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26일
날씨 : 산산한 바람이 불어 걷기에 좋았다. 맑음.
코스 : 77번국도 백수해안도로를 따라 법성포까지 총 23Km
아침 바람이 차가웠다. 평소보다 1시간 정도 늦게 출발했다.
백수해안도로는 연인들의 드라이브 코스로 알려져 우리나라에서 9번째로 경치가 좋은 곳으로 선정되었다.
평일 오전시간이므로 차량이 비교적 적었다.
파도소리만 들린 채 한적했다. 바다가에서 굿을 하는 북소리가 들려왔다.
발길을 돌려 내려갔다. 무당아주머니가 어떻게 왔냐며, 북소리가 들려 왔다고 하니 기가 이쪽으로 인도했다며...
커피와 귤을 내어 주신다.
한 아주머니는 젯상을 앞에두고 바다를 향해 공들여 기도하고 계신다.
무슨 일이 있는 모양이다. 무당의 굿소리도 편안하게 들려온다. 현종이와 나는 아무말없이 무당의 행동과 소리에 잠시 빠져본다.
걷는데 현종이가 엉뚱하게 또 물어온다.
아버지는 거짓말을 해봤냐며...(생각을 하고나서) 술과 관련하여 엄마에게는 몇번 했다고...
현종이는 초등학교때 독서카드에 가짜로 기록한 것, 집에 있는 돈을 몰래 가져간 것, 현진이와 싸운 것,
최근에는 어머니 몰래 컴퓨터 한 것 등을 자연스럽게 얘기해 준다.
왜 거짓말을 하게 되었니? 잘못한 것은 알겠지만 혼날까봐요.
거짓말 하고 난 후 너의 심정은? 부모님이 알아챌까봐 불안하다고...
또한, 초등1년때 아버지가 회식을 하고 집에온후 로봇을 사준다고 해놓고 사주지 않은 것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었다.
그 빚을 대신하여 현종이가 가장 갖고 싶어하는 핸드폰을 사줘야 겠다는 생각이 간절할 뿐이다.
해안도로 중간지점에 노을전시관이 있다.
문화관광해설가 서화주선생님의 해설에 2시간동안 지체되었다.(덕분에 잘 보았다.)
줄것은 없고 개장할때 남은 대마 막걸리 맛을 보라며 1병을 건네주셨다.
분명 짐이되는 것은 기정사실이나 음식을 마다할 수는 없었다.
걷다가 갈증나거나 배고프면 한잔씩 마신 것이 어느새 반명이상 먹고 있었다.
예전부터 현종이와 얘기하고 싶은 주제가 있었는데 오늘에야 한다.
법성포구의 바닷길을 따라 걸으면서 아버지와 아들의 솔직한 대화가 시작되었다.
청소년시절에 누구나 한번쯤 겪어보는 성에 관해서...
포경수술, 임신, 사랑과 결혼...
그리고, 나의 청소년시절에 좋아했었던 여학생에 대해서 얘기를 하고 나니
현종이가 바로 묻는다. 엄마가 알면 안되겠네요? 애써 괜찮다고 하면서...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혹 누구를 좋아해본 적 있느냐?
긴머리소녀를 좋아하는데... 2명을 좋아했다고 한다. 누구 인지는 묻지 않았다. 이야기 해 줄때까지 기다렸다.
포구의 길은 생각보다 엄청 길었다. 반대편에 법성포가 지척에 있건만 다리가 나올때 까지 걸어야 했다.
왼쪽 발목위 부분이 저려온다. 걷기에 힘든 지경이지만 남은 막걸리로 몸을 달래면서 천천히 걸었다.
한참 후 현종이는 지금까지 간직했던 비밀인이라며 좋아했던 2명을 나에게 이야기 해 줬다.
현종이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오늘 저녁은 이번 여행에서 가장 사치스러운 식사를 할 작정이다.
[백암리] 백수해안도로의 시작점이다. 뻘로인해 바닷물색이 짙은 황토색이다.
[무당굿]절벽아래에서 제사를 모시는 모습...궁금해서 내려가 봤다.
[노을전시관] 절경에 어찌 기록을 안하리까?
[백수해안]손에 들고 있는 것이 노을전시관에서 주신 대마 막걸리...
[법성포] 굴비의 고장 법성포에 와 보니 천지가 굴비다.
첫댓글 왼쪽 발목이 계속 속일 썩이네...병원 한 번 가봐야되지 않을까? 그리고...참 고마워..현종이한테 좋은 아빠가 돼 줘서..정말 멋진 부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