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단풍여행이 즐거운 것은 서로가 잘 이해하고 어울릴 수 있는 친구가 동행하기 때문이다. 인생 행로가 즐거운 것은 정겨운 가족의 동행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연예인 커플 이영하.선우은숙 부부가 20여 년 간의 결혼생활을 청산하고 이혼한 사실이 알려진 것을 계기로 조사한 바에 의하면 우리사회에 중년부부의 파경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5년 인구 센서스 결과’를 분석한 바에 의하면 40.50대 남녀들은 전체17명중 1명이 이혼자인 것으로 판명 되였다.
지난 25일자 조선일보는 강학중 한국가정경영연구소장의 말을 인용하여 40.50대 중년 이혼이 늘고 있는 것은 이 세대의 남녀간 의식 차이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도하였다. 동 신문은 또한 서울가정법원 가사조정위원인 김준기 정신과 의사가 지적한 “여성들도 예전에는 남편의 외도나 학대. 무관심을 참고 살았으나, 요즘 40.50대 여성들은 더 이상 참지 않는다” 는 내용도 아울러 소개하였다.
중년부부 남녀간의 의식차이 중 남자들의 가부장적인 사고방식은 별로 변하지 않았지만 여자들의 사고방식은 많이 변한 것으로 여러 사회 현상에서 읽을 수 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비 경제 활동 인구 중 육아.가사 활동을 하는 남자는 2006년 말 현재 모두 15만 1000명으로 2003년에 비해 42.5%가 증가 하였다. 이는 남성에 비해 많은 수입을 올리는 전문직 여성이 증가하여 남녀간의 역할 관계가 바뀐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현상은 현재 한국은행이 10만원. 5만원 권 두 권 종에 초상인물로 사용할 4명의 후보 중 유일한 여성후보인 신 사임당 을 전문직여성 모임에서 반대하여 남녀의 역할관계를 바라보는 전문직 여성 측 시각을 반영하고 있다. 말하자면 현모양처만이 여성이 이 세상에 태여 나서 담당할 역할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혼을 요구하는 측도 10건 중 7건 꼴로 여성이 먼저 요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제 양재 천에서 달리기를 하기 위해 스트레칭을 하고 있는 나에게 어떤 중년 남자가 다가와 하소연 했다. 그는 잠실에 새벽 일자리 시장에 나갔다가 오수처리장에서 오수를 펌프 질 하는 일을 맡겨 거절하였다고 말하였다. 그가 그 일을 거절한 이유는 간단하였다. 오수에 독극물이 섞여 자신이 질병에 걸리는 경우 후유증을 염려했기 때문이다. 세금을 떼고 일당 5만4천원을 받는 일용직이지만 자신의 미래를 걱정하는 그 사람의 생각에 희망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그에게 비록 일당을 받지 못하더라도 잘 한 일이라고 위로 해주었다. 힘없이 일어서는 그에게 기술을 배워 보라고 권유하였다. 내가 운동복 차림이라 가진 돈이 없어 약간의 금전적 도움을 주지 못한 것이 하루 종일 후회스러웠다. 중년 남녀의 이혼 원인 가운데 가장 큰 것이 경제적인 이유와 성격 차이라고 한다. 모름지기 한국의 모든 중년 남성들은 자신의 적성을 잘 파악하여 가족들을 잘 부양할 정도로 안정된 직업을 가져야 할 것이다. 직업을 가지고 가족을 부양하는 것이 가정을 지키는 현실적인 첫 번째 수단인 것 같다.
남편이 아내에게 보인 무관심은 왕왕 아내가 한 말에 주의를 기울여 듣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다. 존 맥스웰이 쓴 “관계의 기술”에 나오는 톌레비전을 보고 있고 남편과 아내가 대화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자:
아내: 오늘 파이프가 터져서 지하실에 물이 찼어요.
남편: 조용히 해, 골을 넣을 순간이란 말이야.
아내: 수리공이 그러는데 자기는 휴가를 갈 거래요.
남편: 내 말 듣고 있어? 콜라 한잔 달랬잖아!
아내: 스탠리, 난 당신을 떠날 거예요. 수리공하고 나는 내일 아침 비행기로 떠날 거예요.
