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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논술에서 초․중․고 통합논술까지 논술교육 현주소 비법은 없다, 희망은 있다 논술이 괴로워~ 우리나라 논술의 역사는 1993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획일적․주입식․단답식 교육의 부작용으로 ‘학교는 죽었다. 교육은 죽었다’는 자괴감이 가득하던 때였습니다. 그 사이로 탈교과적이고 통합교과적 성격을 띤 ‘고전 논술’이라는 개념이 등장했습니다. 서울대에서 ‘동서양 고전 200선’을 발표하며 학생들에게 깊이 있는 책 읽기를 강조하던 것이 이때입니다. 이후 익숙한 ‘독서논술’ 시기를 거쳐 2006년 ‘통합논술’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더 우수한 인재를 뽑기 위한 변별 수단으로 논술시험에 점점 각을 세워가는 대학들. 그 와중에 태어난 통합논술이란 괴물은 ‘돌연변이’처럼 유아부터 고등학생까지, 일선 교사와 학부모의 혼란을 가중시키 고 있습니다. 좌충우돌, 우와좌왕이 현재진행형인 유아부터 초․중․고 논술교육 현장을 들여다보았습니다. 다행인 것은 논술교육 현장을 취재하면 희망도 보았다는 것입니다. 논술이 지금은 대학입시를 위한 과목이지만 점차 하나의 문제에도 다양한 해결책이 있을 수 있다는 사고의 전환, 상대방을 인정해야 나 또한 존중받을 수 있다는 행동양식의 전환을 이끄는 교육이라는 사회적 합의가 형성되고 있는 것입니다. 논술교육은 지금 진화 중입니다.
초등학생 무렵은 학습관이 자리 잡고 사고력이 결정되는 중요한 시기. 초등학생 때부터 논술훈련을 하는 것이 필수라고 전문가들이 입을 모으는 이유다. 이를 반영하듯 사교육은 물론이고 공교육에서도 ‘관심’은 뜨겁다. 하지만 과학 논술, 수학 논술, 영어 논술 등 영역이 세분화되는 사교육 시장은 ‘너무 요란스럽고’, 공교육 현장은 갈피를 잡지 못하다가 일단 ‘독서교육’으로 가닥을 잡은 모습이다. 독서 지도, 독후 활동 후 토론하는 학교도 느는 추세 하지만 학교에 정규 논술 시간은 없고 방과 후 활동이나 수업중 간헐적으로 이뤄지는 형태다. 때문에 큰 틀만 공유하는 상황이다. 초등학교 1~2학년은 상상력이 풍부하고 한창 말의 재미를 느끼는 때라 책 속에 일어난 일들에 대해 ‘나라면 어떻게 할까’라는 상상을 하게 되는 훈련이 위주. 덧붙여 왜 그런 상상을 했는지 물어보면서 논리적인 생각의 힘을 키우도록 한다는 것이다. 3~4학년은 주변에서 일어난 일들을 원인과 결과로 나눠 이야기하는 힘을 키우는 시기. 또 의견을 말할 때는 주관적인 생각만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읽은 책이나 자료를 근거로 제시해 객관적으로 설명하도록 훈련시킨다. 주관이 분명해지는 5~6학년은 종합적이고 비판적인 사고를 쌓는 시기. 비유적인 표현이나 인상적인 표현을 쓰도록 훈련시키고 각각의 주제를 찬반 토론을 통해 깊이 사고할 수 있도록 이끈다. 하지만 공교육 교사 사이에서는 불만도 적지 않다. 논술의 중요성도 알고, 초등학생부터 논술 기초 공사를 제대로 다지지 않으면 중․고등학생 시기에 방대한 논술 영역을 받아들이기 역부족이라는 문제의식까지 있음에도 체계적인 교과과정 대신 ‘무조건’ 교사 개인의 의욕과 능력에 의존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초등학생 논술 전문 교사 양성을 주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토론 교육 역시 사교육이 앞서 초등 논술에서 토론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사교육 시장도 마찬가지. 학원가나 학습지 논술 교육이 독서 교육에서 독서 토론으로 급속히 옮겨가는 것도 이를 보여주는 현상이다. “유명 대학에서 틀에 박힌 논술 답안을 ‘거부’하면서, 대입에서 통합논술이 대세가 되면서 창의적인 사고를 논리적으로 풀어갈 수 있는 키워드가 토론이라는 데 모두 공감하고 있는 겁니다.” 대교 솔루니 지원팀 임정섭 과정은 창의적 논술의 힘을 길러주는 독서 토론은 특히 초등학생 시기에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독서가 독서로 끝나는 것만큼 허무한 것도 없죠. 다독도 중요하지만 통합논술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독서 전, 중, 토론, 독서 후 과정이 필요합니다. 함께 하는 것도 중요하죠. 혼자 책을 읽고 생각을 정리하다 보면 깊이 있는 생각을 끌어낼 수 없거든요.” 또래 학생들과 토론이라는 툴로 찬반론을 펼치다 보면 무한한 사고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고, 자기의 생각에 남의 생각을 더해 논리적인 힘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논술의 ‘뒷심’을 지도할 독서 토론의 장이 사교육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 서울 송파구 문정동에 사는 남주희 씨(43)는 “학교에서는 토론 교육은 없고 학기 초에 알려주는 필독 도서와 독서기록장이 전부”라며 “현실적으로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지만 영어에, 피아노에, 이제 논술학원까지 보내야 하니 부담이 가중되는 형편이다”라고 하소연했다. 사교육이 초고속 비행기라면 공교육 현장은 이제 걸음마를 하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일렁대는’ 입시 논술 속에 ‘알랑대는’ 초등 논술이다. 학교냐 학원이냐를 떠나 논술의 힘을 키우는 데는 초등학생 시기가 가장 중요하다는 데 이견이 없다. ☞취재 심정민 리포터
