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을 이제서야 듣게 되는군요.
아무래도 러시아어 텍스트가 있는 작품이라
그쪽의 연주가 좋을 것 같은 데 남성합창이
등장하는 대규모의 입체적 작품인 걸 감안하면
녹음이 걸리구요.
암튼 음반 골라잡기 매우 힘든 작품이었습니다.
위에 제가 쓴 말을 보면 제가 어떤 음반들
사이에서 고민했는 지 아시겠죠?^^
결국 최종안으로 떠오른 음반들이 솔티와
카무의 연주였는데요, 솔티는 죽어도 안보이고
(소재를 아시는 분은 알려주시면^^)
카무의 연주로 장만했습니다.
어릴 때 김영욱씨가 협연한 모 바이올린 협주곡
테이프에 오코 카무 지휘, 밤베르크 심포니가
있기도 했고 머리 히끗하고 턱수염 긴 사진을
어디서 본 것 같아서 제법 나이가 있는 지휘자라고
생각했는 데 46년 생이라고 하니 아직 젊은?
지휘자더군요. 핀란드 사람인 것 같습니다.
솔로는 러시아 출신인데 서방으로 망명한 베이스가
맡고 있구요. 래틀이 유명하게 만든 버밍엄
교향악단의 연주입니다.
러시아어를 영어식으로 발음을 써놓고 옆에 영어
번역이 달려있는 데 내용은 직설적인 듯 하지만
약간 상징적인 구석도 있는 것 같습니다.
1곡은 유태인 학대를 그린 바비야르인데
역시 러시아인 베이스 가수와 남성 합창으로
러시아어 노래를 부르는 건 일단 먹어주고 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쇼스타코비치의 관현악도 강렬하지만
전위적이거나 어렵다는 느낌은 별로 안 주더군요.
참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베이스 솔로가 독백 비슷한 말을 하고
남성합창이 따라 들어올 때는 감동받게 되더군요.
2곡은 스케르초에 해당하는 곡인 데 쇼스타코비치
특유의 신랄한 풍자가 돋보이더군요.
그 후에 이어지는 곡들도 다양한 타악기와 첼레스타를
동원한 넓은 스펙트럼을 바탕으로 펼쳐지고 녹음도
잔향이 풍부해서 입체적인 느낌을 줍니다.
좋은 곡을 하나 더 알게 되어서 기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