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훈이란 가수가 있습니다. 때론 빨강 머리에 노랑 재킷을 때론 노랑머리에 빨강 재킷을 입고 허스키한 목소리를 뿜어내는 가수입니다. 소설가 이외수 아들 결혼식에 축가를 부르기로 해 놓고서, 신랑의 아버지인 이외수와 밤새 술잔을 기울이다 목소리가 쉬어 성스러운 축가를 망친(?) ‘가수 김장훈’입니다.
그는 어린 시절을 빨간딱지와 함께 보냈습니다. 아무 것도 모르던 시절이었기에 집안 곳곳에 붙어있던 그 딱지들을 마치 훈장인양 자랑스럽게 생각했다고 합니다. 청소년기가 돼서 그는 빨간딱지가 그의 삶과 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됐습니다. 이후 그는 가출도 하고 심지어 자살까지 생각할 정도로 어려운 삶을 살았습니다. 그의 유일한 버팀목은 노래였습니다.
그랬던 그가 ‘2008년 대한민국 부자’의 아이콘으로 떠올랐습니다. 한 언론사가 ‘존경할만한 부자’를 묻는 질문에서 이병철 전 삼성그룹 회장을 제치고 당당히 4위에 랭크됐습니다. 정주영(전 현대그룹 회장), 이건희(전 삼성그룹 회장), 유일한(전 유한양행 회장)씨 다음으로 존경할 만한 부자가 된 것입니다. 이명박 대통령도, 정몽준 의원도, 안철수 의장도 그가 제쳤습니다.
국민들은 그를 왜 ‘부자의 아이콘’으로 생각했을까요.
그는 보증금 5000만원짜리 전셋집에 살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지난 9년 동안 30억원 이상을 사회에 환원했습니다. 그는 “내게 소유욕이 있다면 나눠 쓰기 위한 것”이라며 굶는 아이들과 가출 청소년들을 위해 지속적으로 기부를 하고 있습니다. “인기도 한 순간인데 노후 준비는 언제 하냐”고 물으면“촛불 켜 놓고 노래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그게 바로 행복한 노후가 아니겠냐”며 미소로 반문합니다. 최근에는 개런티를 받지 않는 조건으로 ‘서해안 살리기 페스티벌’을 펼쳤습니다.
한 주간지가 김장훈을 커버스토리로 다루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그 주간지는 본인에게도 매니저에게도 수 차례 부탁을 했지만 뜻을 이룰 수 없었습니다. 선행도 너무 자주 알리면 그 뜻이 훼손될 수 있다는 게 거절의 변(辯)이었다고 합니다.
세상 돌아가는 게 너무 짜증스럽다 보니 정화작용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것이겠지요.
서울대학교에 120억원을 기부한 정석규(80) 신양문화재단 이사장도 있습니다.
그는 “사회에서 얻는 재물은 주위 사람들의 도움으로 얻은 것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위하여 사회에 환원하는 건 당연하다”고 말합니다.
그는 또한 “기부는 돈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가치 있는 투자”라고 강조했습니다.
장남이 소뇌위축증이란 불치병을 앓고 있는 1급 장애인입니다. 그는 장남에게 거액을 상속하는 대신 난치병 환자들을 치료하는 게 더 의미 있다고 생각했고 합니다. 그래서 서울대학교 병원에 엄청난 금액을 기부했습니다.
워런버핏과 함께 하는 점심 경매가 중국 투자자에게 22억원에 팔렸다고 하는데, 그건 그의 인생이 모범적이기 때문입니다. 단지 투자 노하우를 듣기 위한 점심이라면 그렇게 비싼 가격에 팔리지 않았을 것입니다.
인생을 의미 있게 사는 건 생각보다 쉬울지도 모릅니다. 특히 상대적으로 많이 가진 자들은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수단도 더 많이 가진 것입니다. 인생 선배님들은 한결같이 ‘화살처럼 빨리 가는 게 인생’이라고 회상합니다. 천상병 시인이 귀천에서 노래했듯이 짧은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해야하지 않겠습니까.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천상병 -歸天-
<<권대우 님의 글 인용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