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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30대 캔디들의 속사정 03] |
달달한 로맨스 ‘콩닥콩닥’ 발라드 선율엔 ‘멜랑콜리’ |
대박 보장 3S 코드 따라잡기 … 10대 때 순정만화 감성 키우고 가꾸고 |
평소 사내아이처럼 괄괄한 스턴트우먼 길라임(하지원 분). 하지만 8년간 쫓아다닌 한류스타 오스카(윤상현 분) 오빠 앞에만 서면 ‘수줍어요 포즈’가 나온다. 몸을 배배 꼬며 한쪽 발끝을 콩콩 내리찧는 일명 ‘발 콩콩’. 키스하는 순간 배경이 꽃밭으로 변하거나 몸이 공중으로 붕 뜨는 순정만화가 떠오른다. 요즘 대세인 SBS 드라마 ‘시크릿 가든’을 보다 보면 왕왕 이러한 기시감에 사로잡힌다. 길라임이 캔디처럼 남자 주인공 모두의 구애를 받거나 ‘까도남(까칠한 도시 남자)’ 김주원(현빈 분)이 평범녀인 길라임에게 “너는 신데렐라가 아니라 거품처럼 사라져줘야 하는 인어공주”라고 쏘아붙이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순정만화의 세례를 받은 작품은 ‘시크릿 가든’만이 아니다. 2005년 언니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은 ‘내 이름은 김삼순’으로 시작해 ‘풀하우스’ ‘발리에서 생긴 일’ ‘연애시대’ ‘궁’ ‘꽃보다 남자’ ‘성균관 스캔들’ 등 모두가 알콩달콩 로맨스를 다룬 대박 드라마. 순정만화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와 영화도 꾸준히 등장했다. 이와 더불어 꽃미남과 1990년대 가요도 또 다른 트렌드인데, 전문가들은 이를 3S(1970년대에 태어나 혼삿길이 막힌 싱글 여성)들의 기호와 연관 지어 설명한다.
“3S들이 청소년기를 보낸 1980년대 중후반~90년대 후반은 대중문화 황금기다. 본격적으로 순정만화 시대가 열렸고, ‘서태지와 아이들’이 등장하는 등 의미 있는 사건도 많았다. 경제호황으로 정치적 무의식 없이 문화를 즐기는 감성도 싹텄다. 주 문화소비 세대로 성장한 3S들의 파워가 지금 가시화되고 있다.”(문화평론가 이문원)
유년기에 겪은 문화적 감수성은 평생 간다. 말랑말랑한 머리와 가슴으로 받아들인 캔디, 왕조현, 서태웅을 지금 떠올려도 설레는 이유다. 이 때문에 3S들이 로맨스, 꽃미남, 루시드 폴 감성의 멜랑콜리 음악에 환호하는 배경을 살피려면 그들의 소녀시절을 들여다봐야 한다. 타임머신을 타고 잠시 시계를 돌려보자.
#part1. 1993년, 소녀들이 까무러친 3가지
7080세대는 대학생을 중심으로 한 청년문화가 주류였다. 청바지, 통기타, 생맥주가 차츰 모습을 감춘 자리에는 우후죽순 청소년 중심 대중문화가 비집고 들어왔다. 1980년대 말~90년대 말 10대들은 만화방, 비디오방, 노래방에서 바깥세상을 간접 경험했다. 1990년대 경제호황과 맞물려 청년문화에 깃든 저항정신은 거의 자취를 감췄다.
당시 대중문화와 스타에 열광하는 10대는 ‘X세대’ ‘빠순이’ 등으로 불렸다. 이들은 풍족하게 자라 소비 잠재력이 컸고, 입시 위주 교육에 대한 해방구를 대중문화에서 찾으려 했다. 특히 교복 자율화 세대는 의복이 주는 자유로움이 더해져 해방감을 만끽했다. 소녀시절 3S들은 무엇에 까무러쳤을까.
