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철스님] 참선하는 법- 2
2.화엄경 십지품(十地品)에 보면
'보살지가 7지(地)가 되면 꿈속에서도 장애를 받지 않고 공부가 여여하다.'
참선 공부를 하다가 잠이 들어 꿈을 꾸고 있을 때에도 아무 장애를 받지 않고,
공부가 한결같으면 7지보살이라고 인정한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7지의 보살이 설사 꿈에는 공부가 일여(一如)하더라 해도 깊은 잠에 들면 캄캄합니다. 그런데 아무리 잠이 깊이 들어도 일여한 경계가 분명히 있습니다.
밖에서 볼 때는 잠을 자는 것 같지만 (外似現睡)
실지는 잠을 자지 않는다. (實無睡也)
아무리 깊은 잠에 빠져 있어도 정신 상태는 항상 밝아 있어 조금도 변함이 없다는 말입니다.
항상 밝아 있는 정신 상태가 올 것 같으면 8지 보살 이상, 즉 자재위(自在位)라 합니다.
그런데 자재위에는 두 종류가 있어서 깊은 잠 즉, 숙면에서 일여하여도 아라야식의 미세한 망상이 그대로 남아 있으면 8지 이상의 자재 보살이고, 그 미세망상까지 완전히 다 끊어져 버리면 그 때에는 진여(眞如)가 드러나고 그것이 견성이고 부처님입니다. 그 때는 여래위(如來位)라 합니다.
불교에서 수행하여 공부하는 단계를 보면,
첫째 동정일여(動靜一如) 즉 일상 생활에서 가고 오고 할 때나, 가만히 있을 때나, 말을 하거나 안하거나, 변함없이 공부가 되어야 합니다. 여여불변(如如不變)하여야 합니다.
동정일여가 되어도 잠이 들어 꿈을 꾸면 공부는 없어지고 꿈속에서 딴짓하며 놀고 있는데, 꿈에서도 일여한 것을 몽중일여(夢中一如)라 합니다.
몽중일여가 되어도 앞에서 말했듯이 잠이 깊이 들면 아무 것도 없습니다.
잠이 푹 들었을 때에도 여여한 것을 숙면일여라 합니다.
숙면일여가 되어도 거기에 머물지 않고 더욱 나아가야 합니다. 백척간두(百尺竿頭)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된다 말입니다. 그리하여 깨쳐야만 그것이 실제 견성입니다.
그런데 참선 공부하는 사람들을 보면 숙면일여는 고사하고, 몽중일여도 고사하고 더구나 동정일여도 안되는 것을 가지고 견성했다,
깨쳤다고 인정해 달라고 나한테 온 사람만도 수 백 명은 보았습니다. 이것도 병입니다. 공부를 하다 보면 무엇인가가 정신을 확 덮어버립니다.
그 때에는 자기가 깨친 것 같고 자기가 부처님보다 나은 것 같고, 조사스님보다 나은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그런 병이 있습니다.
이 병에 들게 되면 누구 말도 귀에 안들어 옵니다. 그래도 여러 가지로 설명해 주면 어떤 사람은 잘못된 줄 알고 다시 공부하고, 또 어떤 사람은 이 병을 한동안 앓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느 젊은 스님 한 사람이 불교를 믿고 참선을 한다는 처사(處士)들 모임에 갔더라고 합니다. 약 백여명 모인 처사들 중에서 90명은 견성했더라는 것입니다.
'이럴 것이 아니라 해인사 큰스님께 가서 한 번 물어보시오.'
'뭐, 큰스님이니 작은스님이니 물어볼 것 있습니까.'
큰스님, 작은스님이 소용없다니, 그렇게 되면 부처님도 소용없습니다.
이리되면 곤란합니다. 좀 오래 전의 일입니다.
70세 남짓 된 노인이 한 사람 찾아왔습니다. 그 때에도 3천배 절하고서 내 방에 들어왔습니다. 어떻게 왔느냐고 물었더니 자기는 안오려 했는데 옆의 사람들이 하도 가보라고 해서 왔다는 것입니다.
'나이가 70이나 되면서 옆의 사람이 가보라 한다고 쫓아와 이 늙은이야. 자기 오기 싫으면 안오면 그만이지, 대체 무슨 일로 옆에서는 그렇게 권했오?'
'내가 40여년을 참선을 하는데 벌써 20년 전에 확실히 깨쳤습니다.
그후 여러 스님들을 찾아 다니면서 물어 봐도 별 수 없어 이젠 찾아 다니지도 않는데, '성철스님께 가보라'고 하도 이야기해서 할 수 없이 찾아 왔습니다.'
'그래 어쨌든 잘 왔오. 들어보니 노인은 참 좋은 보물을 갖고 있오. 잠깐 앉아 있는데 모든 망상이 다 떨어지고, 몇 시간도 금방 지나가 버리니 그런 좋은 보물이 또 어디 있겠오.
내가 한 가지 물어보겠는데 딱 양심대로 말하시오. 거짓말하면 죽습니다. 그 보물이 꿈에도 있습니까?'
'(눈이 둥그래지며) 꿈에는 없습니다.'
'뭐, 꿈에는 없다고? 이 늙은놈아! 꿈에도 안되는 그걸 가지고 공부라고 선지식(善知識)이 있니 없니 하고 있어? 이런 놈은 죽어야돼. 하루에 만 명을 때려죽여도 괜찮아, 인과도 없어.'
그리고는 실제 주장자로 두들겨 패주었습니다. 가만히 앉아서 맞고 있더만요.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를 물었더니 자기 공부가 틀린 줄 알고서 다시 새로 공부를 배우겠다는 것입니다. 지금도 그 영감이 살아 있습니다. 80세가 넘었는데도.
이런 병폐가 실제 많이 있습니다. 꿈에도 안되는 이것을 가지고 자기가 천하 제일인 듯이 하고 다닙니다. 여기 이 대중 가운데에도 나한테 직접 덤빈 사람도 몇 사람 있습니다. 요새도 보면 그 병을 못버리고 무슨 큰 보물단지나 되는 것처럼 걸머진 사람도 있습니다. 이상으로 견성이라고 하는 그 내용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럼 어떤 방법에 의하면 견성을 할 수 있는가?
(3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