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4월 1일 일요일 맑음
* 수난의 날
형진이가 혼자 집 지키고 있다고 해서 친구로써 집에 가 주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어제 형진이와의 공연구경 약속을 지키지 않으신 박성자 선생님댁에 전화를 걸려고 홍성중학교에 전화를 걸었다.
그랬더니 인사도 안하고 전화건다고 어느놈이 씨부렁씨부렁 거렸다.
그래서 만우절이고 골탕도 먹일 겸 홍보각에 다이얼을 돌려 홍성중학교에 볶음밥 하나 짬뽕 둘을 시켰다.
배달�榮쩝� 안�榮쩝� 모르지만...
에이 기분 잡쳐.
1990년 4월 2일 월요일 흐림
* 죽겠네
난생 처음 학교에서 10시까지 야간자습을 했다.
처음이라 그런지 집중이 잘 되었다.
나는 1반에 배정받았다.
반에서 공부좀 한다는 놈들은 다 여기에 모였다.
광섭이는 차를 타야하기 때문에 9시 30분쯤 나갔다.
나는 아버지만 믿고 10시에 나가 집에 도착했다.
10시 20분밖에 되질 않았는데 눈이 스르르 감겼다.
몸이 움직이질 않는다.
진짜 굉장히 피곤했다.
1990년 4월 3일 화요일 오후에 비 약간
* 막차
9시 30분에 교실에서 나와 9시 50분차를 탔다.
사람이 꽉꽉 메어진다.
승철이는 문 앞까지 내려가서 나는 좀 편했다.
한 백명 가까히 탄 것 같았다.
정신이 하나도 없다.
매일(어제)마다 이 버스를 타는지 모르겠지만 머리를 하나로 묶은 안경을 쓴 소녀를 보았다.
얼굴은 아주 이쁜건 아니지만 나하고 꼭 맞을 것 같다.
승철이하고 같이 월산에서 내렸다.
버스를 탔을땐 시끄럽고 제한적인데 밤걸이를 걸으니 고요하고 기분난다.
1990년 4월 4일 수요일 맑음, 바람이 유난히 참
* 나는 누구
TV를 볼 때, 라디오를 들을 때 또는 길거리에서, 심지어 수업시간에도 나는 누구와 비슷한 성격, 용모를 지녔나 생각한다.
'저 가수가 나일까? 아니야. 나하고 성격이 틀리잖아.'
도대체 나는 누구와 닮았을까.
누가 나의 미래와 비슷할까?
1990년 4월 5일 목요일 맑음(바람이 차고 셈)
* 성실하게 사는 사람들
아버지께서 오늘 예식장에 가실 일이 있으셔서 구두를 닦아오라고 하셨다.
어머니와 함께 한일약국 앞에 있는 구두닦는 곳에 갔다.
20세 전후로 보이는 형들이 구두를 닦고 있었다.
형들이 구두닦는 모습을 보며 나는 어찌할 줄 몰랐다.
약간 무서운 느낌도 있었지만 어떻게 하고 서 있어야 그 분들게 건방져 보이지 않을까?
평소에는 추리닝 바지에 있어야 할 손이 그때에는 잠바 호주머니 속에 있었다.
웬지 내 아식스 추리닝을 입은 것이 창피스러웠다.
왜 그 분들 앞에 내 자세가 경건해지는걸까?
내가 그 분들보다 성실하지 못하기 때문 아닐까?
존경스럽다.
1990년 4월 6일 금요일 맑음(바람이 참)
* 아버지가 주신 테이프
아침에 테이프 하나를 주셨다.
타이틀은 '람바다 최신 팝송'이었다.
이 테이프를 받으며 내가 찾던 곡이 아닐까 생각했다.
집에 와서 틀어보니 내가 찾던 곡이었다.
음악 참 좋다.
1990년 4월 7일 토요일 비
* 의문
7시 40분경(p.m.) 전기가 나갔다.
한참동안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는데 전화가 왔다.
아버지 전화인 것 같았는데 내 전화였다.
어머니께서 전화 받는 말로 보아 여자인 것 같았다.
전화를 받아보니 목소리는 진아 같았다.
