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개혁에 관한 이해 및 비전
국방부 군사시설기획관실
서 기 관 이 영 빈
"국방부는 국가 속의 작은 국가다."
언뜻 이 말이 잘 이해되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다. 흔히들 알고 있듯, 일반적으로 국방부는 혹시 모를 전쟁에 대비한다거나 국가와 국민을 외부세력으로부터 굳건히 보호하는데 존재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사실 '안보(安保)'라 총칭되는 이러한 미션이 달성되기 위해선 '군사작전·전투'라는 것 자체에 몰두한다고만 되는 것이 아니라 그에 내재된 다각도의 복합적 난제들이 풀릴 때 비로소 실현될 수 있다는 점을 잘 상기해 볼 때, 국방부는 국가 속에서도 또다른 독립적 질서와 원칙을 갖고 움직이는, 복잡다단하게 응집된 소국가(小國家)와 같다는 해석에 다다르게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국방부는「정부조직법」상 명시된 45개 내외의 중앙행정기관 중 하나이면서 동시에 65만 국군, 즉 육·해·공군 및 해병대라는 국방부의 예하 군 조직을 총괄하는 본영(Head-Quaters)으로서의 역할이 있으며 전투·훈련을 소화하기 위한 각종 의복·물자와 첨단무기·장비의 개발·조달, 군 병력의 주둔 및 군사대비태세 여건 마련을 위한 각종 군사시설의 구축, 장병에 대한 복지·의료 등의 서비스가 연중 이뤄지고 이와 관련된 연간 33조원의 예산이 체계적으로 편성·집행되는 관계로 기획재정부, 국토해양부, 보건복지부, 문화체육관광부, 교육과학기술부 등이 한 자리에 모여 검토해야 할 만한 일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국가의 축소판'이자 독자성을 지닌 다양한 정책이 운집하는 곳이라 하겠다.
이처럼 다양한 영역과 인식이 교차하는 국방부가 현재 '국방의 패러다임'을 원천적으로 변화시키고자 하는 노력을 진행하고 있으니 그 요체가 바로「국방개혁 기본계획」이다. 이는 2005년 말「국방개혁 2020」으로 발현되었고, 2009년에 들어와「국방개혁 기본계획」으로 그 프레임이 개선되었으며, 2011년에 들어와서는 그 세부지침 성격인 '국방개혁 307계획'을 대외 공표한 이래, 궁극의 계획문서(Master Plan)라 볼 수 있는「국방개혁 기본계획 2011~2030」이 새롭게 작성되고 있는 상황이다(이하「국방개혁 1130」이라 약칭한다).
전자의 계획들이 "저비용·고효율의 국방운영체계 달성"에 포커스를 둔 편이었다면, 2010년 3월 26일 발발한 '천안함 피격사건' 및 같은 해 11월 23일 벌어진 '연평도 포격사건' 같은 일련의 안보사태가 벌어진 이후 재설정된「국방개혁 1130」은 이제 "다기능·고효율 軍"이란 보다 명쾌한 모토를 기반으로 하여, 대규모 정규전 뿐만 아니라 비대칭적 위협, 즉 소규모 국지적 군사위협으로부터도 효과적으로 대적할 수 있는 '敵 도발시 당장 싸워 이기는 강군 육성'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 특기할 만한 사항이다.
예컨대, 병력 규모를 51.7만명으로 줄이겠다는 이전의 목표와 더불어 장성 숫자를 현 440여명에서 2단계에 걸쳐 380명 수준으로 감축(△60명)하겠다는 목표를 추가함으로써 단순 감군이 아닌 불균형했던 병력 구도를 대대적으로 손보겠다는 의지를 천명하였으며, 특히 1990년 818계획에 따라 이원화의 길을 걸었던 군정(軍政)-군령(軍令)권을 일원화하여 각 군 참모총장에게 권한을 일임하는 형태의 개혁을 단행한 것은 가장 눈에 띄는 핵심적 변혁이라 하겠다.
즉,「국방개혁 1130」은 그간의 국방개혁 정신을 충실히 계승하였음은 물론, 논란이 되어 오던 군정-군령권 행사의 일체화를 이룩했다는데 의의가 크며, 김정일 사망 등 급변하는 안보의 흐름 속에 대북 정책기조 역시 보다 명확히 다잡음으로써 그간의 계획들에 비해 가장 진일보했다고 볼 수 있다.
