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속으로
하루가 지나면
우리는 어제의 일들을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벌써 추억이 되어 내 시간의 기억속에 저장되는
어제 일들이 아련하다
편안한 일정속에서 이루어진 일상이지만
조금은 특별한 울산여행
친구의 아들 결혼식이라는 타이틀이 없었다면
떠나기 힘든 여행
쉴틈없이 바쁜 일정들을 쪼개어
가끔은 아주 가끔은
예상하지 못한 나만의 여행도 필요한 것 같다 ,
들뜬 분위기에서 출발했던 울산 ,
ktx를 타면서부터 나의 모자람은 나타나기 시작했다
예매를 했는데
역방향 티켓을 생각없이 꾹 꾹 눌러
스마트 폰으로 편리함을 누리려 했던 실수
이상하다 생각할 틈도 없이 거꾸로 가는 기차
돌이킬수 없다는 마음에 초조함과 다소 불안한 출발이었다
정보없이 덜컥 기차표를 예매했던 어이없는 행동 때문에
편안하게 차창을 바라보며
여름날의 세레나데를 기대했던 나의 여행 시작은
곤혹스러움 당황스러움 자체였다 .
오래도록 보고 또 보며
나의 눈을 호강시키려던 계획은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어지럼증으로 인해 차창을 볼수 없어
눈을 감아야 했던 억울했던 시간들 ,
인생이란 이렇게 짜여진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고
엉뚱하게 갈수도 있다는 작은 깨달음을 느끼면서
달리는 기차가 야속했다 ,
거꾸로 가는 기차가 아니라면
나는 펼쳐지는 자연앞에서 감탄하며
한참도 눈을 돌리지 못하고 사색의 창을 넘나들었을 것이다
지나치는 모든 사물들과 대화하며
녹색들판을 보면서 행복했을텐데 ,
하나하나 지나치는 것들에 대한 연민을 느끼며
그것들에 대한 의미를 부여하면서
다시 오지 못할
단 한번의 시간속에서 멋지게 나를 던졌을텐데 ,,.
누구에게 하소연 할수도 없는 어처구니 없는 사건앞에서
졸리지도 않는 눈을 억지로 감으며
달리는 기차에 몸을 맡겼는데
시간은 정확히 흐르고 기차는 멈추지 않고
종착지를 향해 달렸다
안내방송이 들린다 울산역에 도착했다는 ...
드디어 도착한 울산
역사는 매우 깨끗했고 잘 정리되어 있었다 ,
처음 오는곳이라 낯선감은 있었지만
누군가가 나를 기다린다는 안도감 때문인지 편안함이었다
내릴쯤에 폰을 꺼내니 낯선 전화번호 하나가 뜬다 ,
눌렀더니 사투리 섞인 목소리
너무 빠른 톤의 말씨 알아듣지 못했다
역사에서 나는 시끄러운 소리와 겹쳐져서 ,,
한참만에 여차여차해서 만났다 ,반가움이었다 ,
한적한 길을 달리다 보니 주변이 온통 녹색의 물결이다
눈이 한결 부드러워짐을 느끼며
달리는 차안에서 울산이라는 도시가 주는 아늑함을 맛보았다
이윽고 도착한 예식장
오늘의 주인공이 보고 싶었지만 이른 시간인지라
먼저 도착한 친구들과 따끈한 모카 커피를 마시며 기다렸다
창원에서 달려와준 고마운 친구의 등장
대구에서 달려온 친구
울산친 친구들이 이어서 오고
우리는 주인공을 만나러 엘리베이터를 탔다
단아한 그녀가 보였다
한복이 참 잘어울리는 동양적인 모습 곱다 정말 곱다 ,
친구들과 둘러서서 여러장의 추억을 담았다
그리고 이어지는 예식 ,예식이 끝난후 식사
전경이 이쁜 부풰식당 ,식사를 하고
우리 일행은 울산에서 아름다운 길이라고 자랑할 만한
대나무 밭으로 이루어진 십리길 대밭을 걸었다
주위엔 꽃들이 피어있었다
대나무 숲이 이어진 도심속의 오솔길 ,
언젠가 순천 호수에서 만났던 수체화처럼 아름다운 강줄기,,
하늘 높이 치솟아 세상을 다 가진 듯 멋지게 보이는
키큰 대나무숲을 지나 말없이 마냥 걷고 싶은 유혹을 느끼면서
시간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안 순간
되돌아와야 했다 아쉬움을 느끼면서 ,,,
그곳을 나와 우리가 찾아간곳 ,바다 ,,,,,,,,,,,
파도가 넘실대는 바다 ,
뜨거운 태양을 온몸으로 받으며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 비취색의 바다
파도가 지나가는 자리마다 바다는 변하고 있었다
색들의 조화와 멋스러움앞에 마냥 탄성을 질러댔다 ,
오랫동안 그 자리에서 먼 수평선을 바라보며 바다 내음을
폐 깊숙히 들이마시고 또 마셨다
가슴에 남아 이끼처럼 끼어있던 불필요한 삶의 잔재들을
모두 쓸어버리고 싶은 강한 욕구를 느끼며
바닷바람을 몸속으로 깊숙이 그렇게 초대했다
바람이 머리를 날린다
그리고 사람들의 오가는 발걸음들이 보인다
바다는 하루에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맞이하고 보내며
이곳을 지키고 있구나 ,
얼마나 많은 이별들이 바다를 아프게 할까 ?
