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을 흠뻑 흘린 날은 자리회가 생각난다. 몸과 마음이 허할 때는 자리회가 최고다. 며칠 하우스에서 일했더니 몸이 먼저 알고 맛있는 것을 달란다.
제피 다져 놓고 얼음 동동 띄운 자리회를 게눈 감추듯 말아 먹고 다시 과수원으로 돌아왔다.
맛도 베지근하고 눈도 베롱하지만 비릿한 냄새는 커피 한 잔으로도 어쩔 수 없다. 포크레인 기사들과 평상에 걸터 앉아 귤과 커피를 마시며 잠시 쉬는 시간, 어김없이 달려드는 '일동'이와 '이동'이.
기사들은 '오야지의 왼팔 오른팔'이라 부르며 장난을 친다. 귀여워 해주니 손님이라도 상관 없는 모양이다.
그저 좋단다.
'일동'이와'이동'이는 맛 감별사다. 입만 움직여도 모든게 먹는 걸로 보이는지 달려든다. 차든 물이든 귤이든 상관없이 받아 먹는다. 허리까지 뛰어 오르며 보채는데 주지 않고는 못 배긴다. 옷을 물어 뜯고 신발을 긁어대고 난리법석을 떤다. 그리고 저 눈빛, 반짝반짝 빛을 내다가 애절하게 고개를 갸웃둥거리다가 말똥말똥 쳐다보는데 어떻게 외면을 하나. 같이 먹고 마신다. 그런데 이 녀석들도 아무거나 먹지 않는다. 단맛을 구별 할줄 아는지 꼭 한라봉만 먹는다. 호라이깡이라 부르는 귤과 아마나스(하귤)를 주었더니 당도의 차이에 따라 먹는 방법도 다르다. 호라이깡은 두세번 받아 먹고는 입에 물었다 뱉는다. 하귤은 즙만 빨아 먹는다. 그러나 한라봉은 주인보다 더 잘 먹는다. 어제도 그랬고 오늘도 그랬다. 포크레인 기사는 "당도 감별사로 보내야 허쿠다"한다. 아이들 대하듯 강아지를 아껴주니 인간이라고 착각하는건 아닌지 모르겠다.
첫댓글 자리회. 흐~~
오늘 객실 한 곳 도배를 했답니다. 땀이 꽤나 나더군요. 후다닥 학생 문화원 갈 채비를 하고 "수업이 하루 당겨 졌어. 다녀 오께"하며 나서는데, " 참 다행이다. 밥 값 살았네. 오늘 수고 해서 자리회 사줄려 했는데 ... 할 수 없지"라며 되려 잘 먹었다고 인사 하랍디다. 나.원.참.
생각도 안 한 자리물회 얘기를 꺼내 놓고는 사 지도 않은 밥을 잘 먹었다 하라 하고 어이없는 웃음으로 " 썰렁 하거든~~?"하고 나왔 더랬죠. 그러면서 '아~ 자리물회 먹고 싶다~' 생각했던 오늘인데.
여의주님도 염장이시네요. ㅎㅎ
여의주님, 참 똑똑한 녀석들 거느리고 사느라 고생많겠수. 사람이 좋아서 강아지도 따르나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