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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늦은 듯 하지만,
백두종주를 준비하시는 분들께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먼저 다녀온 사람 입장에서 몇 가지를 정리하였습니다.
2007년 7월 27일부터 8월 1일까지
백두 종주와 집안 고구려 유적지 및 심양 청나라 유적지 방문을
목적으로 중국을 다녀왔습니다.
어메이징 산악회에서 제공하고 있는 4박 5일 프로그램을 기준으로
심양에서의 1박을 추가하여 항공편으로 다녀왔으며,
백두 종주는 이틀에 걸쳐
첫날은 5호경계비를 출발하여 달문으로 내려왔고
이틑날 금강대협곡과 왕지 등을 방문했습니다.
일정을 간단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7/27(금) : 인천 - 심양 - 통화
7/28(토) : 통화 - 집안 - 통화 - 송강하
7/29(일) : 송강하 - 백두 서파/북파 종주 - 이도백하 - 송강하
7/30(월) : 송강하 - 백두 서파일대 탐방 - 송강하 - 통화 - 심양
7/31(화) : 심양 관광
8/01(수) : 심양 - 인천
일행은 모두 8명으로
최연장자는 56년생 3분이고 막내는 86년생이었습니다.
백두종주를 위해 여러 여행사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나
백두종주 사진 등은 이미 여러 포털 사이트에서 쉽게 검색이 가능하므로
저는 제가 여행을 준비하면서 궁금했던 것들을 중심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아, 그 전에 우선 성공적인 여행을 위해 애써주신
어메이징 산악회의 이희선 팀장님께 감사의 인사를 꼭 전하고 싶습니다.
그럼, 시작할까요?
1. 백두 종주 언제가 좋을까
백두 종주의 성공여부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날씨입니다.
현재 국내 여행사나 산악회에서 제공되는 프로그램들은
대개 6월에서 8월 사이에 계회되어 있기 때문에 선택의 폭은 그리 넓지 않습니다.
매년 다르겠습니다만, 올해를 기준으로 말씀드리면
6월말에 다녀오신 분들의 사진을 보니 그늘진 곳에는 눈이 제법 쌓여 있더군요.
7월말에 다녀온 저희는 눈을 거의 보지 못했고 상대적으로 따뜻한 날씨에 산행했습니다.
다만 종주하는 길 주변이나 고산화원의 들꽃은 이미 많이 져버렸더군요.
대신 저희가 방문했을 때는 다행히도 왕지로 가는 길의 정비가 완료되어 방문이 가능했는데,
막상 왕지는 별로였지만 왕지로 걸어들어가는 진입로(따로 나무를 깔아 제법 운치가 있었습니다)
양쪽편의 들꽃이 괜찮았습니다.
화사한 들꽃을 기대하신다면 7월말보다는 좀더 이른 시기가 좋았겠습니다.
2. 일요일은 절대로 피하라
앞에 간단히 밝힌 일정을 보시면 저희 일행의 백두 종주는 일요일이었습니다.
항공편 조정 등으로 어메이징 산악회에서도 어쩔 수 없었을 거라 이해는 하고 싶지만
일요일으 현지 사정을 미리 알고 있었다면 많이 서운한 생각이 듭니다.
5호 경계비에서 종주를 시작하실 경우,
대개의 경우 근처인 송강하에서 묵은 후 서파 산문까지 차량으로 이동하고
서파 산문에서 입장권 등을 끊은 다음 셔틀버스를 타고 5호 경계비에서 좀 아래에 위치한 주차장까지
이동합니다.
문제는 일요일은 중국인들도 쉬고
제법 많은 중국인이 5호 경계비까지 올라 천지를 조망한다는 사실입니다.
저희가 서파 산문에 도착했을 때 그 근처는 거의 인산인해였습니다.
그리고, 중국인들 셔틀버스 타는 곳에서 줄을 서기는 서는데
셔틀버스 한 대가 서는 곳에 이미 줄이 있으면 희안하게도 그 줄 끝에 서는 것이 아니라
그 줄 바로 옆에 새로 줄을 하나 만들어 서더군요.
그러곤 셔틀버스가 오면 모든 줄이 서로 일행을 챙기며 먼저 타려 다툽니다.
전쟁이었습니다.
근 20년만에 통학버스 탑승을 위한 쟁탈전을 다시 경험했습니다.
시간은 또 얼마나 지체되었는지..
