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문의 침술』 조선 침구사 가문에서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침구 비술과 재야 침구사 수난의 역정을 현장 취재하여 엮은 책이다.
[책 소개- 이국렬 침구사. 필리핀 앙헬레스 민침술원 원장]
한때 ‘1만 시간의 법칙’이 큰 관심을 끌었다. 즉,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되려면 1만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여기 5대를 이어오며 150여년을 침구술로 활인공덕을 쌓아 온 의업 가문의 이야기가 있다. 그들은 가난한 환자는 무료로 치료하고 여유가 있는 환자들에게는 약간의 치료비를 받으며 인술을 베풀어 왔다. 그야말로 옛날 옛적부터 수많은 곡절과 기적 같은 일들이 끝없이 이어져 왔지만 이제는 모두 신화 같은 이야기가 되어가고 있다.
김갑기 선생과 그의 스승 최사문 사부 가문의 침술은 보통 한 곳, 많아야 두세 곳에 침을 놓아 병증을 치료한다. 이렇게 한두 개의 침만으로 효과를 낼 수 있는 비결은 정확한 혈을 찾아, 정성을 다하는 손기술로 확실하게 보사(補瀉)를 하기 때문이다. 즉 침 한대를 가지고 넘치는 것은 덜어내고 부족한 것은 보태주어 신체 장부가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균형을 잡아주는 것이다. 특히 『가문의 침술』보사법은 음양의 이치를 철저히 고려하고, 엄지와 검지로 침대를 잡고 호흡에 따라 시계방향 또는 반대 방향으로 염전하며 기운을 조절하는 방식이다. 이는 허임 선생을 비롯한 조선의 침의(鍼醫)들이 수많은 병자를 치료한 바로 그 침법이다.
어렵게나마 음지에서 조선의 정통 침구술을 전승해온 침구사들은 재야에서 수난을 겪어오다 거의 사라져 가고 있다. 『가문의 침술』은 이 조선 침구사 가문의 침구 비술 전승에 관한 이야기와 함께 재야 침구사의 한 많은 사연을 담았다.
김갑기 선생은 1960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침구사가 되어 가업을 이어라’는 아버지의 말씀에 따라 관인대한침구학원을 수료, 침구사 시험 준비를 했다. 하지만 5.16 군사정부에 의해 시험을 볼 수 있는 길이 막히고, 그 후 60여 년이 흘렀다. 그동안 그는 '무면허 침술'로 전과가 쌓이고 쌓여 보호관찰 대상까지 되었다. 그는 곧 될 듯 될듯한 침구사 시험을 고대하다 이제 백발이 되고 말았다.
침구사 면허제가 봉쇄된 상태에서 ‘무면허 침구술’의 단속 대상이 되어온 재야 침구사들. 침구술의 맥을 이으려는 침구인들의 수는 여전히 수만~수십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지금도 침구사 제도 시행을 간절하게 요구하고 있다.
『가문의 침술』은 호남의 조선 침구사 가문에서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침구 비술과 재야 침구사 수난의 역정을 현장 취재하여 엮은 책이다. 이 책에서는 앞 부분에서 김갑기 선생의 스승인 사문 최정현 선생 집안 전주 최씨 가문에서 5대를 이어온 침구술 내용과 그 전승 과정을 먼저 밝혀냈다. 뿐만아니라 내의원 침의를 배출한 옥천(순창) 조씨 가문과 남원 양씨 가문의 침술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도 추적했다. 그리고 2장에서 김갑기 선생 집안 나주 김씨 가문의 5대를 이어온 침구술과 그 전승 과정을 수록했다.
이 이야기는 호남의 재야 침구사 사연이지만 전국 각지 조선 침구사들의 역사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는 정부의 잘못된 정책 결정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절망의 수렁에 빠지게 하는지도 들여다볼 수 있다.
김갑기 선생이 옛 스승의 흔적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호남의 조선의 침구사들이 어떠한 침구술을 어떠한 과정을 통해 전수하여 활동했는지 알 수 있는 스토리도 흥미롭다.
전승 침구술은 오랫동안 쌓이고 쌓인 민족의 자산이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국가적 지적재산이 사멸된다는 것은 너무나도 안타까운 일이다.
이제라도 침구사제도를 양성화하여 초고령 사회 국민보건의료에도 활용하고, 해외 진출의 길도 열어주어야 한다. 동남아는 물론, 중남미, 아프리카, 아랍 등 수많은 나라에서 중국과 일본이 경쟁하며 침구 영토를 확장해 가고 있다. 한국도 하루빨리 침구사제도의 복원을 통해 K-POP, K-FOOD와 함께 K-TAM(Korea Traditional Acupuncture & Moxibustion)이 세계인들의 아픔을 보듬어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인공지능 시대에도 침구사제도는 수많은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확신한다.
모쪼록 『가문의 침술』을 보고 으뜸이었던 조선의 침구술과 침구사제도 부활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며 일독을 추천한다.
『가문의 침술』- 재야 조선 침구사
구술 : 김갑기 // 정리 : 유영훈 손중양
신국판(152×225mm) 358쪽
정가 25,000원
사단법인 허임기념사업회 2024.09.01. 발행
국립중앙도서관 한국ISBN센터에 최종 등재된 도서정보 링크
https://www.nl.go.kr/seoji/contents/S80100000000.do?schM=intgr_detail_view_isbn&isbn=97911878280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