왜 전화걸었느냐고 물었더니 나 야냐고 해서 안다고 했더니 그냥 공부 잘 하라고 하며 끊었다.
고맙다는 말을 못한게 미안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진아가 아닌 것 같기도 했다.
괜히 아는 척 했네.
전화건 아이는 누굴까?
- 하고 싶은 말 : 아침에 아버지 차를 타고 오늘 처음 들은 노래가 '그대 내 맘에 들어오면은'이다. 아침에 오늘은 무언가 잘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1990년 4월 8일 일요일 맑음
* 무엇부터 해야할지
내일모레가 모의고사다.
과목은 많고 아직 공부해야 할 과목은 많다.
무엇부터 공부해야할지 걱정이다.
어느것부터 해야 조금이라도 도움이 더 될지...
1990년 4월 9일 월요일 맑음
* 자전거 도둑
9시 30분, 막차를 타기 위해 나왔다.
기성이가 밖에서 기다렸는데 내가 나오자마자 깡패가 있다며 빨리 가자는 것이었다.
본동 끝에는 오토바이까지 세워져 있었다.
우리는 빠른 발걸음으로 교문을 나왔다.
기성이는 아마 자전거 도둑일거라고 말했다.
언덕을 넘어가는데 오토바이 하나가 빠른 속도로 시내쪽으로 향했다.
뒤에 탄 사람은 자전거 하나를 가지고 있었다.
우리학교에서 온 것이 틀림없었다.
미처 오토바이 넘버도 볼 사이가 없었다.
그 자리에서 전화를 걸까 생각했지만 내일 학교에 가서 이야기하기로 했다.
자전거 없는게 다행이지.
(4월 10일 윤철규거라는 것이 밝혀짐)
1990년 4월 10일 화요일 맑음
* 모의고사
체육을 제외한 12과목을 70분간 3교시동안 치렀다.
나는 육상부이고 공부도 별로 안해서 그리 좋은 결과를 기대하지 않았다.
1교시는 괜찮게 봤는데 2교시부터 깨지기 시작했다.
국어, 미술은 하나밖에 틀리지 않았지만 영어가 6개, 역사 4개, 완전히 꽝이다.
그래도 다른 사람보다 반 정도밖에 공부하고서도 이정도 나왔으니 다행이다.
1990년 4월 11일 수요일 흐림
* 난처함
시험결과가 나왔다.
180개중 147개, 33개 틀렸다.
통지표가 나가면 뭐라고 하지?
육상부이기 때문에 결과가 안좋다고 할 수도 없는 일이고, 엄마께서 화내실 생각을 하니 밥숟가락 놓고 싶다.
18일 경기만 끝나봐라.
중간고사는 내것으로 만들겠다.
1990년 4월 12일 목요일 비
* 진짜 친구
저녁을 일찌감치 먹고 나서 소화시키기 위해 병주하고 삼원 비비하우스(오락실)에 가서 헤리어를 막 하고 있는데 기성이가 선생님 화가 나셨다며 빨리 모이라는 것이었다.
어쩔 수 없이 기성이 따라 학교에 갔다.
설마 했지만 오토바이는 보이지 않았다.
거짓말 한거다.
처음부터 눈치채고는 있었지만 설마 기성이가 우리를 데리러 여기까지 올리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오락실까지 와서 우리를 데리러 온 것이다.
역시 나를 생각해주는 놈은 기성이밖에 없구나.
1990년 4월 13일 금요일 비 조금
* 13일 금요일 하루
13일 금요일.
이 날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13일 금요일에 예순가 누군가가 죽었대나?
그래서 이 날은 재수없다고 한다는 서양 미신같은 것 중 하나이다.
나는 그런 미신 같은 건 믿지 않지만 정말 재수가 없을까 하고 재수없는 일이 생기기만 기다렸다.
그러나 재수 없는 일은커녕 재수 좋은 일만 생겼다.
버스에서 본 소녀 옆에 서 있었다든지 만원버스 대신 아버지 차를 타고 집에 왔다든지 하는 재수 좋은 일.
역시 서양미신이건 동양미신이건 믿을게 못되는구나.
1990년 4월 14일 토요일 비
* 월요일 시합
월요일, 소년체전 군 선발전이 우리학교에서 열린다는 소식이 왔고, 나 또한 참가하게 되었다.
