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e윈컴 정치뉴스(ewincom.com) 쟁점토론에 실린 글 ('03.8.9)임
현대자동차 정규직 노동자들을 비난하기 보다는 이번 기회에 노동자들간의 임금 격차 해소 방안, 휴일. 휴가에 대한 이해, 경영참여 방식 등 전국민적 공감대를 만들어 갈 수 있는 범국민 열린 토론회나 대안들이 만들어져야...
<허영구 전 민주노총수석부위원장>
지난 8.5 현대자동차 노사간 임단협이 타결되었다. 언론에 보도된 바와 같이 금년도 임금인상, 9월1일부터의 주 5일 근무제, 비정규직 처우개선, 노조의 경영참여 등이 핵심 내용이다. 그간 언론은 임금인상에 관한 사항이 아닌 주5일 근무제나 비정규직 처우개선은 정치적 요구며 상급단체인 민주노총의 대리전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비난해 왔다.
그러나 협상이 타결된 후로는 노조의 경영참여에 대한 문제지적을 하다가 그것이 여의치 않자 일반 국민들을 상대로 대기업 고임금 노동자들이 더 높은 임금인상에 대해 집단이기주의로 몰아감으로써 다수 중소 영세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과의 차별과 분리를 시도하고 있다.
****현대 자동차 고임금론은 중소 영세,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분리시키려는 시도***
지금 민주노총을 비롯한 관련 게시판에는 민주노총과 현대자동차 노조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연휴일 166일에 연봉 6,000만원'을 받게 된 현대자동차 생산직 노동자는 귀족 노동자며 나라경제를 망치는 존재들이라는 것이다.
특히 이번 임금 협상에서 1,000만원이 인상되어 평균 2,000만원 내외의 연봉을 받는 다수 노동자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는 점이다. 협상이 잠정합의 된지 이틀 동안 쏟아진 폭력에 가까운 엄청난 비난과 욕설은 자본과 보수언론에 의해 철저하게 과장, 왜곡되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먼저 금년도 인상 분이 1,000만원이라는 과장은 어제(8.7) 미디어 '다음(daum)'에서 밝혀진 바와 같이 기본급 인상 분 120만원(9만8천 원 ×12개월)과 상여금 인상분 70만원(9만8천원 ×7회)등이 190만원 가량이고 여기에 초과근무수당 인상 분, 명절 특별상여금 등을 더해 400만원 정도다. 1,000만원의 주장은 작년에도 지급된 바 있는 500∼600만원의 성과급과 격려금을 합하여 과장, 왜곡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오늘(8.8) 한겨레신문(18면)에도 상세히 보도되었는데 만약 휴일 모두 사용하고 잔업, 특근을 하지 않는다면 13년차 생산직 노동자의 연봉은 3,500만원쯤 된다고 한다. 이는 현재 금융, 보험업 등 대기업 대졸 사무직 초임 연봉에 불과하다. 그럼 구체적으로 임금인상 전 현재자동차 임금에 대해 알아보자.
****잔업, 특근을 하지 않는다면, 13년 차 현자노동자 연봉은 3500만원 ****
울산공장의 생산직 노동자(전체 직원의 67%)의 95%는 아직도 시급(時給)노동자다. 시급 노동자의 경우 1일 주간 8시간의 근로기준법상 법정노동시간 근무의 경우 월 통상 임금(월 기본급 + 제반수당)은 134만3천 원이나 월 통상임금 134만3천 원을 월 소정시간(노사간 시급 기준 합의내용)240시간으로 나누면 시간당 임금은 5,596원이다.
이는 전 산업 평균 140만 8천 원보다 6만5천 원이 적고 제조업 전체 평균 126만 6천 원보다는 7만7천 원 많은 수준이다. 거기에다 상여금(보너스)총액을 12개월 나눈 금액도 합한 월평균 임금이 222만 3천 원으로 연봉 2670만원이 된다 .여기에 임금인상 분 400~450만원이 늘어났으니 연봉 3천만 원이 조금 넘는 셈이다.
물론 여기에는 야근, 특근, 잔업 등 연간 3,000시간 또는 그 이상의 고강도, 장시간 노동으로 수당이 추가되어 중소영세 기업이나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비해 높은 임금 수준을 유지하는 것만은 사실이다.
이는 비단 현대자동차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 전체 대기업 공공, 금융, 보험 등에 고용된 노동자와 그렇지 못한 노동자, 또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노동자간의 격차는 자본의 이윤확대와 노동시장 유연화를 위해 철저하게 구조화된 이중(분단)노동시장의 현실이다.
이는 철저하게 자본주의체제의 경쟁과 효율이라는 정글법칙을 통해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달성하려는 초국적 자본, 국내재벌, 국가권력에 의해 추진되어 온 지난 5년의 IMF 금융위기 극복상식에서 더욱 더 강화되어 온 점이다.