1. 유리 같은 순정만화
“1980년대 중후반부터 국내 순정만화가 쏟아졌고, 1990년대 들어 소녀지가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90년대 후반부터는 일본 순정만화를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됐다. 그래서 당시 세대를 ‘만화 세대’로 보는 시각도 있다. 드라마 작가 ‘홍자매’는 작품을 위해 만화를 주로 본다고 알려져 있다.”(문화평론가 김헌식)
1980년대 소녀들은 안소니, 테리우스, 알버트 파로 패가 갈렸다. 일본 만화 ‘캔디캔디’ 광풍 탓이었다. 그들은 사랑을 독차지하는 캔디를 시기하는 동시에 흠모했고, 이라이저를 얄미워하면서도 한 번쯤 꽈배기 헤어스타일을 시도했다. 캔디에 빙의된 소녀들은 캔디를 통해 세상을 보고, 사랑을 간접 경험하고, 좌절을 배웠다.
1990년대 들어서는 선택지가 더욱 다채로워졌다. 1988년 창간된 소녀지 ‘르네상스’를 시작으로 ‘윙크’ ‘나나’ ‘화이트’ 등이 잇따라 창간됐다. 감질나는 마무리로 속 태우는 작가들을 원망하는 재미, 서점에서 매달 1등으로 잡지를 사는 뿌듯함, 보물처럼 쌓여가는 일러스트레이션을 바라보는 흐뭇함으로 소녀들은 감성을 살찌워갔다. ‘레드문’의 황미나, ‘아르미안의 네 딸들’의 신일숙, ‘별빛속에’의 강경옥, ‘풀하우스’의 원수연, ‘언플러그드 보이’의 천계영, ‘점프트리 A+’ ‘블루’의 이은혜 등 순정만화 작가들이 중앙 출판에 등장한 것도 이 시기다.
‘꽃보다 남자’ 해적판인 ‘오렌지 보이’는 세대를 아우르며 인기를 끈 작품. 당시 ‘오렌지 보이’를 좋아하던 소녀들은 훗날 대만, 일본, 한국판 ‘꽃보다 남자’의 든든한 지원군으로 변신했다. 이 작품의 인기 요인은 극대화된 순정만화 공식. 서민층 여고생과 재벌남의 로맨스, 희화화된 악역, 상류층의 생활을 보여주는 럭셔리한 배경, 말도 안 되는 오해의 반복 등이 그것이다.
2. 신데렐라형 멜로 할리퀸 문고
“멜로드라마는 19세기 영국에서 발생해 이어져오는 장르다. 한국에서는 일제강점기 신파가 당시 정조와 맞아떨어지면서 인기를 끌었다. 멜로드라마의 법칙은 현실과 같으면 안 된다는 것. 국내외 순정 소설도 이 법칙을 답습하고 있다. 전문직 여성, 재벌 남성, 뒤바뀐 성역할 등 시대에 따라 내용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평택대 국문과 김용희 교수)
순정만화를 대충 섭렵한 소녀들은 할리퀸 소설로 시야를 넓혔다. 1980년대 발간된 진분홍색 표지의 번역 소설들. 할리퀸 소설은 ‘할리퀸의 법칙’을 따르는데, “구릿빛 탄탄한 몸매의 남주인공이 째려보면 남자 조연은 무서워서 슬슬 도망간다. 능력 없이 허영심만 넘치는 남자 조연은 ‘빼돌리기’와 ‘뽀리기’로 남자 주인공을 괴롭힌다”라는 식이다. 여고생들은 책장 모서리를 접어둔 키스신과 베드신을 무한 탐독하며 성숙을 거듭했다.
1990년대 초반 교실을 휩쓴 원태연의 시도 빼놓을 수 없다. ‘넌 가끔가다 내 생각을 하지 난 가끔가다 딴 생각을 해’. 유리 같은 사랑 이야기에 여고생들은 자지러지다 눈물 훔치기를 반복했고, 서가에는 ‘원태연 아류’ 시집이 넘쳐났다. 국내 순정소설과 류시화 시도 그에 못지않은 인기를 끌었다. 일부 ‘좀 똑똑해요’ 학생들은 할리퀸과 원태연에 눈을 흘기며 고전이나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을 집어 들었지만, “원태연 시는 노래가사 같다”는 소신 발언은 눈치껏 삼켜야 했다.
