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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이 저물어 간다.
저물어 가는 시월과 함께 가을도 익어가고 있다
길거리에는 노오랗게 물든 은행잎이 산들산들 불어오는
가을바람에 어여쁜 모습으로 이리 저리 춤 시위를 벌리고
저 만치 보이는 금련산이나 장산을 비롯한 근교 산 군데군데에는
선홍색으로 물들어 가는 단풍이 해 맑은 가을 햇살과 어우러져
그 아름다움을 더해만 가고
그에 따라 계절이 주는 화려함으로 인해 나의 꿈 나의 희망도
청명한 가을 하늘가로 유유히 흘러가는 흰 구름과 함께 실어 보내며
내 자신을 위한 내 자신만의 삶을 조용히 뒤돌아보며
황혼을 향해 달리는 내 인생의 가을도 단풍 색 고운 장년의 아름다운 모습으로
내 인생의 겨울을 맞이하고 싶다
삶이 바빠서..... 삶이 고달파서...... 항상 추구하는 목표는 있지만
주어진 현실만을 탓하며 취미라고는 술잔 속에 희로애락 담아서
밤이 하얗게 지샐 때까지
반복된 일상 생활속 이야기들을 무슨 큰일이라도 나는 것처럼
핏대를 올려 진지하게 논하는 것이 일상의 취미가 되어 반복되고
공휴일만 되면 자칭 건강을 위한답시고 배낭을 메고 산으로 가는 것이
나의 삶이자 유일한 취미생활!
따라서 단순하면서 평범한 나의 일상생활에 너무 익숙해진 탓에
여가를 이용하여 다른 취미를 개발해 보겠다는 막연한 생각은
해 보지만 오르지 그것은 생각일 뿐 이내 작심3일로 막을 내리고 만다.
어째든 이번에도 3일간 추계 휴가 기간을 맞이하여 항상 변함없이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신철웅씨의 내외와 함께
우리는 2박 3일간의 산행을 계획하고 모든 준비는 내 주관 하에 이루어졌다
나는 우선 2박 3일간의 산행장소로 경북이나 충북을 중심으로 인터넷으로
100대 명산을 우선 검색, 산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여
교통에 대한 접근 방법과 시간, 그리고 등산에 무리가 없도록
동행자들의 체력을 감안해서 1일 5 -6시간 정도의 산행을 계획하고는
봉화에 있는 청량산의 가을 단풍이 절경이라고 하여 우선적으로
첫날은 청량산 산행을 한 후 그 다음날은 주변에 있는 주흘산이나
조령산, 대아산, 그리고 돌아오는 길목 주변의 합천 가야산을 비롯하여
문수산등 많은 산들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였다
2박3일간의 산행이란 일행 중 누구 한 명이라도 몸에 무리가 따른다면
아무리 좋은 계획을 세워도 말짝 도로목이라
산행 첫날은 가볍게 청량산 등반으로 컨디션을 조절하여
그 후 산행지는 전체적인 의사에 따라 결정하기로 하고는
과거 풍부한 테마 산행경험을 토대로 3일간 식사는 자체 해결을
원칙으로 저녁 한끼만 식당을 이용하기로 하고 필요한 주부식이나 과일
취사기구 전반에 대해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나와 함께 13년 동안
준마로 길들인 하얀 늙은 애마를 몰고 아름다운 산을 찾아서
테마 산행 길에 올랐다
우리 산행 팀은 이침 6시 30분에 남해안 고속도로를 거쳐 현풍 IC와
중부내륙고속도로로 가야 함에도 길을 잘 알지 못해 중앙고속도로를
통해 남안동IC로 약간 둘러서 빠져나오니 곧장 삼거리 갈림길이 나타나며
도산서원과 주월산 안내 표지판이 보인다.
표지판 표시에 따라 한적한 편도 1차선 도로 양옆으로는
황금색 은행나무 잎사귀와 핑크색 단풍나무가 해 맑은 가을 햇살과 어우러져
절경을 자아낸다.
우리는 탁 터인 길을 따라 가벼운 마음으로 길 옆 가지런히 보이는
작은 산들의 울긋불긋한 단풍들을 여유롭게 감상하며 10시가
조금 지나 청량산 도립공원에 도착할 수 있었다
청량산
경상북도 봉화군 재산면 남면리, 명호면 북곡리와 안동시 예안면 경계 에 있는 산.
높이 870m로, 태백산맥의 줄기인 중앙산맥에 솟아 있다.
산 아래로 낙동강이 흐르고 산세가 수려하여 예로부터 소금강이라 불렸다.
1982년 8월 봉화군과 안동군 일대 48.76㎢가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어
경상북도의 대표적인 관광지가 되었다.
최고봉인 장인봉을 비롯하여 외장인봉·선학봉·자란봉·자소봉·탁필봉·
연적봉·연화봉·향로봉·경일봉·금탑봉·축융봉 등 12봉우리(육육봉)가
연꽃잎처럼 청량사를 둘러싸고 있으며,
봉우리마다 어풍대·밀성대·풍형대·학소대·금가대·원효대·반야대·만월대·
자비대· 청풍대·송풍대·의상대 등의 대(臺)가 있다.
산속에는 신선이 내려와서 바둑을 두었다는 신선대, 선녀가 유희를
즐겼다는 선녀봉, 최치원이 마시고 정신이 맑아졌다는 총명수와
감로수 등의 약수가 있으며, 27개의 사찰과 암자 터가 있다.
원효대사가 창건한 유리보전(내청량사:경북유형문화재 47),
신라시대에 창건한 외청량사(응진전), 최치원의 유적지인 고운대와 독서당,
공민왕이 홍건적의 난을 피해 은신한 오마대(五馬臺)와
공민왕당(恭愍王堂), 공민왕이 쌓았다는 청량산성, 김생이 글씨를 공부하던
김생 굴, 퇴계 이황이 수도하며 성리학을 집대성한 오산당(청량정사) 등
역사적 유적지도 많다.
2008. 10. 26 (일) 날씨 쾌청 기온 15도 정도
산행코스: 공원 → 입석 →청량정사 → 자소봉 → 뒷실고개 → 하늘다리 →
장인봉 →뒷실고개 → 공원
산행대원 : 나, 마누라 옥연숙, 신철웅 부인 손태준 (4명)
산행지: 경북 봉화소재 청량산 도립공원
산에서 보낸 시간: 5시간 30분
청량산 공원 입구에는 수많은 관광버스와 승용차들이 즐비하게 늘어
서서 주차장 진입이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나는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으나 마땅히 주차할만한 장소를 찾지 못해
길 가장자리 옆에 약간의 여유 공간이 있기에 철웅씨의 도움으로 몇 개의
돌을 치워내고 가까스로 차를 주차할 수 있었다
우리는 이곳 봉화지방의 날씨가 초겨울을 연상시킬 정도로 을씨년스러워
방한복과 함께 충분한 물과 음식 필수장비들을 챙겨 10:40쯤 출발점인
입석에서 청량정사 쪽으로 방향을 잡고 테마산행의 첫 행보를 시작하였다
청량산 입구에서 청량사 절까지는 도로가 콘크리트로 포장되어 자연의
순수한 낭만적 분위기는 없지만 주변에 대다수의 단풍나무가 농익을 대로
성숙한 붉은 자태가 요사스러울 만치 화려해 보인다.
우리 일행도 많은 등산객과 절을 찾는 신도들의 무리에 섞여 약간 가파른
도로를 따라 30여분 가량 보통걸음의 속도로 올라가니 잘 가꾸어진
사찰과 함께 하얀 석탑이 화려한 단풍에 묻힌 채 저 만치에 아름답다 못해
고아한 자태가 눈 앞 가득 다가온다.
경치 좋은 곳에는 다 절이 있다는 어느 지인의 이야기처럼 전망 좋은 곳에
사찰이 있는 것이 아니라 사찰이 있기에 그 전망이 더욱 빛나는 것이 아닐까?
나는 3일간의 산행에 대비하여 처음 시작부터 무리가 없도록 앞장서 올라가는
옥여사의 발걸음에 브레이크를 걸며 천천히 주변의 경물들을 면밀히
살피며 아름다운 단풍들을 배경으로 연신 카메라에 담아본다
몸속에는 가볍게 맺혀있던 땀이 이내 방물이 되어 가슴 쪽으로 기분 좋게
흘러내리는 것을 즐거움으로 승화시켜본다
땀! 땀은 노력의 결과물!!
나는 땀이 주는 희열을 만끽하서 청량정사 입구에 있는 약수터에서 후련한
마음으로 약수 한잔을 하고는 대웅전에 참배를 하고자 하였으나 워낙 많은
사람들이 붐비는 탓에 이내 포기하고 절 마당에서 잠시 쉬노라니
어느 못된 40대 후반으로 보이는 등산객이 옥여사 주변을 계속 맴돌며
등산 실력이 좋다는 등의 감언이설로 남의 아내에게 소위 말하는 작업을 건다.
자긴 대구에서 왔다며 대구에 등산 겸 놀러 오라고 치근대기에 옆에서 지켜보자니
눈꼴이 사나와 내가 대뜸 임자 있는 남의 마누라한테 무슨 볼일이 있느냐고 하자
그 남자 순간 당황하여 나의 눈치를 살피다가 황망히 사라진다.