여기서,「국방개혁 1130」의 두 축(Two-Track)인 '군 구조개혁'과 '국방운영개혁'의 진의를 파악해 볼 필요가 있는데, 전자는 군사적 능력의 직접적 확충을 위한 노력의 전개인데 반해, 후자는 국가총력전 차원에서 군사작전 수행을 보다 효과적으로 지원하거나 촉진(Facilitating)하는 것으로, 양 분야 개혁의 절묘한 결합과 연쇄반응이 이뤄질 때 비로소 국방부가 궁극적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국방개혁의 본질적 목표인 '전투형 군대, 군대다운 군대'를 구현할 수 있다고 하겠다.
특히, 21세기형 첨단기술군으로 도약하고자 할 때 상부지휘구조 개편 등을 골자로 하는 '군 구조개혁'의 중요성은 이루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이겠으나, '국방운영개혁' 또한 안보와 더불어 중대한 국가적 문제인 '경제 회생'이란 차원을 고려한 '국방-경제 선순환(善循環:Virtuous Circle)' 효과를 거양할 수 있는 브랜드 과업들로 구성되어 있기에 미래 군사력 건설을 위한 Key-Point인 이 분야 개혁에 전력을 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본다.
그간에는 국방의 근본적 기조인 안보 위주의 관점으로 인해, 북한의 핵 실험 등 여러 군사적 위협에 대비하여 방위력 증강과 군비(軍費) 충당에 노력하는 것이 일견 타당하다고 여겼으나('12년 국방예산(32조 9576억)은 국가재정(325.4조)의 10.1%), 이제는 무조건적으로 국방비 증강에만 의존하기 보다는 국방부 및 각 군이 내부에 보유한 시스템적 오류나 낭비적 요소가 없는지를 되돌아보고, 민간경영 마인드 또는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 도입으로 운영 체질을 개선하는 등 질적 쇄신 및 인습 혁파에 힘쓰는 것이 불필요한 재정누수를 방지하고 선진화된 경제적 강군으로 나아갈 수 있는 첩경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국방부로서는 그동안 익숙했지만, 다소 비능률적이고 낡았던 체제를 대거 정비하는 용기가 필요했으며, 냉철한 상황진단과 산고 끝에 내놓게 될「국방개혁 1130」은 바로 그 세부적 목표와 개선전략의 집대성이란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이제, 안보환경 변화와 지식정보화 사회라는 21세기의 트렌드에 걸맞도록 짜인 국방부의 '미래전략 지침서'인「국방개혁 1130」이 만들어지기까지, 국방부가 끊임없이 개선하고자 고심했던 국방부/군 조직의 맹점 및 위협요인들 그리고 이의 해소방안들을 간략하게 나열하며 그 의미를 반추해 보고자 한다.
첫째, 군 조직의 운영상 방만하고 비효율적인 측면에 대한 반성이다. 각 군별로 중복적으로 지휘계선에 따라 산재된 시설조직이나 복지단/경리단/인쇄창 등 통합운영을 해도 무리가 없는 유사기능 부대들은 이제 통폐합·슬림화되어 병력과 예산절감을 동시에 도모하게 될 것이다. 또한 국군대전병원, 특수무기정비단 등을 군 책임운영기관으로 지정하는 등 조직운용의 효율화 차원의 후속조치도 단행하는 등 국방경영 효율화 차원의 일신우일신을 도모하고 있다. 더불어, 군수품의 획득조달체계의 개혁방안으로서 총수명주기관리체계(TLCSM : Total Life Cycle System Management) 및 성과기반군수지원제(PBL : Performance Based Logistics) 등 선진화된 기법을 정착시키고 있는 상황인데, 이것이 목표대로 안착될 경우 부족했던 '소요-획득-운영유지' 절차 간 유기적 연계성이 강화되어 투명성을 제고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적기(適期)에 최상의 군수품을 획득·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둘째, 국가 전체의 자산을 유연하게 활용하지 못하고 군 내 자산에만 얽매였던, 즉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못한 우를 범해 왔던 부분에 대한 각성이다. 군은 근본적으로 전투에 임하는 조직이기에 야전성(野戰性)을 유지하고 전투 및 훈련에 매진하는 한편, 비전투/비군사적 임무에 대해서는 민간관료에게 일임하거나 전문가 그룹의 지원을 받고 필요에 따라서는 민간위탁(Outsourcing)을 과감하게 추진하는 등 스스로의 구조적 한계를 타파하려는 노력을 병행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러나, 그동안의 민간위탁은 시설관리 및 외주정비 분야에만 한정시켜 그 실효가 크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며, 따라서 이제는 그 폭을 확대하여 복지, 의무, 보급, 수송 등에 양질의 민간자원을 적극 활용하는 한편, 그 방식도 단순관리가 아닌 위탁경영, 법인화 등으로 다양화시켜야 할 시점인 것이다. 아울러, 군 관사의 확보를 과거의 건립 위주에서 민간분양아파트의 매입, BTL(임대형 민자 : Build-Transfer-Lease) 도입 등으로 그 방식을 다양화한 것도 과거 방식에 안주하지 않고 민간 자산·자원을 군에 융통성 있게 접목하여 활용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셋째, 국방개혁의 대표적 브랜드 과업인「군사시설재배치계획」에 의한 군사시설의 통합과정(전체 1,900여개→600여개 부대,△67%)에서 파생하는 잉여부동산(Surplus Property)에 대한 적정 처분의 필요성이다. 특히, 단순매각에 의존했던 관행을 탈피하여 지목변경 및 용도지역 상향(보전) 등을 통한 자산가치 현실화로 군 부동산의 내재가치(Potential Value)를 증진시킨 후 처분하는 등 보다 적극적이고 내실화된 부존자원의 관리가 뒤따라야 특별회계로 운영 중인 군부대 이전재원 확충이 원활하게 될 것이다.