3. 라디오 전성시대 · 다양한 음악
“라디오가 인기를 끌었고, 다양한 음악이 공존하던 시기다. ‘뉴키즈 온 더 블록’ 등 해외 그룹과 폭발적으로 등장한 한국 대중가수들이 동시에 인기를 끌었다. 음악적 안목을 넓힐 수 있었던 시기다.”(음악평론가 이대화)
3S는 라디오 전성시대에 청소년기를 보냈다. 밤낮으로 이문세, 윤종신, 유희열 등 인기 DJ가 조곤조곤 음악과 사연을 전파했다. 다음 날 등굣길 화제는 전날 라디오를 타고 흐른 웃긴 사연들. 자습시간 감독 선생님의 단골 멘트는 “이어폰 빼라”였다.
라디오에서는 온갖 장르의 음악이 쏟아졌다. 휘트니 휴스턴과 신승훈의 노래가 잇따라 흐르는가 하면, 015B와 넥스트가 번갈아 패널로 등장했다. 1980년대 대표 선수는 이문세, 유재하, 변진섭 등. 1990년에는 나란히 데뷔한 신승훈과 ‘서태지와 아이들’이 새바람을 몰고 왔다. 싱어송라이터들이 처음 등장한 것도 이때다.
#part2. 2010년, 언니들의 마음 빼앗은 3가지
대중문화와 대중은 상보적인 관계다. 작품은 대중의 속내를 포착해 작품에 반영하고, 대중은 입맛에 맞게 다듬어진 작품을 충실히 소비한다. 같은 문화를 공유하고 자란 90년대 키드는 이제 30, 40대로 성장했다. 이들 중 문화 소비에 적극적이고 사랑에 민감한 촉수를 지닌 3S들은 대중문화의 중요한 나침반으로 통한다.
실제 이들은 시간적, 경제적 여유와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새로운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 드라마 ‘다모’로 첫 ‘폐인’ 등장을 알린 것부터 최근 좋아하는 스타의 신작을 직접 홍보하는 시스템적 팬덤 문화 등이 그 예시다. 전문가들은 순정만화 광풍, 꽃미남 파워, 인테리어와 서정성 짙은 음악에 대한 선호를 대표 현상으로 꼽았다.
1. 환상코드 로맨틱 드라마
솜사탕처럼 달달한 로맨스는 꿀꿀한 기분을 달래는 데 최고. 그래서 많은 싱글이 적당히 유치하고 얼마간 감동적인 로맨스 팬을 자처한다. ‘오만과 편견’처럼 남녀의 사랑이 중심이 되는 작품을 근대에 들어 로맨스라 칭하기 시작했지만, 지금은 여성이 주로 읽는 사랑 이야기 정도로 정의한다.
로맨스물의 가장 큰 특징은 현실에서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 아무렇지 않게 벌어진다는 것. 부족할 것 없는 남자 주인공, 가난하지만 여신급 미모를 가진 여자 주인공, 비열한 남자 조연과 여자 조연, 그리고 악독하게 두 사람 사이를 방해하는 남자 주인공의 가족이 이야기를 꾸려가는 공통점도 있다. 순정만화에서 스크린으로 터를 옮긴 로맨스는 시대에 따라 진화를 거듭한다.
“드라마로 치면 트렌디 로맨스물의 원조는 1992년 방영된 ‘질투’다. 이후 영화 ‘브리짓 존스의 일기’ ‘섹스 앤 더 시티’ 등 외국 ‘칙릿’과 귀여니 소설이 인기를 끌었고, 시트콤 ‘골드 미스 다이어리’, 드라마 ‘결혼 못하는 여자’ 등이 대박을 쳤다. 성역할이 뒤바뀌고(‘시크릿 가든’) 남성 멜로가 등장하는 등(‘시라노 연애조작단’) 전통 로맨스와는 성격이 많이 달라졌다.”(문화평론가 강유정)
현재 로맨스의 주된 특징은 판타지. 드라마 ‘신데렐라 언니’에서는 달 속으로 날아가는 영상으로 여주인공 은조의 설렘을 표현했고, ‘시크릿 가든’에서는 세상을 뜬 아버지가 딸과 재벌남의 영혼을 바꾼다. 핑퐁게임을 하듯 통통 튀는 대사도 주목할 부분. ‘시크릿 가든’에서 김주원 사장은 진지하면서 웃긴 멘트로 캐릭터를 굳히는 데 성공했다. 대놓고 오만해서 오히려 귀여운 그의 성격은 “알고 보면 장동건급 사람이에요, 내가” “너희들 오늘 귀인을 만난 거야” 등의 대사로 유머를 더한다. 반면 ‘신데렐라’는 날 선 대사로 서로에 대한 마음을 숨기는 두 남녀의 애틋함을 극대화했다.
