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하지만 몸은 뒤로 한 발 물러선다.
늘 오기만 하면 엄마를 괴롭히는 할아버지라는 것을 알고 있다.
“할아버지와 함께 가자.”
“왜요?
왜 제가 할아버지하고 함께 가야 해요?”
“오늘 네 선생님이 오지 못하신다고 엄마가 할아버지한테 전화를 하셨다.
너를 데리고 와 달라고 했어!”
“아니에요!
그리고 선생님은 오실 거에요.”
서진이는 뒤로 물러서며 한기수의 손을 뿌리친다.
“글쎄 이 할아버지의 말을 들어!
할아버지가 어떻게 알고 네 학교엘 오겠니?
네 엄마가 전화를 했으니 왔을 것이 아니냐?”
그때 서진이의 휴대폰이 울린다.
서진이가 휴대폰을 열고 받으려 하자 한기수는 재빨리 서진이의 휴대폰을 빼앗아 버린다.
“전화는 나중에 받아도 된다.
어서 할아버지하고 함께 가야 하는 거야!”
“전화 이리 줘요!”
그러나 더 이상 꾸물거릴 시간이 없는 한기수였다.
한기수는 서진이의 손을 잡고 강제로 끌고 가다시피 자신의 승용차로 간다.
“놓으세요.
제가 왜 할아버지 차를 타요?
놓으란 말이에요.”
그러나 아직 초등학생인 서진이는 한기수의 힘을 당해 낼 수가 없다.
“네 엄마를 닮아서 보통이 아니구나!
얌전하게 있어야 다치지 않는다.”
한기수는 차의 문을 열고 서진이를 강제로 태우고 나서 문을 닫고 돌아서려는 순간 목덜미를 누구에게 잡힌다.
“뭐야?”
그러나 한기수는 마음대로 목을 돌릴 수 없는 완강한 힘에 눌려 뒤쪽으로 끌려가 자신의 승용차에 태워진다.
승용차에 태워진 한기수는 정신을 수습할 사이도 없이 뒤따라 타는 남자에 의해
꼼짝 하지 못하고 수면제를 바른 거즈로 코가 틀어 막힌 다음 정신을 잃는다.
서진이는 잠깐 동안의 일이지만 놀라면서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멍한 상태로 그 모든 것을
주시한다.
“이서진!
놀랄 것 없다.
잠시 기다리면 선생님이 있는 곳으로 데려다 줄게!”
운전대를 잡은 옆 좌석의 남자는 서진이를 안심시키고 나서 차를 출발시킨다.
서진이는 그저 멍한 상태가 되어 진다.
지금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인지도 생각을 할 수가 없다.
그 시각 유경미는 속이 새카맣게 타 들어가고 있다.
기사는 좀처럼 차를 빼주지도 않고 서진이의 전화는 통화가 되지를 않고 있다.
“아저씨!
제발, 아무것도 다 필요 없으니 길을 비켜주세요.”
“그래도 사람이 그러면 되겠습니까?
내 잘못에 대한 책임은 져야 하는 것이 기본적인 도리죠.”
“안 그래도 된다니까요.
대체 무슨 목적으로 남의 가는 길을 방해하시는 것입니까?
차라리 경찰에 신고를 하겠습니다.
사고가 났으면 응당 경찰에 신고를 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겠지요?”
“이런 경미한 접촉사고도 경찰에 신고를 합니까?”
“지금 접촉사고가 문제가 아니지요.
바쁜 사람을 잡고 있는 기사님이 의심스럽습니다.”
유경미는 음성을 높여 화를 낸다.
그때 유경미를 부르는 음성이 들린다.
“유경미 선생님!
서진이를 데리고 가십시오.”
승용차에서 서진이가 내리는 것을 보고 유경미는 뛰어간다.
“서진아!”
“선생님!”
서진이는 유경미를 보자 그대로 품 안으로 안겨 든다.
“서진아, 왜 그래?”
그때 유경미의 휴대폰이 울린다.
영인의 전화였다.
“여사님!”
“유선생!
우리 서진이 어때요?”
“네?
여사님께서 어떻게?”
