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개 계열사 중 유일한 민주노조를 깨기 위한 노조말살책으로 유명한 영풍그룹 석포제련소의 비참한 노동조건이 500여일째 파업투쟁을 진행중인 시그네틱스 지회와 '영풍 석포제련소 환경, 주민건강 개선과 노동기본권 실현을 위한 공동대책위(이하 영풍 공대위)'의 활동으로 속속들이 밝혀지고 있다.
지난 12월 5일 2시경 영풍 석포제련소 노동자 오승열씨가 냉각탑을 청소하다 10m 아래로 떨어져 사망했다. 석포제련소에서는 작년 8월 카드뮴에 중독된 노동자가 사망했으며, 올해 5월에는 폭발사고로 4명의 노동자가 사망하고, 올해 8월에는 작업중이던 노동자가 온몸에 황산을 뒤집어 쓰고 화상을 입기도 했다. 이때의 사고로 현장 노동자들은 동료의 사지가 사방으로 찢겨나간 상황을 목격해 그 휴우증으로 심장악화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영풍 석포제련소에서는 20kg이 넘는 중량은 두 사람이 작업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25kg 중량의 아연괴를 쌓는 작업을 한 사람이 8시간 내내 작업을 해야 한다.
영풍 석포제련소의 노동자들은 1600도가 넘는 아연찌꺼기가 얼굴에 튄 빨간 흉터를 안고 작업장에 산적해 있는 망간, 황산, 수소가스 등으로 치아가 누렇게 변하고 부식되어 잇몸이 내려앉기도 한다. 아침 7시에 작업을 시작하는 공정은 식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아 오후 2시에 아침식사를 해야 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영풍 공대위가 유족과 함께 6일 오후 사고현장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고 오승열씨는 안전망도 없이, 확실하게 잠겨지지도 않는 안전띠 하나에 의존해 8미터 높이의 냉각탑에서 작업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고 오승열씨는 IMF 당시 일자리를 잃고 아는 사람의 소개로 석포제련소에 하청노동자로 들어가 일한 지 3년이 채 안되어 사고를 당했다. 오승열씨는 석포제련소의 하청노동자로 시그네틱스지회가 지난 11월 석포 무료진료를 할 당시 "목에선 금속맛이 느껴진다, 머리를 다쳐서 부스럼처럼 남아 몇 달이 지나도 낫지 않는데 회사에서는 의료보험 치료밖에 안된다고 한다"며 "냉각탑 청소를 하는데 먼지나 가스도 많이 나지만 면종류 같은 마스크밖에 안준다"고 석포제련소의 현실을 호소하기도 했다.
영풍공대위는 "영풍 석포제련소 책임자 누구도 조문조차 하지 않은 채 하청업체만을 내세워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자신의 책임하에 벌어진 산재사망 소식을 쉬쉬하는 영풍 때문에 현장 노동자들조차 산재사고 소식을 모르기도 했다"고 밝혔다. 영풍공대위는 또한 "반드시 진상을 밝혀 사람목숨을 기계만도 못하게 여기는 영풍을 처벌하겠다"며 "△영풍은 산재사망 사고 책임지고, 정당하게 보상할 것 △산재 직업병 왕국 영풍 석포제련소 작업환경 철저히 재조사 △노동부는 안전조치 미흡을 철저히 조사하고 책임자 영풍을 처벌할 것"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