2. 꽃미남 파워
3S들의 호응을 받은 대박 작품에는 꽃미남이 빠지지 않는다. 짙은 눈썹과 튼튼한 턱이 아닌 선이 가는 외모를 지칭해 ‘꽃’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드라마 ‘미남이시네요’ ‘성균관 스캔들’에는 특히 꽃미남 집단이 등장해 ‘안구 정화’의 재미를 더했다.
이런 꽃미남 트렌드도 알고 보면 3S의 학창시절 문화에서 기인한다. 비현실 속 꽃미남의 원조는 순정만화에 등장하는 남자 주인공들. 현실에서는 10대 후반~20대 초반 미소년으로 구성된 아이돌 그룹이 원조다. 3S는 1996년 데뷔한 HOT를 시작으로 아이돌 문화를 경험한 1세대. 아시아 20~40대 여성의 마음을 빼앗은 만화 ‘꽃보다 남자’는 꽃미남 열풍의 정수다. 이문원 씨는 “아이돌을 경험한 세대라 어린 꽃미남에 대한 선호가 높다. 아이돌로 ‘꽃미남군’에 넓어져 트렌디 드라마에서도 이들을 종종 활용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3. 인테리어와 서정성 짙은 음악
인테리어도 주목할 부분. ‘시크릿 가든’의 김주원 사장은 올 화이트로 꾸민 저택에서 산다. 드라마 ‘궁’ ‘커피프린스 1호점’ ‘풀하우스’ 등에서도 살림살이 하나 없이 ‘각 잡힌 ’무대가 펼쳐졌다. 파스텔 톤으로 곱게 색 입은 일러스트레이션에서 볼 법한 공간. 이문원 씨는 “순정만화의 예쁜 배경이 그림 같은 세트로 영상화된 셈”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서정성 짙은 1990년대 음악이 새로운 트렌드를 추가한다. 최근 라디오에서는 과거 히트곡을 자주 내보낸다. 신승훈, 윤종신, 김현철, 유영석, 015B 등의 노래가 단골곡이다. 이뿐 아니다. 윤종신과 신승훈은 최근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히트곡 배틀을 펼쳤고, ‘슈퍼스타 K’들이 부른 8090음악은 젊은 세대에게도 큰 사랑을 받았다. 20, 30대 여성에게 루시드 폴, 에피톤 프로젝트, 재주소년, 브로콜리 너마저 등 소녀적 감성이 깃든 음악이 환영받는 것도 또 다른 특징이다. 이에 대한 김헌식 씨와 이대화 씨의 설명.
“3S들은 라디오 세대다. 지금 자가용 안에서 라디오를 듣는 3S가 늘어나면서 자연히 1990년대 음악이 다시 사랑을 받는 것 같다. 최근 종영된 ‘음악창고’ ‘음악여행 라라라’ 같은 프로그램도 당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프로그램들이었다.”(김헌식)
“남녀 통틀어 세월이 갈수록 차분하고 깊이 있는 음악을 선호하는데, 여성들은 그런 경향이 더 두드러진다. 마지막 낭만세대인 3S들이 루시드 폴 류의 음악을 사랑하는 것도 그래서다.”(이대화)
알면서 빠지는 3S들의 속내
3S들이 좋아하는 감성은 ‘만화적인 달달함’ 정도로 요약된다. 이들이 “매번 같은 이야기”라고 불평하면서도 같은 패턴으로 반복되는 로맨스를 놓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한 평론가는 “지금 30대는 요구가 많은 세대다. 현실에서 사랑을 이루기 힘들다 보니 판타지에 대한 욕구가 커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20대 여성은 돈 잘 버는 남자를 원한다. 30대 여성은 재력 있고 가정적인 남자, 즉 가부장적 장점과 페미니즘적 장점을 섞어놓은 남자를 바란다. 호황기에 20대를 보내 눈이 높아졌다. 현실에서 왕자님을 만나기 힘드니 로맨스 드라마에서 위안을 받는다.”