주차장에서 내리면 다시 5호 경계비까지 30분은 더 걸리고 1시간은 안걸리는
계단길을 또 그 많은 사람들과 섞여 부딪히며 올라야 합니다.
금강대협곡과 왕지 등을 보기 위해 다음날인 월요일에 서파산문을 다시 방문했을 때는
한산하고 호젓했습니다.
일행들만 따로 셔틀버스를 타고 움직이는 것도 가능했습니다.
신속하고 호젓한 출발을 희망하신다면,
절대로 일요일은 피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아, 일단 5호 경계비에 올라서시면 거기서부터 천지 둘레를 따라 하는 종주는
일행끼리 호젓한 산행이 가능합니다.
종주하는 팀은 열이면 열 모두 한국사람들이었는데,
중국인들은 등산을 좋아하지 않아서 종주같은 건 하지 않는다는군요.
3. 종주산행 준비는 어떻게 해야하나
대개 산행시간은 6시간에서 길게는 10시간까지도 잡는데
저희 일행의 경우는 5호 경계비에서 북파산문까지 대략 8시간 정도 걸렸습니다.
앞서 말씀드린대로 저희 일행은 56년생부터 86년생까지의 8명으로 구성되었는데
특별히 매주 산행을 하는 분도 없는, 보통의 사무직 종사자로서
체력적으로 힘들고 벅차다는 분은 없었습니다.
다만 등산 스틱 덕을 봤다는 분은 계셨으니까 혹시 체력적인 부담이 걱정되시는 분은
등산 스틱을 챙기시면 확실히 도움이 됩니다. 강력 추천합니다.
문제는 항공편을 이용할 경우 등산 스틱은 반드시 부치는 짐 케이스 안에 넣어야만 하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옷차림은 여름 동안은 긴바지에 반팔 상의를 기준으로 긴팔 상의를 벗었다 입었다 했습니다.
저는 반바지 차림으로 다녔는데 비를 맞을 때 빼고는 춥다는 느낌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출발할 때 날씨가 아무리 좋더라도 해발고도 2,000미터 근방의 산에서의 날씨는
정말로 변화무쌍합니다.
저희도 계속해서 천사같은 날씨에 행복해 했는데 용문봉 지나면서 갑자기 1시간 정도
엄청나게 쏟아지는 빗속을 움직여야 했습니다.
비옷을 반드시 준비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바람 불고 비오면 여름이라도 좀 춥습니다.
종주 당일 날씨는 말 그대로 천운입니다.
저희보다 하루 전에 산행한 팀은 날씨가 나빠 천지를 제대로 볼 수 없었답니다.
평소 덕을 많이 쌓으시길..
특히 구름이 몰려오거나 비가 내려 시야가 나빠지는 경우에는
일행 사이의 거리 유지에 각별히 주의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지척이 잘 분간되지 않을 정도이기 때문에 일행을 놓칠 위험도 큽니다.
우리보다 하루 전 종주한 팀의 경우 일기가 너무 나빴는데
일행 중 한명이 길을 잃어 다음날 오전에야 찾았답니다.
한허계곡 근처였다는데 그 근방이 넓은 평원지대에 등산로 흔적도 좀 어지럽게 나있어서
그랬을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물은 가급적 넉넉하게 챙기셔야 합니다.
중간에 한허계곡에서나 계곡물을 보충할 수 있을 뿐인데
지대가 높아서 평소보다 물 보충을 충분히 해야 합니다.
그리고, 산행시간이 길기 때문에 쵸코파이나 쵸코바, 사탕 등의 간식거리도 필요한데
저희 경우는 송강하의 숙소 근처 가게에서 구입하면 되겠지 했다가 낭패를 봤습니다.
저희가 찾은 송강하의 가게는 시간이 늦어 크기도 작았지만
무엇보다 살만한 상품이 없었습니다.
저라면 우리나라에서 미리 구매해서 가겠습니다.
산악가이드는 종주하는 동안 너덧명을 봤는데
한족도 있고 조선족도 있지만 대부분 우리말을 잘 못했습니다.
위기상황에서 얼마나 나은 대처능력을 훈련받았는지는 모르겠지만
길 잘못 드는 걸 막아주는 정도 이외의 기대는 접으셔야 할 듯 합니다.
용문봉인가 녹명봉인가에 산악가이드들이 잠시 들르는 텐트가 있는데
거기서 소천지로 내려가는 길을 잡을 수도 있고
달문으로 내려가는 길을 잡을 수도 있습니다.
