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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5회 향산일지(삼각산)
○ 일시 : 2005. 8. 20(토).
○ 장소 : 북한산 백운대(삼각산)
○ 참석 : 손만수부부, 이갑영부부, 이규운부부, 이철환부부, 이국범, 김영수. 10명. 광주에서 이갑영부부 참석, 모처럼 김영수 참석.
내일 (8. 21.일요일) 13시에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 내 예식장에서 장량의 여식 결혼식이 있어 8월 21일에는 초등학교 동창들에 서울에 집결한다. 기왕 서울에서 만나는 것 하루 먼저 가서 향교산악회 산행이나 하자고 이야기 나오다가 오늘 성사되다. 이용남군이 주말 당직이라서 불참하고, 정선생은 결석계도 없다. 요즘 출석률도 불량하다. 이 글 보면 반성하겠지. 해미 엄마 이정희씨도 꼭 읽어야 되는데---
○ 산행 코스
우이동 - 고향산천 입구 - 도선사 - 깔닥고개 - 백운산장 - 위문 - 백운대 - 위문 - 용암문 - 대동문 - 진달래능선 - 백련사 - 4․19 묘지
1, 도선사
오늘의 목적지는 북한산 정상인 백운대(白雲臺)란다. 촌놈은 백운대가 뭔지도 모른 채 그냥 따라만 다닌다. 지난번 구기동에서 족두리봉을 거쳐 비봉(碑峯)까지 다녀왔고, 또 한번은 삼천사계곡에서 사모바위를 거쳐 문수봉과 의상봉 능선을 다녀와 이번이 세 번째 향산회의 북한산 등정이다. 이번에는 서울․광주 합동 향산회이고, 더구나 광주에서 산고수장 부부까지 올라왔으니 정상에 올라야지. 백두대간․배불뚝곰 두 친구 안내도 요란하다.
09:20 여의도 출발- 우이동 버스정유소(고향산천 입구)에 도착하니 10시 정각이다. 대간과 뚝곰이 먼저 와있다. 여전히 부지런하다.
10:20 출발. 아스팔트길 따라 언덕배기 길을 한참 올라가니 도선사(道詵寺) 절이 나온다(11;00). 비 온 뒤끝이라 하지만 아직 8월이고 명색 여름이다. 제법 숨이 차고 이마에 땀이 숭글숭글 맺힌다. 여기까지도 한 등산 한 셈이다. 대입 합격을 발원하는 100일 기도가 있다는 안내 플랑카드와 함께 여기저기 행사 안내간판인지 불사 안내표지들이 어지럽다. 사람들도 많다. 대웅전에도 100일기도를 하는 어머니들이 가득하다. 초파일도 아닌데 이렇게 사람이 많다니, 촌놈은 서울에 와서 여기저기 입만 벌리고 다닌다. 청담스님 기념관 등 이곳 저곳 대충 구경하여도 30분이나 걸린다.
2, 인수봉
11:30 도선사에서 출발. 도선사 입구 주차장 모퉁이에 국립공원 매표소가 있다. 문화재관람료는 없고 국립공원 입장료만 받아 다행이다. 10여분 오르자 깔닥고개가 나온다. 바짝 긴장했는데 금새 고갯마루에 도달한다. 깔닥고개 치고는 싱겁다. 고갯마루에서 잠시 휴식, 대간에게 지명을 묻자 저 위가 ‘영봉’이란다. 산행기를 쓰면서 북한산 지도를 보니 그곳 지명이 ‘하루재’이다.
하루재에서 조금 가면 인수대피소가 나오고 조금 더 가면 ‘수덕암’이라는 시골집 같은 암자가 보인다. 수도하는 암자인지 너무 조용하여 안을 기웃거리기도 민망하다. 암자 뒤로 보이는 인수봉이 그야말로 장관이다. 뚝곰은 인수봉을 향해 카메라 샤터를 눌러댄다. 거의 평탄한 길이다. 암자를 지나자 곧장 인수봉이 훤히 보이는 전망 좋은 곳이 나오고 그곳에 인수봉 안내판이 서있다. 기념촬영 장소인가 보다.
사진 촬영이 끝나고 몇 발짝 띄니 또 산장이다. 자연석에 ‘白雲山莊’이라고 크게도 새겨있다(12:45). 산장 앞마당에는 아예 막걸리 탁자로 가득하다. 산장 안은 거의 식당 수준이다. 한잔의 막걸리는 너무도 달콤하다. 우물에서 생수를 보충하고 또 출발이다(12:55). 백운산장에서 백운대까지는 0.5km.
