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유)의태 3. ‘류의태’ 가묘와 묘갈문

[경호강]

3. ‘류의태’ 가묘와 묘갈문

역사 프로그램을 보면 역사 속 인물을 소개할 때 그의 묘소나 묘비 등을 자주 비추는 것을 볼 수 있다. 어떤 인물이 한 시대를 살다 간 증거로 그 가문의 족보, 묘소와 묘비만큼 강력하고 직접적인 증거는 없을 것이다.

산청군 측도 이런 점에 주목했던 것 같다. 기어코 산청군청 측은 '동의보감촌' 안에 ‘류의태’의 가묘를 설치하고 그 앞에 묘비까지 세웠다. 이제 세월이 지나면 ‘류의태’는 실존 인물이 될 거라는 헛된 바람을 담았을 것이다.

그런데 그 묘비 내용이 ‘왜곡’의 정점을 찍고 있다.

‘류의태’ 가묘 󰡔묘비문󰡕에는 그에 대한 생애도 비교적 자세히 새겨져 있다. ‘류의태’을 중국의 고대 전설적인 명의 화타에 비유하면서 ‘류의태’는 1516년에 유몽성의 서자 신분으로 태어나 1580년에 사망했다고 돼 있다. 또한, 출생지는 ‘산청군 신안면 하정리 상정마을’이며 할아버지는 ‘유지(柳池)’이며, 아버지는 기록하지 않고 큰아버지는 ‘유몽성’이라고 돼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허구이고, 거짓뿐이다,

“옛 부터 의술의 대명사로 전해오는 말에 중국에는 화타(華佗)가 있고 동방에는 의태(義泰)가 있다고 한다. (중략) 류의태 선생은 서기 1516년(一五一六年) 경남 산청군 신안면 하정리 상정(당시지명 산음현 정태)에서 진주류씨(晋州柳氏) 13(十三)세조(지：池 一四六一年生) 14(十四)세조(몽성：夢星 一四八五年生) 집안의 서자 신분으로 출생하여 서기 1580년(一五八0年)에 별세한 것으로 전해 오고 있으나 정작 류씨 집안의 족보에는 흔적이 없어 매우 안타까울 따름이다.” <류의태 가묘 묘갈문>

묘비에는 더 큰 문제점이 있다. 바로 허준에 대해서도 너무도 큰 왜곡을 저지르고 있다는 점이다. 가묘 󰡔묘비문󰡕에 따르면 허준이 어린 시절 산청에서 성장하였고, 산청군 신안면 외고리 양지마을(구담：龜潭)에 살았으며, 허준이 ‘류의태’로부터 의술을 배웠다고 돼 있다. 산청에 살기는커녕 방문한 적도 없는 허준이 허구의 인물 ‘류의태’로부터 의술을 배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허준의 의술은 마술이란 말인가!

“허준이 어렸을 때 산청에서 성장하였고, 그의 의학적인 재질과 지식을 키워준 스승이 바로 류의태 선생으로 그가 산청 지방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것은 허준의 조부인 허혼(許琨)이 경상우수사를 역임하였고 조모는 진주류씨 12(十二)세로서 양천허씨와 진주류씨 족보에 기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진주류씨 문중에서는 선생이 태어난 정태마을에서 약 3(三)킬로미터 떨어진 산청군 신안면 외고리 양지마을(구담：龜潭)에 허준이 살았던 것으로 굳게 믿고 있는 것도 이러한 연유임을 짐작할 수 있다.” <류의태 가묘 묘갈문>

류의태 가묘의 󰡔묘비문󰡕 전문은 다음과 같다.