우리는 절 뒤쪽 등산로를 따라 조금 올라가니 약간의 공간이 있고 그 공간에
서니 주변일대가 훤하게 조망 된다
조금 전 차를 몰고 지나온 길들이 실처럼 기게 늘어서 있고 길옆으로 우뚝
솟은 계곡능선마다 오색 찬연한 단풍들이 초록빛 바탕에다 꽃무늬 수를
놓은 듯이 웅장하면서도 오밀 조밀한 아름다운 모습에다 그 옆 계곡 사이로
흘러내리는 하늘색 빛을 머금은 푸른 호수의 물이
한 낯의 태양빛에 반짝반짝 찬연한 빛살을 쏟아내며 나의 망막을 거쳐 영혼
속까지 깊이 스미어 그 아름다움에 취해 나도 모르게 시 한수를 읊조려 본다.
청량산 산 허리춤
곱게 단장한 단풍잎이
곱디고운 모습으로
넘실넘실 춤을 춘다.
숲 속 계곡사이
빛깔 고운 단풍 잎 위로
살며시 스며든 햇빛에
속살까지 밝게 드러내며
무구하게 웃고 있다.
바람에 흩날리는 낙엽은
성긴 가지들 사이로
산들산들 나비 떼의 군무가 되어
현란하게 춤을 춘다.
호수는
투명된 단풍 빛으로
주홍 물결 잔잔히 일렁이고
햇살은
장인봉 정상 마루 저 만치에서
은빛 부스러기로 흩어지고
늦가을
싸늘한 바람만이
옷 속으로 불어넣는데
단풍 숲에
넋을 판 나그네 발길
붙박여 떨어지지 않는다.
처음에는 춥다고 바람막이를 떨쳐입은 옥여사도 이마에 맺힌 땀을 닦고
외투를 벗어 배낭에 걸치고는 사찰 뒤쪽으로 가파르게 이어진 등산로를 따라
앞장서 올라간다.
일요일이라 수많은 단체와 가족단위의 등산객들로 좁은 등산로가
긴 행렬의 인파로 꽉 메우다 시피 상하 간에 교행이 되지 않아 가다
서다를 반복 하며 제대로 전진이 되지 않아 짜증날 정도로 갑갑하기도
하고 지루하다
성격 급한 옥여사! 결코 좁은 등산로는 아니지만 양방향으로 교행
하기에는 군데군데 병목이 생기자 가파른 돌계단 위험지역임에도
이에 아랑곳 하지 않고 갓길을 새치기 하며 맨 앞장서 오르기 시작한다.
나 역시 갑갑하던 차 옥여사의 뒤를 따라 열심히 오르다 보니
어느 듯 가파른 경사진 길의 끝을 알리는 자소봉이 나온다.
나와 옥여사는 잠시 쉬면서 뒤따라오는 손여사 내외와 함께 합류 하고자 하였으나
뒤에서 계속 밀려오는 많은 등산객들의 무리로 인해 저절로
발걸음이 움직인다.
유유자적 느린 걸음으로 철웅씨와의 합류하기위해 주변을 살펴가며
여유를 가져본다
자소봉에서 뒤실 고개까지의 등산로는 비교적 완만한 능선으로 이어져
산 양쪽 전체의 모습이 한 눈에 들어오며 속 까지 후련 해 지는 기분이다
우리가 처음 올라온 입석 쪽 방면이나 반대편 방면 모두가 청량한
가을 날씨 탓에 저 멀리 산기슭의 작은 마을까지도 선명한
모습으로 눈 앞 가까이 지척으로 다가온다.
청량산은 대체적으로 활엽수 종 나무와 오랜 질곡의 긴 세월을 담은 굵은
소나무로 이루어진 교목들이 주종을 이루고 있어 가을이면 이들
나무와 기암괴석이 서로 어우러진 탓에 그래서 단풍이 한층 아름답게
보이는 것 같다
자소봉에서 뒤실고개 까지는 주변 경관도 아름답지만 낙엽 쌓인 오솔길
을 걷노라니 낭만이 물씬 베어 나온다.
푹신푹신한 길을 따라 휴식을 취하는 마음으로 수많은 등산객들의 무리
틈에서 10여분 정도 걷다 보니 뒷실고개 삼거리 표지판이 나오며
많은 사람들이 주변에 자리를 잡고 식사를 하거나 휴식을 취하는 모습이
보인다.
다른 사람들의 식사하는 모습에 솟구치는 식욕을 억제하고 나와 아내는
약간의 숨을 고르고 신철웅씨 부부의 동정을 살펴보았으나 눈앞에 보이는 것은
온통 울긋불긋 각양각색 등산복을 입은 등산객들만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을 뿐 그 모습을 찾을 수가 없다
삼거리에서 하늘 다리로 가는 길목에는 험준한 봉우리가 딱 버티고 서서
등산객들을 향해 폼을 잡으며 위용을 자랑한다.
봉우리 자체는 별로 높지 않으나 경사가 심하고 돌계단으로 이루어져
등산객들의 입장에서는 발목과 무릎에 상당한 부담을 줌으로 대부분
이러한 등산로는 싫어하는 편이다
나와 옥여사는 정상까지의 거리를 가름하고 잠시 숨만 고른 채
다시 등산 행렬에 섞여 비좁은 등산로를 요리 저리 빈틈만 보이면
그 사이사이로 슬라이딩 하듯 빠른 몸놀림으로 스치다 보니 어느새
봉우리 정상이다
봉우리 정상 역시 많은 사람들이 약간의 빈자리만 있으면 휴식과 식사를 하는 관계로
매우 번잡한 관계로 주변 경관을 감상해볼 엄두조차 낼 수가 없다
등산로 역시 오가는 사람들로 정체가 극심하여 길게 늘어선 줄이 줄어
들지 않는다.
나와 옥여사는 옆으로 일부 새치기를 하는 사람들을 따라 계단으로 내려
갈려고 하는데 어떤 초로의 등산객이 질서를 지키자는 말에 나는 양심의
가책을 느껴 진심으로 사과하는 마음으로 한 동안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
눈앞에는 청량산이 자랑하는 하늘다리가 계곡과 계곡을 길게 연결되어
있고 깊고 깊은 계곡 위를 많은 사람들이 엉금엉금 걸어가는 모습이
매우 조심스러워 보인다.
다리 뒤편으로는 어마어마한 회색빛 암석 덩어리와 그 조그만 틈새로
고집스럽게 간간히 뿌리 내린 잣나무가 긴가지를 늘어뜨린 채 정갈하리
만치 고고한 기품으로 세상을 오시하며 오가는 속세의 때 묻은 인간들을 굽어 살핀다
장인봉 !
청량산 최고봉인 장인봉이란 이름에 걸맞게 앞쪽에 선학봉을 호위병
으로 거느리고 우뚝 서 있는 그 위용에 산객들의 기를 꺾는다.
나와 옥여사는 폭1.5미터 길이 90미터 바닥 높이70m의 하늘 다리 입구에서
기념사진을 찍고는 하늘 다리에 오르니 밧줄에 매달린 다리의
출렁거림이 감지되고 저만치 발아래 계곡의 끝 바닥이 가마득하게
내려다보임에 절로 아찔함이 느껴지고
다리 중간쯤으로 접어드니 계곡 사이로 불어오는 맹렬한 바람소리에
등골이 오싹해지고 다리에 힘이 빠진다.
역시 하늘다리란 이름 그대로 그에 걸맞게 계곡 바닥에서의 거리가
100미터 이상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의 바닥을 제대로 살피지 못하고
다리를 통과하기에 급급하다
그러나 사나이 대장부라고 자처하는 내 자신이 무섭다고 움츠리기는
자존심이 허락지 않아
발밑 수백 길 단애를 조심스럽게 감상하며 중간 중간 사진도 찍고
호기롭게 나름대로 출렁거림에 몸을 실어가며 다리를 통과하였다
다리를 지나자 주변 경관을 감상할 수 있도록 약 15평정도의 인공으로 공간을
조성하여 청량산 전체를 조망할 수 있도록 전망대 역할을 해 준다
그 공간에 서니 청량산 전체의 경관이 한눈에 들어오며 가슴이 뻥 뚫려
온 세상이 내 발아래에서 머리를 조아림에 이게 바로 내가 제왕이고
내가 신선일지니 .....
발아래에는 깊고 깊은 낭떠러지가 눈앞으로는 어마어마한 암봉을 지나올 때는
제대로 감상치 못했으나
웅진전과 금탑봉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묘한 아름다움을 자아내고 있어
아!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그리움으로 붉게 물든
오색의 사연들이
보고 싶은 얼굴들 수많은 사랑 이야기들.
애써 그리워도 애써 보고 싶어도 애써 아쉬워도
만날 수 없는 그리움으로
눈물을 지워보는 내 사랑이여.
아름다운 수많은 그리움의 사연들을
가슴깊이 피어나는
오색의 단풍 물결에 흠뻑 젖어
그리움으로 물든 옷을 갈아입습니다.
한 겹 두 겹 첩첩이 쌓인
그리움 낙엽처럼.......
보고 싶은 이여
한잎 두잎 낙엽 되어 바람에 휘날리는
내슬픈 사연들이 내 기억 속에서
행여 지워질까 두렵답니다.
