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발표회가 열린 스바루 청담전시장. 앞에 발레파킹 직원분이 여럿 계셨으나 차를 타고 간 손님은 저 하나 뿐이었죠.
어제(17일) 스바루 2011년형 뉴 포레스터 신차발표회에 가서 황당한 일을 경험했습니다. 신차행사에 취재기자가 달랑 3명 정도 온 겁니다. 저야 난감한 심정 정도에 그쳤지만 스바루 및 그 관계자 분께는 당황스러운 하루였겠죠.
오전 9시 50분. 10시 행사가 예정된 스바루 청담전시장에 간 저는 놀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아는 기자가 아무도 없었습니다, 아니 기자가 없었습니다. 잘 꾸며둔 행사장과 20여 개의 의자는 텅텅 비어 있었습니다. 최승달 스바루코리아 대표의 스피치를 불과 10분 남겨둔 상황이었습니다.
행사 3분전. 텅 빈 신차발표회장.
저도 스바루 분들을 처음 보는지라 최 대표님 및 마케팅 관계자 분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었는데 기자들은 10분이 지나도록 당최 올 생각을 안 했습니다. 눈에 익은 자동차 전문지 선배와 제가 인사차 데려온 후배, 그렇게 달랑 3명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제가 모르는 분이 있었을 수도 있지만 역시 극소수였을 거예요)
물론 10시 30분 포토세션을 앞두고 미리 온 촬영기자가 카메라를 들고 서성였고, 회사 관계자, 딜러 분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화려하다 못해 시장바닥 같이 붐비는 일반적인 신차발표회장과는 너무 대조적이었습니다.
지난주 1000여 명이 오고갔던 그랜저 신차발표회를 보고 온 제 후배도 이 극과 극의 상황에 다소 당혹스러운 눈치였습니다. 원래 이런 거냐고 묻더군요. 제가 다 조바심이 들더군요. 아는 선배 기자한테 전화해서 불러볼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최승달 대표도, 회사 임원들도, 홍보 담당자들도 초조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더군요.
물론 영하 10도의 맹추위. 월요일 오전이라는 상황이 좋지 않았습니다. 사실 뉴 포레스터가 엔진과 디자인을 바꿨지만 완전한 신차가 아닌 페이스리프트(연식변경) 모델인 만큼 다들 ‘올 필요까지는 없다’고 판단한 모양입니다.
더욱이 스바루는 지난해 막 들어와 이제 고작 380여대를 판 군소 수입업체에 불과합니다. 아직 스바루가 우동집 이름인지 자동차 브랜드인지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은 게 현실입니다.
문득 이런 냉엄한 현실에 슬퍼졌습니다. 제가 다니는 매체도 사실 크지 않습니다. 이제 막 4년이 된 신생 경제지 중 하나죠. ‘동병상련’이랄까. 이런 점 때문인지 몰라도 저마저 초조해지더군요.
20분이 지나서야 행사는 시작됐습니다. 최승달 대표의 스피치에 이어 방건유 세일즈마케팅 이사의 제품소개가 이어졌습니다. 듣는 사람은 3명에 불과했지만, 그 어떤 신차발표회 못지 않게 열정적인 스피치였습니다.
최 대표와 방 이사의 스피치 모습.
인기 레이싱 모델 강유이 씨와 최근 3개월 동안 제가 본 훈남 중 최고 훈남인 패션모델 김장현 씨가 투입된 포토세션이 시작되자 상황은 그나마 좀 좋아졌습니다.
최 대표는 “포즈를 어떻게 해야 하나”며 프로 강유이 씨 옆에서 어색함을 감추려 하기도 하고, (이날이 최 대표의 신차발표회 데뷔 무대였다죠?) 온 기자들에게 “올해 목표는 1000대, 지켜봐 달라. 도와 달라”며 마케팅 상무 역할을 대신하기도 했죠.
최 대표에게 잠시 인터뷰를 청했습니다. 흔쾌히 인터뷰에 응한 그와 20여분 동안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엔고나 신차계획, 올해 마케팅 계획 등에 대해 얘기했습니다. 최소 수십명의 기자가 득시글거리는 보통의 신차발표회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죠. 덕분에 좋은 얘기 많이 들었습니다.
사진도 원없이 찍었습니다. 강유이 씨에게 운전하는 포즈를 취해 달라고 하기도 하고, 앞뒤로 구석구석 훑다시피 찍었습니다. 사진기자 흉내를 많이 내다보니 사진이 날이 갈수록 좋아져요. 아직은 미흡하지만.
모델 두 분 모두 끔찍할 정도로 멋졌습니다. 나중에 자동차 마니아 분께 사진을 보여주니 “으아아아아아 강유이~~~” 하면서 눈물을 흘리더군요. 그 분, 강유이 씨 팬클럽에도 가입했다며 못 간 걸 슬퍼하는데, 저도 ‘사진 몇 장 더 찍고 올걸…’하는 생각도 들었답니다.
전 이후 준비된 식사를 못 하고 서둘러 행사장을 나섰습니다. 다른 기사 마감 때문에요. (아까운 밥ㅠ) 솔직히 회사에서는 이런 ‘비중 없는’ 행사에 힘 들이는 거 좋아하지 않습니다. 돌아가서 현대차, 기아차 소식 전하느라 정작 이날 스바루 기사는 저녁이 되도록 쓸 새도 없었죠.
그런데 이유 모를 오기가 생겨 집에 와서 신차 출시랑 인터뷰 기사를 나름 공들여 정리했습니다. 잘 나온 사진 갈무리 해서 사진기사도 올렸습니다. 왜냐구요? 솔직히 응원하고 싶어졌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제 인생이 마이너해서일까요, 동병상련의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기사에 개인 감정이 노골적으로 들어가선 안 되죠. 그래도 사적 감정이 아예 안 들어갈 수도 없다면 가급적 더 작은 기업에, 더 힘없는 사람에 대한 글을 쓰고 싶습니다. 제가 원래 글쟁이를 지망하게 된 까닭이기도 했고요.
잘 사는 놈은 계속 잘 살고, 못 사는 놈은 계속 못 사는 세상, 옳지도 않고 재미도 없습니다. 스바루의 선전을 기대해 봅니다. 스바루가 올해 목표인 1000대 판매를 달성하고, 성장해 간다면 제게도 힘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비록 종교는 없으나 성경의 좋은 구절을 인용해 봅니다. ‘네 시작은 미약했으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욥기 8장 7절)’ 이제 고작 9개월차를 맞은 브랜드입니다. 이날의 경험을 발판 삼아 앞으로 5년, 10년 후 주류 수입차 브랜드로서 성장할 수 있기를 개인적으로 기대해 봅니다.
참고로 스바루가 궁금하신 분은 제가 오늘 행사에서 작성한 인터뷰 기사 참조하세요. 눈길에서는 벤츠·BMW 저리가라 할 정도로 탄탄한 차들입니다. 상황이 좋아지만 이 정도로 마이너 브랜드에 머물러 있지만은 않을 겁니다.
http://www.ajnews.co.kr/view.jsp?newsId=20110117000534
PS. 오늘 행사 준비하신 스바루코리아 직원분들, 홍보대행사 비즈컴 분들 모두 고생하셨습니다. 밤 10시까지 퇴근 안 하시고 뒷마무리 하시던데 열심히 하면 분명 좋은 일이 있으리라고 믿어요. 파이팅!
출처 : http://ajnews.tistory.com/1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