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주에 있는 청암민속박물관에 들렀다가 가는 길...
청암민속박물관에서 조금 가다보니 길가에 남경수목원이라고 쓰여져 있는 눈에 띌까 말까한 표지판이 보였다.
표지판이 가리키는 방향을 보니 차 한 대 지나갈 정도의 작은 시골길과 밭과 비닐하우스가 보였다.
생소한 이름인데다가 길도 좁고 그래서 갈까 말까 망설이다가 일단 가보기로 했다.
외길로 한 5분 정도 들어 가서 시냇물을 건너니 입구 표시도, 매표소도 없는 이상한(?) 수목원이 보였다....
사람도 안 보였다!
주자창인 듯한 곳에 석조장승만 덜렁 서있다.
장승 크기도 보통 장승보다 3/1은 더 크다.
인적도 없는 곳에 커다란 장승만 서 있으니 분위기... 묘했다.
힐끗 보니 조~~용한 것이 아직 개장한지 얼마 안 된 듯한 분위기였다.
장승 사이로 간 길을 따라 들어 갔다.
따라 조금만 들어가면 좀전의 쌩뚱맞았던 기분은 싹~사라진다.
알록달록한 꽃들이 무리 무리 지어 너~무 이쁘게 피어 있었다!
오전에 약간 비가 와서 잎에 물방울이 송글 송글 맺혀 있다.
무슨 잎인지... 개구리밥 같기도 하고 연잎 같기도 한 것이 정말 앙증맞다.
작은 정원을 지나 옆을 보니 나무에 둘러쌓인 공터가 보이는데...
중교교 시절 학교 음악실에서나 보던 의자가 쭉 늘어서 있다.
의자 위에도 바닥에도 벌써 낙엽은 뒹굴고....
좀 가다 보니 출입문이 보이는데 차량출입금지 표지판이 있는 걸 보니 정문은 아닌가 보다.
대체 이 곳의 정문은 어디야?!
위 출입문 앞 옆으로 화려한 빛깔의 꽃들이 시선을 고정시킨다.
정원 곳곳이 분재형 나무들과 조형물들로 깔끔하게 꾸며져 있는 걸 보면 주인이 무척 공들여 가꾸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나무 나이테 모양의 무늬를 가진 바위를 돌면!!
주차장 입구 쪽에서 본 작은 정원보다 훨씬 규모가 큰 화원이 보인다.
보라빛 꽃이 가지런히 화원 입구에 줄지어 서 있다.
노랑 빛이 선명한 해바리기도 몇 그루 있고...
올해 본 해바라기 중 가장 싱싱!
꽃 종류 별로 무리를 지어 심어져 있는데... 꽃들이 대체로 화려하다.
화원 안에 또 다른 화원...
이름을 알 수 없는 이 꽃은 빛깔이 거의 형광색이다.
멀리서 봐서 눈에 확 띈다.
생김새는 코스모스과 비슷하여 꽃대가 가느다란 것이 살랑 살랑 흔들린다.
빨강장미, 분홍장미 모두 이쁘다~~
관리가 잘 된 단정한 느낌의 화원...
바베큐를 할 수 있는 시설도 보인다.
수목원 가장자리에 있는 오솔길...
제법 긴 길이로 인적도 드물고 사색하기 딱 좋은 길이다.
이 수목원의 공간 중 가장 맘에 들었던 곳이다.
이 길이 사람들로 넘쳐 났다면 별로였겠지만, 다행히 이 수목원은 고요하고 한적하다.
이 길 오른쪽 편으로는 아주 아주 맑은 냇가가 흐르고 있다.
냇가 전망 좋은 곳에 위치한 건물인데...숙박 시설인 듯 하다.
오후가 되니 몇 사람이 보인다.
이 사람들은 동네 안 쪽에 숨어 있는 이 곳을 어떻게 찾아 왔을까...
나만 몰랐나...원래 잘 알려진 곳인가?! 호기심 발동해서 지나가던 두 팀에게 물어 봤다.
- 여기 어떻게 알고 오셨어요??
-그냥 지다가다가 들어왔는데요?!
모두 나와 같이 우연히 온 사람들...
아이들들 단체 견학을 올 때 쓰던 소품들.....
투호, 널뛰기, 고리던지기 등의 체험시설과 넓은 광장도 갖추고 있다.
단체의 수련회나 견학, 소풍 장소로도 이용되고 있는 듯 하다.
이 곳에서 야외 결혼식을 한다고 한다.
정원마다 이쁜 조형물들로 장식되어 있다.
이 쯤에서 정원 손질을 하고 계신 분을 발견!!
좇아가서 이 수목원 언제 개장한 건지 여쭤 봤다.
수목원은 개인 소유이고, 가꾼지는 오래됐지만 일반인에게 개방한지는 이 년 정도 밖에 안 됐다고 하신다.
그래서...관람객이 적었구나...
냇가 따라 이어진 산책로...
나무들이 크고 울창하고 울타리도 훼손된 곳 하나 없이 가지런히 놓여 있는 걸 보면
주인이 아주 오래 전부터 정성들여 가꾼 듯 하다.
산책로 밑으로 난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냇가가 나온다.
수목원은 많이 가봤지만 이렇게 냇가를 끼고 있는 수목원은 흔치 않다.
게다가 물이 무척 맑아 바닥에 환히 들여다 보인다.
상수원 보호 2급수 지역이라고 한다.
한 켠에선 아이들이 물수제비를 뜨면서 물놀이를 하고 있었다.
물수제비 제대로 뜨는 거 처음 봤는데 너무 신나서 절로 환호성이 질러졌다.
돌이 물위를 통통통 연속으로 튀면서 미끄러져 내려가는 모양이
물이 물이 아니라 얼음 위를 달리는 것처럼 보이는데...그 속도가 눈 깜짝할 사이다.
오후가 되니 사람들이 냇가에서 뭔가를 잡는데...아마 다슬기가 아닐까 싶다.
처음엔 한 사람이었는데...점점 늘어남!
계속 잡고 있는 걸 보면 뭔가가 많이 잡히는 듯 하다.
시간 여유만 됐다면 나도 동참하고 싶었닷!
냇가를 따라 쭉~ 피어 있는 풀인데...색이 참 곱다.
여행길에 우연히 이 수목원을 발견한 것은 정말 행운이었다고 생각한다.
비밀의 화원을 찾아낸 듯한 기분이 들었다!
서울과 매우 가까운 거리에 있으면서 숲과 냇가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곳....
게다가 가장 맘에 드는 건 아직 많이 알려져 있지 않아 번잡함이 없다는 점이다.
간혹 휴식이 필요할 때 찾으면 좋을 곳이다.
규모는 일 만평 정도이며 바베큐장, 야외결혼식장, 족구장, 민속놀이,
수련회나 야유회가 가능한 시설들과 숙박시설도 갖추어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