달문으로 내려가야 천지 물에 손을 담글 수 있고
거기서 보는 북녘 봉우리의 모습이 또 그림같습니다.
어떤 분은 소천지로 내려갔다가 시간적인 여유가 돼서
장백폭포(비룡폭포)를 거쳐 달문으로 올랐다고도 하시던데
저희는 다행히 달문으로 바로 내려갔습니다.
저희 말고도 종주 팀이 여럿 있었는데 모두 소천지로 방향을 잡은 듯 합니다.
무슨 기준으로 길이 달리 잡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대개 현지 가이드가 서파산문까지는 동행하고 거기서 산악가이드와 합류하는데
현지 가이드에게 달문으로 내려가고 싶다는 뜻을 산악가이드에게 꼭 전해달라고
부탁하시면 참고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달문으로 내려가는 길이 바위비탈을 타고 내려가야 하기 때문에 좀 위험하긴 한데
기왕이면 천지 찍고 하산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참, 서파산문과 마찬가지로 북파산문쪽에서도 셔틀버스를 타고 내려와서야
전용차량이 있는 주차장에 도착하게 되므로
하산은 반드시 북파산문쪽 셔틀버스 막차시간을 확인하시고
그 이전에 마무리 짓도록 하셔야 합니다.
산악가이드가 알아서 하겠지만 우리말에 좀 과묵한 편들이라..
4. 전용차량이 후지면 전체 여정이 괴롭습니다.
대개 전용차량은 인원에 비해 여유있게 준비됩니다.
저희같은 경우 일행이 8명이었는데 25인승 차량이 지원되었습니다.
그래도 각자 짐보따리가 하나씩 있으니까 넓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중국 차량이 좌석간격이 좀 좁다는군요.
좌우간 차량 크기도 크기지만 차량의 성능과 설비도 매우 매우 중요합니다.
출입국을 어느 도시로 하건 상관없이 통화에서 송강하, 송강하에서 이도백하를
반드시 오가게 되는데 도로 사정이 썩 좋지 않습니다.
좁은 왕복 2차선에 비포장도 많아 날이라도 어두워지면 차량 이동시간이 퍽 길어집니다.
이런 사정을 염두에 두면 차량의 속도, 그리고 무엇보다 의자의 안락성이
정말로 중요합니다.
저희 경우에는 차가 오래 돼 낮에도 속도를 못내서 계속 추월 당하고
무엇보다 의자가 쿠션도 나쁘고 뒤로 기대면 등받이가 넘어가버려
불만이 극에 달했습니다.
중국 도착하자마자 전용차량에 탑승하실 때 꼼꼼하게 살펴보시고
아니다 싶으면 교체를 요구하시는 것이 이후의 모든 여정을 행복하게 하는
필요조건임을 명심하셔야 합니다.
기본적으로 저희처럼 백두 종주 후 북파쪽에서 심양으로 이동하는 경우는
차량이동이 아니라 연길로 이동 후 중국 국내선 항공편을 이용하는 것이 정답이라고 봅니다.
차량이동은 시간적으로도 부담스럽고 고생스러운 여행입니다.
여행이 고생스러울 수야 있지만 고생을 위해 여행을 할 이유는 없으니까요.
참, 숙소로 들어갈 때는 반드시 모든 짐을 숙소로 옮겨 차량에 짐을 남겨주지 않아야 합니다.
송강하에서 저희 차량이 숙소 현관 바로 앞에 주차되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밤손님이 차량 안을 휘젓고 다니다가 결국은 밧데리를 훔쳐가는 황당한 사고를 겪었습니다.
그 숙소 주인이 가끔 있는 일이라고 하더군요.
숙소에서 고용한 2명이 밤새 숙소 앞을 지키고 있었는데도 그런 사건이 발생하다니..
새로 밧데리 사다가 달고 어쩌고 하느라 금쪽같은 백두종주날 아침 출발이 한참 늦어졌습니다.
5. 묵는 숙소는 도대체 어떤 곳인가
저희는 통화에서 1박, 송강하에서 2박, 심양에서 2박을 했습니다.
심양이야 큰 도시니까 숙소시설도 크게 불만은 없었고
궁금하시기는 통화나 송강하의 숙박시설일 텐데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크게 나쁘지도 크게 좋지도 않습니다.
침대도 있고 샤워실도 있는, 우리로 치면 여인숙보다는 좀 나은가 싶지만
모텔보다는 많이 못한 정도의 시설입니다.
