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서연이 이제 만43개월. 명작은 늦게 읽히는 것이 좋다는 의견들이 많아서 되도록 늦게 읽힐려고 아직 제대로 된 전집을 사주지는 않았다. 그래도 도서관에서 틈틈이 유명한 책들 중에 유아수준의 책을 읽히곤 했다. 얼마 전에는 디즈니 골든북을 사줬더니 좋아하며 자주 읽었다. 하지만, 깊이 있는 명작을 줄거리 수준으로 요약해 놓은 듯해서 많이 아쉬웠는데 세계명작동화 서평 이벤트를 한다니 반가웠다. 앞으로 명작동화 선택에서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삼성비엔씨’란 출판사는 솔직히 처음 들었다. 다른 분들은 접해본 듯한데 아직 나한테는 생소해서 어떤 책이 올지 반신반의 했지만, 그래도 아무 책이나 서평이벤트를 하지 않는 우리 카페의 안목을 믿어보았다.
처음 책을 받아보니 일단은 인쇄상태와 그림도 깔끔했다. 종이질도 좋았다. 책을 펼치니 <독서 명언>이 있었는데 식상한 듯하면서도 읽으면 한번 더 생각하게 만들어주는 무언가가 있었다. 마지막에는 ‘작가와 작품’, ‘읽고 생각하기’, ‘이야기 속 어려움 낱말’이 실려 있어서 책읽기에 도움을 주었다.


내가 받은 책은 ‘키다리 아저씨’와 ‘바보 이반’. 둘다 집에 없는 책이고 나도 읽은 지 오래 되어서 내용이 어렴풋하게 기억이 나는 책이어서 나도 기대가 되었다. 두 책 모두 43개월짜리가 읽기에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재미있는 그림과 함께 내용도 눈높이에 맞춰 잘 다듬어 놓아서 편안하게 읽었다. 그 점이 ‘포커스테마 세계명작동화’의 장점이었다.
57. 키다리 아저씨 - 부족하지만 아름다운 이야기, 그리운 이에게 편지를 써 보아요.


