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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것 - 박경리 -
체하면 바늘로 손톱 밑 찔러서 피 내고 감기들면 바쁜 듯이 뜰 안을 왔다 갔다. 상처나면 소독하고 밴드 하나 붙이고
정말 병원에는 가기 싫었다. 약도 죽어라고 안 먹었다. 인명재천 나를 달래는 그보다 생광스런 말이 또 있었을까?
팔십이 가까워지고 어느 날부터 아침마다 나는 혈압약을 꼬박꼬박 먹게 되었다. 어쩐지 민망하고 부끄러웠다.
허리를 다쳐서 인원했을 때 발견이 된 고혈압인데 모르고 지냈으면 그럭저럭 세월이 갔을까 ?
눈도 한쪽은 백내장이로 수술했고 다른 한쪽은 치유가 안 된다는 황반 뭐라는 병 초점이 맞지 않아서 곧잘 비틀거린다 하지만 억울한 것 하나도 없다. 남보다 더 살았으니 당연하지
속박과 가난의 세월 그렇게도 많은 눈물 흘렀건만 청춘은 너무나 짧고 아름다웠다. 잔잔해진 눈으로 뒤돌아보는 청춘은 너무나 짧고 아름다웠다. 젊은 날에는 왜 그것이 보이지 않았을까 ?
- 위에 있는 글은 우리문학계의 거목이신 고 박경리 유고 시집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에 나오는 맨 첫편 산다는 것 입니다. 박경리님의 문학세계야 워낙유명하셔서 모두들 아시겠지요. 1926년 문학인의 배출지인 통영에서 태어나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김동리의 추천으로 문학계에 발을 들여놓아 우리민족의 한과 감수성을 토속적으로 잘표현한 여류 문학인의 정수리라고 해야 할거 같내요. 1969년부터 시작한 "대하소설-토지-" 는 장장 25년의 세월을 두고 25권의 방대한 소설로 우리 문학사에 길이 빛나고 세계문학에도 기여한 공이 크다고 보여집니다. 그간 수차례 티브에서도 토지를 각색하여 드라마로 여러번 방영되었고 토지스타연예인이 나오기도 하였고요. 어떤이는 - 중국으로 귀화 미국인 펄벅여사의 "대지"를 본받았다고 하지만 그것과는 다르다고 해야 겠고요. 이분이 고향은 통영이지만 말년에 20년 넘게 원주에서 전원 생활을 하시면서 생을 마감하셨고 죽는 날까지 붓을 놓지 않으셨고요. 그분이 살아생전에 삶이 별로 평탄지 못했기에 그 분의 사생활은 별로 알려지지 않고 따님한분은 유명한 김지하 시인하고 사시는 거 같고요. 그래서 자신의 삶의 고통을 평소 혼자 중얼거리 듯 써놓으신 것들이 따님의 노력으로 유고시집으로 발표되었나 봅니다.
박경리님의 말대로 - 청춘은 아름다웠고 그렇지만 너무나 짧았다는 - 아쉬움과 탄식의 말처럼 우리에게는 청춘은 너무나 짧고 우리가 모르게 금방 스치듯 지나갑니다. 어쩌면 지금이 우리의 먼 후일에 뒤돌아보면 "청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내요. 여러분의 청춘은 바로 지금입니다. 더 늦은 날에 아쉬움과 탄식의 회한으로 남지 않게 청춘을 불살라 재미나게 열심히 사십시오. 한해의 출발길에 서서 ~ 시인과 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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