보고 싶은 얼굴들 수많은 사랑 이야기들.
애써 그리워도 애써 보고 싶어도 애써 아쉬워도
만날 수 없는 그리움으로
눈물을 지워보는 내 사랑이여!
발아래에 펼쳐지는 비경은 천상의 무능도원이련가 !!!
지리산의 운해를 한 줄기 끌어 다 이곳에 펼쳐놓는다면 그 운무를 타고
청량산을 훨훨 떠도는 신선이 될 터인데…….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니 이는 임금님이 지나가는 어가의 바람인가,
임금님 용포 바람인가, 산뜻하게 옷깃을 스쳐 지나간다.
산야의 단풍 내음이 그 바람을 타고 이곳으로 다 실려 오니
확 트인 시야로 청량사와 연화봉, 뒤쪽의 연적봉과 탁필봉이 그 위용을
뽐내며 내 눈앞으로 다가온다.
나와 옥여사는 신철웅씨 부부가 도착하기를 기다리며 여유로운 마음으로
단풍과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절경을 자아내는 청량산을 마음껏 감상하며
세속에 오염된 내 영혼을 청량산의 청량한 바람과 함께 날려 보내노라
욕심도 집착도
성공도 실패도
낙엽 되어
바람에 휘날리는 걸
무엇을
잡을 수 있을까
그냥 그렇게
곱게 보내면 되는 걸
너그러운 맘으로
잡은걸 놓으면
이렇게 편안한 걸
가을은 말 하는가
이것이 순리라고
한동안 기다리다보니 저 만치에서 철웅씨 내외의 다정한 모습이 많은
인파속에서 부지런히 걸어오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시간은 벌써 정오를 지나고 있다
우리는 함께 사진촬영과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는 얼마 멀지 않은 청량산
정상까지는 400미터에 불과 함으로 적당한 장소를 물색하여 식사를
하기위하여 은밀(사실 찌개를 끓이기 위하여)한 장소를 살폈으나
이미 사람들이 적당한 장소는 이미 차지하고 있고 산 또한 가파른
능선으로 이루어져 우리가 원하는 장소는 눈을 닦고 보아도 보이지 않는다.
배는 고파오고 궁여지책으로 하늘다리에서 선학봉을 지나 정상인 장인봉 쪽으로
50미터 가량 하산하다 보니
아주 수직인 오르막길이 나타나고 그 길옆 바로 옆쪽에 조그만 공간이 있어
가지고 온 떡으로 간단하게 요기로 허기만은 메운 채
나를 필두로 하여 300m전방에 있는 장인봉으로 발길을 재촉하였다
대부분의 산 정상의 마지막 부분은 암반으로 아주 경사가 심하다는 것은
예상된 일이지만 이 산만은 정말 장난이 아니다
60도정도의 철 계단을 한쪽 손으로는 스틱을 남은 한손으로는 계단
난간철책을 잡고 발을 헛디디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한발 한발
떼어놓았다
특히나 급경사로 된 계단을 올라가자니 무릎에 부담이 가중되어
평소 좋지 못한 좌측 무릎에 신경이 쓰이기 시작 한다
이번 산행에 대비하여 거금 76,000원을 들여 무릎보호대를 사긴 하였지만
인위적으로 이를 커버하기에는 역부족이라 생각하며 계단을 오르고 내릴
때는 좌측다리를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것이 습관화되긴 하였지만 …….
정상까지는 거리상으로 300m에 불과하지만 계단이 길고 가파른 탓에
매우 지루하고 힘이 든다.
나는 평소 땀을 잘 흘리지 않는 체질이지만 이마까지 가볍게 땀이 베여
올 즈음 164개의 철 계단의 끝과 함께 장인봉 정상에 설수 있었다.
장인봉 정상에는 약간의 공터가 있고 그 중간에는 장인봉 870m라는
표지석을 배경으로 많은 사람들이 사진 촬영을 한다고 왁자지껄하다
밑에서 바라본 장인봉은 암반으로 된 봉우리라고 생각을 하였으나
막상 와보니 소나무와 굴참나무 등이 다양한 나무들이 산재 해 있고
반대편 등산로를 따라 완만한 능선으로 그다지 험준해 보이지는 않는다.
장인봉 !
한줄기 바람이 불어온다.
정상에서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에 속까지 시원해지며 땀에 젖은 속옷이
벌써 찹찹해 온다.
역시 가을은 뭔가 쓸쓸하고 서글프다는 느낌이다
하지만 좋은 느낌이다
봄은 화사한 느낌에 좋고 여름은 뜨거운 태양빛에 가린 계곡에서
발을 담그는 시원함이 좋아서 좋고
겨울은 높은 하늘, 시린 코끝으로 느껴지는 싸~아 기분에 좋고…….
우리의 산하는 그래서 좋다
그 속에 지지고 볶고 사는 사람들이 문제지만…….
하긴 그게 또 사람 사는 세상이라면 할말이 없지만…….
아무튼
장인봉(일명 의상봉)의 조망은 막힘없이 도도하게 펼쳐져 있다
수려한 절경과 함께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우리의 산하가 저 아래 있다
북으로 소백산, 월악산.... 동으로 태백산, 서로는 예천의 학가산 방송용
안테나가 아득히 보이고...
남동으로는 주왕산이 흐릿하나마 그 자태만은 가늠케 한다.
나는 정상에서 초연한 자세로 뿌듯하게 차오르는 벅찬 감동에 시간의
흐름마저 잊은 채 텅 빈 마음으로 무념무상 속을 헤매다가
이제 막 가픈 숨을 몰아쉬며 뒤따라 온 철웅씨 부부의 등장에 현실의
세계로 다시 되돌아온다.
철웅씨 부부는 이번 산행에 대한 설렘으로 간밤에는 잠을 설쳤다며
새로운 산행 체험에 대한 기대와 호기심으로 새벽의 여명을 헤치며 달리는
차안에서 내내 행복해 하는 모습에 나까지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우리는 정상 표지석을 가운데 두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난 뒤
마땅한 식사장소를 살펴보았으나 정상 역시 많은 사람들로 인해
우리들만을 위한 보금자리는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일단 하산을 하면서 장소를 물색하기로 하고
앞장서 가는 손태준 여사의 뒤를 따라 내가 맨 뒤에서 가파른 계단을
조심스럽게 내려가기 시작하였다
워낙 계단이 가파른 탓에 자칫 잘못하며 큰 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있어
내려가는 길이 매우 조심스럽다
내 바로 앞에는 60이 조금 넘어 보이는 뚱뚱한 할머니와 그 앞에는 남편으로
보이는 신체 건장한 노인이 내려가고 있었는데 할머니가
발을 헛디뎌 앞쪽으로 몸이 기울자 앞서 있는 노인이 철책에 손을 잡고
가까스로 할머니를 받쳐 주므로 큰 사고는 면했지만
잘못하여 부부가 함께 쏠려 넘어졌다면 하마터면 다른 사람까지 큰
사고로 이어질 번한 아찔한 장면을 보고 가슴이 섬뜩하였다
그러나 그 할머니는 위험성을 인식하지 못했던지 소리 내어 웃기에
“할머니 조심하셔야죠” 라고 질타성 충고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는 뒷실 고개 삼거리에서 청량폭포가 있는 두들 마을 쪽으로
방향을 잡고 하산을 하니 계곡을 따라 이어진 하산길 역시 가파르기
짝이 없다
계단 자체도 제대로 조성되어 있지 않고 대부분 돌길이여서
스틱을 이용하여 많은 사람들의 틈을 비집고 조심스럽게 하산을
하니 오후 1시가 좀 지난 시간이지만 산을 오르는 긴 행렬은
계속해서 끝이 보이지 않는다.
이틀 전에 약간의 비는 왔지만 이곳은 양지라서인지 길이
메말라 먼지가 풀씬 거리는 가운데 오르내리는 사람이 겨우겨우
스쳐 지나갈 정도로 등산로 사정은 열악하고
또한 중간 중간 교행이 되지 않아 체증까지 생긴다.
하산길이 여간 조심스럽지 않아 주위는 돌아볼 겨를도 없이 앞만 보고 계속해서
약30분간 내려가다 보니 저만치에 독립가옥이 한 채 보이고 주변에 산을 깎아서
만든 밭과 약간의 공터가 보이며 내리막길이 점차 완만해지기 시작한다.
우리는 독립가옥 근처에서 식사를 하기위해 주변을 살펴보았지만
이곳 역시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탓에 마당한 장소가 없다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다가 농사일이 끝난 밭 어귀에 은밀한 장소가 보여 밭으로
막 들어가던 중 독립가옥에서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을 살피던할머니가
들어가지 말라는 고함소리가 들려오기에
신철웅씨가 큰 목소리로 잠시 식사만 하고 가겠다고 하니 이내 잠잠해져
우리는 안도하고 그 자리에 돗자리를 펼칠 수 있었다
벌써 오후2시가 훌쩍 지난 시간이지만 끼니를 놓친 탓인지
별로 배가 고프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나는 평소대로 준비해온 콩비지와 콩나물 돼지고기 등의 잡다한
재료를 가미하여 내 전문인 찌개실력을 발휘하였더니 모두들 그 맛에
감탄사를 날린다. 내가 먹어 봐도 천하일미다
우리는 홍초를 탄 소주를 곁들여 느긋하게 식사를 하고
다음 일정을 의논하고자 하였으나 철웅씨 모든 걸 형님이 알아서
하라는 말에 나는 역사적 소명의식으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여기서 얼마 멀지 않은 주흘산으로 가자고 제의를 하니 반대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우리는 거나하게 식사를 끝내고 한가로운 걸음으로 포장된 길을 따라
입석 입구로 내려오니 청량 폭포는 물이 말라 폭포로서의 흔적조차 발견할 수 없다
입석 입구 주변에는 은행나무와 단풍나무가 화려하게 절정의 아름다움을
뽐내며 청량산과의 마지막을 알리는 피날레를 장식한다.
