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엘보 이야기
우리 신체에서 골프와 관련해서 어느 부위가 가장 중요할까? 아니면 어느 부위가 가장 많이
말썽을 부릴까 하는 질문에 통계적으로 허리가 가장 문제가 많다고 한다. 하지만 클럽을 잡고
스윙을 하는 손과 손목, 팔꿈치 그리고 어깨가 가장 많을 것이다. 그 중에서 팔꿈치는 비교적
자주 문제를 일으키는 부위고 특히 근력이 약한 여성골퍼의 경우는 더 큰 문제가 된다. 다른
질병도 마찬가지지만 엘보에 얽힌 이야기도 매우 구구절절하다. 특히 여성분들의 경우는 부부가
함께 오는 경우가 많은데
“죽을 병도 아닌 것이 겉은 멀쩡한데 골프는 물론 손만 사용하면 아프니 가족들도 싫어해요”
“남들이 보면 꼭 꾀병부리는 것 같은 데 심하게 아플 때는 밥숟가락도 못들겠어요”
“젊었을 때는 애들 키우느라고 못하고 이제 운동 좀 하려니까 아파서 못하겠어요”
등을 하소연하는 경우가 많다. 무엇보다 겁이 나고 아파서 골프를 못치겠다는 것, 그러면서도
가장 많이 물어보는 것이 치료받으면서 언제부터 골프를 쳐도 되냐는 것이다.
‘엘보’ 라는 말은 원래 테니스나 골프치는 분들에게서 많이 생긴다고 해서 테니스 엘보, 또는
골프 엘보라는 용어에서 줄여 쓰다보니 그냥 엘보가 된 것 같다. 보통 팔꿈치 바깥쪽의 부상을
테니스 엘보, 그 반대로 안쪽을 골프 엘보라고 부르고 있지만 골퍼들에게서 발생하는 엘보도
클럽을 잡는 왼쪽팔의 바깥쪽이 안쪽에 비해 월등히 많이 발생한다. 테니스 엘보도 마찬가지지만
골프로 인해 발생한 엘보는 가장 대표적으로 많이 써서 생기는 과사용 증후군 (overuse syndrome)이다. 즉 우리 신체의 운동 능력보다 더 많은 운동을 해서 근육과 힘줄에 손상이 생긴
것이다. 팔꿈치의 안쪽과 바깥쪽 튀어나온 부분은 손목을 움직이는 근육이 힘줄로 되어
한꺼번에 좁은 부위에 붙어있다 보니 반복적인 동작에 의해 상당히 부하가 걸리는 부분이다.
따라서 테니스나 골프 외에도 배드민턴이나 스쿼시, 그리고 기타 손목을 반복해서 많이 사용하는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고, 주부들에게서도 흔히 별다른 이유 없이 발생
한다. 즉 한번의 큰 영향으로 문제가 생기는 것보다 작은 부하가 자꾸 반복적으로 누적돼 문제를
유발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부상은 남성에 비해 여성에게서 상대적으로 많이 발생하는데,
다른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골격이나 근력이 남성에 비해 약해서 작은 신체적 스트레스에도
쉽게 발병하는 것이다.
골프는 다른 운동과 달리 같은 동작의 반복이며, 라운드 당 연습 스윙을 포함해 약 200회 이상의
스윙을 하고 연습장에서는 보통 1시간에 100~200개의 볼을 쉴 틈 없이 치곤한다. 그것도
매트의 바닥이 오래된 경우 팔꿈치에 부상을 입을 가능성이 많아진다. 흔히 골퍼들에게 문제가
되는 부위는 왼손의 바깥쪽 팔꿈치와 오른손의 안쪽 팔꿈치다. 스윙동작 가운데 엘보에 가장
부담을 주는 시기는 다운스윙할 때와 볼을 치는 임팩트 순간인데 다운스윙시에는 오른손의
안쪽 팔꿈치의 힘줄에 많은 부하가 걸리고 임팩트 시에는 왼쪽 바깥쪽의 힘줄에 영향을 많이
준다.
