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볕을 한껏 품은 붉은빛의 그리움
전북 고창 선운사 꽃무릇
개화 시기: 9월 중순~10월 초순
특징: 수선화과의 여러해살이풀로 본래 이름은 돌 틈에서
나오는 마늘종 모양을 닮았다 하여 '석산화(石蒜花)'라고 한다.
화엽불상견(花葉不相見), 꽃이 진 후에야 잎이 돋아나는 꽃무릇은
결코 만날 수 없는 애절한 사랑을 보여주는 듯하다 해서 상사화와
혼동되기도 하지만 잎이 지고 난 후에 꽃이 피는 상사화와는 엄연히
다르다. 꽃 색깔도 꽃무릇은 짙은 선홍빛인데 비해 상사화는
연보랏빛이거나 노란빛을 띤다. 개화 시기에도 차이가 있다.
상사화는 7월 말쯤 피어나지만 꽃무릇은
9월 중순이 되어야 개화한다.
• 꽃말: 이룰 수 없는 사랑
• 꽃무릇에 얽힌 이야기: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꽃무릇
군락지는 고창 선운사를 비롯하여 영광 불갑사, 함평
용천사 등이다. 우아한 자태의 연꽃과 달리 너무나 화려
하고 유혹적인 빛깔인지라 절과는 그다지 어울릴 것 같지
않지만 유독 절집에 꽃무릇이 많은 이유는 뭘까? 바로
꽃무릇 뿌리에 있는 독성 때문이다. 코끼리도 쓰러뜨릴
만큼 강한 독성분으로 인도에서는 코끼리 사냥용 독화살에
발랐다지만 국내에서는 사찰과 불화를 보존하기 위해
사용해왔다. 절집을 단장하는 단청이나 탱화에 독성이
강한 꽃무릇의 뿌리를 찧어 바르면 좀이 슬거나 벌레가 꾀지
않는다고 한다. 이런 필요성에 의해 심은 것이
번져 군락을 이룬 것이다.
선운사 꽃무릇
빼어난 자연경관과 소중한 불교문화재들을 지니고 있는
선운사는 원래 동백으로 유명하지만 정작 이곳의 아름다움은
꽃무릇이 피는 가을에 정점을 이룬다. 무더운 여름 끝에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숲 곳곳에서 가을볕을 받아
동백만큼이나 붉은빛을 토해내는 꽃이 하나둘 피어난다.
꽃은 잎을, 잎은 꽃을 그리워한다는 꽃무릇. 꽃과 잎이
만나지 못한다는 것에서 비롯되었지만 선운사 꽃무릇에는
애틋한 사랑 이야기가 전해온다. 아주 오래전, 선운사 스님을
짝사랑하던 여인이 상사병에 걸려 죽은 후 그 무덤에서 꽃이
피어났다는 이야기도 있고 절집을 찾은 아리따운 처녀에
반한 젊은 스님이 짝사랑에 빠져 시름시름 앓다 피를 토하고
죽은 자리에 피어난 꽃이라고도 한다.
