놓으려는 구상을 역자가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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