나는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에 도취하여 눈으로 보고 흘리기가 너무 아쉬워 연신
카메라 속에 담으면서 첫날의 산행을 마감하였다.
주차해 둔 차 옆에서 배낭을 갈무리 하다보니 차 트렁크 쪽에 누런 호박하나가
대롱대롱 매달려 날잡아가소 하고 있다
철웅씨 왈 이것은 하늘이 준 선물이라며 대뜸 차 트렁크에 슬쩍한다.
나도 모르게 마음속으로 겁도 나고 양심의 가책으로 아무튼
주변이 저절로 두리번거려지는 것은 어쩔 수 없나 보다
우리는 다음 코스인 주흘산을 가기위해 관광버스기사를 통해 길을 확인하여
국도를 따라 약1시간정도 달리니 문경 읍내가 나오고
읍 입구에는 수많은 모텔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모텔 투숙 체크는 당연 옥여사의 몫,
손여사와 함께 요금을 절충하고 방을 체크하여 방2개를 각3만원으로
투숙 하였는데 모텔 시설이 시골임에도 매우 훌륭하다
6시가 조금 지난 시간이지만 길거리에는 어느 새 어둠이 밀려온다.
문경시내 도로 입구에 사과축제를 한답시고 길가에 많은
사과들이 진열되어 있는 것을 보았기에 가격이 저렴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찾아갔으나 오히려 부산보다 더 비싸다
약간이 사과를 구입하고는 산에서부터 내내 호프가 생각나기도 했지만
운전 중 갈증을 해갈하기위해 시원한 호프를 연상하고 있던 터라
호프집을 물어보니 과일 파는 총각 눈을 빤짝이며 시장 통 안으로 가면
에디슨 호프집의 호프와 치킨 맛이 죽인다며 침을 튀기며 칭찬을 해 댄다
우리는 물어물어 그 호프집을 찾아 치킨과 호프를 시켰더니 정말
맛이 일품이다
지금도 철웅씨! 그때 그 맛을 잊을 수 없다며 음식자리마다 향수에
젖어 자랑을 한다.
하얀 거품이 넘쳐흐르는 시원한 생맥주와 따끈한 치킨은 그동안 쌓여온
갈증과 모든 피로를 단숨에 날려 보내버린다
우리 4명은 생맥주 500cc를 무려 12잔이나 마시고는 거나한 기분으로
산행 첫날의 일정을 마감하였다
주 흘 산
경상북도 문경시 문경읍 북쪽에 위치한 산.
높이 1,106m. 조령산, 포암산, 월악산 등과 더불어 소백산맥의 중심을 이루며 산세가 아름답고 문경새재 등의 역사적 전설이 담겨 있다.
또 동쪽과 서쪽에서 물줄기가 발원하여 신북천과 조령천으로 흘러드는데,
이 물줄기들은 곳곳에 폭포를 형성한다.
그중 유명한 것이 발원높이 10m의 여궁폭포와 파랑폭포이다. 산기슭에는 혜국사가 있고, 주흘산과 조령산 가운데에 난 계곡을 따라서는 문경관문(聞慶關門)이 세워져 있다
해발 520m에 위치하는 혜국사는 신라 문성왕 8년(846) 보조국사 체징(體澄)이 개창한 고찰인데, 고려 말 홍건적이 쳐들어왔을 때 공민왕이 난을 피해
이곳에 머물렀다고 해서 더욱 유명해진 절이다
역사의 애환과 수많은 사연을 지닌 문경관문은 사적 제147호로 지정되어 있다
제1 ·제2 ·제3 관문 및 부속 성벽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제1 ·제2 ·제3 관문은 양쪽 산의 골짜기에 위치하며 관문 좌우의 성벽은 능선을 따라 우회한다.
산 정상에 올라서면 운달산과 그 왼쪽으로 멀리 소백산 등이 이어진다. 남쪽에 백화산, 서쪽에 조령산, 북쪽으로는 1,107고지인 주봉이 보인다.
날씨 :쾌청하고 초겨울 날씨
산행일시 : 08. 10. 27. (월)09:00 -14:30
산행코스 : 제1관문 → 여궁폭포 → 아치형 다리 → 대궐샘 → 주흘산주봉
오늘 산행을 위해 아침 8시쯤 모텔 방안에서 매운탕으로 든든하게
아침식사를 마치고 차로 10여분 거리인 공원관리소 입구 주차장에 애마를
세우고는 배낭과 장비 등을 꼼꼼히 챙겨 각자의 체력을 감안하여 골고루
짐을 분산 후 주흘산 정복을 위한 첫 행보의 기치를 올렸다
맨 뒤에서 막 출발하려는 내게 60대의 시골풍 남자가 찰떡이 가득한
함지박을 들고 와서는 무조건 하나만 먹어 보라며 억지로 권한다.
오늘따라 아침 식사를 배불리 한 탓에 평소 떡을 좋아하는 나였지만
전혀 생각이 없어 사양을 하며 그냥 갈려는데 끝까지 애걸하다시피
공짜니까 하나만 먹어주길 너무나 간절한 표정으로 권하여 그 사람의
의도를 뻔히 알면서도 마음 약한 사나이 빨리 가자는 철웅씨의 재촉에도
아랑곳없이 그 사람이 권하는 떡을 하나 받아들 수밖에 없었다.
역시나 ! 하나를 얻어먹고부터는 5천원어치라며 막무가내로 주워 담는다
나는 그 사람의 억지에 오히려 내가 사정하다시피 3천어치만 구입하여
배낭에다 갈무리 하고 찬란한 아침 햇살을 헤치며 역사의 숨결이 살아 숨쉬는
주흘관 입구의 쭉 뻗은 길을 따라 천천히 걷노라니 길 양옆으로는 문경에서의
유명한 행사 중 하나인 사과 축제를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
임시로 시설된 가건물에 탐스러운 사과들을 예쁜 모습으로 진열하는 상인들의 손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그 사과에서 풍기는 달콤한 과일 향기가 군침을 돌게 한다.
예쁘게 사과로 단장된 각종 행사장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가며 우리는
한가롭게 제1관문인 주흘관을 느릿느릿 걸으면서 주위의 배경을 연신
카메라에 담아본다
월요일 이른 시간이라서인지 등산객들은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약 10여분정도 걷다보니 본격적인 등산로로 이어지고 혜국사와 여궁폭포란
안내 표지판이 나타난다.
계곡을 따라 꼬불꼬불하게 약간의 경사로 이어진 등산로는 크고 작은 돌들로 인해
길인지 도랑인지 구별이 제대로 되지 않는 곳도 있고 수북하게 쌓인
낙엽으로 발을 헛디딜까 하는 염려로 조심스럽게 앞만 살피다 보니 주변
경관을 제대로 감상해볼 여유가 없다
조심하여 걷다보니 다리의 경직으로 약간의 피로를 느낄 즈음 좌측 편으로는
혜국사 표시와 함께 삼거리가 보이기에 우리는 약간 망설이다가 혜국사는
내려오는 길에 들리자고 의견을 모으고 그대로 계곡을 따라 여궁폭포 방향 으로
10여 분 간 걷다보니 주흘산 제1경이라는 여궁폭포가 나타난다.
밑에서 올려다보면 여자의 하체를 닮았다고 하여 부쳐진 이름으로 일곱
선녀가 구름을 타고 내려와 목욕을 하는 곳이라고도 한단다.
그러나 지금의 여궁폭포 모습은 긴 가뭄으로 초라하기 그지없다
약20미터 절벽 틈사이로 눈물인지 땀인지 애처로울 정도의 가녀린
물방울만이 폭포의 흔적만 겨우 유지할 뿐이다
그래도 우리는 기념으로 카메라에 그 모습을 담으며 폭포에서 다시 아래
쪽 산 능선으로 꺾어지는 등산로를 따라 조금 가다보니 우리기 지나 왔던
계곡이 발밑 까마득하게 내려다보이며 약간의 고소 공포증마저 들게 한다.
산 능선을 따라 이어진 등산로는 지금까지와는 달리 푹신한 흙과 낙엽
쌓여 푹신한 소위 산객들이 말하는 실크로드이다
주변 경치 또한 각종 나무들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고 조망 또한 탁
트인 시야로 마치 한 폭의 수채화를 그려 놓은 듯 아름답기가 그지없다
황량하게 몸통을 드러낸 잡목들 사이로 억겁의 역사를 지닌 듯한 적송과
단풍나무 낙엽송들의 절묘한 어울림 속에 은빛 찬란한 아침 햇살은
그야말로 환상 그 자체이다
어느 듯 가을은 낙엽의 잔해만 남긴 채 잠시 머물다가 훌쩍 바람이 되어
스쳐 지나가버리고 서서히 겨울을 시작 하는 길목에서
아무런 인적 없는 이 주흘의 깊은 산중에서 대 자연이 주는 경이로움에
한결 엄숙해진 몸가짐으로 가을과의 이별에 아쉬움과 세월의 무상함에
나도 모르게 시 한수를 남긴다.