먼저 표지에 나오는 눈이 얼굴의 반을 차지하고 허리가 잘록하고 가냘픈 아가씨가 눈에 들어왔다. 이 책의 주인공인 주디. 순정만화 풍으로 그려서 아이들이 좋아할 것은 같았지만, 전체적으로 뭔가 어색한 듯한 인물표현. 순정만화를 많이 보고 자라서인지 그림에서 인물들의 묘사가 어색하게 보였다. 하지만, 어린 딸은 그런 걸 모르는지 그림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안했다. 딱히 순정만화 같다고 좋아하지도 않았다.
<독서 명언>
양서는 친구 중에서도 최고의 벗이다.
현재도 그렇고 앞으로도 영구히 변할 수 없는 벗이다.
일단 독서명언부터 함께 읽었다. 물론 제대로 이해는 못하겠지만, 책이 아주 좋은 친구라는 걸 강조하며 책장을 넘겼다.
책의 처음은 고아원부터 시작된다. 그러나 우리 서연이는 아직 고아원이 뭔지 모른다. 부모님이 안 계시는 아이들이 모여 함께 사는 곳이라고 나오지만, 왜 부모가 없는지 이렇게 함께 살면 어떻게 생활하는지 몰라서 한번더 이야기 해주었다. 그래도 집중을 하는지, 한 아이가 지루셔(주디)에게 원장님이 부른다는 말을 전하는 장면에서는 “원장님은 어디에 있어?”하고 물어보았다. “어디 있을까? 한번 보자.”하고 두장을 넘기니 원장님이 나와서 가르쳐줬더니 “아!”하고 웃었다.
책의 내용은 다 알듯이 주디가 약속대로 후원자인 키다리 아저씨에게 한달에 한번씩 편지를 쓰는데 그 안에 주디의 대학생활과 꿈과 생각들이 나 녹아나 있다. 열심히 대학생활을 하는 중 저비스란 사람을 만나서 사랑을 하고, 대학을 졸업하고 저비스의 청혼을 받고, 그것을 의논하러 키다리 아저씨를 만나는데 키다리아저씨가 사랑하는 저비스였다는 것이 이 책의 끝이다.
주디와 친구들이 뉴욕에 간 장면에서는 마침 뉴욕에 사는 친구 이야기를 하며 거기가면 ‘자유의 여신상’이 있다고 그림을 보며 이야기했다.
마지막 장에서 둘이서 껴안고 있는 장면을 보더니 “엄마, 그래서 둘은 행복해졌어요?”하고 물어본다. 대충 글의 내용은 이해한 듯했다.
키다리 아저씨는 주디가 키다리 아저씨에게 보내는 편지가 주된 내용이자 형식이다. 그래서인지 책을 보고 난후 서연이가 종이에다 이제 막 쓰기 시작한 글씨로 삐뚤빼뚤 ‘엄마 사랑’이라고 적어서 편지라고 준다. ‘아이 예쁜 내 딸!’
책을 읽다보면 편지의 매력을 느낄 수 있고, 편지를 어떻게 써야하는지 저절로 알게 될것 같았다. 이메일이 편지를 대신하는 요즘 그리운 사람에게 손수 편지 한통 적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많았다.
주디의 꿈은 소설가. 그것을 이루기 위해 대학을 가고 싶어 했다. 하지만, 책에는 대학생활 중에서 주디가 소설가의 꿈을 이루기 위해 구체적으로 노력하는 부분은 전혀 언급이 없다. 다만 책을 많이 읽었다는 것만 나와 있다. 책을 마음대로 읽어서 행복한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주디의 꿈을 이루는데 도움이 되었다고 내용이 전개 되면 더 좋았을 텐데. 꿈을 이루기 위해 구체적으로 노력하는 주디의 대학생활이 묘사가 되었다면 아이들이 대학을 그저 학력 때문에 가는 것이 아니라 꿈을 이루는데 필요한 곳이라고 생각하게 할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그리고, 졸업하고 바로 청혼을 받고 꿈같은 결말이지만, 이전의 읽었던 여는 공주이야기와는 다를 바 없는 해피엔딩의 결말이 진부하게 느껴졌다. 자칫 우리 딸에게 이렇게 결혼하는 것이 행복한 것이다라는 이미지를 심어주지는 않을까 걱정도 되었다. 주체적이고 적극적인 주디의 성격이 마지막 장면으로 묻혀버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편지글 속에서 보이는 주디는 그저 밝고 씩씩하게만 표현이 되어있다. 뭔가 구체적인 사람냄새가 나지는 않았다. 내용을 줄여서인지는 몰라도 인물 성격묘사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았다.
그리고, 그림책은 내용과 그림이 조화가 되어야하는데 정말 아쉬운 부분이 두군데가 있었다. 처음은 누군지도 모르는 키다리 아저씨의 모습을 보게 되는 장면인데 여기서 ‘키다리 아저씨’라는 별칭을 갖게 되는만큼 그 이미지를 제대로 표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저 먼발치에서 손 흔들며 가는 것으로 처리가 되어있다. 그리고, 두 번째로는 주디가 키다리 아저씨가 너무 궁금해서 상상해서 그림을 그려서 편지를 보내는 장면인데, 당연히 그 편지에 그려진 모습이 보여야 되는것이 아닌지. 그것마저 그냥 편지 보내는 장면으로 처리한 것이 답답했다.
예전에 읽었던 키다리 아저씨의 내용도 궁금하고 다른 책에서는 어떻게 내용이 나와있는지 궁금해서 교원애니메이션 세계명작동화의 키다리 아저씨를 빌려 읽어 보았다. 거기에는 포커스명작동화에서 부족하게 여겼던 부분이 잘 나와 있었다. 글 분량도 비슷한데 기획과 편집에 따라서 이렇게 다르게도 느껴지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분량의 명작을 아동용으로 줄이는 것이 힘이 들겠지만 전달하려는 내용을 좀더 명확하게 잡았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교원에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비교해서 보시길.




부족한 점이 있었지만, 어렵다고 생각했던 책을 아이들이 접하게 해준 것에 감사한다. 비록 짧은 내용이었지만 재미있었다는 기억이 이후 원본을 혼자 읽으면 감상하는 첫발이 될 것이란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긴 글을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을 위해 보너스~
이 장면을 보면서 다른 분들도 그때의 설레임을 느껴보시길.
내 딸이 지금 그런 설레임을 느끼지는 못하지만 둘이 행복해졌다는 걸 알았으니 나와 함께 공감할 날도 머지않았겠지. 이런 예쁜 사랑을 나눌 그 날을 생각하니 벌써 흐뭇해진다. 이 책이 우리 딸들의 미래에도 가슴 한편의 설레이는 기억으로 남아주길 바래본다.


첫댓글
성비앤씨는 나랏말싸미가 유명한 책이지요..나중에 기회되시면 보여주세요..전통문화에 대한 책입니다..마지막 책사진에 살짝 맘이 흔들렸습니다

잘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