3, 백운대
백운산장에서 10여분을 가니 산성(山城)의 조그만 문이 나온다(13:10). ‘위문(衛門)’이다. 지난 산행시 의상봉능선에서 보았던 암문(暗門: 청수동암문․부황동암문) 수준이다.
위문에서 오르는 백운대에는 거대한 암벽에 쇠말뚝으로 안전시설이 되어있다. 그래도 다리가 후들거린다. 뚝곰은 휴일 날 이곳에 오늘 같이 사람이 적은 날도 드물단다. 어제부터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 때문인가 보다. 사람이 적다는데도 오르는 사람, 내리는 사람으로 말뚝에 달린 쇠줄은 바쁘다. 다리가 후들거린다고 엄살할 겨를도 없다. 엄살이야 좀 한가한데서나 하는 것이지...
[FUJIFILM] FinePix F420 10/3000ms F560/100 ISO125
두 손으로 얼마나 쇠줄은 당겼는지 손바닥이 달아질 지경이다. 앞사람 꽁무니만 따르다 보니 정상에 도착하다(13:30). 달리 백운대라는 표시석도 없고, 난데없이 태극기만 휘날린다. 사진은 박아야지. 역광이라서 사진이 선명하지 않다.
시내가 한눈에 다 들어오는 듯 너무도 전망이 좋다. 바로 아래가 상계동 아파트단지, 좌측이 수락산, 우측이 불암산, 정면 아스라한 곳이 남양주 이재우가 사는 동네란다. 뒤쪽에는 한강이 흐른다. 오늘따라 하늘이 너무 맑고 청명하다. 어제 많은 비가 내린 때문인가 보다. 뚝곰은 40년 만에 처음 보는 청명한 날씨라고 감탄하면서 공중을 향해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댄다. 백두대간은 한술 더 뜬다. 개성 송악산이 보인단다.(*정말인지도 모른다. 어제 8. 23. 저녁 TV 뉴스에서는 어제 날씨가 워낙 청명하여 임진각에서 송악산이 보인다고 보도했다.)
북한산의 주봉인 백운대(白雲臺: 836.5m)를 중심으로 북쪽에 인수봉(仁壽峯: 810.5m), 남쪽에 만경대(萬景臺: 799.5m), 세 봉우리가 서로 떠받들 듯 삼각형을 이루고 있어 원래 이 산 이름이 삼각산(三角山)이라고 한단다. 멀리서 보면 세 암벽의 위세가 그야말로 대단하다. 1974년 5월 초, 신병훈련을 마치고 자대 배치를 받기 위해 당시 101보충대가 있는 의정부까지 군용열차로 가는데, 차창가로 처음 보는 저 바위산이 가히 위압적이었음은 30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삼각산이라고 하면 병자호란 때 김상헌의 우국충절이 깃든 시조 “가노라 삼각산아 다시 보자 한강수야” 만 알뿐, 이렇게 자세히 살피는 것은 금년에 북한산을 오르면서부터이니 너무 과문한 탓인가 보다.
백운대 정상을 잠시 비켜 여기저기서 식사를 한다. 우리도 인수봉이 맞닿을 만큼 가까운 쪽 넓직한 곳에 자리를 잡고 점심을 먹는다(13;40). 10명의 가족이 밥상 같은 암반을 깔고 앉아 반주까지 곁들여 맛있게 먹어댄다. 네발로 산행해서 더 힘이 들었나보다. 밥도 많이 들어간다.
14:20 점심 끝, 출발. 오르막 때도 힘들었지만 암벽은 내리막이 더 힘들다. 두 손으로 쇠줄을 잡은 채 뒷걸음으로 내려가라고 뚝곰이 아예 시범까지 보여준다. 숙달된 조교가 없었다면 이곳에 오지도 못했을 터고, 내려가지도 못 했을 것이 너무도 자명하다. 백운대 내려오는데 20여분이 걸리다.
4, 대동문
위문에 다시 도착(14;45). 위문에서 잠시 휴식하면서 기념 촬영. 이제는 하산인데 능선 따라 용암문․대동문 코스란다. 14:50 출발. 하산이라고 쉬운 길도 아니다. 유격코스는 계속된다. 30여분을 가니 노적봉이 나온다(15:20). 이곳에서 [백운대 0.95km, 대남문 3.7km]라는 이정표를 보면서 우리는 대동문 쪽으로 간다. 20여분만에 용암문(龍岩門)이 나오고(15:45), 잠시 후 제법 큰 성문이 보인다. 대동문(大東門)에 도착했다(16:20).
