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도라산역 실향민뿐 아니라 일반 관광객들에게도 공개된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
단 5분이었다. 임진강역에서 도라산역까지의 3.7km. 이 짧은 거리를 지나기 위해 52년간의 세월을 기다린 사람들. 이들은 자유의 다리를 건너 민통선 안쪽으로 들어갔다.
도라산 역에 도착한 실향민들을 가장 먼저 맞은 것은 플랫폼에 설치된 다음과 같은 이정표다.
'서울·평양 방면 타는 곳'
한 실향민은 그 앞에서 망연자실하면서 "이렇게 건널 것을…"이라고 말한 뒤 눈시울을 붉혔다.
1950년 문산역 이북 지역 운행 중단 이후 52년만에 처음으로 경의선이 일반승객을 싣고 임진강을 건너 민통선 지역으로 운행을 시작했다.
11일 오전 10시 43분 임진강역에서 실향민과 관광객, 취재진 등 100여 명을 태운 열차는 도라산역을 역사적인 첫발을 내디뎠다.
도라산 일대를 안보관광단지로 조성하게 된 것은 NSC 상임위가 지난 2월 20일 한미 정상 방문을 계기로 세계적 관심을 집중시킨 도라산 역 일대를 세계적 안보관광단지로 개발하여 월드컵 때 내외 관광객에게 개방하기로 결정하면서부터다.
경의선은 지난해 9월 임진강역이 개통돼 분단 이후 처음으로 문산역∼임진강역(6.1㎞) 연장 운행에 들어간 바 있다. 현재 임진강역까지는 평일 4회, 주말 및 공휴일 9회 정기 운행되고 있으며 도라산역까지 운행은 매일 오전 10시 43분, 오후 2시 43분 두 차례, 승차 인원은 1회에 300명으로 제한된다.
임진강역에서 평양까지 209km
"가까워졌지만 아쉬움이 남지. 죽기 전에 고향 땅을 밟아야 할텐데…"
| ▲ 침목에 자유롭게 고향으로 돌아가고픈 심정을 글로 남기는 실향민들. ⓒ 오마이뉴스 권우성 | 지난해 임진강역 개통 이후 수 차례 이곳을 찾아와 망배를 올렸다는 개성 출신의 구본창(70) 씨는 북에 두고 온 가족을 그리며 이렇게 되뇌었다.
"임진강역 개통 때도 왔어요. 오늘은 그때보다 감동은 덜하지만 고향에 한발자국 더 다가간데 의미를 둬야지요."
구씨는 연신 멍하니 북쪽하늘을 바라보며 북에 두고온 가족들을 가슴에 담고 있었다. 구씨는 최근 다시 일고 있는 남북화해 무드에 기대를 걸면서 얼마 남지 않은 생의 마지막을 북녘 고향 땅에서 보내기를 희망했다.
오전 10시 임진강역. 역사적인 순간을 기록하려는 100여 명의 내·외신 취재진과 고향 땅에 한발자국이라도 가까이 하고 싶어 찾아온 실향민들은 삼삼오오 모여 마음을 다잡고 있었다.
특히 실향민들은 열차를 타고 자유의 다리를 건너 비무장지대인 도라산으로 들어간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연신 자유의 다리로 향한 철로를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 | | 경의선 철도 어디까지 왔나 | | | | ▲ 경의선 도라산역에 서울역에서 출발한 열차가 도착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 경의선 문산과 개성을 잇는 총 24km 구간은 한국 측 비무장지대 1.8km와 북쪽 구간 군사분계선에서 개성간 12km만 연결하면 끝난다. 임진각 북쪽 끝에서 남방한계선까지 남쪽 구간 2.7km 연결공사는 이미 지난해 10월 마무리됐다.
경의선 철도·도로 연결사업은 총 1804억원(철도 906억원, 도로 898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며 현재 1044억원이 투입됐다.
남북은 지난 2000년 11월부터 2001년 2월까지 다섯 차례 군사실무회담을 열어 비무장지대 안 공사를 위한 41개항의 합의서를 타결한 바 있다. 따라서 앞으로 남북 국방장관이 합의서를 서명·교환만 하면 비무장지대 안 지뢰제거 작업 등 공사를 진행할 수 있는 상태다.
북한도 2000년 9월4일 이후 개성시 봉동, 미촌골, 남촌골 등 세 곳에 막사 139동과 중장비 174대, 병력 5천여 명을 투입해 대전차 장애물 및 나무 제거, 통신 선로 공사를 벌였다. 하지만 북한은 지난해 2월 갑자기 '행정적인 이유'를 들어 서명을 연기했으며, 2001년 4월말 토지정리 사업과 가뭄 극복을 위해 일부 병력과 장비를 철수했다.
하지만 이번 임동원 특사 북한 방문 때 이뤄진 합의로 철로와 도로는 물론 도라산 역에 이산가족 면회소를 설치하는 문제도 기대를 걸 수 있게 됐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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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날 행사의 최고령 참석자로 황해도 송화군이 고향인 양경수(84) 씨는 "1.4후퇴 때 혼자서 피난을 내려왔다가 이렇게 혼자가 됐다"면서 "북에 두고 온 가족들을 생각하며 자주 오두산 전망대를 찾아오곤 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양씨가 말하는 경의선에 대한 추억은 남달랐다.
