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2007년 6월 10일, 일)

2007년 6월 10일(성체성혈대축일, 루카 9,11-17) 오늘 성체성혈 대축일, 성체성사를 기념하고 그 뜻을 새기는 축일이다. 예수께서 제자들과의 마지막 만찬에서 빵과 포도주를 들어 축복하신 다음, 제자들에게 나누어주셨다. ‘이것은 내 몸이다. 너희는 모두 받아먹어라. 이것은 내 피다. 너희는 모두 받아 마셔라. 너희는 나를 기념하여 이 예식을 거듭 행하여라.’ 예수께서는 승천하신 후에도 우리와 함께 계시기를 원하셨다. 오늘도 우리는 사제들을 통하여 축성되는 성체와 성혈을 받아 모심으로써 예수님과 실제로 하나가 되는 것이다. 사제들은 이렇게 하느님과 인간의 만남을 주례한다. 이것을 성사라고 한다. 7가지가 있다. 성사 중에 중심은 두말할 것 없이 성체성사다. 신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주일미사에 참석해서 영성체하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 신앙의 정도다. 왜냐하면 이렇기 때문이다. 우리가 성당에 다니는 목표는 구원받기 위해서이다. 모든 종교의 마지막 목적은 구원이다. 구원이란 죄와 고통에서 벗어나 하느님과 영원히 일치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다음에 언젠가 죽어서 하느님과 영원히 일치할 것이다. 하지만 이 세상에서 사는 동안 우리는 성체를 통해서 주님과 실제로 일치한다. 따라서 주일미사에 참여해서 정성스럽게 성체를 모시는 것보다 더 큰 신앙행위는 없다. 가끔씩 미사는 매일 드리는 거니까 미사보다 좀더 색다른거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어데 성모님이 나타나셨다, 기적이 일어났다, 치유다, 방언이다 하는데 기를 쓰고 찾아다니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특히 저 루르드다, 메주고리다 하는데 찾아다니는 사람들 많다. 얼마 전에는 나주에 성모님이 나타나셨다고 난리가 났었다. 나주성모님에 대해서는 오랫동안 교회에서 조사를 하였고, 마침내 나주성모님은 신앙의 진리가 아니라고 최종결론이 났다. 진실한 것도 있지만 진리가 아닌 것도 섞여있기 때문에 나주는 신앙의 진리가 아니다. 신자들은 주교님의 명을 거역할 수 없다. 나주 가면 안됨. 비디오, 책, 기도모임 금지. 루르드나 메주고리와 같은 곳에 개인적 소망에 따라서 찾아다닐 수는 있지만, 그런 것보다도 미사가 훨씬 더 중요하고 우리 신앙생활의 정도다. 그런데는 안가도 되지만 미사는 꼭 와야 된다. 이렇게 말할 수 있다. 미사가 밥이라면, 그런거는 짜장면이라 할 수 있다. 밥은 반드시 먹어야 된다. 짜장면은 안먹어도 산다. 먹으면 삶이 더 풍성해지겠지만... 성체는 그 효과가 꼭 같다. 주교님이 집전하시는 미사에서는 큰 성체를 축성하고, 신부가 집전하는 미사는 중간 크기, 신자들은 작은 크기의 성체를 모신다. 하지만 성체가 크던 중간 거든 작은 거든, 그 효과는 꼭 같다. 또 성체가 모자랄 때는 나누어서 모실 수도 있다. 부서진 것이든 그 효과는 꼭 같다. 대구 어느 본당에서 동창신부, 성체를 분배하고 있는데 어떤 할매한테 귀퉁이가 조금 떨어진 성체가 갔다. 할매, 성체를 안모시고, ‘나도 봉헌금 냈다... 온거도, 바꽈도...’ 미사는 사제 혼자 드리는 것이 아니다. 모든 참여자와 공동으로 함께 드리는 것이다. 사제는 미사의 주례자다. 옛날에는 제대가 전면 벽에 붙어 있었고, 사제는 신자들과 등지고 제대를 보고 미사를 드렸다. 사실, ‘주께서 여러분과 함께’할 때 신자들은 뒤에 있는데... 그것이 1965년, 천주교의 가장 큰 회의인 공의회 이후에 지금처럼 제대를 벽에서 떼어 신자들과 마주 보고 미사를 드리도록 바뀌었다. 미사주례자인 신부는 신자들을 초대한다.