그럴리야 없겠지만 나는 1등을 해도 소용없다.
나에겐 운동보다 공부가 더 중요하니까.
지금까지 닦아 놓은 기술이 나에게 무슨 결과를 줄지 모르고, 내일 모레면 그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니 가슴이 설레인다.
1990년 4월 15일 일요일 맑음
* 패배
나는 오늘 나와의 싸움에서 졌다.
오늘 그 일을 하면 내일 경기에 큰 지장이 있을꺼라고 생각했는데 오늘 그 일을 범했다.
나와의 싸움에서도 지면서 어떻게 남과의 싸움에서 이길수 있는가!
오늘의 일이 내일 시합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어떻게 될지.
1990년 4월 16일 월요일 한때 비
* 소년체전 선발전
원래 목적은 18일이지만 오늘 연습 비슷하게 경기를 했다.
처음 부분에 투척이었다.
소년체전 선발전이라 참가한 학교나 선수가 조금밖에 없었다.
포환이나 400m 같은 경우에는 한명만 뛰기도 했다.
원반은 광천중이 1등 내가 2등 같았다.
1등과 2등은 한 5m 차이나는데 2, 3등은 1m도 차이가 나지 않았다.
기가 안죽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2등, 아니 입상은 가능할 거라고 했다.
1990년 4월 17일 화요일 맑음
* 경기 전날 하고 싶은 말
사실 내일 입상할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선생님께서는 2등은 할 수 있을거라고 하셨지만 사실 자신이 없다.
그러나 이 학교의 명예를 걸고 있는 힘껏 해야지.
육상을 한 이유는 내가 하고 싶었다.
그 때 포기할 수도 있었지만 실력이 되지 않더라도 학교를 위해 말하고 싶었다.
입단 후 생각난거지만 입단 목적은 우승이라는 명예를 학교에 안겨주기 위해서지만 박진아를 볼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사실 지금은 그 누구보다 더 진아를 보고 싶다.
이야기도 하고 싶고.
입단 후부터 짠돌, 정태, 영도, 태화, 찬종이, 현창이등 많은 친구를 사귈 수 있었다.
그 중 찬종이가 제일 맘에 든다.
마지막으로 이 부족한 소생을 위해 땀흘리신 선생님 두 분과 유니폼을 사 주신 학교, 그리고 나를 아니 육상부를 응원해준 친구들, 선생님들께 무한한 고마움을 느낍니다.
1990년 4월 18일 수요일 맑음
* 학교대항 경기대회
드디어 오늘이다.
떨리는 가슴을 안고 경기는 시작되었다.
100m가 끝나고 200m이다.
태화와 찬종이가 뛰기 때문에 스타트하는 곳엘 갔다.
한연화, 박진아가 왔다.
같은 학교 선수인 전주은을 응원온 모양이었다.
기성이 여자친구이기도 했다.
언뜻 보았지만 수아도 있었다.
마지막에 시작된 원반에서는 2등할 수 있는 것을 4등했다.
나 때문에 종합우승을 놓치나 했는데 10점차로 1등을 했다.
100m 정태 1등, 200m 찬종이 3등, 태화 6등, 400m 성룡이 1등, 영기 3등, 800m 경제 6등, 1500m 기성이 2등, 투창 1(종욱), 2등, 포환 정화 1등, 병주 3등, 원반 나 4등, 높이뛰기 1등(현창이), 2등, 멀리뛰기 현철이 6등.
1990년 4월 19일 목요일 맑음
* 사고
5교시 수학시간 안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김수와 순태가 점심시간에 나가서 오토바이를 타다 사고가 나 병원에 있다는 것이다.
점심시간에 철저히 막았어야 하는건데.
그러나 저러나 순태가 입건되게 생겼다니 걱정이다.
1990년 4월 20일 금요일 맑음
* 병문안
p.m. 8:00 쉬는 시간에 순태랑 깅수가 입원해 있는 병원에 병문안을 가기 위해 야간자습을 땡땡이깠다.
순태가 입원해 있는 111호실을 가 보니 아무도 없었다.
김수가 있는 입원실에 간 줄 알고 201호실에 갔다.
