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베이트와 상업주의, 민주시민교육
어제 협회 유담 회장님께서 제가 운영자로 있는 카페(다음카페:흥사단디베이트연구회)에 쓴 제글을 보고 쓴 논평에 대한 의견을
답글 형태로 적기도 했지만 지금 부터는 본격적인 토론을 해보고자 합니다.
제 글은 단순히 유담회장님의 견해에 대한 비판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통용되는 다양한 디베이트에 대한 시각과 교육에 대한 저의 생각을 표현하게 될 것이므로 견해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문제라면 얼마든지 비판을 받을 각오가 되어 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아울러 제 글은 시간이 허락되는 대로 3~4차례 올릴 것이므로 전체적인 내용에 대해 비판해 주셔도 좋습니다.
우선 제 소개를 해야 겠습니다.
저는 현재 대학로 혜화역 근처에 있는 흥사단에서 사무총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올 3월 부터 임기를 시작했고 저는 광주흥사단에서 실무자로 오랫동안 일한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제가 디베이트에 대해 관심을 가진 것은 2011년 연초에 한겨레 신문에 연재된 케빈리의 글을 읽고 나서 부터였습니다.
그해 9월과 10월에 광주에서 진행된 투게더디베이트클럽 주최의 디베이트 코치양성과정 기초, 심화과정을 수료했습니다.
그 후 토론에 대해 공부하고자 관련 서적을 두루 읽어보기도 했고, 이 카페도 그 즈음에 알게 되었습니다. 참고로 이 카페의 광주지역게시판에 볼런티어라는 별명으로 제가 올린 글이 있는데 당시 디베이트를 공부하면서 제가 느낀 소감들을 적은 글이 있으니 읽어보셔도 좋을 겁니다. 당시는 이 카페가 제가 디베이트에 관한 정보를 얻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도 밝힙니다.
그런 과정에서 유담회장님과 몇 차례 통화도 하고 당시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하기도 했습니다.
2012년 부터는 제가 배우고 학습한 내용을 바탕으로 디베이트 교재를 만들어 광주청소년 문화의집에서 디베이트 코치 양성과정을
진행하였고 현재까지 100여명의 코치를 양성하기도 했습니다.
올해 초 흥사단 실무책임자로 일하게 되면서 우리 학생 아카데미 회원들에게 디베이트 즉 토론과 토의를 중심으로 하는 활동을 해보겠다고 생각하고 지도자 양성, 교재개발, 교육청과의 협력관계 구축을 위한 준비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본격적으로 제가 디베이트를 이해하는 방식에 대해 얘기하겠습니다.
디베이트는 처음에는 영국에서 시작하여 미국에서 꽃을 피웠다고 알고 있습니다.
영미식의 전통적인 엘리트주의 또는 경쟁 교육과 그 발전의 궤를 같이 한다고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중간에 칼포퍼의 디베이트 방식에 새로운 문제제기로 바탕으로 논증을 심화해야 한다는 것이 강조되었으며 대칭형 토론이 정착하게 되었습니다. 이게 바로 칼 포퍼 디베이트입니다.
게다가 테드터너가 방송에서 상대방과 일문일답의 토론을 하면서 대중들을 설득하는 문제가 제기되었고 디베이트에 설득적 요소가 들어간 것이 오늘날의 퍼블릭포럼디베이트입니다. 퍼블릭포럼디베이트는 청중과 심판을 설득하는 과정을 매우 중시합니다. 칼포퍼 토론에서는 논증을, 퍼블릭 포럼 디베이트는 설득을 강조한다는 의미에서 논리학과 수사학을 공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앞 글에서 강조했습니다.
제가 디베이트 포맷 부터 이야기를 시작한 것은 디베이트 포맷의 발전 경로가 오늘날의 디베이트를 규정하고 있다는 것을 알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서 입니다.