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그러면 신자들은 응답한다. ‘또한 사제와 함께.’ 이렇게 미사는 주례자인 사제와 참여자인 신자가 함께, 계응을 반복하면서 하느님께 바치는 찬미와 감사의 제사다. 근데 ‘주님께서 여러분과 함께’라는 신부의 초대말에 신자들도 큰 소리로 응답을 해주면 미사를 드리는 신부도 힘이 난다. 돌아오는 반응이 시원찮으면 미사도 재미가 없다. 동명본당 시절, 새벽미사에 주로 할매들 그저 20명... 비가 오거나 눈이 오면 10명... ‘주께서 여러분과 함께’케도 돌아오는 반응이 없다. 또 할매들... 아침에 목도 안터지니 겨우 ‘또한 사제와 함께.’ 그래서 한 날, ‘할매들, 치우소 고마. 내 비름빡과 미사 드릴란다. 주님께서 비름빡과 함께...’했더니 크게 하시더라. 성체와 성혈인데 왜 신자들은 성체만 영하나. 처음에는 신자들도 성체와 성혈을 함께 받아 모셨다. 이것을 ‘양형성체’라 한다. 근데 중세시대 때 전염병인 페스트가 심했을 때 전염될 위험이 있었기 때문에 그때부터 신자는 성체만 받아 모시도록 했다. 그렇지만 지금도 사목자가 판단해서 특별한 미사 때 신자도 성체와 성혈을 함께 모실 수 있다. 세례 때나, 혼인 때, 피정미사 때 등등. 이때는 성체를 손에 받아 성혈을 찍어 모시거나, 성체를 먼저모시고, 성혈을 마신다. 이러한 성체는 우리가 받아먹는 것이 목표다. 빵은 먹는 것이지 두고 쳐다보는 것이 아니다. 옛날에는 우리 인간이 너무나 죄인인지라 매일 성체를 받아 모실 수가 없었고, 일주일에 한번만 받아 모실 수 있었을 때가 있었다. 그때, 성체에 대한 신심을 강화하기 위해 성체조배나, 성체강복, 성체현시 같은 신앙행위가 많이 거행되었다. 그러나 오늘날 매일 성체를 받아 모실 수 있고, 하루에 혼배, 장례 등 두 번도 괜찮다. 미사 때 성체를 받아 모시고, 다시 성체강복을 하는 것은 맞지 않다. 지금부터 700년 전 교황님은 성체를 찬미하는 기도문을 짓도록 했다. 그 당시에 가장 뛰어난 신학자였던 성 토마스아퀴나스와 성 보나벤뚜라 두 분이 성체찬미가를 짓게 되었다. 마침내 두 사람은 교황님 앞에서 자기가 지어온 성체찬미가를 읽게 되었는데, 이 가운데 하나가 교회의 성체찬미가로 뽑히게 되었다. 먼저 성 토마스 아퀴나스가 읽게 되었다. 성 토마스의 입에서 읽혀지는 성체찬미가는 너무나 아름답고 감동적이었다. 옆에서 같이 들으면서 깊은 감동을 받던 성 보나벤뚜라는 자신이 지어온 성체찬미가를 그 자리에서 가만히 찢어버렸다. 성 보나벤뚜라는 자기가 지어온 성체찬미가를 부끄러워하였지만, 깊은 영성과 해박한 지식을 가졌던 보나벤뚜라의 인품으로 보아 결코 부끄럽지 않았을 성체찬미가였음이 틀림없었을 것이고 보면, 성인의 뛰어난 겸덕이 드러나는 순간이 아니었나 싶다. 이렇게 해서 성 토마스아퀴나스가 지은 성체찬미가가 교회의 공식 성체찬미가로 불리어지게 되었고, 지금까지 700년 동안 한결같이 신자들의 사랑을 받으면서 성체에 대한 찬미가로 바쳐지고 있다. 아름다운 성체찬미가는 이렇게 시작한다. ‘엎디어 절하나이다. 숨어 계신 천주성이여, 두 가지 허울 안에 분명 숨어 계시오니, 우러러 뵈올수록 전혀 알 길 없삽기에, 내 마음은 오직 믿을 뿐이오이다. 보고 맛보고 만져 봐도 알 길 없고, 다만 들음으로만 믿음 든든하오니 믿나이다. 천주성자 말씀하신 모든 것을, 진리의 말씀보다 더한 진실은 없나이다. 십자가 위에서는 천주성만 감추시더니, 여기서는 인성마저 숨기고 계시오나, 그러나 두 가지를 나는 굳이 다 믿으며 뉘우치던 저 강도의 기도를 올리나이다.’ 가톨릭기도서-성체찬미가, 성가 195번-성체찬미가. 우리는 성체를 모시면서 주님과 하나가 된다. 또 함께 성체를 받아 모시는 이웃과 하나가 된다. 우리는 하느님 안에 한 형제자매들이다. 하느님의 가족인 우리들이 더욱 주님을 마음에 모신 사람답게 기쁘고 복되게 살도록 노력해야겠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