순태는 없었고 김수만 있었다.
한 20여분 있다가 순태 병실에 갔더니 있었다.
그렇게 다치고도 나갔다온 모양이었다.
얼굴이 아주 엉망이었다.
오늘은 많이 나아졌다는데 어제는 어떠했으랴.
전치 16주라는 진단이 나왔다고 한다.
퇴원하면 입건될 위기라니 안됐다.
1990년 4월 21일 토요일 맑음
* 육상 때문에 사귄 친구
p.m. 1:20분경 지난 16일, 18일 원반경기 때문에 만났던 친구 한명을 보았다.
1등, 2등한 아이이기 때문에 쉽게 잊혀지지 않았다.
경기날에는 노란 티를 입고 왔었다.
그 아이가 먼저 여기서 무엇 하느냐고 해 어머니 기다린다고 하고 그는 갔다.
CIRCLE에서 바지를 바꾸러 가던 중에도 만났다.
그의 얼굴은 쉽사리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1990년 4월 22일 일요일 비 조금
* 약속
1시쯤에 형진이가 공적인 일을 도와달라며 나를 불러 냈다.
그리고 간 곳이 중앙 비비하우스(BH)
한 30분 B(오락)한 다음 3시에 형진이와 선엽이는 목욕을 가고 영우와 나는 이발소에 갔다.
나는 머리를 안 깎고 약속장소에 가서 기다리고 있었다.
해어진지 두시간이 지나도록 오지 않자 영우와 나는 다시 헤어졌고, 나는 집에 왔다.
집에 와 보니 어머니께서는 나 찾는 전화가 많이 왔다고 했다.
틀림없이 형진이일 거라고 짐작했다.
오늘 진짜 화가 났다.
도중에 형진이를 만났으면 싸웠을지도 모른다.
또 내일도...
1990년 4월 23일 월요일 아침에 비 조금
* 기다림
오늘도 역시 9시 45분차에 올랐다.
또 뒷문 바로 뒷자리에 앉았다.
구판장이 오기까지 별생각을 다했다.
그 애가 내리며 내 앞에 쪽지를 던져놓고 내린다든지 하는 생각.
그러나 우리 동네 누나와 이야기하는 것을 보니 고등학생 같았다.
구판장이 지나도 내리는 사람은 없었다.
서운했다.
그러나 확실히 모르지만 그 애가 회관에서 내렸다.
기대하던 일은 없었다.
버스에서 내려 집에 걸어가며 사귀어볼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나에 대해서도 자신이 없거니와 미화와 수아를 통해 여자는 믿을게 못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여자친구가 있으면 좋겠지만 내가 적극적으로 사귀어 볼 마음은 없다.
1990년 4월 24일 화요일 맑음
* 바람소리
덜커덩, 덜커덩...
요즘 날씨가 이상하다.
한 여름 태풍이 부는 것도 아닌데 요즈음들어 유난히 바람이 세차다.
어제도 그랬고 오늘도 연이어 그렇다.
밖에서는 이상한 소리까지 들린다.
1990년 4월 25일 수요일 맑음
* 전자레인지
야간자습을 마치고 집에 와 보니 삼성전자 제품케이스가 있었다.
무엇을 사왔나 기대가 됐다.
혹시 컴퓨터...
아니었다.
전자레인지가 부엌에 자리잡고 있었다.
생전처음 만져보는 것이다.
사용방법이 그리 복잡하지 않았다.
말로만 듣던 전자레인지에 계란후라이를 만들었다.
아주 실패작이다.
고장은 아니지만 왜 그런지 모르겠다.
어쨌든 현대 시대의 새로운 문화용품이 우리 집안에 자리잡았다.
1990년 4월 26일 목요일 맑음
* 음메 기죽어
3교시 공업 대신 미술을 했다.
공업선생님께서 예비군 훈련을 가셔서이다.
자율학습을 하게 되었는데 잠시 앉아있던 최필수와 미술선생님과 하는 이야기를 엿듣게 되었다.
책이야기인데 감동이 어떻고, 어쩌고 저쩌고 이야기가 잘 오갔다.
옆에서 기죽어서 못있겠더라.
감동을 주는 책은 모르지만 컴퓨터 전문지식에는 자신있다.