특히 송강하의 숙소들은 대개 급하게 날림으로 지어서인지
샤워실 설비고장이 잦고 물도 시원찮게 나오는 등 불편한 점이 없지는 않았지만
그런대로 지낼만 했습니다.
저희가 묵은 송강하 숙소에서는 솜이불을 주더군요.
한 가지 추가로 말씀드리고 싶은 점은
심양, 통화, 송강하의 숙소 모두에서 영어가 전혀 통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심양에서의 숙소는 그래도 4성급이었는데 데스크에 있는 딱 한명만이 영어로 의사소통이 됐습니다.
기본적인 중국어 공부가 부족한 상태로 중국을 방문한 우리도 잘한 것은 없지만
많이 답답했더랬습니다.
그리고, 송강하의 숙소는 승강기도 없는데 4층까지 직접 짐을 들고 옮겨야 했는 데 비해
통화에서는 보이들이 득달같이 달려들어 짐을 옮기고는 팁을 요구했습니다.
참고하셔서 적절히 잔돈도 미리 준비하시면 좋을 듯 합니다.
6. 어메이징 산악회를 이용한 일행들의 반응을 간단히 전하면..
이번 여행은 제가 생각하더라도 현지 가이드, 산악 가이드, 운전사의 태도가
무척이나 좋았습니다.
이것도 어메이징 산악회의 능력이라면 높이 평가하고 후한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일행 모두가 가이드나 운전사가 팁 때문에 신경을 쓰도록 하지 않아서
여행을 마칠 때까지 기분상할 일이 없어 좋았다고 이구동성으로 얘기했습니다.
이 점은 다른 여행사나 산악회의 프로그램과 차별되는 사항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어메이징 산악회의 프로그램을 추천하게 하는 장점으로
꼽을만 합니다.
7. 간단히 저희 일정을 날짜와 시간별로 정리하면
7/27 (금)
1540 KE833 이륙
1602 심양 桃仙국제공항 도착
1645 전용차량 탑승
2330 통화 도착
7/28 (토)
0530 모닝 콜
0710 통화 출발
0930 집안 도착
1300 집안 출발
1930 송강하 도착
7/29 (일)
0530 모닝 콜
0730 서파산문 도착
0820 천지행 버스 탑승
0910 5호 경계비 아래 주차장 도착
1000 천지 능선의 5호 경계비 도착
1020 마천우 (2,459)
1100 청석봉 (2,662)
1215 한허계곡
1415 장백산 정상 백운봉 (2,691)
1515 녹명봉 (2,603)
1600 용문봉 (2,596)
1700 달문 천지 물가
1830 북파 주차장 막차 탑승
2250 송강하 도착
7/30 (월)
0530 모닝 콜
0640 호텔 출발
0730 서파산문 도착
0740 셔틀버스 탑승
0810 쌍제하
0910 금강대협곡
1020 왕지
1200 서파산문
1340 송강하 출발
1700 통화 도착
2120 심양 도착
7/31 (화)
0700 모닝 콜
0830 호텔 출발
0910 북릉 도착
1100 북릉 관람 마치고 고궁으로 이동
1340 고궁 관람 마치고 서탑가로 이동
1500 서탑가에서 늦은 점심
1530 호텔 복귀 후 자유일정
8/1 (수)
0630 모닝 콜
0800 호텔 출발
0930 심양 桃仙국제공항 도착
1050 KE832 이륙
1320 인천공항 도착
8. 끝으로
쓰다보니 길어지기는 했지만
백두종주를 위주로 출발전 궁금했던 사항을 되살려 기록을 남깁니다.
앞의 일정을 확인하시고 심양 관광 등 기타 궁금하신 점은 따로 질문하시면
도움 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다만
이 기록은 순전히 제 개인의 제한적인 경험에 기초한 것이니
참고만 하시길 바랍니다.
끝.
첫댓글 산행후기보다 더 세세한 여정과 필요한 정보 감사합니다...내년 산우들과 백두산 종주 계획때 참고하겠습니다.
많이 체크하고 고심하고 하는데도 불구하고 많은 문제점들이 발생하는 곳이 백두산 트레킹 코스인거 같습니다. 좋은 부분은 당연히 앞으로도 좋은 방향으로 진행할 것이며, 위에서 언급한 많은 부족한 부분도 개선하여,,힘들게하는 여행이 되지 않게 하기위해 앞으로 더욱 더 준비를 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