"고등학교를 서울로 다녔기 때문에 경의선을 많이 이용했어요. 황해도에서 서울로 가려면 황해선(장현선)을 타고 내려오다 사리원에서 경의선으로 갈아타야 했고 그때는 이곳도 모두 허허 벌판이었어요."
양씨는 "임진강역, 도라산역 모두 6.25 이전에는 없었던 역"이라면서 "문산역, 장단역, 봉동역, 개성역으로 이어지는 철길은 참 보기 좋았다"고 회고했다.
오전 10시 20분. 도라산역으로 가려는 사람들에 대한 출입수속이 시작됐다. 국방부가 민통선에 출입하는 관광객들의 신분을 확인하기 위해 임진강역에 군경합동검문소를 설치했기 때문이다.
10시 47분 열차는 서서히 플랫폼을 빠져나갔다. 열차 창문 사이로 평양까지 209km라는 팻말이 보인다. 열차는 정겨운 기적소리를 내며 '자유의 다리'를 건너기 시작했다. 52년만에 민간인을 싣고 50여 년간 잊혀졌던 다리를 건넌 열차는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은 듯 도라산역을 향해 달렸다.
| ▲ 가로막힌 철길. ⓒ 오마이뉴스 권우성 |
| ▲철마는 달리고 싶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
52년 걸린 임진강역에서 도라산역 3.7km
임진강역에서 도라산역까지 단 3.7km였다. 열차는 임진강역을 출발하는 듯 싶더니 이내 도라산역에 도착했다.
| | | 도라산의 유래 | | | 지난 2월 20일 한미 정상 방문을 계기로 세계적 관심을 집중시킨 도라산역. 파주시 군내면에 위치한 도라산의 유래를 알아본다.
'도라산'은 흔히 진주만 기습 작전명인 '도라도라'를 연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그 유래는 후삼국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879년 패망한 신라 경순왕이 서라벌에서 머나먼 천리 길 고려 수도인 송도를 찾아가 항복한 후 해발 156m짜리 낮은 산마루에 올라 신라와 그 도읍지를 그리워하며 눈물을 흘렸는데 그후로 그곳이 도라산(都羅山)으로 불렸다는 것이다.
또한 도라산은 고려 후기 정중부가 난을 일으킨 현장으로 무신정치가 시작된 현장이기도 하다. 고려 의종이 이곳 달령에서 문신들과 더불어 술과 시로 밤을 지새우자 이를 경호하던 무신들의 불만을 정중부가 수렴, 난을 일으킨 것이다. 동국여지승람을 보면 도라산 인근에 정중부가 문신들을 잡아다가 집단 생매장을 한 못이 있어 이를 조정침(朝廷沈)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조선시대 도라산에는 한양과 평양을 잇는 봉수대가 있었다고 한다. 민족 염원의 봉화를 올릴 수 있는 분단 최북단의 관광재가 되지 않을까 한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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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철로는 완공 이후 지난 설날 망배열차와 부시 미 대통령 방한 시 김대중 대통령을 태운 경복호가 각각 한 차례씩 임시 운행된 적이 있을 뿐이다.
10시 52분 도라산역에 도착했다. 평양 205km, 서울 56km. 익숙치 않은 팻말이 곳곳에 있었지만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편안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최첨단 시설로 멋지게 치장된 도라산역을 본 실향민들의 눈은 휘둥그레졌다. 도라산역은 주변의 살벌한 철책들과 초소들은 묘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도라산역 역사에 도착한 실향민들은 대부분 한 곳에 눈길을 주며 자리를 뜨지 못했다.
"서울·평양 방면 타는 곳"
현재로선 불가능한 일이지만 엄연히 도라산역 역사 안 승차장의 안내판은 그렇게 적혀 있었다.
도라산역 주변에는 경의선 복원을 위해 침목을 기증한 1만3226명의 명단이 새겨져 있었다. 그 바로 밑에는 김대중 대통령을 비롯해 정부 주요인사들의 글과 사인이 적힌 통일염원 침목도 보였다.
| ▲ 도라산역으로 향하는 열차를 타고 임진강을 건너는 실향민들. ⓒ 오마이뉴스 권우성 |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 시대 2000년 9.18 대통령 김대중 이희호
'한라에서 백두까지 평화와 번영을 이루는 길' - 감사원장 이종남
'꿈에도 소원은 나라의 번영과 민족의 통일과 번영' - 대한적십자 총재 서영훈
'세계의 동맥' - 국방부 장관 김동신
'우리나라 철도 곧 루네상스 시대로 진입은 바람' - 철도청장 손학래
지난 4월 6일 남북한 공동보도문 발표에 따라 남북간 철도는 물론 도로의 단절구간에 대한 복원작업도 본격화할 것이다. 경의선과 동해선이 복원되면 개성공단사업과 금강산 관광사업의 활성화는 물론 시베리아 횡단철도(TSR)와 연계된 동북아 물류기지의 중심축으로 자리잡아 남북 경제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철도청의 한 관계자는 "오늘 개통식에 이어 5월 첫째 주까지는 임진각부터 도라산 역까지 관광열차를 이용한 부분관광을 시행하고 주변지역 관광시설물 설치가 완료된 5월 2째주부터는 도라산역, 도라전망대, 제3땅굴을 연계한 전면적인 관광을 시행하게 된다"고 밝혔다.
| ▲ 경의선 철도 노선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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