1990년 4월 27일 금요일 비
* 누구에게
동창이에게서 편지가 올 것 같아서 학생백화점에서 편지세트를 샀다.
2장이 들어 있었다.
한장은 동창이에게, 하나는?
내가하고 싶은 말을 적어 보낼 친구.
물론 여자친구이지만.
진아한테 쓸까 했는데 나의 자존심이 허용하지 않아서.
수아한테 쓰면 소문퍼지지 않으면 다행이고 놀림감이나 되지 않을지.
내가 수아한테 편지를 쓰면 수아는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그게 겁난다.
그리고 수아와 나는 무슨 관계라고 편지를 쓰냐?
1990년 4월 28일 토요일 맑음
* 아쉬움
사흘 전인가 나흘 전인가 은수 동생이랑 이소라라고 하는 이번 홍성국교 졸업생이었던 아이의 사진이 있었다.
물론 모두 여자.
만약 될 수만 있다면 미래의 나의 동반자로 삼은 아이들이다.
은수 동생은 얼굴도 언니와 딴판으로 아주 잘 생겼다.
키도 크고, 속된 말로 잘 빠졌다.
이소라는 광천행 시내버스타는 것을 보았는데, 키도 아담하고 어디선가 수아의 느낌을 받는 듯한 인상을 가졌다.
만약에 둘중 하나 고르라고 하면 누구 고르지?
1990년 4월 29일 일요일 맑음
* PC 구입법
1. 구입기종은 AT, 286으로 정한다.
2. 키보드는 101 KEY
3. 10MHz 이상, 16Bit 이상
4. 그래픽보드는 EGA 이상 (흑백 HGC)
5. 한글 MS-DOS 버전 3.20 이상
6. 2 FDD (1 HDD, 1 FDD)
7. 24핀 프린터
권장품목 : 삼성전자 SPC-4500P
동서 NEXT STEP NS-2000
대우 코로나 시리즈
1990년 4월 30일 월요일 맑음
* 대전시립교향악단
오늘 홍주문화회관에서 대전시립교향악단 연주회가 있는데 내가 안가주면 누가 가겠나!
아침에 김명우 선생님께 표 두장을 사 보충수업이 끝나자마자 경오의 자전거 뒤축에 타고 간신히 도착했다.
오는 도중 김명우, 이화숙, 그리고 미술강사 선생님을 보았다.
이화숙 선생님은 그대로, 김명우 선생님은 타이트한 청바지, 미술강사선생님은 언제나 이쁘다.
대전시립교향악단은 전번 서울 윈드오케스트라보다 규모나 음의 힘에 비해 떨어졌다.
연주회가 끝나고 중국집에서 짜장면 한그릇을 해치우고 삼원오락실에서 시간을 보낸다음 집에 가려고 하는데 태욱이를 만났다.
여자친구와 같이 온 모양이었다.
안경쓰고 몸집은 자그만데다가 잘 생겼는데 흠이라면 베렸다는거.
내 고장 홍성 어떻게 되가는지....
하루는 보충수업, 아니 야간자습을 마치고 버스를 타려고 오는데 얼굴을 보지는 못했지만 옷도 잘 입고, 다방 여잔데 손에는 커피잔이 든 보따리 같은 것을 들고 있었다.
배달가나보다 생각했는데 약국을 들렀다 갔다.
나는 '밤에 약국 들렀다가 커피배달 나가면 뻔한거 아냐?'
라고 생각했다.
홍성이 어떻게 되어가는건지.
'홍성도 음란퇴폐에 물들어가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우리학교에서 후문으로 나오면 50m도 안되는 거리에 하나씩 약국이 5갠가 6개 있다.
홍성읍에 최소한도 약국이 20개 가까히 될 것 같다.
별 병 때문에 잘 되기도 하겠지만 그것도 상당수가 될 것이다.
약국이 많은 것도 그리 자랑할 만한게 못된다.
위의 생각이 나의 착각일지도 모르지만 얼마 안 가면, 아니 지금도 그렇게 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교길에 만난 그 다방여자에게 미안함을 금할 수 없다.
생사람 잡는게 아닌가 생각된다.
- 4월을 마감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