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1일 나무숲세움터 소식_무너지다

[미나리]

안녕하세요. 저희는 나무숲세움터 식구들입니다.

언론에도 보도가 되어 알고 계신 분들도 많을 것입니다. 

8월 10일, 나무숲세움터 맞은편 산 능선에  전원주택 단지를 조성하며 성토한 지반이 붕괴되면서 보강토, 콘크리트 옹벽블록, 철제 펜스 등이 산 아래로 쏟아져 내려와 나무숲세움터의 건물을 덮쳐 4동이 복구 불가 상태로 완파되었습니다.

어제는 너무 어안이 벙벙하고 2차 피해를 막기 위한 조치가 시급했기 때문에 다른 것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고, 해가 지고 나서야 우리가 터전을 잃었다는 것이 실감나기 시작했습니다.

나무숲세움터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3살부터 14살의 유아, 초등, 중등 아이들23명과 교사 7명이 함께 만들어가는 대안교육기관입니다. 또한 우리 지역의 아이들을 품기 위해 지역아동센터와 비영리 협동조합법인을 만들어 활동하고 있습니다. 

피해를 입은 곳은 유아들과 초등 저학년들이 주로 사용하던 곳이었습니다. 학기 중에 이런 일이 벌어졌으면 어땠을지 너무나 아찔합니다. 다행히 방학중이어서 다친 사람은 없지만, 아이들의 놀이감, 생활에 필요한 도구들, 교구, 교재 그리고  7년 가까운 시간동안 쌓은 이야기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고, 무엇보다 다시  시작해야할 공간이 없어 어디로 가야할 지 막막한 상황입니다. 

이미 2018년 전원주택단지 공사를 시작하면서 토사가 흘러내리기 시작했고, 비만 오면 물길이 나고 패이고 토사가 흘러내리기를 반복하여 아이들이 위험한 적도 있었고, 우리가 직접 토사를 긁어내며 여러 차례 문제제기를 했는데도 모르쇠로 일관하더니 이런 사고가 발생한 뒤에도 아무 책임이 없다는 듯 뒷짐 지고 있는 전원주택 시공업체를 보면 분통이 터집니다. 

현재 흘러내린 토사와 옹벽자재로 쓰인 블럭, 건축물 잔해 등을 치우고 바닥을 평탄화하는 복구공사가 진행중입니다. 추가 붕괴 위험이 있어 공사를 하다 중단하다 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복구공사가 안전하게 진행되도록 살피면서 피해보상을 어떻게 받을 수 있을지를 고심하고, 한편으로는 아이들에게 이 소식을 어떻게 전해야할 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우리들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곳을 잃은 것을 우리 자신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저희를 아껴주시고 염려해주시는 분들께 계속 소식 전하고자 합니다. 

고맙습니다. 

8월 11일 나무숲세움터 식구들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