촌놈들 등산이다 보니 배경만 좋으면 사진촬영이다. 사진기를 든 대간과 뚝곰은 찍기만 할 뿐 찍을려고 하지 않는다. 인물 좋은 영수는 먼저 모델같이 모션을 잡는다. 오늘 처음 향산회에 참석했는데 사진만 잘 찍는 게 아니라 산행도 아주 잘한다. 서울 향산회 정회원이 곧 될 것 같다.
5, 진달래능선
이제까지는 능선 따라 하산이었고 이제부터는 진짜 내리막 하산이다. 200미터쯤 내려오니 약수터가 나오는데, 바위에 새겨진 이름표를 보니 ‘대동약수’이다(16:30). 3거리인데 (우이동 방면․진달래 능선) 우린 진달래능선을 따라 하산이다. 이름 그대로 제법 키 큰 진달래가 여기저기 많다. 내리막 능선임에도 산행시간이 길어지자 지쳐 가는지 모두 조용하다. 새벽에 광주에서 운전해 올라온 산고수장은 점심 시간 이후 거의 말이 없다. 이곳 진달래능선에서는 거의 기진맥진이다. 땅만 보고 걷는다. 역시 새벽잠이 건강에 최고인데... 반시간 정도 내려오다 보니 백운대․인수봉․만경대가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 좋은 곳이 나오는데, 그곳에 바로 삼각산 안내판이 있다. 혼자라도 그럴듯하게 기념촬영 한번하고.
또 반시간을 내려오니 다리도 아파 올 무렵 계곡 물이 보인다(17:30). 이번 여름의 계곡은 어디나 아름답다. 계곡답게 물이 많고 시원해서 이다. 그만큼 비가 많이 내린 때문이다. 백련사 절 앞 계곡에서 발을 담그고 나니 피로가 말끔히 풀린다. 산행 뒤끝은 역시 계곡 물에 발 담그기가 멋진 마무리이다. 백련사에서 10분을 더 내려오면 매표소가 나온다(18:00).
후휴--- 휴식도 많이 했지만 7시간 40분이나 걸리다니!!!
○ 짐짝 실은 승용차
4 19 탑 입구에서 아구찜으로 저녁식사. 소주한잔씩 곁들이고 헤어지자니 너무 서운하다. 그래도 2차는 해야지. 생맥주로 차수(次數)는 확보하고 안녕을-
돌발사고 발생. 귀가 길 손대령 차에 6명(운전사․손바닥부부․요산요수부부․뚝곰)이 승차하는 바람에 사고 아닌 사고가 발생하다. 기왕 정원 초과이면 의당 앞좌석에 평수(坪數) 넓은 사람이 타야 함에도 손바닥이 조수석에 앉고, 나머지 짐짝 4명이 뒷좌석에 실린다. 후일담인데, 손바닥이 뚝곰보다 평수가 더나간다고 우겼다나. 말도 안 된다. 이름만 들어도 그렇지, ‘손바닥’이 ‘뚝곰’보다 크겠나???
뒷좌석 절반은 뚝곰이 차지하니 나머지 절반에 짐짝 3명이 겨우 포겨 실린다. 무릅에 앉은 마누라의 중량에 다리는 무너질 판이요, 한쪽 팔은 거의 마비상태다. 만원버스에 매달린 듯하다. 여의도까지 짧지 않은 거리에 4명 모두가 힘겨운 짐짝신세요, 산행 보다 훨씬 힘 든 승차이다.
다음날까지 몸이 무거움은 산행 때문이 전혀 아니고 순전히 짐짝 노릇한 승차 때문인 것 같다(!!!). 다음부터 뚝곰이 앞에 타시길, 아니면 ‘손바닥’은 이름을 ‘대문짝’으로 바꾸고 대형 승용차를 마련하시든지---(^**^).
(2005. 8. 24. 순천에서, 이 철 환 )
첫댓글 어째그렇게 정확한 기억으로 산행기를 잘도 쓰는지? 요산요수 고생했어... 좋은자료네...
너무 고생시켜 미안하이... 좋은 산행이였다니 감사....
산행기가 올라 와야하는데 좀늦는구나 했더니 이제 야 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