“학원에 가지 말고 바로 집으로 오세요.
우리 서진이가 많이 놀랬을 것입니다.
자세한 것은 집에 와서 얘기 하기로 하고 어서 집으로 바로 오세요.”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유경미는 서진이를 안다시피 해서 승용차에 태운다.
그러고 보니 언제 갔는지 택시도 보이지 않고 있다.
“어?
이 아저씨가 언제 간 거지?”
유경미는 더 이상 신경을 쓰지 않고 차를 출발시킨다.
서진이가 많이 놀란 듯 얼굴이 질려있는 것이다.
유경미는 운전을 하면서도 서진이를 살핀다.
아직도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얼이 빠져 있는 표정이다.
집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학교다.
집 앞에 도착을 하기 전에 한영인이 대문밖에 서 있는 것이 보인다.
한영인은 유경미의 차를 보자 차가 멈추어 서기를 기다려 서진이가 있는 차 문을 열고 서진이를 살펴본다.
“우리 애기, 얼마나 놀랬니?”
서진이의 얼굴을 본 영인은 더욱 기겁을 한다.
서진이의 안색은 창백해 있었다.
“박기사!
어서 우리 서진이를 업고 안으로 들어가!”
“네!”
박기사는 서진이를 업고 급한 발걸음으로 안으로 향한다.
한영인은 놀랜 가슴을 안고 함께 급하게 들어간다.
“우리 서진이 어서 이리로 데리고 와!”
안방 자신의 침대에 서진이를 눕힌다.
“서진아!
우리 아가, 엄마가 있으니 이제는 안심해라!”
“엄마!
무서워!”
“그래, 우리 아기 많이 놀랬지?
그러나 이젠 엄마가 곁에 있으니 안심해!”
그리고 영인은 곁에서 지켜보고 있는 유경미에게 주방에 준비해 놓으라는 차를 가지고 오라고 이른다.
“아가!
어서 이것을 마시거라!
마시고 나면 마음이 진정이 되고 편안해질 것이다.”
서진이는 엄마가 주는 차를 조금씩 마신다.
영인은 정성을 다해서 서진이의 입에 차를 떠 넣어준다.
서진이는 조금씩 안정이 되어간다.
“엄마, 그 할아버지 이젠 안 올 거지?”
“그럼, 다시는 우리 집에 오지 않으실 것이다.
그러니 안심하고 한숨 푹 자거라!”
서진이는 엄마의 말에 안심을 했는지 눈을 감는다.
“우리 서진이를 아무도 해칠 수 없다.
엄마는 목숨을 걸고서라도 우리 아들을 지켜 낼 것이다.
세상에 가장 고귀하고 무엇하고도 바꿀 수 없는 내 아들을 누가 털끝 하나라도 건드리지 못하게 엄마가 지켜 줄 것이다.”
영인은 서진이의 손을 꼭 잡아준다.
“우리 서진이 엄마가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 알지?”
서진이는 눈을 감은 채로 고개를 끄덕인다.
“엄마 목숨보다도 더 소중한 서진이라는 것도 알지?”
또 다시 고개를 끄덕인다.
“이제 엄마를 믿고 한숨 푹 잘 수 있지?”
“엄마, 서진이도 엄마를 사랑해요.
엄마 침대에 누우니까 편안해서 자고 싶어.”
“그래, 한숨 푹 자고 나면 한결 편안해 질 거다.
엄마는 선생님하고 거실에 있을 테니까 안심하고 자라!”
또 다시 서진이는 고개를 끄덕인다.
영인은 다시 서진이에게 이불을 다독여주고 조용하게 방을 나온다.
유경미는 아직도 진정이 되지 않는 마음으로 영인이 나오기를 기다리며 방 문 밖에서 서 있었다.
“유선생!
많이 놀랬지?”
영인은 유경미의 이마에서 아직도 흘러내리고 있는 땀을 본다.
“이런?
아직도 진정이 되지 않았구나?
어서 저쪽으로 가 앉읍시다.”
영인은 복순이를 불러 차를 내 오게 한다.
따뜻한 차가 유경미 앞으로 놓여진다.
“어서 마셔요.