새색시의 녹의홍상을 연상시키듯 가녀린 연초록 꽃대
끝에서 붉게 피어오르는 꽃무릇. 그리움에 꽃잎 속내에
진한 멍이 든 걸까? 유난히 짙은 선홍빛을 발하는 꽃잎
에서 왠지 모를 애틋함이 묻어난다. 작은 이파리 한 장
없이 껑충한 줄기 위에 빨간 꽃송이만 달랑 피워낸
모습도 독특하다. 화려한 왕관 모양을 연상시키는
꽃송이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마스카라를 곱게 발라
치켜올린 여인네의 긴 속눈썹을 닮았다. 한껏 치장한
그 모습은 누구라도 유혹할 만큼 요염하고 화려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외로움이 배어 있다. 외로운 이들끼리
서로를 달래주려는 듯 무리지어 피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선운사 꽃무릇이 유독 눈길을 끄는 건 도솔천 물길을 따라
꽃을 피워내기 때문이다. 맑은 개울가에 핀 꽃무릇은
그림자를 드리워 물속에서도 빨간 꽃을 피워낸다. 선운사
에서 가장 많은 꽃무릇을 볼 수 있는 곳은 매표소 앞, 개울
건너편이다. 작은 개울 너머에 온통 붉은색 카펫을 깔아
놓은 듯 꽃무릇이 지천으로 피어 있어 꽃멀미가 날 정도다
. 특히 이른 아침 햇살이 번지기 시작할 무렵, 옅은 새벽
안개 속에서 도솔천을 발갛게 물들이는 모습은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이색적인 풍경이다. 꽃무릇 군락지 안으로는
산책로가 나 있어 꽃길을 거닐며 멋진 사진도 찍을 수
있다. 매표소 뒤편, 너른 잔디 마당에도 꽃무릇이
그득하고 선운사 절집 앞에 펼쳐진 녹차밭 사이에서도
어김없이 빨간 꽃무릇들이 불쑥불쑥 얼굴을 내밀고 있다.
선운사에 오면 대부분 대웅전을 비롯해 절집만 둘러보고
나가는 경우가 많은데 정작 선운사 위에 자리한 도솔암을
놓치면 아쉽다. 대웅전을 지나 도솔암에 이르는 숲길 곳곳
에도 붉은 띠를 두른 듯 꽃무릇이 툭툭 모습을 드러낸다.
울창한 나뭇가지 사이를 뚫고 스며든 햇살이 숲을 비추면
곳곳에서 빨간 불씨들이 아름아름 피어오르는 듯하다.
군락을 지어 피어난 꽃무릇이 화려함의 진수를 보인다면
호젓한 숲에서 하나둘 만나는 꽃무릇에서는
묘한 신비감이 느껴진다.
완만한 숲 산책로를 따라 3km 정도 오르다보면 신라
진흥왕이 수도했다는 진흥굴과 수령 600여 년으로
추정되는 잘생긴 소나무 장사송(천연기념물 제354호)도
볼 수 있다. 이곳을 지나 300m 더 올라가면 깎아지른
절벽 아래 아담한 절 마당에 두 채의 건물이 들어선
도솔암이 있다. 도솔암 왼편 칠송대라 일컫는 가파른
벼랑에는 마애불상(보물 제1200호)이 양각되어 있다.
배꼽 속에 든 비결이 햇빛을 보는 날 새로운 세상이
도래한다는 전설이 깃든 불상이다. 도솔암 오른편,
마애불 뒤를 돌아 바위를 끼고 100여 개의 좁은
돌계단을 오르면 내원궁도 자리하고 있는데
이곳에서 내려다보는 선운산 풍경도 일품이다.
선운산 정상까지는 아니더라도 이곳까지는
돌아보는 게 선운사 여행의 포인트라 할 수 있다.
주변 관광 정보
찾아가는 길
대중교통: 고창시외버스터미널(063-563-3388)에서
선운사행 직행버스는 하루 8회, 군내버스(대한여객
063-564-3943)는 약 30분 간격으로 운행된다. 30분
소요된다. 승용차: 서해안고속도로-선운사IC-부안면
방향 22번국도-부안면-오산저수지-반암삼거리에서
우회전-2.8km 직진 후 좌회전-선운산도립공원
먹을 것
고창에 가서 풍천장어를 맛보지 않았다면 헛 다녀왔다는
말이 있을 만큼 장어가 유명하다. 풍천장어는 바닷가
어귀에 다다른 강어귀(풍천)에서 난 장어를 말하며
내장과 뼈를 발라내고 갖은 양념을 하여 숯불에 구워
먹는 맛이 일품이다. 선운사 입구에
장어전문점이 즐비하다.
출처:(대한민국 대표 꽃길)
선운산에서는 수산물 축제가 열리고 있고 산책로에는 꽃무릇이 한창인데
천마봉에서 배맨바위와 청룡산을 배경으로
천마봉에서 바라본 도솔암과 멋진 암봉
2016-09-29 작성자 명사십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