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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반반창회-2월모임
일시—
장소—KBS홀 열린음악회
참석—
특기사항—
1. 지난해에는 열린음악회가 지방으로 순회하는 바람에 가요무대로 바꾸어 방청하였으나 모두 무언가 아쉬움이 남아
오늘 출연진은
초반부에 나온 진주는 생소한 가수이지만 작고 가냘픈 듯한 몸에서 어쩌면 그렇게 넓은 공연장을 그녀의 소리로 꽉 채울 수 있는가 싶을 만큼 시원하게 노래했다. 이태원은 명성황후 역을 맡았던 뮤지컬배우이고
오늘 출연진은 누구 할 것 없이 모두 다 대단히 폭발적인 가창력을 자랑하는 가수들이니 만큼 관람 내내 흥에 겨워 손뼉을 치면서 어깨와 엉덩이를 들썩거리다 보니 절로 신바람이 났다.
젊은 아이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감정이 고조(高調)되니 이런 자리에서는 공연히 근엄(謹嚴)하게 있으면 꾸어다 놓은 보릿자루 같을 뿐이라 이렇게 함께 분위기에 휩쓸리는 것이 정신건강에도 좋다.
MC
즐거운 시간은 여름밤보다도 짧기만 하구나.
2.
3.
4. 6반의 김경흠과
손창인,김형일,이태윤,전영철
윤양식,전영철,김경흠,임종국,조성춘
이태윤,김경흠
전영철,김정국,임종국,문상두
가운데부터 권순복,이태윤,김경흠
陽川閑談
당신의 몸짓을 난 알아
추운 날씨에도 KBS본관 시계탑광장에는 비닐천막 속에서 어떤 프로그램 녹화인지는 모르지만 많은 사람들이 입장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방송국의 쑈를 관람하는 것은 볼만하지만 방청권을 구해야 하므로 쉽게 가기엔 꽤 어려운 문화행사 중의 하나다. 그럼에도 KBS에 근무하는
그런데 작년에 가요무대를 보고 나서는 모두가 열린음악회를 보지 못해서 매우 아쉬워하는 것이 역력했다. 왜 그럴까?
물론 두 프로그램은 질과 양에 있어 차이가 조금 있기는 하다. 악단의 구성이나 출연진 등이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왠지 열린음악회 쪽이 좀더 크고 화려한 듯한 느낌이 든다. 그것은 선곡(選曲)의 방향도 가요무대는 주로 트롯트가 중심이 되고 열린음악회는 클라식한 음악도 포함되니까 시청자나 관람객의 층이 열린음악회 쪽이 좀더 다양하고 젊다고 볼 수 있으나 따지고 보면 선호하는 음악의 차이일 뿐인데 느낌은 사뭇 다르다.
그런 정도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마음으로 느끼는 정도에 상당한 괴리(乖離)가 있는 것은 타이틀에 배어있는 느낌 때문에 더욱 그러한 것이 아닐까 싶다. 가요무대의 “가요”와 열린음악회의 “음악”에서 상징되는 것이 다르기 때문일까 싶다. 어쩐지 “가요”보다는 “음악회”가 등급이 높은 듯 하지 않은가? 아마 가요무대가 아니고 “트롯버라이어티”처럼 타이틀이 붙여졌다면 혹 느낌이 많이 달라질지도 모른다.
이렇게 타이틀에서 어떤 상징이나 느낌을 받는 것처럼 어떤 상징물로서 의미와 생각을 전하는 것은 기호학(記號學, semiology)의 분야에 속한다. 이 분야에 대해서는 매우 생소하여 겨우 “장미의 이름”이라는 소설을 통해서 저자인 움베르토 에코(Umberto Eco, 1932~)가 기호학자로서도 유명하다는 것뿐 이고 사실 그 “장미의 이름”도 다 읽어보지 못했으니 그런 분야도 있구나 하는 정도로 개략적으로 대충 아는 것 뿐이지만 실상 대단히 흥미로운 학문이다.
상징(象徵, symbol)과 기호(記號, sign)를 달리 보는 사람도 있다. 즉 상징은 나타내고자 하는 대상이 모호(模糊)한 경우로써 고대에 주술사(呪術師)와 같은 사람이 강력한 힘을 가진 미지의 그 무엇에 대하여 경외(敬畏)를 나타낼 때의 그것과 같고 기호는 보다 구체적인 사물이나 개념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하지만 실상 그러한 구분은 무의미한 것일지도 모른다.
단순하게 생각하기로 기호는 일종의 통신수단으로 메시지(message)다. 학문적으로는 여러가지 분류법과 정의가 있겠지만 적어도 무언가를 공개적으로 또는 은밀하게 알리려는 속성(屬性)은 반드시 가지고 있다. 그것이 없으면 기호로서의 의미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
예컨데 기호나 상징은 가지고 있으나 전달하려는 의도가 없거나 불확실할 때는 심리학의 분야가 되고 자기 자신이나 사물에 대하여 내면적으로 사유(思惟)하는 것은 철학의 분야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보내는 기호나 상징에 포함된 의미를 상대방이 정확하게 안다면 그것은 서로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 그것은 구호(口號)나 표어(標語)로서 이론의 여지가 없이 서로의 뜻을 완전히 이해하는 것으로 이제 기호라고는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이미 하나의 약속에 의해서 정확하게 의미가 전달되고 있기 때문이다. 각종 스포츠를 상징하는 심볼이나 일상적으로 흔히 쓰이는 약물(約物)들이 바로 그것들이다. 이것이 대량으로 전달될 때는 당연히 매스커뮤니케이션이 될 것이다.