****노동 차별화에 대한 비난은 노동자가 아니라, 이중 노동시장 정책을 추진해온 자본과 권력이 받아야 마땅하다 ****
일단의 프로선수단을 육성하고 고임금, 고강도, 장시간 노동을 통해 생산성 향상을 도모하는 차별화 전략을 지속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자동차 생산직 노동자들의 임금에 대해 쏟아진 비난은 이러한 잘못된 정보에도 있지만 자본과 정권의 실패한 고용, 임금정책을 국민들 내부는 물론 노동자 내부의 갈등과 분열로 돌림으로써 현재의 일반 노동자, 서민의 고통을 이부 대기업 노동자와 민주노총의 노동운동 방식에 뒤집어씌우려는 의도가 도사리고 있다.
게시판에 쏟아진 비난들에서 보면 자칭 노동자라면서 자신은 연봉 1천5백만 원, 2천만 원, 3천만 원에 불과한데 5천만 원 받다니! 공고(工高)를 나온 주제에 1천만 원이 더 인상되어 6천만 원을 받다니! 이런 식이다.
그것이 사실이 아니지만 그런 논리라면 현재 월 52만원에 못 미치는 최저임금을 받는 100만 명이 넘는 그야말로 우리 사회 최하층 노동자의 연봉은 600만원에 불과한데 거기에 비한다면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의 임금을 비난하는 사람들 또한 상대적인 고임금 노동자 또는 집단 이기주의자로 비난받을 수밖에 없다.
초등학교 밖에 나오지 않은 기업가가 엄청난 돈을 번 것도, 고등학교 밖에 나오지 않은 프로스포츠 선수가 억대의 연봉을 받는 것 모두 자본주의 사회의 현실이다. 사실 대학을 나오면 더 많은 봉급과 사회적 지위를 얻어야 한다는 깨지지 않는 신화 때문에 과열 대학입시제도, 과잉학력과 청년실업문제가 심각한 것이 사실이다.
요즈음 대공장 노동자들의 학력도 그냥 언론에서 얘기하는 것과는 달리 최소한 2년제 대학 이상이고 우리 사회의 학력에 대한 편견과 차별 때문에 어떻게 해서라도 학위를 취득하려 한다. 사실 노동자들간의 임금격차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우리 사회 전체의 빈부격차 확대문제다.
**더 중요한 문제는 노동자들간의 임금격차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빈부격차의 확대 문제**
그것은 엄밀한 의미에서 노동과 자본간의 노동소득 분배율의 격차확대다. 그런 차별을 자본은 노동자들간의 차별로 전환시켜 노동자들 내부의 갈등을 유도하여 자본에 대한 저항을 무마시키려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그들에게 갈 비난의 화살을 자기보다 한 푼이라도 더 받는 노동자들에게 돌려 실제적인 의식을 마비시키는 것이다. 1인당 1만 불 국민소득이라고 하는데 4인 가족의 가장이 자기가족을 1인당 대한민국의 평균국민이 되게 하려면 4만 불(=4,800만원)을 벌어와야 하는데 그런 노동자가 얼마나 되겠는가?
대부분의 노동자 가족은 5천불에 머무른다. 노동자들이 분노하고 비난해야 할 것은 고리사채업자, 불로 소득자, 부동산 투기업자, 수십, 수백 억의 정치자금을 조성하고 사기치는 정치꾼, 노동자의 피땀을 빼앗아 가는 재벌가를 포함한 자본가들을 공격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임금을 똑 같이 받자고 주장하면 무슨 공산주의 하자는 것이냐며 노동운동을 역시 비난할 것이다. 문제는 현실 사회주의 국가에서도 해결하지 못한 임금의 차별을 어느 정도 최소화 할 것인가와 그 차이를 어떻게 사회적 임금(조세와 사회보장제도)으로 완화할 것인가 하는 대안적 토론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대공장 노동자들 역시 IMF 금융위기 이전의 기아자동차, 그 직후의 현대, 대우자동차 노동자들은 경험한 엄청난 정리해고와 고용불안을 경험했고 아직도 그 상황에 있다. 따라서 노동자들은 직장을 다닐 수 있을 때, 산업의 경기가 좋을 때 최대한 일해서 벌어야 한다는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는 지경에 내몰려 있다.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의 경우 거의 100% 근골격계 직업병에 시달리고 있고 장시간 , 고강도 노동에 과로사가 속출하고 있다. '166일 휴일에 연봉 6,000만원'이라는 왜곡, 선정적 보도와 비난으로는 현재 처한 구조적 문제를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면서 사회적 갈등과 냉소만을 더 깊게 할 뿐이다.