일단 라운드 중에는 어렵겠지만 연습장에서 뻐근하거나 아프거나하면, 즉시 클럽을 놓고 휴식을
취하며 냉·온찜질과 더불어 가벼운 진통소염제 등을 복용해본다. 그리고 두손가락으로 아픈
곳을 지긋이 눌러서 천천히 비벼주듯이 마사지를 해주는 등의 조치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렇게 3일에서 일주일 정도 지내본 후 골프클럽을 잡고 위아래로 움직였을 때 통증이 없으면
한달 정도는 연습과 라운드 중에 엘보 밴드(counter force brace)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엘보
밴드는 손목을 쓸 때 근육의 수축력이 통증이 있는 내·외측 상과에 직접 전해지지 않도록 고안된
장비다. 하지만 통증이 증가한다면 한달간 골프클럽은 잡지도 말고 팔꿈치에 온찜질과 손과
손목, 팔꿈치의 스트레칭을 하고 근력 강화 운동을 가볍게 시작해 점차 강도를 올려간다.
근력강화 운동법은 연식정구공을 사용하기도 하고 자전거 고무튜브나 테라밴드(Theraband)를
이용해 손목의 양쪽 방향으로 골고루 천천히 운동을 한다. 골프 엘보가 발생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경우 물리치료 외에도 급성기에 스테로이드라는 호르몬을 아픈 부위에 주사하는 경우도
있는데 주사 후에도 관리를 잘못하면 영구적인 장애를 초래할 수도 있다.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은 후에는 통증이 없어졌다고 해도 반드시 재활치료기간이 있어야 한다. 한달 정도의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손목의 신전근, 굴곡근, 회전근을 스트레칭 및 강화 훈련을 하고 볼을 칠 때는
주사 후 두 달 정도 엘보 밴드를 하고 볼을 쳐야한다. 또 재발을 하거나, 골프를 중단할 정도는
아니지만 연습 또는 라운드 후에 만성적으로 통증이 있다면 정밀검사 후 숙련된 의사에게 치료
및 재활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러면 골프 엘보를 예방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 골프 엘보를 방지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스트레칭과 꾸준한 근력운동이다. 연습 전 또는 라운드 전에 손목 주위 근육을 충분히
스트레칭 해야 하고 평소에는 악력기나 아령, 연식 정구공 등을 이용해 세게 쥐었다 놓았다
하면서 손과 손목의 근력과 지구력을 길러야 한다.
골프 연습장에서 매트가 닳은 곳은 가급적 피해야 한다. 거의 밑이 보일 정도인데 무턱대고
연습하면 골프클럽의 헤드가 볼을 치고 난 후 매트에 직접 닿게 되기 때문에 그로 인한 충격이
고스란히 팔에 전달이 된다. 또 자신에게 적절한 스윙 역학을 위해 레슨프로 등 주위의 조언을
구하는 것이 좋다. 클럽이 눕거나 너무 가파른 백스윙은 결국 이를 스윙시 교정하기위해 과도
하게 팔꿈치를 쓰게 되기 때문에 무리가 오기 쉽다. 우리가 항상 듣는 말이 백스윙을 천천히
하므로써 다운스윙도 부드럽게 돼 팔꿈치의 힘줄에 걸리는 부하를 줄일 수 있다고 한다.
간혹 듣는 ‘던지기 동작’도 팔꿈치에는 무리를 주는 동작이다. 또 골프장비를 다시 점검해 보자.
본인의 스윙스피드에 맞는 강도를 골라야 하며 한 단계 정도 부드러운 것을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최근에는 충격완화 장치까지 있는 클럽이 있으므로 참고로 하자. 특히 우리 몸의
근골격계 노화가 이미 30대부터 진행되므로 40세가 넘어선 아마추어 골퍼는 가급적 스틸
샤프트는 쓰지 않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도 조급증을 버려야 한다. 하루아침에 싱글이 되려고
갑자기 초보 때부터 무리한 연습을 한다든지, 골프 엘보가 생겼는데 친구들과 내기를 해야
한다며 주사 한대로 낫게 해달라고 한다든지 하는 식으로 조급하게 굴면 병만 악화될 뿐이다.
김 돈 규(金 燉 奎)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서울대학교 대학원 졸업
재활의학 전문의
현) 대한재활의학회 홍보위원
현) 대한사격연맹 의무위원장
현) 중앙대학교부속 필동병원 재활의학과 조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