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이 절벽을 어떻게 내려가나 (2)
하강, 오토블록 하강 시스템 설치와 조작
첫 하강은 경험이 많은 사람이 한다. 하강 로프 설치가 끝나면 로프를 아래로 던져 늘어뜨린다. 이때 로프가 바위 중간의 틈이나 암각에 걸리기도 하고 중간에 매듭이 생기기도 한다. 첫 하강자는 중간에 걸리거나 끼어있는 로프를 정리하면서 하강한다. 하강이 끝나고 바닥에 닿을 때까지 어떤 문제가 있는지 확인하고 해결해 놓는다.
4인 1팀의 등반에서 우리 친구들은 2번째 또는 3번째 하강하게 된다. 첫 하강자의 하강이 끝나면 선배들의 지도에 따라 하강을 준비한다. 가장 먼저 하강 지점에 자기확보하고 확보줄에 팽팽하게 매달린다. 우리 친구들의 하강 과정을 그림의 순서에 맞추어 설명한다.
※ 이 그림은 등반교육 전문강사 고경한 선생이 그린 그림을 그대로 활용하였다.
1. 오토블록 슬링의 한 끝을 안전벨트의 확보고리(빌레이루프)에 거스히치하고 한쪽 끝에는 캐러비너를 걸어 놓는다.
2. 오토블록 슬링을 하강 로프에 4번 정도 돌려 감고 캐러비너는 확보고리에 걸어 잠가 놓는다. 감는 회수가 많을수록 제동력이 커지고 하강속도가 늦어진다. 대개 하강할 때 한 줄만 사용하면 4~5번, 두 줄을 사용하면 3~4번 정도 감는다.
3. 안전벨트에 연결된 멀티체인 확보줄의 첫 번째 또는 2번째 고리에 하강기를 설치한다. 하강기는 구멍의 넓은 쪽(큰 고리가 있는 쪽)이 위로, 좁고 톱니가 있는 쪽이 아래로 오도록 한다. 하강 로프를 당겨 접으면 고리 모양이 생긴다. 이 고리를 하강기에 통과시키고 하강기를 통과한 고리를 케이블과 함께 둥근 잠금 캐러비너를 통과시켜 멀티체인의 고리에 걸어 잠근다.
이때 반드시 하강자가 매달리는 로프의 하강고리 쪽의 로프가 하강기 구멍의 넓은 쪽에 오도록 한다. 그러면 손으로 잡아 제동하는 아래쪽이 하강기의 좁고 톱니가 있는 쪽에 오게 된다. 만약 하강기의 위치와 하강기를 통과한 로프의 위치가 반대로 된다면 하강이 어렵게 될 수 있다.
4. 하강기 설치가 끝나면 하강기 아래쪽 로프를 위로 당겨 하강기가 최대한 위로 올라가게 해놓는다. 오토블록 매듭도 하강기 쪽으로 가까이 당겨 조여놓는다. 하강기 아래쪽 로프를 더 아래로 당겨 제동하면서 확보줄에 걸려있는 자신의 체중이 하강기에 실리도록 한다. 체중이 실렸을 때 아래쪽으로 밀려 내려가지 않는지 확인한다. 하강기 아래쪽 로프를 조금씩 놓으며 체중이 오토블록 매듭에 실리도록 한다. 매듭에 체중이 실렸을 때 아래쪽으로 내려가지 않도록 단단히 조여지는지 확인한다.
5. 오토블럭 매듭에 체중을 실은 채 확보줄 끝의 잠금 캐러비너를 빼서 자기확보를 해제한다. 확보줄 끝의 캐러비너는 늘어지지 않도록 안전벨트 고리에 걸어 놓는다. 오토블록 매듭에 체중이 실려 정지되면 양손을 모두 놓고 작업해도 좋다.
6. 오른손으로 로프의 아래쪽을 잡고 왼손으로 오토블록 매듭을 잡고 조절하며 하강을 시작한다. 오토블록 매듭을 잡고 조금씩 내려 매듭이 느슨해지면 체중에 의해 몸이 내려간다. 오토블록 매듭에서 손을 떼면 바로 매듭이 꽉 조여지고 체중이 실리면서 정지한다. 이와 같이 오른손으로 아래쪽 로프를 잡고 왼손으로 매듭을 풀어주면 하강할 수 있다.
7. 오른손은 하강 속도를 조정하는 제동손이다. 오른손은 왼손으로부터 충분히 벌려 허리에 오도록 한다. 계속 하강하려면 먼저 왼손으로 오토블록 매듭을 느슨하게 하면서 오른손으로 로프를 풀어준다. 정지하려면 오른손을 아래로 바싹 당겨 잡으면 된다. 이렇게 왼손으로 매듭을 잡고 오른손으로 로프를 잡고 푸는 속도를 조절하며 하강한다. 아래쪽 로프를 세게 잡으면 느리게, 약하게 잡으면 빠르게 하강할 수 있다.
하강할 때 하강시스템의 설치와 조작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쉽고 안전하게 하강하려면 자세도 중요하다. 경사가 완만할 경우에는 두 손으로 로프를 조금씩 풀면서 뒤로 걷듯이 내려온다. 경사가 급할 경우에는 엉덩이를 뒤로 빼면서 주저앉는 듯한 자세를 취한다. 발은 쭉 뻗어 바위를 딛고 몸을 뒤로 제치면서 좌우로 흔들리지 않게 한다. 두 손으로 오토블럭 매듭과 아래쪽 로프를 잡고 조금씩 풀면서 속도를 조정한다.