빛 고운 낙엽들이 소곤대는
세상 푸념을 다 듣지 못했는데
무정한 세월 따라
가을이 가네.
가을이 가네.
내 가슴에 찾아온 고독을
잔주름 가득한 벗을 만나
컬컬한 막걸리를 마시며 함께 나누려는데
가을이 가네.
가을이 가네.
세파에 찌든 가슴을 펴려고
이산 저산을 헤매는데
야속하게 기다려주지 않고
가을이 가네
가을이 가네
내 인생도 짙은 단풍 잎 처럼
고운 모습 보이고 픈데
떨어지는 낙엽 따라
가을이 가네
우리들은 천년송과 탁 터인 조망을 배경으로 몇 카트의 사진을 촬영하고
숲 사이로 약간의 경사는 있지만 푹신한 흙길을 따라 우리 네 사람만의
세계를 구축하며 약간 느릿한 걸음으로 보조를 맞추며 걷노라니
가슴부위에 어느 듯 땀이 촉촉이 베여 나옴이 느껴진다.
날씨는 부산의 한겨울 날씨정도로 느껴지나 바람이 불지 않은 탓에
산행을 하기는 안성맞춤이다
등산로 옆에는 많은 교목과 관목들로 이루어진 탓에 여름이면 울창한 숲
이 되어 또 다른 멋과 운치를 조성하리라
우리들은 약간의 시장기를 느끼고 요기를 하기 위해 일정한 장소를 물색
하다가 사람들이 아무도 다니지 않아 평평한 길바닥에 자리를 잡고
준비해온 캔 맥주와 사온 떡으로 요기를 하고 있으니 밑에서 사람들의
소리가나고 잠시 뒤 젊은 남녀 5 -6명이 반갑게 인사를 한다.
우리들은 먹고 있던 떡과 과일을 권했으나 자기들도 준비를 해왔다며
고맙다는 말과 함께 풋풋한 미소가 매우 인상적이다
해발 1천고지가 넘는 산이라 오르고 또 올라도 산의 끝은 보이지 않고
체력에 한계를 느낀 손태준 여사의 발걸음이 점차 무디어지자 이를 걱정하는
남편 신철웅 또한 마누라 엉덩이만 바라보며 보조를 같이한다.
이로 인해 점차 우리 부부와의 간격이 벌어지며 마침내 그 모습마저
보이지 않아 야~호를 신호로 서로의 위치를 확인하고는
적절한 컨디션으로 일정한 페이스를 유지해 가다 보니 가방 무게에 비해
걷는데 별달리 힘이 들지 않는다.
조금 전 우리를 앞서 지나갔던 젊은 산객들도 길옆 평평한 바위위에
자리를 펴고 오손도순 간식을 즐기고 있다
우리 부부는 개척자적인 마음으로 쉬지 않고 한동안 오르다 보니 대궐 터에 도달했다
대궐 터에는 그 유명한 대궐샘(850m 대궐터약수)이 있고.
이곳은 공민왕 해궁터라고 전하며 조령약수, 조곡약수와 더불어 3대약수이다
별달리 갈증은 나지 않았지만 청량한 약수로 목을 축이고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철웅씨 부부를 기다리니 저 밑에서 두 부부가 다정하게
열심히 올라오는 모습에 진한 부부애가 풍겨져 나온다.
대궐 터에서는 4명이 한동안 보조를 맞추어 가다가 조금씩 손여사와의
거리가 벌어지기 시작을 한다.
나는 내가 가장 편한 걸음으로 주변의 울창한 나무들을 관망하다가
어느새 주흘산 주봉과 연결해주는 해발 989m의 대궐터 능선에 서 있었다.
여기서 우측으로 진행하면 남릉에서 올라서는 능선과 만나며 전좌 문을
지나 올라선 봉우리가 주흘산 주봉(해발1075m)이다.
전에는 여기가 주흘산의 주봉이었으나 지금은 주흘영봉을 주흘산의 주봉으로
인정하고 있다고 한다.
주흘산은 백두대간이 문경을 지나면서 북쪽으로 월악산을 남쪽으로 주흘산이
위치하고 있으며
서울에 있는 삼각산과 흡사하다고 하며 전국의 모든 산들이 서울 쪽을
바라보고 있는데 유독 주흘산만이 돌아앉은 이유는 왜구의 침입을 막기
위해서라고 한다
아무튼 주흘산은 문경의 진산으로서 봄가을로 나라에서 제사를 올리고
우리나라 역사의 길목을 지켜온 유명한 도립공원 문경새재가 있는 산이다.
우리 부부는 주흘산 주봉을 알리는 표지석을 배경으로 사진을 몇 카트
찍고 주변 경관을 감상하고 있으니 철웅씨 부부도 곧이어 도착을 한다
대궐능선에서 주봉까지는 4 -5백미터의 완만한 경사로 이어져 있어
정상의 정기를 맨 먼저 받고픈 욕심으로 사랑하는 마누라마저 뿌리치고
전력을 다해 달음박질로 질주를 하다보니 용트림 하듯 오연한 자세로
세상을 주시하며 그 위용을 자랑하는 1075m주흘산 주봉이 내 발밑에서
머리를 조아린다.
나는 아무 인적 없는 주흘산 정상에서 세차게 불어오는 칼바람을 온몸으로
부딪히며 마치 외로운 영웅이 온 천하를 오시하듯 내려다보며 마음 속
깊이 쌓인 한을 세차게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과 함께 날려 보내련다
바람아 어디메서 왔느냐
구름아 어디메로 가느냐
우리네 가슴에도
바람피리 불어오면 흐뭇하겠네
우리네 마음에도
뭉게구름 흘러가면 평안하겠네
이 산이 높다 하였거늘
저 산이 더 높아 현기중만 나더라
넘어가세
넘어가세
어설렁 어설렁 넘어가세
제 아무리 힘들다 한들
우리 어머니 가슴에 맺힌
한(恨)보다 힘들다 하리오
혼탁하게 빛바랜 우리 마음
큰 소낙비라도 내려주오
희망에 파랑새는 언제쯤 오시려나
비안개 내려오면 오시려나
무지개 뜨면 오시려나
봉 정상에는 협소한 공간 중심에 황량한 모습으로 덩그러니 서 있는
정상 표지석을 온몸으로 감싸 앉은 채 내 영혼과 이 위대한 대자연과
하나로 동화시켜본다
한동안 표지석을 포옹 하고 있자니 엄청난 한기로 온몸이 오싹해지며
손이 얼얼해질 정도로 얼어붙어 바람막이 외투와 장갑을 끼고는
준비해온 맥주로 주흘산 산신령님께 경배를 드리고 나니 캔 맥주의
하얀 거품이 어느 새 얼어있다
아무도 없는 이 높은 산정에서 나 홀로 세찬 칼바람을 온 몸으로 즐기며
지금까지 걸어온 내 인생 여정을 비롯하여 어제 청량산에 이어 오늘
주흘산까지의 연속으로 걸어온 이 길들이 마치 내 인생의 삶의 길과
너무나 유사하다
산을 오르면 오르는 길이 여럿이 있고 우리는 가지 못한 그 길을 두고
아쉬움만 남긴 채 우리가 선택한 길을 가는 것이 우리 인생사와 너무나
닮았다
Robert Frost의 시 ‘가지 않은 길’의 싯귀들을 항상 생각나게 해주는
것이 산행이다
산을 닮은 것이 인생이요 인생을 닮은 것이 산행길이라면 산에서 배운
것이 참 인생을 사는 길이요
우리는 이따금 산에 올라 우리네 삶의 고단함을 풀 수 있다면
그 하나하나의 인생은 한결 편안해지리라
자넨 왜 그리도 쉬지 않고
그리도 갈 길을 재촉하는가
어디 쉬어가면 누가
자네를 질책이라도 하는가
좀 쉬어가도록 하세
복잡한 세상 빨리 간다고
누가 상 주는 일도 아닌데
그리 빨리 갈 필요가 있는가
도란거리며 가도록 하세
세월의 흐름을 느끼도록
그렇게 여유 있는 모습으로
잠시 쉬워 가도록 하세..
겨울가면 봄이 오고
봄 가면 여름 오는 것이
우리네 삶이거늘
세월의 모습 보지 못하고 가면
너무 허무하지 않겠는가
최소한 그런 허무한
감정 느끼지 않도록
천천히 가도록 하세..
주봉 정상에서는 멀리 월악산이, 바로 옆에는 조령산이 굽이굽이 넘쳐나는
많은 산맥들을 포용한 채 그 위용을 자랑하고
눈 밑으로는 문경시가지가 그림처럼 아기자기한 모습으로 보인다.
조금 있으니 마누라 없이 못사는 철웅씨가 마누라를 내 버려 둔 채
혼자 헐레벌떡 올라오고 곧이어 섹시여우와 손 여사가 도착을 한다.
