찔레꽃
밭둑마다 찔레꽃이 하얕에 피었다.
티밥을 뿌려 놓은듯하다.
순결한 처녀 같기도하고
신부의 드레스 같기도하다.
찔레순을 꺽어 먹던 기억
머리에 찔레꽃 꽂은 동네 미친 여자아이가 생각 난다
동막골에 나오는 " 마이 아파"하는 처녀 처럼 말이다.
왜 그랬던지 그때는 머리가 아픈? 사람도 참 많았다.
가난은 배만 아픈게 아니라
머리도 가슴도 아프게 했나보다
찔레는 그렇게
말만 들어도 가슴이 찔리는 그런,
우리에게 찔레꽃은 아픔의 꽃이다.
송구
송화 가루 날리는 5월이 지나고
솔순이 피어 나고 소나무 가지에 물오르는
이마 이때 쯤이면 딱 보리고개다.
먹을 것도 간식 거리도 없던 시절이다.
물 잘 오른 소나무 가지 낫으로 싹뚝 잘라서
껍질 대충 벗겨 내고 나면 하얀 속살이 나오고
입으로 쭉쭉 훌듯이, 핥듯이 빨아 재키면
시원한 물맛이 일품이다.
일명 송구껍질 벗겨 먹던 시절이다.
송구껍질 먹던 날은 똥누기가 변비처럼 힘든다.
아마 섬유질 탓이가 보다
그래서 똥구멍이 찢어지게 가난하다고 그랬던가....
이렇게 송구도 우리에겐 아픈 추억을 주었다.
보리밥
어무이가 밥을 할때 보리밥은 한 80% 정도 하고
이밥(쌀밥)은 20%정도로 살짝만 솥에 앉힌다.
그리고 밥을 뜰때 아부지 밥그릇에만 이밥이 올라간다.
보리밥은 입안에서 따로 돌아 다닌다.
미끄덕 거리다가 그냥 넘어 가기도 한다.
밥맛으로 먹는 밥은 도저히 아니다
그래서 보리밥은 물말아 먹을때가 많다.
풋고추 따서 고추장에 찍어 한입 베물면 그게 반찬 전부다.
"언제 이밥 한번 실컷 먹어 보나."
보리밥은 죽어도 먹기 싫다던 그 시절 이었건만
싫다 싫다 하면서 중독이 된 것인지
지금은 오지 외딴 산속에 보리밥집 식당 열어 놓아도
어떻게들 알고 기어이 끼집어 들어 간다
그 심성은 무엇인가?
다소의 보상심리인가?
위안인가?
6월은 이렇게
찔레순과 송구와 보리밥과 함께 했던
초근목피의 시절이었다.
아프고 힘들었던
전설 같은 우리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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찔레꽃앞에 빈벌통집을 갖다 놓았다.
벌은 안오지만 그림이 주는 평화스러움이 더 아름답다.
찔레순이다.
솔순효소 담글려고 새순으로 꺽어 왔다
산딸기는 두가지 종류가 있다
지금 막 덩굴딸기가 익기 시작했다 정말 새콤하니 맛있다
이게 끝날때 쯤이면 나무 딸기가 난다.
그리고 이어서 복분자가 나고.....
"산딸기 알몸으로 익었다" 영화가 생각나네
마눌이 딸애 먹인다고 한움큼 따왔다.
내가 딴 한움큼은 내 입으로 한입 들어 갔다. 그게 여자와 남자의 차이 같다
뱀딸기다. 뱀딸기 나오는 곳에는 뱀이 많다. 그럴까?
오늘 아침에 오디를 털었다
하도 많아서 따는게 아니라 터는거다.
바로 집 앞에 고사리 밭이 있어 아침 마다 따러 간다.
국산 고사리가 귀한 탓인지 멀리 도시 사람들이
날마다 동트기도 전에 모여 든다.
고사리는 먹는 맛보다 꺽는 맛이 더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