남편: 잔소리 그만두고 콜라 한잔 가져오지 못해? 우리 집의 문제는 아무도 내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다는 거야.
요즘 세상에 부인의 이야기를 듣지 않는 용기 있는 남편이 있을까? 여하간 상대방의 이야기에 주의를 기울여 들어주는 것은 가족관계뿐 아니라 사회 생활에서도 기본적인 예의 에 속하는 일이다. 특히 가족간의 대화는 단순히 듣는 것 보다 귀를 기울여 듣도록 노력 하자.
중년 이후 여러 가지 이유로 부부간의 갈등을 겪고 있는 부부들에게 ‘나이 들어 이혼하면 편안하기는 하나 몹시 외롭다’는 소노 아야코의 계로록(戒老錄)에 나와있는 경고와 권유의 말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내가 전에 알고 있던 부인은 까다로운 성격의 남편 때문에 그 부인의 말을 빌리자면, ‘지옥 같은 고통’을 맛보았다고 한다. .. 결국 더 이상 참을 수 없게 되어 도망 나온 후 그녀는 고생고생 하여 자녀를 길렀고 마침내 아들부부가 외국으로 떠나게 되였다. 그녀는 혼자 몸이 되여 보니 외로움이 뼈에 사무쳤다. 아무렇지 않게 걸어가는 부부를 보아도 저 사람들은 둘이라 좋을 것이다라고 생각했다. 그녀의 아들 말에 의하면, 옛날 이혼하지 않았을 때의 어머니는 그저 자유만을 동경했다. 그러나 혼자가 되고 나니, 자신이 어렵사리 얻은 행복이란 단지 불만의 씨가 되였다. 중략
인간은 약한 존재이기 때문에 자신을 비호해주는 동안만을 감사히 여기고 자신에게 짐이 되면 미워하게 되는 일도 있을 수 있겠으나, 옛날 사이가 좋았던 부부라면 상대방에게 고마움의 마음을 표시하기 위해서 라도 상냥하게 위로 해줘야 마땅하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 면… 정말 이지 울적한 일이다.”
부부가 가정을 잘 지키며 건강하게 살다가 배우자를 사별하는 경우에도 문제는 있습니다. 내가 모시는 장모님은 올해 연세가 88세인데 몇 년 째 돌아가신 장인어른을 사무치게 그리워하는 열부(烈婦)(?)가 되였습니다. 배우자중 한 분이 먼저 돌아가시면 남은 분은 돌아가신 분을 기억하고 사모하면서 살아 갈 것입니다. 누구에게나 죽음은 예고 없이 닥치기 때문에 임종 때 마지막 말을 하지 못할 수 도 있습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건강할 때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며, 자신의 흉 허물을 완전히 고치지는 못할 망정 잘못을 저질렀으면 곧 바로 용서를 구하도록 노력 합시다. 생활 속에서 평소 여러분이 한말과 행동이 남은 가족에게 여러분들이 한 마지막 말로 기억 될 수 있습니다. 가족들간에 의견이 다른 부분은 우격다짐으로 밀어붙이지 말고 늘 상대방의 의견을 구하고 현명한 방법으로 절충합시다. 부부간의 사랑과 존경 그리고 이해와 용서를 통하여 들 불처럼 번지는 중년과 노년의 위기를 극복하고 아름다운 삶을 이어 나갑시다.
10월 마지막 주말을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오늘은 W. H. Auden의 시 Twelve Songs의 일부를 보내 드립니다.
정 해균 Bernard드림
Twelve Songs(A fragment)
W.H. Auden
He was my North, my South ,my East and West,
My working week and my Sunday rest,
My noon, my midnight, my talk, my song;
I thought that love would last forever: I was wrong.
12개의 노래(일부)
떠불류 에이치 오덴
그는 나의 북쪽 이였고, 나의 남쪽이 였으며, 나의 동쪽이 였으며 나의 서쪽 이였다.
나의 근무 주간 이였고 나의 일요일 휴식 일이 였다.
나의 정오. 나의 심야 이였고 나의 대화였고 나의 노래였었다.
나는 사랑이 영원히 지속 될 것으로 생각 했었다. 내가 잘못 생각했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