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속으로
복음서에 나오는 제자들의 모습은 실수투성이요 좌충우돌입니다. 도무지 주님의 의도를 이해하지 못하고 동문서답을 합니다. 제자들이 언제 철들고 성숙한 믿음을 가질 거라고 저렇게 데리고 다니시는 걸까요? 주님은 제자들이 나중에는 흠 없이 되어 하나님 나라를 다스릴 것이라고 믿으셨습니다(눅 22:28-30). 그리고 제자들은 참으로 그렇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주님의 그 믿음에 기대어 사는지도 모릅니다. 예수님이 우리와 끝까지 함께 계시며 우리를 가르치시고 완전하게 하실 것을 알기에, 오늘 내 믿음이 보잘것없어도 그분을 바라봅니다. 이 믿음에 그분이 응답해 주십니다. 크든 작든 여러분의 믿음은 귀합니다.
_믿음 없는 자의 믿음
나이가 많다고 해서 하나님이 어떤 분인지 배우는 일을 멈추지 마십시오. 혹 세상의 지식은 그쳐도 하나님과 그분의 의를 아는 것은 멈출 수 없습니다. 그것이 우리의 생명이요 이 세상을 복되게 할 길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 나라에 가서도 우리는 날마다 새롭게 하나님의 의를 깨달아 갈 것이요 그로 인해 기뻐할 것입니다. 그러니 여기서 멈추지 마십시오. 하나님을 더 깊이 알게 해달라고 기도하십시오. 하나님이 아브라함을 친구로 삼고 지극히 거룩한 의를 보여 주셨듯, 여러분을 친구로 삼아 그분의 깊은 것을 계속해서 알려 주실 것입니다.
_하나님을 알아감
하나님은 세상의 낮고 연약한 사람들, 조연과 엑스트라들을 통해 일하기를 기뻐하십니다. 그러니 몸이 쇠약해진다고 해서 슬퍼하거나 낙심해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낮은 나를 통해서도 하나님이 누군가를 구원하고 은혜 베푸실 것을 기대하는 믿음을 품을 수 있습니다. 지극히 일상적인 만남과 대화를 통해 그런 일이 일어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하나님 앞에 서는 날, 그분은 우리를 통해 일어난 아름답고 선한 구원의 일을 우리 앞에 펼쳐 놓으시며 우리를 높여 주실 것입니다. 이 또한 인생의 아이러니 아니겠습니까?
_인생의 아이러니
60대 이후의 영적생활에 대해서는 학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합니다. 어떤 학자들은 인생을 한 발 떨어져서 관찰하고 성찰하기 때문에 영성이 깊어진다고 주장합니다. 또 다른 학자들은 오히려 이 시기에 마음이 굳어지고 더욱 고집스러워지는 경향이 일반적이라고 말합니다. 사실 통계나 일반적인 경향이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한 사람의 인생은 하루하루의 마음 씀씀이와 수많은 결정을 통해 서서히 빚어집니다. 중년 이후의 삶도 다르지 않습니다. 늦었다고 포기하기보다는 하루하루 하나님의 은총을 의지하며 살아야 합니다.
_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인생의 후반부로 들어서면서 몸과 마음이 약해지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나, 그것을 받아들이기란 쉽지 않습니다. 약해짐을 쓸모없어지는 것과 동일시하기도 하고, 은퇴 이후의 삶을 할 일이 없는 무의미한 것으로 여기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리스도인의 부르심에는 은퇴가 없습니다. 우리 몸과 마음이 쇠약해져도 하나님은 여전히 이 세상에서 선을 행하라고 우리를 격려하시고, 무정하고 각박한 세상에서 복이 되라고 우리를 일깨우십니다. 그 부르심을 이해하고 응답하는 사람에게 삶은 헛되거나 무의미하지 않습니다.
_늦게 깨달은 부르심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려 죽으신 후, 제자들은 그분의 인생을 하나님 나라를 향한 미완의 꿈으로 생각했습니다. “우리는 이 사람이 이스라엘을 속량할 자라고 바랐노라”(눅 24:21). 그런데 정작 예수님은 숨을 거두시기 전 “다 이루었다”고 하셨습니다(요 19:30). 예언자 이사야는 그리스도의 고난에 대하여 “그가 자기 영혼의 수고한 것을 보고 만족하게 여길 것이라”고 예언했습니다(사 53:11). 세상의 눈에는 미완이었으나, 하나님께는 계획대로 이루어진 온전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의 인생은 대부분 미완으로 끝납니다. 그러나 날마다 그리스도를 의지하여 걸어간 인생은 미완으로 마칠지언정 아름답습니다. 그리스도를 의지한 것 자체가 우리의 완전함이기 때문입니다.