그간 국방부 소관 국유재산인 군용지(軍用地)는 국유지 대비 비중이 비교적 높고(국유지 대비 7.3%, 남한 면적 대비 1.2% 차지), 중앙부처 중 가용(可用)토지 보유순위 또한 수위에 가까운 등 매우 유리한 물리적 정황을 갖추고 있음에도, 가치의 보전이나 향상에 힘쓰지 않아 불리한 지목 및 용도로 한정(녹지, 임야 편중)되어 있고, 따라서 매각 등 처분시에도 특별회계 세입으로의 환금성이 높지 않아 결과적으로 세출과 세입의 불균형을 야기하고 있다.
이제 국방부는 지방분권 시대를 감안하여 토지용도의 조정권한을 가진 지자체와 긴밀한 유대와 협력 하 상생(Win-Win)하는 방안을 찾고 지자체 도시계획변경과 연계해 군용지의 '최유효 이용(The Highest & Best Use)' 방안을 수립·실현하는데 노력하여야 한다. 이럴 경우, 개발용지 고갈에 허덕이고 있는 지자체로서는 잉여군용지를 매수하여 관광레저단지, 대학 캠퍼스 등 공공성이 높은 도시재생부지로 활용할 수 있게 될 것이고, 국방부로서도 군 부대와 미군기지 평택이전을 위해 설치된 특별회계의 재정건전성을 제고하는 목적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게 될 것이며, 이는 국가와 지역의 문제를 민·관·군이 거버넌스(Governance:協治)적으로 해결한 새로운 이정표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이 분야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현 '주한미군기지이전사업단'을 '방위시설이전사업단'으로 확대·재편하여 한미 양국군의 부대이전사업을 총괄하고 통합된 특별회계로써 독립채산제적 이전사업 재정관리를 일궈내야 한다고 사료된다.
이렇듯, 국방부는 그간 안보위주의 조직행태와 문화로 인해 운영의 효율성 측면을 도외시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러나. 미래戰 수행에 적합한 최적화된 전력 구비는 물론 2015년 12월 1일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관련된 종합적인 전투능력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경제성이 가미된 실용적 국방운영체제'의 지원 없이는 강력한 전력발휘가 불가하다는 점을 분명 상기할 필요가 있다.
세계 7대 경제대국에 진입할 국가위상에 부합하는 국방부, 전력증강과 장병복지에 새로운 지평을 열고 국민의 안위와 편익은 물론 국가경제 발전까지 견인할 수 있는 군으로 거듭나기 위해 개혁의 구심점인「국방개혁 1130」을 지속 취장보단(取長補短)하고 끊임없는 담금질과 조탁(彫琢)을 통해 실현한다면, 국방부 내 '안보'와 '경제'의 가치가 더욱 조화롭게 양립될 수 있을 것은 물론 "당장 싸워 이기는 강군"에 온전하게 도달할 것으로 여겨진다.
국방개혁 달성의 당사자인 국방부 및 각 군 뿐 아니라 온 국민의 관심과 열망이 집결되어 조국의 안보와 번영으로 이어지는 실질적이고 혁혁한 개혁성과가 도출되기를 간절히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