마시고 나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안정이 될 거야!”
“여사님!
서진이를 지키지 못해서 죄송스럽습니다.”
유경미는 자신이 놀란 것보다는 서진이가 충격을 받은 것에 대한 죄스러움으로 더욱 한영인을 마주 대할 수가 없었다.
“유선생 잘못이 아닙니다.
이 모든 것을 난 이미 예측을 하고 있었지요.”
“네?”
“우선 어서 그 차를 마셔요.
유선생 또한 내게는 없어서는 안 되는 사람입니다.
두 사람 모두 무사히 내 앞에 있는 것이 다행스러운 일이지요.”
한영인은 경미에게 차를 마시게 권하고 있다.
유경미는 찻잔을 두 손으로 바쳐 차를 마신다.
향이 진하고 깊은 맛이 우러나는 차 맛이다.
“이런 일들이 반드시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을 하고 미리 손을 써 두었던 거지요.
그대로 물러설 인간이 아니거든!”
한영인은 한기수의 사람됨을 간파하고 있었다.
누구보다 탐욕스럽고 잔인한 성품을 가지고 있는 한기수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던 한영인으로서는 그대로 물러설 한기수가 아님을 알고 있다.
한 동안 깊은 고심에 빠져 있던 한영인은 한기수가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을 미끼로 거액을 요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다가 문득 아들인 서진이를 생각해 낸 것이다.
분명히 서진이를 상대로 거액을 요구할 것이라는 생각을 한 영인은 사람을 물색 한 다음에야 편안한 마음이 된다.
한기수의 모든 행동을 주시하고 늘 서진이의 그림자가 되어 보호하라는 엄명을 내리고 나서야 일본여행을 다녀 온 것이다.
일본여행 에서도 수시로 한기수의 모든 동태를 보고 받은 영인이다.
역시 한기수는 서진이를 주시하고 있다는 것이 확인이 된다.
늘 유경미의 모든 시간들을 체크해 나가는 모습이 확인이 된 것이다.
또한 자신의 집 주변을 떠나지 않고 모든 것을 주시하고 있는 한기수의 동태를 보고 받으면서 영인은 또 다른 계획을 한다.
서진이의 납치범으로 경찰에 신고를 해 보았자 납치 미수다.
그러니 얼마를 살고 나올 것인가?
언제까지 한기수라는 인간에 의해서 신경을 쓰며 불안해 하고 살 수는 없다.
영인은 한기수를 납치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그리고 한기수를 아주 멀리 섬 같은 곳으로 보내어 평생을 그곳에서 고생을 하며 일을 하면서 살아 갈 수 있는 곳으로 보내라는 지시를 내린다.
돈이면 못할 것이 없는 세상이다.
돈이면 안 될 것도 없는 세상인 것이다.
자신에게는 아무리 퍼 써도 줄어 들지 않는 돈이 있다.
영인은 그런 방면으로 유능한 젊은 남자 둘을 고용한 것이다.
그들은 늘 서진이를 보호하면서 한기수의 일거수일투족을 세밀하게 관찰을 하며 보고를 한다.
그들의 보고는 한치의 오차도 없다.
한기수가 고용했다는 택시 기사 역시 그들이 심어 놓은 사람이다.
그래서 정확하게 실행하는 날을 알 수 있었고 여유롭게 한기수를 납치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다만, 한기수에 의해 끌려 차에 태워졌던 아들이 생각보다 심한 충격을 받았고 아무것도 모르는 유경미 역시 심한 충격과 죄스러움이 가득한 것이다.
“유선생!
내가 내 아들이 납치 될 것이라는 것을 모르고 살고 있겠소?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고 무슨 행동을 하리라는 것을 간파한 이상 두 손을 놓고 당하지는 않겠지?”
“여사님!
저는 아직도 무서움이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이젠 아무런 걱정도 하지 마시오.
미리 유선생에게 말을 하지 않은 것도 유선생의 마음에 불안감을 주지 않으려 했던 것이오.
이젠 모든 것이 해결 되었으니 안심하고 가서 한숨 푹 자요.”
영인은 유경미를 다독여준다.
글: 일향 이봉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