3S 코드 작품과 관련, 상상적 해결을 제시해 3S를 더욱 고착화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천편일률적인 로맨스는 문화적 다양성을 해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에 대해 김용희 교수는 “현실과 동떨어진 스토리는 멜로의 장르적 한계”라고 설명한다.
“로맨스가 주는 즐거움은 환상이다. 정말 현빈과 로맨스를 꿈꾸며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는 드물 것이다. 다만 로맨스에 대한 지나친 탐닉은 지양해야 한다. 예컨대 우아한 저택, 화려한 액세서리 등이 주는 판타지만 보게 되면, 그 이면의 노사 문제, 계급차 등의 문제는 도외시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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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세, 너무 적지도 많지도 않은 나이.” 2003년 당시 신생 화장품업체 ‘엔프라니’는 20대 중후반 여성을 겨냥한 제품을 출시하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쳐 큰 화제를 모았다. 특히 27세를 강조한 카피는 어마어마한 히트를 했다. 하지만 7년여 세월이 지난 지금, 27세는 ‘너무 적지도 많지도’가 아닌 ‘너무 적은’ 나이가 돼버렸다. 엔프라니 마케팅실 정인원 대리는 “당시 27세를 강조한 카피 덕분에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효과를 봤지만, 이후 그 정도 연령대만 사용하는 화장품이라는 인식이 박혀 구매층을 넓히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면서 “2~3년 전부터 ‘20대 피부여 영원하라’로 슬로건을 바꾸고 30대, 특히 과감하게 자신에 대한 투자를 할 수 있는 싱글 여성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리는 “27세를 강조했을 때의 주요 고객층이 이제 30대 중반에 이르렀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타깃 및 구매 연령대가 올라간 것”이라고 덧붙였다.
투명한 피부와 탄력 강조하며 접근 가정을 이루고 자녀를 돌보는 대신, 자신에게 투자하는 30대 싱글 여성(3S)이 ‘황금 소비자’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경향은 뷰티업계에서 특히 강하게 나타난다. 몇 년 전부터 또렷한 이목구미보다 투명한 피부와 탄력 있는 동안을 강조하게 된 것은 30대가 소비의 주축이 됐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 오리콤 브랜드전략연구소 허웅 소장(광고학 박사)은 “최근 웅진코웨이가 화장품 ‘리엔케이’를 론칭하면서 1971년생인 고현정을 광고 모델로 했다는 건 의미하는 바가 매우 크다. 과거라면 무조건 20대 초반의 모델을 썼을 것”이라며 “어느 순간부터 화장품, 특히 고가 라인의 모델은 30대 톱스타들이 도맡아 했고, 이는 구매력이 좋은 30대 여성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LG생활건강 홍보팀 성유진 과장도 “고기능성 고가 화장품을 구매하는 시발점이자, 가장 많이 사는 연령대가 바로 30대”라고 강조했다. 이 회사에서는 40, 50대를 겨냥해 1개에 60만~100만 원 하는 초고가 라인을 내놓고 구매 고객 데이터를 분석했는데, 의외로 30대 고객의 비율이 굉장히 높았다고 한다. 성 과장은 “물론 데이터만으론 기혼과 미혼의 비율을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일반적으로 30대 싱글 여성이 피부에 굉장히 민감하다는 점으로 미뤄보아 미혼 고객이 훨씬 많으리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화장품을 넘어 성형 시장에서도 3S는 빼놓을 수 없는 주 소비자다. 재미있는 사실은 성형외과를 찾는 환자 수 자체는 20대가 더 많지만 꾸준한 관리와 고가의 시술, 수술을 받는 환자의 비율은 30대가 훨씬 높다는 것이다. 쌍꺼풀을 만들거나 코를 높이는 등 ‘눈에 보이는’ 성형은 20대가 주로 하고, 30대는 보톡스 및 필러 주사, 안면윤곽술, 지방흡입술 등 맑고 탄력 있는 피부와 볼륨 있는 몸매를 만들어주는, 즉 20대의 젊음을 유지하는 성형에 관심이 많다. 그랜드성형외과 유상욱 원장은 “이들이 외모 개선에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하는 이유는 단지 경제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좀 더 나은 사회생활을 위한 자기관리 차원에서다. 실제로 직장 내 승진이나 이직을 위해 성형수술이 필요하다고 털어놓는 환자가 적지 않다”고 했다.
