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전의 일이다. 1박으로 여행을 할일이 있어서 전화로 호텔을 예약 하고 룰루랄라 떠난 여행길. 그런데 호텔에 도착하자 마자 문제 발생. 호텔에서 체크인(Check-in)을 하는데 우리 이름이 예약자 리스트에 없단다....이런.....뭐가 잘못된거지? 하면서 계속 이름 스펠링을 불러주는데도 예약이 안 되었다는 얘기만 하는 프론트 직원. 이럴때 참 난감하다. 분명히 예약을 했는데 이름이 없다고 하니 당췌 뭐가 원인인지 알 수가 없다. 한참을 찾아보던 직원이 신용카드(Credit Card)를 줘보라고 한다. 크레딧카드에 나와있는 이름을 보고 ‘last name’을 쳐보더니 환한 얼굴로 찾았다고 좋아하는 직원. 휴~ 다행이다.
이유인즉슨..
남편의 이름(first name)은 병철(Byeongchul)인데 내가 B를 불러줄때 이 사람들이 P로 알아들어서 순간 이름이 평철(Pyeongchul)로 둔갑해 버린것이었다.
우리가 발음하는 알파벳과 네이티브들이 발음하는 알파벳은 정말로 하늘과 땅 차이일때가 많다. 우리가 늘 고생하는 발음중의 하나인 R이나 L 보다도 오히려 이놈의 'B'가 문제 인데 십중팔구는 거의 P로 알아듣는다...왜 그런가 물어 보니 'B'를 발음할때 우리는 그냥 '비'라고 하는데 이 발음이 꼭 '피'처럼 들린다. 그래서 오히려 '비'라고 약하게 발음하지 말고 '삐'라고 해줘야 'B'로 알아 듣는다. 하다못해 우리집 꼬마도 단어 스펠링 불러달라고 할때 내가 'B'를 불러주면 꼭 'P'라고 쓴다...내 배속에서 태어난 아그까지 내 발음을 못 알아 들으니 원...
'B/P'외에도 'D'와 'T'도 잘못 듣는 발음중의 하나다. ‘D’는 ‘디’와 ‘띠’의 중간 정도의 세기로 발음해 줘야 ‘D’로 알아 듣는다. 'Z'발음은 물론이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Zoo’는 더 이상 예의 차려서 발음할 단어가 아니다. 이제는 느끼할정도로 발음을 해 주어야 그나마 알아 들으니 듣는 나도 정말 느끼할때가 있다.
가장 난감할때가 보험회사같은데 전화걸었을때 어카운트 번호(Account number)를 불러줄때인데 이 어카운트 번호가 거의 숫자와 알파벳의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다.
얼마전에는 보험회사에 전화를 걸어 차 한대를 더 추가시켜야 할일이 있었는데 어카운트번호는 물론이고 자동차 타이틀번호를 불러주는데 어찌나 애를 먹었는지....
타이틀 번호가 거의 16자리정도로 되어있는데 예를들어 B4SD78RDT라고 한다면....
내가 주욱 불러주고 다시 나한테 확인을 하는데 내가 불러준거랑 틀린것이다. 그래서 다시 수정하고는 그 사람이 불러주는데 이제는 아예 알파벳을 부르는게 아니라 그 알파벳으로 시작하는 단어를 불러서 정확한 확인을 한다. 예를들면 B4SD78RD를 얘기하는데 'Boys, 4, Sam, Danial, 7, 8, Robert, Danial' 이렇게 부르니 확인하기는 무지 정확했다..
이렇듯 알파벳을 불러줬을때 못 알아 들으면 'B like in Boys', 'B as in Boys' 라고 말 한다. 왜 우리나라 말도 숫자 같은거 똑같은 걸 계속 말 해도 잘 못 알아 들을때가 있는것 처럼 영어스펠링도 아예 이렇게 단어로 확인을 해 주면 확실하다.
얼마전에 병원에 가서도 발음 때문에 애를 먹었다. 요즘 먹고 있는 약이 뭐냐고 묻길래 잔탁(Zantac)고 미란타(Mylanta)를 말했더니 계속 못 알아 듣는다. 정말 4-5번을 얘기해도 못 알아 듣는다...나는 나름대로 발음을 제대로 한다고 잔탁도 미국식으로 '잰탁'이라고 앞에 '잰'에 액센트를 크게 넣어서 열심히 말했더니 왜 그걸 못 알아 듣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너무나 당황스러워서 스펠링을 불러줬더니 잔탁은 엑센트가 앞에 있는게 아니라 뒤에 '탁'에 있어서 이 사람들 식으로 발음 하려면 '잰택!!'이 되는것이다. 뒤에 액센트 확실하게 '택!!' 하면서 말이다...
문제는 미란타에서 발생했다. 그래도 잔탁은 2-3번만에 알아 들었는데 미란타는 아무리 얘길 해도 못 알아 들어서 나중에 스펠링을 불러줬더니 '오우~...마이렌타'이러는 것이다. 'My'발음이 '미'가 아니라 '마이'일줄은 상상도 못했던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에선 미란타'로 알려져 있기에..T.T.
아퍼서 병원 가서는 발음때문에 마음이 더 쓰리고 아팠다는...T.T.
발음 이야기는 3박 4일 얘기해도 끝이 없다. 남편은 미국에 처음와서 햄버거집에서 점심을 시키고는 음료로 커피(Coffee)를 시켰는데 황당하게도 쿠키(Cookie)가 나왔던 적도 있다. 그래서 요즘은 절대로 옵션을 고르지 않고 그냥 셋트메뉴로 번호만 달랑 얘기한다...늘 넘버원(Number 1)....미국 서브웨이(Sbuway)는 빵을 고르고 그 위에 넣을 재료를 직접 고르는 샌드위치 가게 인데 각 야채 이름을 말 하는것도 귀찮고 혹 잘못얘기할까봐 이제는 아예 'Everything on it!!'이라고 한마디로 끝내버린다...영어를 하지않고 살아남는 법을 터득했다고나 할까....
그래도 한가지 위안을 삼는일 한가지가 있다면 미국 사람들에게는 우리나라 사람 이름이 발음하기가 영 어려운게 아니다. 특히나 남편의 이름은 미국 사람들이 너무나도 발음하기 어려워 하는 글자로 되어있다. Byeongchul(병철).....
가끔 나를 귀찮게 하는 텔레마케터들이 전화를 하는데 전화를 걸어놓고는 말을 시작을 못한다. 그 이유는 남편의 이름때문인데,
'Can I talk to B y e o n........................'
'캔 아이 톡 투 비~ 엉~..............'
이러고는 이름도 끝을 못 맺고 자기 할말도 시작을 못할때가 많다. 그럼 나는 ‘He is not here. Bye!' 그러고 딱 끊어버린다..
말 잘하는 텔레마케터들이 남편의 이름때문에 임무수행조차도 못하고 끊는 모습을 보는 그 고소함이란~ 이럴 땐 발음하기 어려운 이름 때문에 덕 보는것도 같다....
어찌보면 이미 혀가 굳은 우리가 영어발음을 정확하게 못하는것은 당연한것인지도 모르는데 내나라 말이 아닌 남의나라 말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으니 사실 약이 좀 오른다..
그래도 못한다고 주눅들어서 작게 얘기하면 더 못알아듣고 더 당황하는법...발음을 못하더라도 크게, 또박또박, 자신있게 얘기하면 그래도 잘 알아듣는다.
발음때문에 서러웠지만 마음속으로 다짐한다. 오늘부터 영어는 크게, 또박또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