모두들 주봉에서 신령님께 감사의 절을 올리고는 날씨가 너무 추운
탓에 부랴부랴 하산을 하잔 답신다
왔던 길을 되돌아 빠른 속도로 내려오는데 대궐능선 부근에서 올라올 때
우리와 인사를 나누었던 그 젊은 남녀들과 마주치며 우리들의 빠른 걸음에
은근히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나는 사전에 주흘산 산행 코스를 제대로 연구하지 않고 간 탓에
주흘 영봉을 돌아 꽃밭 서들 쪽으로 가야하나 이를 간과하여
본래 왔던 코스인 대궐터 쪽으로 잘못 하산한데 대해 지금도 아쉬움이 남는다.
하산 길에는 맨 앞에서 산행 대장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는 손여사의 뒤를
따라 총총히 내려오다 보니 대궐터 옆에 바람을 피할 수 있는 공지가
눈에 보인다.
정오가 약간 지난 터라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우리는 자리를 펴고
능수능란한 솜씨로 돼지고기로 만든 두루치기를 안주로 만들어
홍초를 섞은 소주를 겻들인 천하일미의 점심을 즐겼다
날씨는 약간 추웠지만 따뜻한 밥과 소주로 인하여 오히려 추위를 즐겨
가며 넉넉한 마음으로 여유롭게 점심과 커피를 한잔하고 나니 배가 만땅구다
마음이 여유로우니 하산 길도 여유롭기 그지없다
천천히 주변 경치를 살피며 예쁜 낙엽송을 배경으로 시진을 찍고
올라올 때 제대로 보지 못한 기암괴석이랑 잎 떨어진 각종 잡나무들의
황량한 모습들을 새삼 새로운 모습으로 감상하다 보니 어느 듯 혜국사
앞에 도착을 한다.
나와 옥여사는 절에 들러 참배하기를 원했으나 50m가량의 오르막길이
귀찮은 손여사 곧 바로 가자고 하여 이번에는 인연이 닿지 않아
다음번으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
내려오는 길에도 손여사 약간의 체력의 한계를 느낀 탓인지 계속
걸음이 느려져 우리 부부는 약간 앞서 사진을 찍어가며 주흘관에
도착을 하니 사과 축제가 한창이지만 상인들만 웅성거릴 뿐
손님들은 별로 보이지 않고 일부 관광객들만 사과는 사지 않고 기웃
거리고만 있어 축제라고 하기엔 너무 썰렁하다
우리는 가게마다 들러 시식용 사과를 일일이 한 조각씩 맛을 핑계로
배를 채우다시피 하다보니 어느 듯 주차장에 도착해 있다
이틀간의 산행에 약간의 피로는 느끼지만 그러나 대체적으로
일행 모두 활기찬 모습에 내심 안도를 하며
점심을 먹으면서 계획한 내일 산행장소인 월악산 국립공원으로
가기 위하여 주변에 보이는 관광버스 기사에게 길을 물어
국도를 따라 문경세재 이화령을 넘어 충북 단양 방면의 호젓한 시골길을
약1시간30분가량 달리다 보니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아름다운 월악의
험준한 산세가 눈앞 가득히 펼쳐져 들어온다.
월악산 공원 정문입구 쪽에 도착을 하였으나 그 주변에는 마땅한 숙소가
보이지 않고 등산로도 가름하기 어려워 일단 산을 중심으로 잘 다듬어진
국도로 천천히 차를 몰며 모텔부터 찾기로 하고 남쪽으로 10여분이
지나 길 옆에 커다란 월악산 안내도가 보이고 그 옆으로는 4 -5개의
대형 팬숀이 나타난다.
우선 차를 멈추고 월악산 안내 간판을 살피다가 저 만치 버스 정류장에
50대의 남자 등산객이 차를 기다리고 있기에 우리는 그 사람을 통해
이곳 덕주골이 산의 경관도 수려하고 등반하기도 괜찮은 편이라고 하여
이곳에서 여장을 풀기로 하고 숙소 담당 옥연숙 여사의 진두지휘 하에
각 3만원에 방 두칸을 얻어 산행2일차 일정을 모두 마무리 하였다
월 악 산
충청북도 충주시·제천시·단양군과 경상북도 문경시에 걸쳐 있는 산.
주봉인 영봉(靈峰)의 높이는 1,094m이다
달이 뜨면 영봉에 걸린다 하여 '월악'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삼국시대에는
월형산이라 일컬어졌고, 후백제의 견훤이 이 곳에 궁궐을
지으려다 무산되어 와락산이라고 하였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월악산국립공원의 가장 남쪽에 있는 포암산(:962m) 부근에서
북쪽으로 갈라져 나온 지맥의 끝부분에 솟아 있으며,
만수봉(983m)을 비롯해 많은 고봉들이 있다
정상의 영봉은 암벽 높이만도 150m나 되며,
이 영봉을 중심으로 깎아지른듯한 산줄기가 길게 뻗어 있다
청송(靑松)과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바위능선을 타고 영봉에 오르면
충주호의 잔잔한 물결과 산야가 한눈에 들어온다
봄에는 산나물이 많아 산나물 산행, 여름에는 깊은 계곡과 울창한 수림을
즐기는 계곡 산행, 가을에는 충주호와 연계한 단풍 및 호반 산행, 겨울에는 설경 산행으로 인기가 높다
특히 동서로 8㎞에 이르는 송계계곡의 월광폭포·자연대·청벽대·팔랑소망폭대·수경대·학소대 등 송계팔경과 16㎞에 달하는 용하구곡의 폭포·천연수림 등은 여름 피서지 가운데서도 명승으로 꼽힌다
그 밖에 덕주사·산성지·신륵사와 중원 미륵리사지(사적 317) 등 문화유적과 사적이 많고
사자빈신사지석탑(보물 94), 중원 미륵리 삼층석탑(충북유형문화재 33)
중원 미륵리 석등(충북유형문화재 19), 제천 신륵사 삼층석탑(보물 1296) 등 문화재가 많다
한국의 5대 악산 가운데 하나로 1984년 12월 30일 월악산과 주변 일대가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일시 : 2008. 10 .28(화) 08:30 - 약 6시간
날씨 : 맑고 쾌청, 전형적인 늦가을 날씨
산행코스 : 덕주골 → 덕주사 → 마애불 → 960고지 → 영봉(정상)
어젯밤에는 돼지고기 두루치기로 간단하게 소주한잔을 하고
오늘의 산행에 대비하여 일찍 잠자리에 든 탓에 아침이 매우 상쾌하다
오늘도 평상시대로 찌개로 아침 식사를 때우고
산행 마지막 날이라 남은 음식들과 짐을 대충 정리하여 차에 실어두고
나와 철웅씨만 배낭을 가져가기로 하고 두 사람 배낭에다 분산하여
충분한 식수와 찌개거리를 넣고 가방을 메어보니 그 무게가 장난이 아니다
하지만 사랑하는 마누라를 조금이라도 편하게 해 주기 위한 남편들의
일편단심 지극 정신 눈물겨운 희생정신을 과연 이 두 분 마님들은
알아주기나 할런지......
덕주골 즉 송계마을에서 신라 마지막 경순왕의 맏딸 덕주공주의 염원이
서린 덕주사 절까지는 국립공원이라서인지 각종 나무들에 대한
명찰이 모두 붙어 있고 도로 또한 가뭄으로 인해 수량은 비록 얼마 되지
않으나 늦가을의 따사로운 햇살을 받아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을 따라
손질이 잘되어 있어 마치 산책하는 기분으로 주변 나무들의 이름을 되놰
보며 다리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나름대로 터득한 긴 산행에 대한 노하우를 발휘하여 몸과 다리 상태가
최상의 컨디션이 유지되도록 속도를 조절해 가다보니
벌써 동문에 다다랐다
동문은 덕주산성의 출입문으로 널따란 길을 가로 막아 산의 지형에 맡게
화강암을 잘 다듬어 쌓아 만든 아치형 문으로 잘 손질된 기와지붕이
한결 단아한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동문을 지나 한동안 오르다 보니 덕주사가 나온다.
덕주사는 덕주공주와 마의태자가 이 산속에 들어와 망해가는 신라를 다시
일으켜 세우려고 덕주사를 창건하고 골짜기 이름을 덕주골이라 칭하게
되었다고 전한다.
덕주사 대웅전을 지나 관음전 앞길로 걸어 나오다보니 덕주사 담벼락 옆에는
잘 다듬어진 남근석이 3 - 4개정도 보인다.
이 남근석은 예로부터 여인들의 바람기를 잠재우고 자손이 없는 여인들이
공을 들이면 아들을 낳을 수 있다고 전해진다.
덕주사에부터 완만한 경사로로 이어진 마애불 앞까지 희희낙락하며
산책하는 유랑객이 되어 손쉽게 도달하였으나 마애불 앞에서 정상으로
가는 좌측 편 길은 수직으로 길게 이어진 철 계단이 지금부터 험난한
산행의 행로를 예고하고 있다
일단 마애불은 하산할 때 들리기로 하고 우리는 손 여사를 필두로 하여
가파른 철 계단을 따라 정상을 향한 발걸음을 떼어 놓는다
계단이 무척이나 가파른 탓에 코가 계단에 대일 정도지만
그래도 마음이 가벼우니 따라서 몸도 가볍다
한동안 길게 이어진 철 계단을 힘겹게 오르다 보니 아름드리 노송
몇 그루가 늘어서있는 쉼터가 나타난다.