제가 이해하는 한 독서 디베이트는 독서지도를 해 왔던 분들이 디베이트 포맷을 익힌 이후부터 독서교육의 한 방법으로 도입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단체가 독서토론협회이며, 부분적으로는 오랫동안 독서교육을 해 왔던 분들이 디베이트를 배워 독서교육에 활용하면서 부터였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독서디베이트는 '독후활동을 돕기 위해 디베이트 포맷을 차용한 독서교육의 한 방법'입니다.
저의 이런 생각 때문에 이 협회에서 독서디베이트가 마치 독창적인 교육방법이며 대단하고 혁명적 발상이라고 강조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을 표현했음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물론 제글에서 저의 소감을 표현했다 하더라도 협회 회원들께서 거부감을 느끼셨다면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회원님들께 사과드립니다.
제가 생각하는 디베이트는 사실, 가치, 정책으로 나누는 논제로 부터 시작합니다.
이를 독서토론에서는 발문으로 표현하죠. 독서디베이트에서 논제는 책 속에서 끌어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책은 리서치의 텍스트 역할을 하는 것이죠.
일반적으로 가치 혹은 정책 디베이트는 리서치 자료가 한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런 점에서 디베이트의 핵심은 독서디베이트가 아니라 가치와 정책을 중심으로 하는 디베이트라고 생각합니다. 디베이트의 본령이라 할 수 있는 정책, 가치 디베이트가 우리나라에서 독서디베이트로 전환되었고, 미국에서는 대학과 고등학교에서 인기를 끄는 디베이트가 우리나라에서는 초등 저학년까지 디베이트를 활용하는 데 가지 왔습니다. 이런 현상에 대해 긍정적으로 해석하면 우리나라의 독특한 교육열기라고 할 수 있지만 부정적으로 얘기하면 또다른 사교육 광풍 또는 상업주의와의 영합으로 볼 수 있습니다.
제 생각에는 독서디베이트가 갖는 긍정적인 요소에도 불구하고 독서디베이트는 디베이트의 본령이라기 보다는 독서교육의 한 측면이라는 것을 부정하긴 어렵다고 봅니다.
다음으로 공교육과 사교육에 대한 제 생각입니다.
제가 인위적으로 공,사교육을 나누려 하는 것이 아니라 공교육 교사, 사교육 선생님을 분류한 것은 회장님입니다.
물론 사교육 교사라는 표현을 하지 않았는데 제가 그 표현을 했다고 글에 쓴 것은 저의 실수입니다.
우리의 논쟁점은 공,사 교육의 문제가 아니라 사교육에서 촉발된 상업주의의 문제라고 봅니다.
교육의 본질적 목적이나 목표는 차치하고 현재 우리 교육이 갖는 모든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다고 보는 사람은 없습니다.
학교 선생님만이 교육자고 지역사회에서 교육활동을 하시는 분들은 모두 사교육 선생님이라고 규정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제 생각에는 오늘날 초등학교 방과후 학교 활동은 이미 상업주의에 물들어 있습니다. 긍정적으로 보면 공교육과 사교육을 가르는
기준이 사라지는 주요한 지점이 되었습니다만 기본적으로는 학교와 학부모, 학생들이 선택의 폭을 넓혀 주었다는 점과 돈을 주고 교육상품을 산다는 의미에서의 시장성이 학교 내에 깊숙이 들어왔다는 걸 의미합니다.
여기에 우리 강사들의 역할과 교육적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자는 것이 유담 회장님의 교육철학과 교육운동론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육시장에서의 교육운동은 질 좋은 상품을 내놓고 학부모나 학생들에게 선택하게 하는 일 이상은 아닙니다.
제가 하고 있는 일도 그 중의 하나입니다. 학부모가 월급을 준다구요? 교육노동에 대한 보상이겠죠? 수강하는 학부모나 수강생들은 수업료를 내고, 초청하는 교육청이나 도서관에서는 강사료를 주죠. 우리가 제공한 교육 상품에 대한 노동의 댓가를 받는 일입니다. 학부모들이나 코치들에게는 자기계발이거나 평생교육이지만 아이들에게는 넓은 의미에서 사교육의 영역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공교육도 마찬가지라구요? 결코 동일한 반열에 놓을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공교육의 선생들이 옳고 사교육의 강사들이 틀리다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같은 수준에 놓고 얘기하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입니다.