<신의류의태선생묘비문(神醫柳義泰先生墓碑文)>

“옛 부터 의술의 대명사로 전해오는 말에 중국에는 화타(華佗)가 있고 동방에는 의태(義泰)가 있다고 한다. 자신의 몸을 제자에게 해부용으로 기꺼이 바쳐 살신성인의 희생정신을 몸소 보여주신 이가 있으니 그가 곧 이 고장 출신의 신의(神醫) 류의태(柳義泰) 선생이다. 류의태 선생은 서기 1516년(一五一六年) 경남 산청군 신안면 하정리 상정(당시지명 산음현 정태)에서 진주류씨(晋州柳氏) 13(十三)세조(지：池 一四六一年生) 14(十四)세조(몽성：夢星 一四八五年生) 집안의 서자 신분으로 출생하여 서기 1580년(一五八0年)에 별세한 것으로 전해 오고 있으나 정작 류씨 집안의 족보에는 흔적이 없어 매우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러나 당시의 풍습으로 볼 때 양반은 의술을 공부하지 않았고 서자이기 때문에 그 기록을 찾아보기 더욱 어렵다. 허준이 어렸을 때 산청에서 성장하였고, 그의 의학적인 재질과 지식을 키워준 스승이 바로 류의태 선생으로 그가 산청 지방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것은 허준의 조부인 허혼(許琨)이 경상우수사를 역임하였고 조모는 진주류씨 12(十二)세로서 양천허씨와 진주류씨 족보에 기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진주류씨 문중에서는 선생이 태어난 정태마을에서 약 3(三)킬로미터 떨어진 산청군 신안면 외고리 양지마을(구담：龜潭)에 허준이 살았던 것으로 굳게 믿고 있는 것도 이러한 연유임을 짐작할 수 있다. 류의태 선생에 대하여 전해 오는 이야기가 많이 있다. 지금의 경호강 옆 지리산 가는 길 새고개에는 약초꾼이 십리는 줄을 서서 오갔다고 하며 선생이 당시 밀양 고을에 자주 왕래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 것은 그 곳 만석꾼 최씨 가문의 무남독녀가 죽음의 고비에서 류의태 선생의 탁월한 의술로 되살아나 평생 동안 선생의 후처로 살았다는 이야기가 전하는데서 유래한다. 그리고 선생이 살았던 정태마을에는 괴천수(槐泉水)라는 샘터가 있고 그 표지석에는 임신년(壬申年)에 세워졌다는 글자만 새겨져 있을 뿐 정확한 연대를 알 수가 없다. 이 샘은 하늘이 내린 물로서 샘이 마르면 이곳을 떠나야 한다는 말이 유래하고 있다. 그러나 정태마을은 수백년 묵은 홰나무와 함께 지금까지도 진주류씨들이 단일 집성촌을 이루어 살아가고 있다. 당시 선생이 한약 제조에 사용했던 약수로 전해지는 샘터(일명 약물통)가 지금도 금서면 왕산에 있다. 이 약수는 피부병 위장병 등은 물론 불치병에도 효험이 있다고 하여 사람들이 이를 류의태 약수터라 부르며 현재 수많은 사람이 찾고 있다 특히 이 약수로 반위(反胃 胃癌)를 다스렸다고 전해지는 것은 현대 의학에서도 경이로운 일로 평가되고 있으며 선생의 유품은 정태의 아랫마을(하정) 앞 강가에 묻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부모가 주신 신체를 훼손하는 일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450(四五0)여년 전 당시의 시대 상황에서 마지막 숨을 거두는 순간까지 제자 허준에게 자신의 몸을 제공하여 우리나라 해부학의 효시를 이룬 류의태 선생의 희생정신은 가히 살신성인의 귀감이 아닐 수 없다. 선생의 고귀한 희생정신이 없었던들 동의보감과 허준이라는 민족의 자랑은 아마도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동안 서자 신분이라는 이유로 선생의 업적을 발굴하는데 소홀했으나 최근 방송국에서 동의보감 허준 드라마가 방영되고 허준의 스승인 류의태 선생에 대한 세인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선생의 행적이 재조명되고 특히 산청군이 이곳 전통한방휴양관광지에 선생의 단소(壇所)를 마련하여 류의태 선생의 인간에 대한 깊은 사랑을 높이 기리고자 함은 퍽 다행스런 일로 여겨진다. 이 글은 현재 산청군 신안면 하정리 정태에 사는 진주류씨 가문의 류근모(柳根模)씨가 이 고장의 사학자이고 함양사천 통영군수와 경상남도사편찬위원장 중앙문화재전문의원을 역임하신 오림 김상조(梧木 金相朝)님과 지방사학자이며 한약방을 운영하신 故권재우님과 故강연우 류영춘 류무림님의 조언과 진주류씨 족보를 바탕으로 초안해 온 것을 첨삭하여 정리하여 비문을 작성하였다.” 西紀 二00五年 四月 五日. 산청교육청 장학사 성주인 이천규(山淸 敎育廳 奬學士 星州人 李千圭) 짓고 쓰다.