워낙 계단이 가파르기 때문에 주변경관을 미처 살펴보지도 못했지만
이 쉼터에서 내려다보는 탁 트인 주변 조망에 가슴 까지 뻥 뚫려온다
바로 발밑으로는 조금 전에 지나쳐 왔던 마애불이 아련하게 보이고
눈을 들어 좀 더 시야를 멀리하니 덕주사가 올망졸망한 모습으로 곱게
물든 단풍과 뒤엉켜 묘한 조화를 이루며 아름답기 그지없다
등산로 양 옆으로는 각종 거대한 괴석과 암벽들이 늦가을 단풍잎 틈새로
한결 낭만적인 아름다움과 고고한 풍취를 자아내며 역시 국립공원다운
면모를 과시한다.
다시 계속 이어지는 가파른 철 계단에 우리의 여장부 손여사가 매우
힘들어 하지만 강한 자존심으로 이를 잘 극복하다가 결국 다리에 힘이
빠진 탓인지 넘어지면서 정강이에 금세 시퍼런 멍이 들고 말았다
이를 지켜보던 남편 ! 애처로울 정도로 안타까워하며 지극정성으로
멍든 다리를 보살핀다.
나는 그 모습이 한편으로는 우습기도하고 놀라울 정도의 마누라 사랑에
가슴 한켠이 시큼해 지며 내 자신을 뒤돌아보며 나도 모르게 묵묵히
앞서 올라가고 있는 섹시 여우 옥여사의 모습에 눈길이 간다.
어쩜 취미라고는 술 마시고 등산 말고는 아는 것이 없는 이 우매한
남편을 만나 남편이 하는 일에 무조건 즐거워하고 만족 해 하는
우리 마누라 !
겉으로는 강한 척 하지만 속은 여려 터진 우리 마누라 !
지금 이 순간에도 남편과 함께 하는 등산에 마냥 행복해 하며
묵묵히 고행의 길이지만 이를 즐기며 행복으로 승화시키는 그 마음 !
나도 모르게 발걸음을 빨리 하여 마누라와 보조를 맞춰가며
지금의 심경을 한수의 시로서 내 마음을 실어 보낸다.
가을이 되면 만나고 싶은 사람
당신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내 가슴에
단백 한 웃음으로 찾아와
세월을 안타까워하며 위안의
차 한 잔에 마음을 줄 수 있는 사람
차가운 가을 밤바람 맞으며
그 곁에 앉아
내 이야기를 들어 줄줄 아는 사람
밤하늘에 별을 헤이며
넓은 마음으로 세상을 짊어지고
길 떠나며
사색을 같이하여 작은 손잡아 줄 사람
지나간 추억
벗 삼으며 내일의 미래를 열어가는
내 영혼의 그림자
둘이 걷는 길,
동반자가 되어 줄 사람
그런 당신이 있었기에 행복합니다.
나와 아내는 중간 중간 긴 계단으로 이어지는 가파른 등산로를 쉬지 않고
꾸준히 걷다보니 960고지 고개어귀에 도달하고는 잠시 휴식을 취하며
철웅씨 부부의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 야호 신호를 보내니 저만치 아래서
답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아 ~~ 지금껏 어지간하게 길고 긴 철 계단은 끝이 났지만 저만치 눈앞
가득 어마어마한 크기의 수직으로 된 암반이 하늘 높이 치솟아 그 크기와
높이에 가슴이 섬뜩 할 정도로 보는 이로 하여금 주눅이 들게 한다.
그 암반 위로는 점처럼 작은 사람들의 모습이 보임에 저기가 산 정상
영봉임을 쉽게 짐작케 한다.
땀이 식어갈 즈음 철웅씨 부부가 도착을 하여 잠시 함께 휴식을 취하며
주변 경관을 둘러본 후 이내 발길을 재촉하였다
지금부터는 산 능선으로 완만하게 이어진 길을 따라 확 터인 사방이
가슴에서 발끝 까지 시원해지며 마치 어릴 때 소풍 나온 기분이다
산 정상에서의 기온 차이로 주변나무들의 잎사귀는 말라 비뚤어 졌지만
앙상한 잡목사이 군데군데 소나무들이 지조어린 푸름을 유지하고
그 틈새 군데군데 양지바른 곳에는 옅은 파스텔 색조의 단풍이
마치 수를 놓은 것처럼 산자락을 장식하고
바로 눈앞 산 정상 능선 아래로는 사이사이 솟아 오른 기암괴석들이
보는 이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영봉을 바라보면서 길게 쭉쭉 뻗은 참나무 숲 지대를 지나 널따란 헬기장이
보이기에 우리는 내려 올 때 여기서 점심을 먹자고 하고
무거운 배낭은 이곳에 두고 가자고 철웅씨한테 제안을 했으나 꼼꼼한
성격에 끝내 가져가야만 안심이 된다며 일언지하에 거절을 한다.
헬기장을 약간 지나 산불 감시초소에서 동창교와 매표소방면의 길이
갈라지고 조금 후 송계삼거리가 나타난다
지금부터는 약간 가파른 경사로로 이어지면서 어마어마한 월악산 영봉이
바로 머리 위에서 우리들을 내려 다 보고 있다
월악산 최정상인 영봉은 암벽 높이만 무려 직경으로 150m가 넘고
둘레가 4km 정도로 이 영봉을 중심으로 깎아지른 듯한 산줄기가
길게 뻗어있다
주차장에서 영봉을 바라보았을 때는 공기가 맑아서 인지 그리 멀게 느껴지지
않았으나 이곳 송계 삼거리 까지 도착하는데 거의 3시간이나 소요되었다
영봉으로 오르는 길은 암벽을 중심으로 낙석 방지를 위해 펜스가 설치되어있고
우측 측면으로 내려가는 철 계단을 따라 한동안 내려가다 보니
힘들게 올라와 다시 내려간다는데 대해 어째 손해 보는 기분이다
긴 철 계단의 내리막길이 끝나고 신록사 방면의 삼거리 길을 지나치니
다시 가파르게 이어진 철 계단이 떡 버티어 선 채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다
이곳 철 계단도 상당히 가파르면서 길게 이어져 철웅씨 마누라 발걸음이
매우 무거워 보인다.
나는 정상까지의 높이를 가름 해보며 그 동안 비축된 체력을 최대한 발휘
하여 본래의 내 페이스를 유지하다 보니 일행들과의 거리가 순식간에
벌어지기 시작한다.
숨이 거칠어질 정도로 맹렬한 속도로 긴 철 계단을 지나자마자 짧지만
완만한 경사 길과 함께 보덕암으로 가는 삼거리가 나타나고 곧 바로
정상 쪽으로 다시 긴 철 계단이 가파르게 매달려 있다
아마 영봉을 중심으로 반 바퀴정도 돌았는가 싶다
정상을 향한 내 마음은 바빠 오지만 그러나 마음 따라 몸이 쉬이 움직여
주지 않는다.
무거운 배낭의 무게가 무릎에 무리를 주는지 좌측 무릎이 간혹 시큰거리는
탓에 자꾸 우측다리에 의존도가 높아져 제대로 속도가 나지 않는다.
잠시 휴식을 취해가며 뒤를 돌아보지만 일행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아찔할 정도로 가파른 철 계단만이 덩그러니 매달려 있고
우리 아내 역시 조금 전만 해도 열심히 따라 오다가 지금은 포기했는지
종적이 묘연할 뿐이다
아무튼 정상 앞에서 내 남은 모든 체력을 최대한 발휘하여 월악산 주봉인
해발1,097m영봉까지 무사히 안착하였다
월악산 영봉!
맑고 푸른 가을 하늘가에 간간히 떠다니는 흰 구름!
가을의 막바지! 그 햇살이 눈이 부시도록 찬란하다
저 멀리 맞은편에는 충주호의 파란 물 빛깔은 그 깊이와 넓이를 자랑하면서
실처럼 길게 꾸불꾸불 이어진 채 늦가을의 햇살을 받아 보석처럼 빤짝이는
모습이 마치 신이 그린 한 폭의 풍경화련가......
나는 정상에서 오연한 모습으로 충주호를 따라 끝없이 이어진 구름 밖
산야를 바라보며 대 자연의 장엄함에 초라한 내 모습을 뒤돌아보며
산다는 게 뭔지 인간의 영고성쇠가 참으로 덧 없기만 하다
어느 듯 부지불식간에 60을 향해 달리는 내 인생의 속도와
내 어깨를 짓누르고 있는 삶의 무게에 고단하고 지친 영혼에 잠시라도
위안을 찾고파 나 혼자만의 명상에 잠겨본다
가을이 오고 또 가을이 갑니다.
이 세월 속에서 나를 바라볼 수 있도록
세월의 속도를 조금만 늦춰 주시면
세상이 좀
따스해 질것만 같기도 하네
따스함이 베어나지 못하는
세상 세월의 속도를
좀 늦춰 따스함을 느낄 수만 있다면
세상은 지금보단
온기로 가득 차지 않겠는가
오늘 떠오르는
저 태양의 모습이 너무 멋지지 않은가!