저는 교육의 개혁과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우리 교육의 본질에 대해 수많은 규정과 진단 속에 어려움을 느낄 때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최근에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중심으로 하자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토론을 통한 민주시민의 양성입니다.
토론에는 다양한 방법이 있습니다. 학교 교육은 교과서의 지식과 진도를 나가기 위한 학습이 매우 중요한 영역을 차지합니다. 이를 도외시하고 학교 교육을 말하긴 어렵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방과후 학교나 창체시간(자율 또는 동아리 활동)에 학교에 들어가서 토론 수업을 하는 정도와 토론 교육 방법론을 바탕으로 교수 학습 방법론은 개선하면 좋겠다는 제안을 하는 것입니다.
학교 밖에서 토론대회를 조직하거나 교육청에서 초청하여 교사 교육을 하는 일은 교육청으로서는 당연한 교사 재교육의 영역에 해당할 것이고, 우리가 도서관, 청소년 문화의집, 청소년 수련관 백화점 문화센터 등에서 진행하는 교육은 평생교육의 영역입니다.
청소년들의 동아리 활동으로 토론 방법을 도입하여 운영해보자는 것은 학교의 "창의적 체험활동" 의 동아리 활동 시간을 활용하여
흥사단 토론 아카데미 황동 차원의 토론 또는 디베이트를 바탕으로 민주적인 시민교육의 일환으로 진행하는 것이라고 이해합니다.
학부모 또는 지역사회에서 토론 지도사 또는 디베이트 코치가 되고자 하는 분들은 대단한 교육적 열정을 갖고 계신분들도 있겠지만 소박하게 교육을 받아 코치가 되어 우리 아이들의 교육에 도움이 되거나 좀더 발전하면 방과후학교 토론 지도활동 강사로 참여하는 일을 하게 될 것이니다.
제가 이런 일련의 활동을 폄하하거나 비판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습니다. 저 자신도 이런 과정에 있으니까요. 그러나 이를 어떻게 포장하는 문제로 가면 사정은 달라집니다. 교육철학, 교육혁명을 이야기 한다고 해서 본질이 달라질까요?
교수-학습 방법론의 개선(좀더 발전하여 개혁이라고 해두죠)을 위해 교사들도 다양한 방법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장님께 교육을 받는 교사들도 많다는 건 이를 대변하고 있죠. 그럴 때 우리는 어떤 입장을 갖고 교사들을 대하고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토론을 통한 교수-학습 방법의 개선과 독서토론의 새로운 방법 또는 독서지도를 위한 새로운 접근법을 교육혁명으로 포장하는 것이 지나치다는 것을 표현했다는 걸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우리가 지역사회에서 하는 교육활동이 공사교육의 문제로 치환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지역사회 교육은 분명히 존재하니까요.
그 목표가 전인교육이니 홍익인간이니 거창할 필요도 없습니다. 다만 어떤 영역에서 보편적 가치를 획득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는 중요하다고 봅니다. 코치를 하시겠다는 분들에게 30시간 내외의 교육으로 방과후 학교 강사가 될 수 있다고 자신감을 심어주는 일과 실제로 가능한 문제인가는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직능원 민간자격증을 수십만원을 받고 공인자격증인양 홍보하여 사람을 모아 가르치는 일이 비일비재한 현실에서 우리는 어떤 가치를 갖고 아이를 가르치는 일이 중요한가를 한시도 놓쳐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늘 그렇게 생각하시는 회장님이시라면 제 글에 대해 논란의 여지는 없으리라 확신합니다.
제가 하는 일은 우리 학교 교육에서나 지역사회의 다양한 교육기관에서 보다 많은 교사(강사)나 학생들이 민주시민으로서의 소양을 갖추는데 토론 방법이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 지에 대한 고민을 통해 더 나은 방법들을 개발하고 이런 방법들이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도록 돕는 일이라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