산청의 '동의보감촌'에 있는 ‘류의태’ 가묘 󰡔묘비문󰡕의 내용 중에서 류의태와 허준, 허준 할머니 관련 의문 내용을 다시 요약해 본다.

ㆍ류의태가 1516년에서 태어나 1580년에 죽었을까?

ㆍ류의태 출생지가 산청군 신안면 하정리 상정(산음현 정태)일까?

ㆍ류의태가 서자로 태어났을까?

ㆍ류의태의 가계가 󰡔소설 동의보감󰡕과 󰡔진주류씨족보󰡕와 다를까?

ㆍ류의태가 의술 활동을 했을까?

ㆍ류의태가 허준을 가르쳤을까?

ㆍ류의태가 제자에게 자신의 몸을 해부하도록 했을까?

ㆍ류의태가 해부학의 효시 일까?

ㆍ류의태약수터가 있었을까?

ㆍ류의태가 밀양을 왕래했을까?

ㆍ류의태가 만석꾼 최씨의 무남독녀를 후처로 맞이했을까?

ㆍ양반은 의학을 공부하지 않았을까?

ㆍ허준이 산청에서 성장했을까?

ㆍ허준이 산청군 신안면 외고리 양지마을(구담：龜潭)에 살았을까?

이쯤 되면 정말로 궁금해지는 것이 있다. 이 얼토당토않은 문장을 쓴 장본인이 누구일까? 그는 도대체 무엇을 근거로 이런 󰡔묘비문󰡕을 썼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다.

‘류의태’ 묘비에 새겨진 󰡔묘비문󰡕 글을 쓴 사람을 찾았다. 묘비에 산청교육청 장학사 성주인 이천규로 기록되어 있다. 산청교육청에 근무하는 분에게 이천규 학력을 질문했다. 그는 필자가 졸업한 고등학교 출신이었다. 이천규를 알고 있는 후배들을 찾아서 기수를 확인했는데 필자의 고등학교 1년 후배이었고, 필자가 졸업한 생초초등학교에서 수년간 제자를 양성했다. 전화번호를 입수하여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의외로 그의 대답은 단순했다.

“산청군청에서 제공한 내용을 바탕으로 󰡔묘비문󰡕을 작성했습니다.”

나는 더 이상 가타부타하지 않았다. 아무리 자료를 제공받았더라도 기본적인 사실관계는 확인해 보는 것이 글 쓰는 사람의 태도가 아닐까 하는 진한 아쉬움이 남았다. 그렇게 쓴 글이 돌에 새겨져 움직일 수 없는 왜곡의 증거가 된다는 사실을 생각하지 못했던 것일까?

2020년 1월 22일 이천규와 재차 전화 통화를 하였다. 그는 󰡔묘비문󰡕은 “자신이 창작한 것이 아니고, 보내준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라고 말하였다

그리고 산청군은 왜 이런 거짓을 지어내어 세금으로 국가 소유의 땅에 비석을 세우고 온 정성을 다해 국민에게 알리고 있는지 내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렵다.

문화관광 상품으로 만들려면 최소한의 사실은 바탕에 두어야 하지 않는가? 왜곡된 역사를 상품으로 내놓는 것은 불량품을 팔려는 상술과 뭐가 다르단 말인가! 거짓말의 표본을 바로잡자는 내가 산청군이 하는 일을 방해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