***노동자를 분리해서 매도하는 것은 사회적 갈등과 냉소만 키울 뿐,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
몇 년 전 조종사 노동자들이 임금인상 교우를 하니까 연봉 1억, 2억 노동자들이 무슨 임금인상이냐며 언론에서 난리를 친 적이 있다. 계속 비행기 조종만 하고 하늘을 날아다니면 그것뿐이겠는가? 현대자동차 생산직 노동자들이 연간 3천시간이 아니라 하루에 16시간 씩 365일을 생산라인에 매달려 일한다면 연봉이 6천만 원 뿐이겠는가?
자동차 공장의 임금이 자동차 판매 즉 매출액에 따라 엄청난 변화를 보이고 만약 잔업, 특근 등을 하지 않으면 임금의 차이는 매우 크다. 이는 대우자동차의 경우 지난 5월 현재 승용2담당 노동자의 경우 판매와 수출 부진으로 월 11일밖에 작업하지 못해 월 임금은 85~90만원에 불과했다.
그러나 대우자동차의 경우 위기에 빠지기 직전인 1997~97년의 경우 연간 공장가동시간이 4,500시간을 웃돌았고 주야 맞교대에 하루 평균 2~3시간의 초과노동이 다반사였다. 현대자동차가 작년 26조원의 매출액과 순이익 1조 4400억 원을 올리기 위해 생산라인에서 55초당 1대씩 자동차를 생산해 내는데 투입된 노동자들의 노동력에 대해 공장에 한 번 가보지도 않은 사람들을 선동하여 비난만 한다는 것은 한국경제나 사회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런 가능하지 않는 계산으로 노동자들의 요구나 투쟁을 매도해서는 안 될 일이다. 얼마 전 과로사한 현대자동차의 한 노동자 근무일시 1년 동안 364일을 공장에서 일했다고 하니 이 얼마나 비극적인 삶인가?
여기서 주 5일제 시행과 관련한 휴일, 휴가제에 대해 알아보자. 노동부는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의 경우 주5일제를 실시하면 남자는 165일, 여자는 177일로 세계최고 가 된다고 밝혔다. 그러자 언론은 프랑스 148일, 일본 139일, 대만 130일 보다 휴가가 많은 '휴일 왕국'(매일경제 8.8)이라고 사설에서 주장하였다.
****휴가가 많다는 논리의 허구...
24시간 맞교대 근무하는 사람은 휴일이 183일이나 된단 말인가 ****
이 기회에 실 노동시간을 고려하지 않는 휴가일수 주장에 대해 우리나라 정부와 자본, 언론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자 한다. 이것이 얼마나 허구적인 논리인가는 단적인 예로 24시간 1일 맞교대 하는 경비업무 등 노동자들의 경우 휴일(?)은 183일 아닌가? 그럼 그들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놀고 먹는 노동자들이라 할 수 있는가?
만약 이들이 24시간을 꼬박 근무한 다면 연간 4,400시간 노동이고 근무시간 중 교대로 8시간의 수면을 취했다하더라도 연간 3,000시간 노동이다. 24시간 내내 직장에 매여 있던 노동자의 그 다음날이 진정한 휴가가 될 수 없다.
휴일, 휴가란 1일 8시간 일한 다음날인 경우가 진정한 휴일이다. 유럽의 140일 휴가는 연간 1,300~ 1,500시간의 실노동시간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정부통계로 연간 2,500시간이고 실제는 3,000시간에 육박한다. 따라서 1일 8시간 기준을 전제로 한 휴일, 휴가 수를 OECD 기준 각 국별 실 노동시간으로 환산해 보면[365일-(연간노동시간÷8)] 한국은 59일에 불과하다. 이에 비해 일본 133일, 미국 131일, 영국 155일, 네덜란드 197일, 프랑스 178일, 독일 190일, 체코 113일, 멕시코 123일, 스페인 146일이다.
***노동자들간의 임금격차 해소, 경영참여 방식에 대한 열린 토론의 장이 만들어져야***
그리고 언론이 크게 비난하는 것 중 하나인 노조의 경영참여도 유럽국가 등과 비교하면 노사협의수준이다. 이사회 관련 사항도 노조의 참여를 포기하는 대신 이사회 개최와 의결 사항을 노조에 통보하고 설명하는 정도다. 단지 경영참여를 인정했다고 하는 조항들은 그 동안 노조가 단체협약을 통해 맺은 고용안정관련사항에서 개선된 내용들이다.
일종의 고용안정협약이라 볼 수 있다. 오늘 날 반세기의 역사를 지닌 노동자들의 직접적 경영참여는 물론이고 비노조 경영에 입각한 경영자주의 모델을 견지해 온 미국조차도 포드주의 이후 다변화된 품질 지향 생산체제 하에서 '신사회 기술 체계', 또는 '고능률 작업 시스템'을 위해 노동자 참여 모델을 적극 도입하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