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8년 3월27일 해미중학교
발간 볼을 가진 여린 선생님이 설렌 가슴을 안고 교실문을 열었답니다
첫 출근,
첫 인사,
첫 만남,
첫 수업
이렇게 첫경험을 하신지 어언 30년
아이들과 함께 함이 늘 즐거웠고,
해맑은 모습에 힘든지도 몰랐답니다
때론 거친 심성에 가슴 아파 하기도 했지만
이 길이 두렵거나 후회스럽지 않았답니다
미원공고에 오셨서 보여 주신 모든 것이 전설이 되여
물구나무 가슴속에 살아 있답니다
간드러진 목소리의 낭랑 18세,
나이트클럽에서의 예사롭지 않은 춤사위,
상담실을 가을 내내 x냄새로 물들인 일,
외설과 예술의 경계에 놓인 남교사 이름 3행시,
묘한 여운을 가진 야릇한 건배 구호들,
그 때는 재미있어 껄껄 웃어지만
지금은 재미보단 진한 추억에 대한 그리움으로 묻어납니다
이젠 때가 되었답니다
후회 없는 삶이었듯, 물러남에도 회한은 없답니다
우리 모두 때가 됨을 알 듯,
선생님이 그 이치를 먼저 따를 뿐입니다
이젠 자연인으로 돌아가시어
또 다른 알 찬 삶을 준비하시고 즐기시길 바랍니다
선생님은 천상 여자였답니다
잔잔한 미소,
차분한 말씨,
여성스런 옷차림,
이 좋은 기억 속에 시간을 묶어 두겠습니다
언제나 이 모습 변치 마시고,
늘 건강하소서
첫댓글 모임에 참석치 못해 서운합니다. 꼬옥! 갔어야 되는 데..... 그래도 자주 보겠지요...글구...시곤엉아는 시인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