_미완의 미학
인생의 후반부에 이름을 남기거나 뭔가 기억될 만한 것을 하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이라면 그런 유혹에서 초연해져야 합니다. 우리 주님이 마지막 날 심판하실 때는 이 세상의 업적이나 성공을 보지 않으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인 데이비드 브룩스(David Brooks)가 쓴 『인간의 품격』(The Road to Character, 부키) 첫머리에 두 가지 품성에 대한 대조가 나옵니다. 그는 이력서를 위한 것과 추도문을 위한 것을 대조합니다. 이력서는 자신의 학벌과 경험, 능력과 업적 등에 관한 것입니다. 반면에 추도문은 고인이 내게 어떤 사람이었는지, 어떤 선한 영향을 끼쳤는지에 관한 것입니다. 죽음 앞에서 업적이나 학벌 등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얼마나 사랑했는가? 얼마나 희생했는가? 얼마나 너그러웠는가? 등이 훨씬 오랫동안 기억됩니다.
_인생의 후반전
살아온 햇수가 많다고 지혜로워지는 것이 아님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인생의 도전과 어려움을 통해 하나님은 야곱을 다루셨습니다. 야곱의 자아가 죽고, 세속적인 욕심이 꺾이면서 하나님의 복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야곱은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고 그것을 따라 사는 이순(耳順)의 지혜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물론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이제 야곱은 하나님의 뜻을 따라 살아갑니다. 이 지혜는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그것은 하나님과 씨름하고 그분의 손의 다루심을 받아들인 사람들이 이르게 되는 영광스러운 자리입니다. 당대를 넘어 자손들의 세대를 하나님의 눈으로 바라보는 바로 그 자리입니다. 그것이 나그네 길 끝에 신자가 이르게 되는 지혜입니다.
_나그네 길의 지혜
출판사 서평
「시니어 매일성경」에 3년간 연재되면서 큰 위로와 용기를 주었던 글들
‘시니어’, ‘노년’이라는 말이 듣기 싫을 정도로, 나이가 들어간다는 건 반갑고 기대가 되기보다 두렵고 낙담케 되는 일이다. 나이듦 자체를 인정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또렷하게 보이던 글자들이 흐릿해지고, 몸의 건강 상태를 나타내는 검사 수치는 서글픔을 안겨 준다. 계획과 꿈을 좇아 열심히 살아왔고 뭔가 큰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현실은 준비되지 않은 노후의 삶만이 우리를 기다리는 것 같다.
장차 올 일을 미리 준비하는 것은 삶의 중요한 지혜임에 틀림없지만, 인생을 연습하고 사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모든 출발은 미약하고 거칠며 허점투성이일 수밖에 없다. 노년에 걷는 믿음의 길도 그렇다. 가 보지 않은 길 위에서 사람들은 당황하고 넘어지며, 때로 도망하고 낙심하며 두려워한다. 그런 우리에게 저자는 하나님이 은총의 손길로 그 초행길을 감당하고 굳게 서도록 도우시며, 우리가 그분의 손길을 의지하는 만큼 우리 인생을 더욱 깊이 만지고 빚으실 것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저자는 성경 이야기로 우리의 눈을 돌리게 한다. 성경은 우리 인생을 하나님이 계신 곳을 향하여 가는 나그네의 순례로 여긴다. 수많은 믿음의 선조들이 이 길을 걸어갔다. 저자는 우리가 그들의 발자취를 살펴본다면 이 순례의 여정을 잘 마칠 수 있는 지혜를 얻게 될 것이라고, 믿음의 선조들이 보여 준 지혜는 어떤 기술이 아니라고 말한다. 저자의 말처럼, 우리의 목적지인 주님 계신 곳에 시선을 고정하고 신실하게 그 방향으로 발걸음을 떼는 것, 그것이 바로 성경의 순례자들이 보여 준 지혜다. 이 나그네 길을 그렇게 걸어간다면, 중년이든 노년이든 길을 잃지 않고 주님 계신 곳에 이르게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이듦의 영성』은 독자로 하여금 하나님을 바라보며 믿음의 발걸음을 내딛도록 돕는다. 이 책은 영성, 관계, 부르심, 지혜라는 네 가지 주제 아래 노년의 믿음과 지혜에 관해 성찰할 만한 주제들을 쉬운 언어로 제시하고, 성경적 시각을 소개한다. 연령과 인생의 단계에 따라 마주하게 되는 도전과 어려움은 다르지만, 저자가 이 책에 담아낸 복음의 진리는 특정 연령에 국한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은 노년뿐 아니라 중년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