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세계 작가선│020
빈 들에 서다
ⓒ 김잠복 2013
인쇄일│2013년 12월 16일
발행일│2013년 12월 20일
지은이│김잠복
발행인│이유희
편집인│이숙희
발행처│수필세계사
출판등록 2011. 2. 16(제2011-000007호)
700-823 대구광역시 중구 봉산동 234-12
TEL (053)792-8181 FAX (053)793-8182
E-mail / essaynara@hanmail.net
값 12,000원
ISBN 979-11-85448-01-5 03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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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책머리에 5
제1부
산사에서
오월 14
산사에서 19
감실 부처 앞에서 24
내 이름 29
감자 33
때죽꽃처럼 39
웨딩드레스 45
빈 들에 서다 49
낙화 53
개미의 눈물 58
김 보살과 절밥 63
화장하는 여자 69
저무는 바다 76
하늘 꽃 81
그대와 나 83
■ 제2부
지지배배, 지지배배
발 86
지지배배, 지지배배 90
착한 운전 94
기운 98
봄 마중 103
아버지 108
싸락눈 112
비 오는 날의 삽화 117
천사 121
흔들린 오후 125
옷장을 정리하다 130
아들에게 부치는 글 135
어머니께 드리는 편지 139
결혼하는 아들과 며느리에게 142
■제3부
지금, 숲에는
미운털 148
노도에서 152
불일암(佛日庵)에서 158
나는 백수다 163
생명 168
감나무 보살 173
자연의 이치 178
고개 183
호미 188
내가 흙을 사랑하는 이유 192
지금, 숲에는 196
마음의 메아리 200
묵고 가소 204
늦은 파종 209
■ 제4부
잘했군, 잘했어
활과 화살 214
고장 난 전축 218
가보(家寶) 223
용서 229
얼굴 235
공(空) 239
복원(復元) 244
시세(時勢)에 대하여 250
서리태 255
잘했군, 잘했어 260
가을 소나타 266
‘잠복’ 스타일 274
인도 10 278
인도 23 281
발문│내적 감각으로 승화한 수필 문학의 성 쌓기 한상렬 285
■ 책머리에
영혼의 선물
나에게 글쓰기는 상실의 아픔이 가져다 준 영혼의 선물이었다. 그것은 땅에 엎드려 텃밭을 가꾸는 하심(下心)을 배우게 하고, 지나온 내 삶이 얼마나 교만했었는지를 반성하게 했다. 그간 내가 일한 것에 비하면 턱없이 과분함을 누린 것에도 모자라 남들 앞에서 더 좋게 평가 받기를 원했던 것에는 속죄하는 마음이었다.
자식을 가슴에 묻은 아픔 끝에 거머쥐게 된 펜이라 ‘결핍’에서 오는 ‘치유 수단’에 불과해서 막상 글을 묶어 놓고 보니 대부분이 빈 쭉정이다. 그렇다고 내 분신들을 그대로 내쳐 둘 수는 없는 일이어서 정리하는 뜻으로 용기 내어 출간을 준비하게 되었다.
나를 구해 준 것이 문학이었다. 가혹한 상처였던 것을 소중한 삶의 밑천으로 남을 수 있도록 해 주었다. 그간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던 꽃이나 풀잎이 전하는 말이며 새소리, 바람 소리, 온갖 자연의 소리를 들을 수 있게 거들었다. 그것은 아마 아픈 기억들도 다 보듬어야 할 내 인생이고 그로 말미암아 결국 나를 성숙시킨 밑거름이 되고 있다는 것일 게다. 기뻤던 기억보다 고통의 기억이 더 나 자신을 성장시키는 원동력이 되어 주고 있다는 것을 알게 했다.
영원한 헤어짐은 없다. 적어도 내 경험으로는 그렇다. 이미 이 세상을 하직한 사람일지라도 그 관계는 끊임없이 이어진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인연이 끊임없이 내 삶에 끼어들어서 그 밑천으로 나는 오늘 한 권의 책을 묶을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뒤돌아보면 인생은 운명 행진곡의 연속이다. 좋은 일이 나쁜 일로 이어지는가 하면 나쁜 일로 인해 다시 좋은 일이 교대로 찾아든다. 지난 몇 해를 나쁜 운명을 만나서 순간순간 살얼음 위를 걷는 시늉으로 건너온 것이라면, 앞으로의 날은 좋은 일만 생길 거라는 생각이 든다.
이 겨울, 세상은 온통 빈 들이 되었지만 편안하고 홀가분하다.
나는 빈 들을 사랑한다. 우선 겉보기에는 외롭고 쓸쓸해 보일지는 몰라도 안으로는 재생의 무한한 기회를 꿈꾸며 중심이 잡혀 가고 새봄을 준비하는 희망의 대지이기 때문이다. 땅속 깊숙한 곳에다 귀를 갖다 대보면 분주한 꿈틀거림이 있다.
멈추지 않는 비가 없듯이, 영원한 빈 들은 없다. 봄은 그리 멀지 않다. 지나간 것, 묵은 것은 갈아엎어 거름으로 만들어 새 씨앗을 파종한다면 대지는 머지않아 풍요로워질 것이 분명하다.
신이 내게 준 영혼의 선물을 오래도록 사랑할 것이다. 그간 주변을 철부지로 마냥 돌아다니던 글자와 단어들을 하나하나 정성으로 불러 모아 아름다운 나만의 언어를 만들어 갈 것이다. 그래서 내가 선 이 자리를 푸르게 어우러지도록 해야겠다.