이런 저런 생각들을 하면서 내려오는 길
그길 끝자락에 파라솔이 보이고
해삼 멍개를 파는 어촌 아낙들이 손짓한다
손짓이 아니라도 나는 그곳이 가고 싶었다
그때 친구의 반가운 소리
우리 저기 가서 회 먹고 가자 ,,,,,,,,,,
아 ,,,,,마음을 들키어 버린 아이처럼 좋아서 펄쩍 ,,
가벼운 발걸음으로 언덕을 내려오는데
나의 시선을 붙드는게 있었다
바위틈에서 해풍에 작아진 키를 흔들며
예쁘게 자태를 뽐내고 있는 채송화였다
아무도 눈여겨 보지 않는 돌틈속 야생화들도
서울에서 먼길와준 한 여인을 반겨주었다
기억속의 빨간 우체통도 보였다
많은 이들이 저속에 자신만이 간직한 사연들을
빽빽이 적어 우표를 붙이고 담아놓았겠지 ?
언덕아래 낮게 펼쳐진 색색의 파라솔 ,
바닷바람에 색이 퇴색되어 선명하지는 않지만
그런대로 멋스러움이 있다
돌 자갈밭에 빨간 의자 간이 식탁 .
그리고 아낙의 손놀림 파도 ,,,
고무통속에 살아 움직이는 것들
자신의 운명이 다한지도 모르는체
마지막 몸놀림을 열심히 해대는 그들을 보며
입안에 가득 고인 침을 삼키는
나의 모습이 조금은 우스웠다
파도가 밀려왔다 밀려갈때마다
철썩 거리는 정겨운 소리들 ,.
친구들의 정겨운 눈짓. 언어들.
신선한 멍개 .그리고 해삼 .그리고 미역. 그리고 전복 ,
멈추어 버릴수 없는 시간속에서
우리가 같이 했던 시간들은
같이 걸었던 그길 만큼 소중하고 귀한 선물이었음에
감사한 시간들이었다
바다에 어둠이 어슴프레 내리기 시작했다
비가 올듯한 흐릿한 날씨 속에서 내리는 어둠
비릿한 바다내음이 어두워지는 바다에 짙은 여운을 남긴다
돌들이 마주하고 부딫히며 내는 소리
파도가 철썩이며 왔다가 갈때마다
돌들이 살아있음에 대한 신음소리를 남긴다
철썩 ,드르륵 드르륵 ,,
별이 하늘 가득 쏟아져 내리는 여름밤을
그곳에서 보내고 싶었지만
못내 아쉬움을 남기며
떠나고 싶지 않는 바다를 뒤로하고
상경을 하기 위해 그곳을 떠나야 했다
돌아오는 길에 한 친구가 나의 손에 들려준 ,예쁜 돌 ,
그속에 오늘의 일기를 이렇게 써야 겠다
삶이 라는 긴 여정속에서 꼭 만나고 싶은 사람들
오래도록 같이 하고 싶은 사람들 ,
나는 그 사람들과 오늘이라는 시간속에 같이 있었다고 ,
그곳에는
세상을 살맛나게 하는 인심이라는 보약이 있었다고 ,
그래서 오래도록 나의 기억속에서 살아서 춤추게 될것이라고 ,,,,,,
그들이 나에게 보여준 사랑을 오래도록 기억할 것이다
그리고 나는 나의 삶에 있어
추억을 한웅큼 안겨준 그들에게 감사할 것이다 ,,
KBS가을동화연주곡 Paul Mauriat-Romance .mp3
첫댓글 반가운 만남과 추억으로의 멋진 여행 축하합니다. 울산은 못 가본 곳인데 참 좋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