하강할 때 체중이 로프에 완전히 실리도록 매달리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몸이 출렁거리지 않고 부드럽게 하강할 수 있으며 로프의 손상도 방지할 수 있다. 안정된 자세로 하강을 시작하고 로프에 완전히 체중이 실리게 되면 속도가 빨라지므로 아래쪽 제동로프를 잡은 손을 잘 조정하여 안전하게 하강하면 된다.
하강할 때는 때때로 아래쪽 상황을 살펴보면서 장애물이 없고 발을 딛기 쉬운 곳으로 하강한다. 자주 아래쪽을 살피며 늘어진 로프가 충분히 남아 바닥에 닿아 있는지 확인한다. 만약 로프가 바닥에 닿아 있지 않으면 바로 정지하여 하강기와 오토블록에 체중을 싣고 매달린다. 그리고 로프의 아래쪽을 당겨 옭매듭한 다음 위 또는 아래의 팀원에게 상황을 알리고 지시에 따른다.
이와 같이 오토블록 하강시스템은 설치와 조작이 쉽고 간단하다. 그러면서도 매우 안전하다. 하강자의 실수나 돌발적인 일로 하강 도중에 두 손을 모두 놓치더라도 자동으로 제동되어 멈춘다. 또 하강 중에 어떤 작업을 해야 할 때 두 손을 모두 사용하여 편하게 작업할 수도 있다.
마지막 하강자의 하강과 로프의 회수
팀원들의 하강이 모두 끝나면 마지막 하강자가 하강을 준비한다. 마지막 하강자는 경험이 많고 등반 시스템 전반을 이해하는 사람이 한다. 지금까지는 하강로프를 안전하게 단단히 고정하는 것이 중요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마지막 하강자가 하강지점에 설치된 장비를 모두 회수하고 하강이 완전히 끝나면 로프를 회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 하강자는 먼저 자기확보하고 확보줄에 매달린다. 처음 하강로프를 설치할 때와 같이 로프 끝을 하강고리에 통과하여 걸어 놓은 상태를 확인한다. 하강거리가 짧아 1개의 로프를 사용할 경우 로프의 중간이 하강고리에 걸리도록 한다. 대부분의 로프에는 중간 표시가 되어 있다. 만약 중간 표시가 없다면 반드시 로프의 중간 지점이 하강고리에 걸리게 되는지 확인하여야 한다. 하강거리가 길어 2개의 로프를 연결하였을 경우에는 옭매듭으로 연결한 부분이 하강고리에 걸리도록 한다.
마지막 하강자는 반드시 두 줄로 하강한다. ‘마지막 하강자는 반드시 두 줄 하강’이것은 절대로 잊으면 안된다. 만약 어느 한쪽으로 하강한다면 하강 시작과 동시에 추락이다.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마지막 하강도 시스템의 설치와 조작 방법은 똑같다. 먼저 하강고리에 걸린 로프의 아래쪽 두 줄을 함께 잡아 오토블록 매듭한다. 오토블럭 매듭 위쪽의 로프를 당겨 고리를 만들고 하강기의 구멍에 넣어 두 줄의 고리를 하강기 케이블과 함께 잠금 캐러비너로 걸어 확보줄에 설치한다. 다음에 2개의 줄을 연결한 옭매듭을 제외한 다른 매듭이 있는지 확인하고 장비를 모두 회수한다.
이제 마지막 하강자의 하강이다. 하강기와 오토블럭 매듭을 위쪽으로 바싹 당겨 올리고 하강기와 매듭에 체중을 옮기면서 제동이 되는지 확인한다. 제동이 확인되면 하강로프에 매달려 자기확보를 해제한다. 오토블럭 매듭을 조절하여 느슨하게 하고 제동손을 풀어주면 하강이 시작된다.
마지막 하강자는 가급적 복잡한 암각이나 크랙, 나무뿌리가 노출된 부분을 피하여 하강한다. 로프가 걸리거나 낄 수 있기 때문이다. 하강이 끝나면 로프에 설치된 하강기와 모든 매듭을 모두 제거한다. 로프의 한쪽 줄을 잡아당기면 회수할 수 있다. 2개의 로프를 연결하여 하강한 경우에는 하강고리의 옭매듭이 있는 쪽 로프를 당긴다. 하강하기 전에 미리 어느 쪽 로프를 당기면 될지를 미리 기억하거나 표시해 둔다. 로프가 모두 내려오면 잘 사려놓는다.
하강 장비나 방법은 매우 다양하다. 더 좋은 장비도 있을 수 있고 더 쉬운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전문가들마다 추천하는 하강시스템이 있다. 지금까지 장황하게 이야기한 것은 피봇 튜브형 하강기를 이용한 오토블록 하강시스템이다. 필자가 처음 배우고 계속 사용하면서 충분히 검증하였다. 무엇보다 단순하여 기억하기 쉽고 실수가 적다. 초보자인 우리 친구들은 더 좋은 하강시스템을 찾기보다 이것 하나만 철저히 익히기를 추천한다.
거듭 이야기한다. 하강은 전 등반 과정에서 가장 위험하다. 초보자인 우리 친구들이 스스로 해야만 하는 과정이다. 그러나 모두 사람이 하는 일이다. 누구나 할 수 있다. 우리 친구들은 우선 오토블럭 하강시스템을 익히고 반복 연습하여 습관이 되도록 하기 바란다. 또 하강하기 전 팀원들의 점검과 확인을 받는다. 그다음 천천히 하강한다. 그래야 우리 친구들에게 늘 새롭고 즐거운 등반의 세계가 활짝 열릴 수 있다. 연습, 연습, 또 연습이다.
첫댓글 하강기와 하강로프 설치 부분을 일부 수정하였습니다. 참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