이제 처음으로 세상에 나가는 부족한 글이지만, 한때의 슬픔으로 수렁에 빠져 있는 이들을 만나거든 용기와 희망을 주는 난로 같은 존재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해 본다. 하지만, 그것마저도 욕심이라면 서슴없이 내려놓을 것이다. 끝으로 글쓰기가 취미인 아내 때문에 혼자 외로운 시간이 많아야 하는 남편에게는 미안함을, 언제나 힘이 되는 아들과 며느리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2013년 겨울. 수정화 김잠복
발문
내적 감각으로 승화한 수필 문학의 성 쌓기
김잠복의 수필은 사물과 대상을 자기 나름의 프리즘에 의해 굴절시키고 용해하여 자기화하고 있다. 그래 그의 수필을 읽다 보면 가슴이 먹먹해 온다. 인생의 연륜에서 오는 혜안일 것이며, 철학적 바탕 위에서 구축된 자기만의 성(城)이어서일 것이다. 그 성의 탑은 아주 견고하여 그만의 미적 언어로 해석하고, 의미화 하여, 문학적 형상화의 길을 가고 있다. 그렇기에 삶을 철학으로 무장하지 않고서는 그의 수필 세계로의 진입이 쉽지 않다. 이만한 깊이의 수필을 만난다는 것은 수필 읽기의 행운인지도 모른다.
헤라클레이토스는 “아무도 똑같은 강을 두 번 건너지는 못한다.”고 언명했다. 세계가 주목하지 않는 작품일지라도 우리가 그 작품에 담은 모든 것, 또는 제거해 낸 모든 것과의 완전한 조화 속에 울림을 일으킨다. 이런 반응에서 놀라운 것은 바로 솔직성에 있다. 김잠복 수필의 위치에 여기에 있을 것이다.
작가에게 있어 ‘웨딩드레스’나 ‘낙화’, ‘감자’는 그저 일상화된 일반어가 아니다. 그의 수필은 언어의 기의를 차용한 함축적이며 상상화된 상징적 언어다. “오월의 덩굴장미가 붉게 물들던 날”(<웨딩드레스>에서), 그 날의 ‘구급차’는 화자에게 있어 저승사자였다. “산모의 입에는 재갈이 물리어졌고, 백지장처럼 하얀 얼굴은 미동 없이 누웠다. 목을 빼고 최대한 초점을 가까이 갖다 댔을 때 시야는 금방 뿌옇게 변하고 전신에 맥이 빠졌다. 내 딸 아이가 분명했다.”(<낙화>에서) 딸과의 이별은 화자에게 있어 암흑의 시간이었다. 세상과 빗장을 걸고 존재의 의미를 삭제하며, 빛을 거부하고 스스로 썩기를 자청하는 ‘감자’에 자신을 비유하고 있다. 이는 작가로 하여금 창작에 불을 지핀 단초이자, 이 수필집을 관통하는 모티브일 것이다. 작가로 하여금 쓰지 않으면 안 되는 절체절명의 동기일 것이다.
자신의 십자가가 될 괴로운 과업을 수행하려 하는 이가 바로 작가임을 그의 수필은 적실하게 보여준다. 문학은 이처럼 모순적이고 비약적인 언어로 가득 차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 문학은 파괴된 내면을 조심스럽게 키우고 피 흘리는 상처를 닦아내는 데 더 효과적인지도 모른다. 때로는 갇혀 있던 슬픔의 물꼬를 조금씩 틀 수 있는 게 문학일 것이다. 김잠복의 수필이 독자에게 다가갈 수 있는 근원은 바로 여기에 있다.
일상적이면서도 일상 이상의 삶의 진실과 본질에 닿게 하는 게 그의 수필의 장점일 것이다. 그저 체험의 진술이 아니라, 행간에 담긴 담론 자체에 언어가 지닌 본질적 언표상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게 하는 그의 수필은 깊이와 너비에 있어 무한대로 확장한다. 이는 그만의 성 쌓기일 것이다. 나, 사물 그리고 타자라는 존재의 세 영역을 통섭하는 그의 수필의 함의는 ‘왜, 사는가?’라는 철학적 물음에 답하게 한다.
김잠복의 수필에는 그 발상의 동기적 측면에서 일견 자전적 요소가 농후하다 싶지만, 다분히 함축과 상징적 의미를 함유하고 있다. 그의 수필들은 출발점 행동으로 보아 “상상력의 자유로운 유희”라는 칸트의 언명을 떠올리게 한다.
수필 <얼굴>이나 <나는 백수다>, <감자>에서 보여주듯, 사유와 상상이 무한대로 펼쳐지고 있다. 화자가 수십 년 경영해 온 미용실이며, 텃밭 일구기는, 존재의 상실을 뛰어넘게 하는 그의 수필의 역행성을 보여준다. 그래 화자로 하여금 슬픔을 감내하고 미로의 통로를 지나 새로운 출발을 예고하게 하는 신세계가 아닐 수 없다. 이 점이 그의 수필을 수필답게 하는 미적 요소일 것이다.
그 정점에 바로 수필 <가을 소나타>가 있다. “명상하기에 좋은 법당, 환희의 천국을 모두 가진 내가 있다.”, “그것을 만드는 주인공은 모두가 내 마음속에 있다.”(<가을 소나타>에서)는 자각은 내적 감각으로 승화한 그만의 성 쌓기일 것이다. 화자의 이런 삶의 해석과 본질 찾기는 참[진실]의 나로 귀환하게 한다. 이런 건강성과 의미화가 그의 수필을 돋보이게 한다.
김잠복의 내적 감각으로 승화한 수필 문학의 성 쌍기는 그만의 얼굴 그리기요, 존재 문제에 천착한 세계의 진실을 독자들에게 시사할 것으로 믿는다. 작가의 다음 행보가 기대된다.
한상렬(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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