논술의 효용부터 다양한 교육법까지 설왕설래 수많은 말이 돌고 돈다. 그 와중에 “중학생 논술 교육이 도대체 뭐야?”하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사람도 많다. 메가스터디 엠베스트의 국어논술 강사 장승원 씨는 논술에 대한 부담감을 없애는 게 급선무라고 지적한다. “논술은 새로 등장한 낯선 교과목이 아니다. 학교에서 당연히 배워야 했던 것 중 하나가 논리적 사고력인데, 그동안 그 점을 가르치는 데 너무 태만했던 겁니다. 논술을 통해 그런 사고방식을 익히는 겁니다.” 중학교 논술자료 <읽기에서 논술까지> 기획팀장으로 참요한 홍은중학교 심재명 교감은 “사회는 빠르게 변하는 데 교육이 사회에 필요한 인재를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 21세기가 원하는 인간을 교육하는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 바로 논술”이라고 설명한다. 서울시 교육청 역점 과제로 독서 토론 논술 강화 추진 중학논술의 현재 고민은 입시를 준비하면서 동시에 일상생활 속 사고력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로 모아진다. 입시 논술에 매달리기엔 아직 이르고, 무시하기엔 중요성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뉴얼이 있는 것도 아니요, 준비된 인재(교사)가 있는 것도 아니니 요구에 비해 무언가를 실천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제한적이다. 서울시 교육청이 올해 역점 과제 중 하나로 ‘독서 토론 논술 강화’를 선정한 것에 기대가 쏠리는 것은 그 때문이다. 학교 상황이 달라 얼마나 효과적으로 진행될지 아직 객관적인 평가를 내리기 이르지만, <읽기에서 논술까지>라는 3단계 교재를 처음 내놓은 것도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학교 현장에서는 중학생에게 좀 더 ‘맞춤’한 논술 공부는 없을까 하는 고민이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교과서 속에 논술 해결책이 모두 담겨 있다”고 주장하는 심 교감의 이야기다. “7차 교육과정으로 개편된 교과서에 논술에 대한 준비와 자료가 많아요. 학습활동, 보충학습, 읽기자료, 도움글 등 과목마다 창의적 사고를 신장시킬 수 있도록 단계별로 교육내용이 제시돼 있거든요. 통합교과적 글쓰기를 위한 초석도 마련돼 있어요. 3학년 1학기 국어교과서 3단원을 보면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지문으로 주고 사회상을 이야기해보자는 과제가 제시돼 있어요. 학생들은 이 문제를 접하고 사회 시간에 배운 빈부의 격차,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처우에 대해 떠올리고 연관지어 생각해 볼 수 있고요.” 교과서를 꼼꼼히 읽고 공부하는 것이 논술 대비의 첫걸음이라는 얘기다. 심 교감은 이어 “중학생들은 아직 주장이 담긴 통글쓰기를 어려워하는 경향이 있다”며 “짤막한 주장과 2~3가지 근거로 이뤄진 문단 써보기 연습을 해보라”고 권한다. 책만 읽지 말고 경험의 폭도 넓혀라 그러나 중학논술에서도 발 빠르게 학습 수요자의 요구에 반응하는 영역은 사교육 쪽이다. 메가스터디 엠베스트 장승원 강사의 말이다. “신문, 잡지를 많이 활용해요. 세상을 바라보는 안목을 키우는 데도 신문과 같은 인쇄 매체를 접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죠. 학생들은 써보는 데서 그치지 말고 선생님이나 지도교사에게 반드시 첨삭 지도를 받는 것이 좋아요. 쓰긴 썼는데 그 글이 어떤지 모른다면 소용이 없거든요. 피드백을 받으면 훨씬 빨리 정리 감각을 익힙니다.” 한편 천지인논술학원 박형진 원장은 색다른 의견을 제시한다. ‘경험’을 강조하는 것이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한 대목을 지문으로 주고 사랑의 가치와 관련한 논술을 써보라는 주문을 받은 학생이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성친구를 사귀어 본 경험이 없는 사람은 그 절절함을 표현해낼 길이 없어요. 독서와 함께 경험의 폭을 넓히게 하는 것도 논술의 중요한 부분입니다.” 유아, 초등, 중등 시기 동안 폭넓은 독서와 다양한 경험을 누릴 때 비로소 고등 논술에서 좋은 글을 써낼 수 있다는 진단이다. ☞취재 조수진 리포터 ▶출처: 강서․양천 내일신문(2007년 4월 5일자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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