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따라 골목따라] 국수도 웰~빙 시대 # 연산교차로 이색국수골목 까다로운 기사 입맛 사로잡아 국물맛 개운·깔끔한 게 특징
참살이 음식의 영향으로 무거운 음식보다는 가벼운 음식을 선호하는 요즘이다. 때문에 외식문화도 다양한 요리에 밥 한 그릇 보다 한 가지 요리에 가볍게 곁들이는 국수류가 각광을 받고 있다. 그러다 보니 최근 국수류는 한 끼의 훌륭한 영양식으로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때를 같이하여 필자는,'전통'과 '현대'라는 상반된 '맛과 멋'이 서로 공존하는,연산동의 '이색국수골목'을 찾았다. 연산교차로에서 법원교차로 쪽 큰 도로 왼편에 형성되어 있는 '즉석국수골목'과 연산교차로 국민은행 바로 뒷골목에 형성되어 있는 '웰빙국수골목'이 바로 그곳이다.
'즉석국수골목'은 옛날 기사식당이 밀집되어 있던 연산교차로의 좁은 뒷길에 있었다. 그 시절 입맛 없는 택시기사들을 위해 '즉석에서 바로 삶아 말아주는 국수집'이 하나둘 생겨났는데,그 집들이 바로 '즉석국수골목'의 시초였다
현재는 연산국수,로타리국수,하하국수,아라비안국수,할매국수 등이 옛날 그대로의 고만고만한 가게에서 오로지 '입맛'으로만 승부하고 있고,이 골목의 원조격인 등나무국수집만이 그나마 큰 규모의 식당으로 옮겨 영업을 하고 있다.
물어물어 원조집을 찾았다. 그러나 주인 할머니는 부재중이었다. 일하는 분에게 내가 온 목적을 이야기 하고 몇 마디 물으니 손사래를 훼훼 친다. "우리 할매는 인터뷰 안해예. 방송국에서도 소문 찾아 왔다가 취재를 못해서 엄한 집만 취재해 갔어예." 오호! 원조집의 자존심… '맛으로 승부하겠다'는 장인정신이 살짝 엿보인다. 얼른 즉석국수 한 그릇을 시킨다.
우선 국물을 한 모금 떠먹는다. 진하고 시원한 맛이 아주 깊이 배여 입 안을 감돈다. 두어 모금 음미하다가 젓가락으로 국수를 휘휘 저어 한 젓가락 입에 넣는다. 면이 아주 쫄깃쫄깃한데도 구수하면서 밀가루 냄새가 전혀 없다. 양념이나 기타 고명이 섞이고도 여전히 국물 맛은 개운하다. 자세히 보니 양념도 기본적인 것만 들어갔고,고명도 담백하고 아삭한 맛의 오이채,단무지채와 마른 김 약간을 넣어 뒷맛의 깔끔함을 살렸다.
과연 까다로운 기사들의 입맛을 사로 잡을만했다. '맛있는 밥 먹으려면 기사식당 골목에 가라'는 말이 새삼 수긍이 간다. 즉석국수 외에도 열무국수,소고기국수,회국수,콩국수,비빔국수 등 다양한 입맛의 국수로 고객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었다.
'즉석국수골목'보다 교차로 위쪽에 있는 '웰빙국수골목'은 최근에 개업한 집들이 많아 비교적 깨끗하고 현대적이다. 고객도 가족단위나 샐러리맨들이 주류를 이룬다. 이색국수집들이라 눈요기로도 재미있는 곳이다. 전문국수집은 아니지만 요즘의 고객 입맛에 맞게끔 다양한 재료와 독특한 맛의 국수를 개발하면서부터 주요 메뉴 이상으로 사랑을 받고 있다 .
그 중 특이한 곳을 소개해 보면 복요리 전문점의 복 칼국수,두부요리 전문점의 국산 콩국수,바지락 전문요리점의 바지락 칼국수,해물전문점의 해물칼국수,보쌈전문점의 쟁반막국수,갈비요리 전문점의 댓잎냉면,얼큰이 왕냉면,감자탕 전문점의 세숫대야 냉면 등이 있다. 그 외 춘천막국수,가야밀면,어탕국수 등을 만들어 파는 집이 있다. 이 모두가 육수의 재료들이 서로 달라 하나씩 골라먹는 맛이 아주 쏠쏠하다.
이처럼 연산교차로 '이색국수골목'에는 어느 집이든 다양한 종류의 맛있는 국수를 먹을 수가 있다. 그러므로 이 골목의 아무 국수집에나 불쑥 들어가시라. 그리고 그 집에서 제일 잘한다는 국수를 시켜 후르륵거려 보시라. 하루가 개운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