그런데 외형적으로는 의미가 전달된다고 보아도 실상 그 내용의 의미는 서로 아 다르고 어 다르게 해석되는 경우가 훨씬 많다. 대체로 기호는 외부에 나타나는 표징(表徵)인 기표(記表)와 내부에 함축(含蓄)되어 있는 기의(記意)의 합(合)이다.
기호를 만드는 사람은 그 기호의 의미를 될 수 있으면 적극적으로 많은 사람에게 전달하려 하지만 때로는 특정한 사람이나 집단에게만 전달하려고 한다. 따라서 받는 사람이 그 의미를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커뮤니케이션(의사소통)이 달라진다.
어느 날 연인에게 예쁘게 보이려고 예쁜 스카프를 두르고 나타났는데 “색갈도 곱고 잘 어울려서 참 예쁘네요.”하고 감탄사를 연발하면 스카프라는 상징물을 통해서 의미가 잘 전달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목석같이 둔한 사람이거나 딴사람에게 맘이 떠나있거나 해서 한껏 치장한 여자의 마음을 알아주지 못하고 눈만 껌벅이고 있다면 의사소통에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
특정한 사람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기호의 종류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스포츠 경기에서의 각종 싸인이나 각종 집단훈련 때의 구령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의 각종 패스워드 또한 그러한 예가 될 것이다.
보낸 측의 의도와는 다르게 상대방이 해석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고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이 새롭게 해석하는 경우도 있다.
아내하고 탁구를 치는데 때로 그녀는 “당신이 어떻게 치는지 나는 다 알아.”하고 말한다. 그것은 나의 스윙 폼이 기호가 되어 그녀에게 내가 어떻게 공을 칠지 그 의미를 나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전달하고 그녀는 그것을 인식한 것이다.
5공 때 금지곡(禁止曲)이라는 것이 있어 그들이 보기에 체제 비판적인 노래는 방송을 금지하였는데 그 금지곡 중에는 별별 황당한 것도 많았다고 한다. 그 중에는 체제비판을 의식적으로 나타낸 저항곡(抵抗曲)도 있었겠지만 그저 세태(世態)의 반영(反映)에 불과한 가벼운 것임에도 불구하고 작사자의 의도와 달리 검열자의 생각에 따라 부정적 의미가 부여되어 금지되는 경우도 있다.
미술과 음악은 이미지(image)가 중심이므로 의미의 전달이 대단히 상징적일 수 밖에 없어 작자의 의도를 정확히 알기 어렵지만 글자로 씌어졌다 해도 의미를 알기가 쉽지 않다. 물론 글자 자체로서는 직접적인 의미전달이 가능한 것처럼 보이지만 글자 밑에 내포된 의미를 따지려고 하면 이것도 어떤 면에서는 모호한 것이다.
기호는 코드(code)이고 의미의 전달은 텍스트(text)라고도 볼 수 있다. “나는 너를 사랑해, 결혼해줘.”하고 속과 겉이 똑 같은 메시지를 보내도 받아들이는 쪽이 “아니야, 나는 너를 친구로만 사귀고 싶어.”라고 할 수도 있다.
이렇게 직접적으로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확실하게 문자로 써서 말해도 받아들이는 상대방의 해석은 달라질 수 있는데 더구나 이쪽에서 “너를 만나면 행복해, 항상 같이 있고 싶어.”라고 결혼하고 싶다는 의도를 은밀하게 표현하였을 때 과연 상대방이 그 속뜻을 과연 잘 알까? 또는 알았더라도 어떤 답이 올지 모를 것이다.
한 술 더 떠서 속으로 그녀에게 결혼해달라는 뜻을 담고 “이것 받아.”하면서 얼굴이 빨개지며 슬그머니 장미꽃 한 다발을 건네주었는데 그녀가 과연 “이 사람이 나를 사랑하고 있구나. 혹시 결혼하자는 것일까?”라고 까지 해석을 해줄까?
이세상 모든 것이 몽땅 기호라고 보는 것이 기호학의 입장이다. 사실 기호학을 영어로는 semiology라고 하는데 semiology를 의학용어로는 증후학(症候學)이라 한다. 갖가지 징후(徵候)로서 미루어보아 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것이다. 이는 환자의 표현과 몸 상태를 기호라고 본다면 그 기호의 의미를 잘 가려내면 명의(名醫)가 되겠지? Semi는 절반 정도를 의미하는 것이니 반쯤 드러난 기표와 반쯤 드러나지 않은 기의의 두 가지를 표현하고 있다고 본다면 semiology가 기호학을 뜻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상대방이 보여주는 기호, 상징, 표징을 어떻게 잘 받아들이느냐는 것은 곧 우리의 삶을 보다 행복하게 해줄 열쇠가 될 것이다.
“난 널 사랑해, 너의 모든 몸짓이 큰 의미인 걸
난 널 사랑해, 내 마음 깊은 곳에 영원히”
(양천서창에서
첫댓글 참 고상한 반창회 였네. 부럽군
양천서창 방장님 수고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