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는 흐리고 비는 내려도 백일홍은 지난주보다 세배는 더 피어나서
축축한 우리의 기분을 상승시켜줍니다.
한나무에 여러개의 가지를 길러내고 또 그 가지마다에 꽃이 피어나니
한나무의 꽃피는 시간은 사오개월정도 되는것 같습니다.
꽃이 지는 모습도 다른꽃들처럼 화려하게 피어났다가 초라하게 지는것이 아니라
서서히 그 위치에서 변화되어가다가 그대로 씨앗을 맺어가니
꽃을 바라보는 이에게 섭섭함을 안겨주지도 않습니다.
저리도 많은꽃을 피우리라 누가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잔디밭 한쪽켠에는 산딸기가 먹음직스럽게 익었습니다.
청솔님이 손바닥 가득 따다 내밀어주니 꼭 옛날 오빠손 같고
둘이서 사이좋게 나누어 먹으니 다정한 오누이 같습니다.
입안에 가득 털어넣으니 새콤달콤한 부드러운 맛에 침이
가득 고여오고 어릴적 고향과 친구와 가족들이 떠오릅니다.
그리운 맛입니다. 그래서 더욱 맛있는 산딸기입니다.
비가 내립니다.
청솔님 군대 시절 친구분인 '곰두'라는 내외가 연락도 없이 갑자기 놀러왔습니다.
곰두라는 별명이 딱 들어맞는 얼굴에 몸짓에 말투까지-사는 방식까지도 곰처럼
느릿느릿하고 편안하고 불만이 없어보입니다.
매실주 한잔 마셔가며 세상사는 이야기 꽃피우니 그리 좋을수가 없습니다.
비내리고 쓸쓸한 종자골이 화기애애해집니다.
잠이 많고 게으르니 그렇게 살라고 태어난 곰두임이 분명한데 부인은 자꾸
게으르다고 핀잔을 줍니다.
태어난대로 살아가는게 순리입니다.
생긴 모양대로 살아가는게 순리입니다.
부부는 상대방의 그대로를 인정해주고 이해해주어야 순조로운 법인데
어리석은 사람들은 자꾸 변하라고 욕심을 냅니다.
고추밭에 풀이 욷자라나서 바람이 잘안통하니 고추잎에 병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우비를 입고 풀을 뽑아주고 비가 오지않는 틈을 이용해서 농약도 뿌려주었습니다.
잘길러서 병충해 때문에 고추농사를 망쳤던 작년처럼은 되지 않아야겠지요
시시각각 보살핌을 놓쳐버리면 그 해 농사도 끝장입니다.
그러니 농부들의 애타는 손길 손길은 끝이 없는셈입니다.
단풍나무밑에도 풀들이 너무 자라나서 나무들이 숨을 잘쉬지 못하는것 같습니다.
호미로 힘들게 풀들을 뽑아내주니 단풍나무 잎사귀들이 훨씬더 싱싱해보입니다.
'아이구 팔다리야'
해도해도 끝이없는 일들 앞에서도 즐거울수 있는것은
변화되어가는 각각의 나무나 식물들 앞에서의 흐믓함 때문일겁니다.
똑같은 백일홍앞이지만 우리가 내뱉는 아!와
곰두 내외가 내뱉는 아! 소리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단풍나무를 바라보는 우리의 눈에는 정이 가득하지만
곰두내외가 바라보는 단풍나무는 그냥 단풍나무에 불과할겁니다.
백일홍 잔치에 친구가 있어 더욱 행복한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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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오래된 친구일수록 가끔씩 만나도 오랜 된장처럼 구수하네요.. 한 참을 세상사 얘기로 재미있는 하루였습니다..
곰같은 사내와 여우같은 아내-아내의 맛깔스런 입담 또한 일품이었지요. 우리는 묵묵히 일하다 동그란눈 꿈뻑거리며 쳐다보는 소부부?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