저 태양이 떠오르고 지는
속도로 시간이 흐르는데
세월의 속도가 빠르다고
한탄하는 나의 모습도
세월의 속도에 따르지 못하고
구경꾼처럼 바라보는
나의 모습에 문제가 있는지도 모르겠네
세월에게 한탄하는 내 모습
너무 질책하지 말게
내게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하지 못할 때
그런 부족한 나의 모습에서
그 부족을 메우고 싶은 마음에
세월에게 푸념을 하는 것이니,
너무 괘념하지 마시게나
세월의 모습은 너무
정직하여 아름답기까지 하나니
그대 세월이여,
그대 앞에서 당당하고
떳떳한 삶의 모습으로
설수 있기를 염원하네..
영봉은 약 3 -4평정도의 암반에다 펜스를 설치하여 등산객들의 안전을
도모하고 있고 그 중간에 영봉이란 표지석이 왜소한 몸체로 내 동공 속으로 스며든다.
정상에는 부산에서 왔다는 50대 부부가 한창 사진을 찍으며 부부간 금슬을
자랑하며 나 혼자 온줄 알고 사진을 찍어 주겠다고 하였으나
나는 카메라 용량이 초과하여 우리 일행들이 올 때까지 일부 사진을 삭제
하고 있으니 한참 후 옥연숙 여사가 가픈 숨을 몰아쉬며 도착을 한다
나름대로 지기 싫어하는 성격에 용을 쓰고 올라온 기색이 역력해
보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자기를 두고 나 혼자 휑하니 가버린
남편에게 섭섭함이 묻어나는 것 같기도 하다
아무튼 마누라도 전력을 다했는지 힘들고 지친 모습에 찡해지며
가슴 한구석이 아련해 온다
쏟아지는 은빛 햇살처럼
빛을 머물게 하는 사람이 있다면
당신의 삶은 축복입니다.
무심한 대지를 깨우는 봄비처럼
설레임을 아름드리
안겨주는 사람이 있다면
당신의 하루는 감동입니다.
흔적없이 사라져갈 허무의 동산에
영혼을 촉촉히 적셔주는
사람이 있다면
당신의 가슴은 사랑입니다.
수확보다 잃음이 많은 삶의 굴레에
다시 시작으로
다짐하게 하는 사람이 있다면
당신의 내일은 희망의 밭입니다.
나는 재빠르게 마누라를 위해 물병을 건네 목을 축이게 하고
아내와 함께 사진을 찍어가며 다시 한번 월악의 정상에서 초연한 자세로
부질없이 용을 쓰며 바둥대는 불상한 인간 세상을 굽혀 살펴본다.
월악산 영봉!
달이 뜨면 영봉에 걸린다 하여 월악이라 하고 그기에 걸맞게 하늘
높이 위용을 자랑하는 암봉의 모습에 영봉이라 이름 지어 이름에
걸맞게 영봉의 도도함이 절로 느껴진다.
나와 아내는 굽이굽이 넘쳐나는 크고 작은 봉우리와 산맥들의 아름다운
풍경에 넋이 빠져 시간의 흐름마저 망각한 채 잉꼬 부부 철웅씨 내외의
등장에 현실세계로 돌아온다
우리는 한동안 영봉을 오가며 합동 기념 촬영 하고 다시 왔던 길을 따라
하산 길에 올랐다
철 계단을 따라 내려가는 길이 올라 올 때보다 훨씬 더 가파라 보여
매우 조심스럽지가 않다
우리의 등산 출발이 빨라서 인지 올 때는 산행객을 만나지 못했지만
하산 길에는 평일임에도 등산객이 무리를 지어 올라온다
일부 중년의 여자들은 가파른 계단을 엉금엉금 기면서도 불굴의 투지로
오르지 정상을 향한 열정만은 대단하다
올라 올 때는 제대로 보지 못한 주변 풍광을 재삼 새롭게 감상하다 보니
정상 쪽에는 신갈 나무와 굴참. 졸참 .물푸레나무 각종 잡목들이
앙상한 가지만 들어낸 채 어찌 보면 황량하기 그지없다
산야에
무성하던 넝쿨 숲이
생기를
잃어가며 주저앉고
하이얀 눈꽃처럼
눈부시던 망초도
빛 바래어 누렇게
시들어가니
그 모습 또한
애잔하니 가슴이
시려옵니다.
지나온 세월
뒤돌아 보니
손에 쥐어지는것은
바람뿐...
미움도 원망도
다 부질없으니
너그러움과
용서로 살아가야
내 삶의 무게가
가벼워짐을...
소슬한 바람속에
흔들리는마음
우리들은 정오가 조금 지난 시간이라 헬기장에서 점심을 먹으려고
주변을 살피니 지나가는 산행객들이 너무 많아 도저히 찌개를
끓일 수가 없어 결국 마땅한 장소를 찾지 못하고 왔던 길을 되돌아
하산을 하다보니 철 계단이 걸려 있는 경사로 부근에서 폐쇄된
등산로를 따라 조금 내려가다가 불편하지만 사람이 다니지 않는 길에다
자리를 펴고 숙련된 솜씨로 김치찌개와 함께 소주 한잔을 곁들여
우리들만의 오찬을 즐겼다
우리들은 철 계단을 따라 안전을 최우선으로 조심스럽게 천천히 하산을
하다보니 시간이 지체되어 오후2시쯤 덕주사 마애불에 도착하였다
마애불에는 많은 참배객들과 등산객들로 주변이 시끌벅적하다
덕주사 마애불
덕주사 마애불은 고려시대 불상으로 보물 406호로 지정되었다 한다.
그리고 덕주사는 신라 진평왕때 창건되어 경순왕의 장녀 덕주공주가
불교에 입문하여 망국의 한을 달랬다 하니 공주와 마의 태자의
설움이 영겁의 세월이 흘렀음에도 아직도 물씬 느껴진다.
태자의 몸으로 마의를 걸치고 스스로 험산에 들어온 것은,
천 년 사직을 망쳐 버린 비통을 한 몸에 짊어지려는
고행이었으리라. 울며 소맷귀 부여잡는 낙랑공주의
섬섬옥수를 뿌리치고 돌아서 입산할 때에, 대장부의
흉리가 어떠했을까? 흥망이 재천이라.
천운을 슬퍼한들 무엇하랴만, 사람에게는 스스로 신의가
있으니, 태자가 고행으로 창맹에게 베푸신 도타운 자혜가
천 년 후에 따습다.
천 년 사직이 남가일몽이었고, 태자 가신 지 또다시 천 년이
지났으니, 유구한 영겁으로 보면 천년도 수유던가!
고작 칠십 생애에 희로애락을 싣고 각축하다가 한 움큼
부토로 돌아가는 것이 인생이라 생각하니, 의지 없는
나그네의 마음은 암연히 수수롭다
일만근 침묵을 털고
난향을 풀던 신종
피보다 붉은 절규
골골이 퍼져가서
무지개 꽃
환한 가지가
뜰을 밝혀 놓더이다.
용서와 참회로서
타이르시던 자비의 음성
마음 속 일던 티끌
바람결에 날리시며
오뇌의
물결 잠재워
무지개를 놓습니다.
지성의 손끝에서
둥글게 빚은 만월
그 달빛 탑에 내려
푸른 염원 물들이면
힘겹고
지친 삶 앞에
길을 여신 어머니시여
우리는 덕주공주의 영혼이 깃들어 있는 마애불을 참배 하고 완만하게
잘 조성된 길을 따라 아내와 나는 손을 잡고 길 옆 나무들의 명찰을
유심히 살피며 나무 이름을 외우는데 몰두하다보니 어느 듯 주차장에
도착 해 있었다.
이렇게 하여 우리 일행 모두는 2박3일간의 긴 산행에도 아무 탈 없이
잘 마무리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마 산신령님의 가호와 보살핌 덕이라
생각하고 감사의 기도를 올린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역시 중부 고속도로를 거쳐 신 대구 부산 고속도로로
간다는 게 지리 미숙으로 구마 고속도로로 접어들고 말았으나 실수라고
생각한 구마 고속도로가 지름길이 아닌가 생각을 한다.
부산에 도착을 하여 차를 주차한 후 쓰고 남은 10여만 원을 가지고
시원한 호프로 그동안 긴 산행으로 쌓인 여독을 왕창 몰아내고 활기찬 내일을
기약하는 500씨씨 호프 잔의 힘찬 부딪침과 함께 파이팅을 끝으로
이번 2박3일간 테마 산행을 끝맺음한다
첫댓글 산과 인생! 산길과 인생길은 어쩜 그렇게도 꼭 같은지.... 산을 통해 인생을 배우고 인생을 통해 산을 배우노라.... !
여보시오 함께 한 세월 26년이라오 ..청량산 늙은호박 가지고 와서 호박죽 해 먹었지 너무나 맛있고...뭐라고요--갈때마다-모텔은 남자가 해야지 내가 하니까, 주인왈"남지분이 와서 하라고 ..러브쌍인줄 아는가봐..아~~~요즘 식림씨 생믹주를 안마시고 아~~너무 먹고 싶은데 .이문장을 보시는분 한잔 합시다. 계산은 저가 지불합니다 .두분 낭군님 고마워요 .사랑합니다..남편 ..여우님께서 인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