‘마흔’을 앞둔 사람들 책 쏟아져 출판업계에서도 언젠가부터 메인 타깃이 20, 30대에서 30, 40대로 변하고 있다. 프리랜서 출판기획자인 김정혜 씨는 “과거에 ‘서른’이라는 나이가 화두였다면, 지금은 ‘마흔’이 화두가 됐다”고 말한다. 2000년대 초반에는 서른을 앞둔, 또는 막 지난 독자를 대상으로 한 책이 많았다. 최영미 시인의 ‘서른 잔치는 끝났다’가 시집으로는 이례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고, ‘20대에 꼭 해야 할 일’ 등을 담은 자기개발서와 연애상담, 심리학 서적 등이 우후죽순 발간됐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마흔을 앞두거나 막 지난 30, 40대를 대상으로 ‘마흔으로 살아가기’ 등의 내용을 담은 책이 다양하게 생겨나기 시작했다. 김씨는 “이는 스물아홉에서 서른아홉이 됐으나 삶의 모습이 크게 달라지지 않은, 특히 스스로 ‘어른이 됐지만, 여전히 어른이 되려면 아직 멀었다’고 생각하는 30대 싱글 여성을 주 대상으로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뮤지컬이나 클래식 공연, 전시 역시 3S가 가장 큰 고객이다. 서울대 소비자학과 김난도 교수는 “20대가 명품 가방 등 눈에 보이는 물건을 통해 자신을 드러내고자 한다면, 30대는 공연이나 전시 등 문화 소비로 스스로를 돋보이려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결혼하고 자녀가 있는 30대 여성이 자신만의 문화 소비를 위해 공연장이나 전시장을 찾는 건 현실적으로 힘들다.
심지어 자녀가 있는 기혼 소비자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영·유아용품 업계에서도 3S는‘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본인은 아이가 없지만 조카를 위해 과감히 지갑을 여는 고모, 이모들을 ‘골드앤트(Gold Aunt)’라 부른다. 미혼인 강모(34) 씨는 최근 신용카드 고지서를 보고 깜짝 놀랐다. 조카의 돌 선물을 사는 데 무려 50만 원이나 쓴 것. 지난 1년 동안 소소하게 사준 선물도 적지 않다. 강씨는 “예전엔 백화점에 오면 내 물건만 샀는데, 조카가 생긴 뒤로는 아기용품점에 자주 들른다. 하나밖에 없는 조카가 어찌나 예쁜지 베이비로션부터 크림, 샴푸, 옷, 가방, 모자, 신발 등 매달 선물을 한두 개씩 사줬다”고 했다. 실제로 현대백화점 조사에 따르면 골드앤트가 영유아용품 매장을 방문한 횟수가 2005년 평균 2.8회에서 2009년 3.7회로 늘었고, 구매금액 역시 22만5000원에서 30만4000원으로 증가했다. 제일모직 홍보팀 양희준 과장은 “빈폴 키즈의 경우 엄마보다 이모나 고모, 또는 엄마의 친구인 또 다른 ‘이모’가 선물용으로 사는 경우가 많다. 엄마는 가격과 실속을 꼼꼼히 따지는 반면, 이모나 고모는 고가의 브랜드와 세련된 디자인을 중시하는 데다 선물용 세트를 선호하기 때문에 구매 물품의 가격대도 높은 편”이라고 했다. 한편 은행이나 보험, 증권사 등 금융권에서도 ‘골드미스’로 불리는 30대 고소득 싱글 여성은 매력적인 대상이다. 취재 중 만난 한 PB(Private Banker)는 “최근 PB 사업의 규모를 확장하고 있는데, 가장 먼저 공략하는 대상이 바로 30대 골드미스”라며 “이들은 추후 결혼을 하게 되면 한 가정의 자산을 본인이 관리할 가능성이 크다. 결혼하지 않더라도 그 나름의 방법으로 재테크를 꼼꼼히 할 것이기 때문에, 어떤 경우라도 큰 수익을 가져다줄 고객이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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