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개인적인 3대 관심사는 삼국지, 교향곡, 골프이다...
새삼 삼국지를 다시 파게 된 것은 집사람과 애가 '신삼국지'라는 중드를 보기 시작했는데 옆에서 몇번 구경하게 되면서부터이다. 이게 생각보다 괜찮았다고 느끼면서 책과 비교해 보고 싶은 맘이 생긴 게다. 그 전에 랑야방이라는 명품 드라마를 보지 않았다면 아마 중국 드라마 '따위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을 텐데, 랑야방을 보면서 중드에 대한 편견이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던 터. 암튼 드라마를 계속 보다 보니 다시 책으로 삼국지가 읽고 싶어졌다.
1. 이문열 - 삼국지
한 때 우리나라 삼국지 시장을 재창출했다고 할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작품. 본격적으로
평역이라는 형태를 끌어 온 것도 신선했고, 특유의 맛깔스런 글쓰기로 읽는 맛도 상당했다.
의아한 것은 이제 와서는 이 작품이 또 굉장히 폄하되고 있다는 것인데, 대충 이유를 보면 1) 왜곡이 심하다 2) 작가의 사상이 문제다 3) 어설픈 평역으로 읽는 맛이 끊긴다...
머 이런 이유들인데, 머랄까... 나도 작가 개인을 좋아하진 않지만, 그를 폄하하는 풍조에는 좀 어거지스런 면이라든지 남들이 욕하니 멋도 모르고 편승하는 분위기도 느껴지고... X나 X나 마구 욕할 작품은 아니라고 본다. 지금 읽어보니 이문열의 오만함이 거슬리는 부분도 없는건 아니지만...
2. 리동혁 - 삼국지가 울고 있네
한국계 중국인인 작가가 기존 삼국지(정확히 말하면 이문열 삼국지)의 다양한 오류를 짚어낸 책이다. 중국인으로 중국 고문을 연구한 저자답게 외국인이 혹은 현대 중국인조차 도저히 캐치하기 어려운 미묘하고 깊이 있는 부분까지 잡아내고 있다.정말 한번 읽어 볼만한 책이다.
다만 이문열 책을 욕하면서 이 책을 예로 드는 한심한 경우가 있는데, 사실 이문열 책이 여기서 까발려 지는 이유는 당시 한국 내에서 가장 인기있고 대표적인 작품이었기 때문에 대표로서 지적을 당했던 것이지 이문열의 삼국지만이 치명적인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은 아니었다.
3. 고우영 - 삼국지
삼국지 매니아들로부터 이구동성 극찬을 받는 작품이지만, 개인적으로는 별로였다.
유비, 조조 등의 캐릭터 등이 너무 일차원적이어서 선입견을 심어주는 바람에 삼국지를 제대로 이해하기에 오히려 방해가 되고 군데군데 너무 뻔한 왜곡이 보여서 맘에 들지 않았다.
결국 중고로 팔아 버렸다.
4. 최훈 - 삼국전투기
삼국지와 최훈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재미로 꼭 읽어 볼만 하다.
패러디의 귀재답게 다양한 대중/덕후 문화의 패러디와 비유를 가져다 써서 읽는 재미가 있다.
내용은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없을 듯
5. 신삼국지(2010)
처음엔 약간 시큰둥하게 시작했는데, 정말 쫀쫀하고 개성있게 드라마를 잘 만들었다.
일단 주연배우들이 대륙의 연기파 중견 배우들로 잘 짜여져 있어서 연기를 보는 맛만 해도 굉장하다. 정말 보면 볼 수록 연기의 깊이에 놀라게 된다.
굳이 티나게 그려내지 않지만 인물들의 심리가 연기와 표정 속에 잘 배어나온달까. 배우들의 표정 속에 많은 것이 읽힌다. 정말 호연이 많다.
물론 연출자의 역량 또한 탁월한 까닭이리라.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는 모종강본의 삼국지에서 살짝살짝 줄거리를 변주한 것이 눈에 띄는데, 덕분에 내용이 좀 더 맛깔스러워졌다.
한편 주인공들의 심적인 고통이나 갈등에 대해서도 터치를 해주면서 캐릭터에 현실감과 친근함을 더해 주는데, 다만 압도적인 유비, 조조에 비해 관우의 캐릭터가 너무 약한 게 아쉬운 점.
6. 리동혁 - 본삼국지
'삼국지가 울고 있네'의 저자 리동혁이 보다 못해서인지 직접 삼국지를 썼다.
사실 우리는 나관중의 삼국지연의란 것이 단순히 진수의 삼국지를 소설로 꾸민 거 아냐? 정도로 오해하기 쉬운데(본인도 그랬음), 사실 삼국지연의는 나관중의 독창적인 작품이 아니라 그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던 강창(이야기를 노래형식을 빌어 들려주는 서민 오락)의 대본을 나관중이 손 본 것이라 하고, 그 나관중의 작품을 또 다양하게 변주한 작품들이 난무하다가 청나라 모종강 부자의 버전이 가장 유명해져 우리에게까지 남아 있는 것이다. 그래서 삼국지의 원래 목차를 보면
한번에 이야기할 만큼씩 분량이 나누어져 있고, 마무리도 '과연 OO는 이 위기를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처럼 변사의 대사처럼 되어 있다. (이러니 '이문열의 삼국지가 이야기가 뚝뚝 끊겨 재미없다' 라는 비난은 좀 우습게 들릴 수 있겠다. 오리지날이 그런 것이다. 물론 그냥 취향차라고는 할 수 있겠지만..)
암튼 나관중 이후 지금까지 남아 있는 10개가 넘는 판본을 모두 검토하고 정리한 것이 이 본삼국지
이다. 저자는 친절하게도 사회, 문화, 제도적인 배경을 일일이 토를 달면서 내용을 설명해 주고 있어 내용 이해에도 한결 도움이 된다.(따라서 내용이 뚝뚝 끊기는 게 싫은 사람은 이 버전도 사면 안 된다.) 많은 교정을 받았다지만 재중 교포가 쓴 책 치고 문장도 상당히 부드럽고 자연스럽다. 4권째 읽는 중
7. 신동준 - 자치통감 삼국지
처음에는 진수의 삼국지를 찾아 볼까 했다. 하지만, 책이 너무 비싸게 나왔고 평도 너무 안 좋아서 대안으로 선택한 책. 하지만 하드 카피로는 구하기 어려웠고 전자책으로 구매함. (더 잘 됐다. 싸고, 읽기 편하고!)
사실 삼국지연의에서 펼쳐지는 흥미진진한 사건들이 실제 역사에서는 어땠는지를 알고 싶어 구한 책인데, 어떤 측면에서는 진수 삼국지보다 나은 선택이라고도 한다.
물론 진나라의 진수가 시대적으로 훨씬 더 인접하여 있으나, 오히려 동시대의 사관인만큼 시대상황에 오염되었을 가능성이 훨씬 높기도 하고 삼국을 다루는 비중도 기울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책은 북송의 사학자 사마광이 전국시대부터 5대10국의 후주까지 1300년이 넘는 역사를 서술한 자치통감 중 삼국연의의 배경이 되는 삼국시대 부분을 발췌 번역한 책이다.
편년체 서술로 일반적으로 기대하는 재미는 구할 수 없겠으나, 흥미롭게 읽기 시작했다.
(어렸을 때 사기 완역본을 읽은 후 새로운 고전에의 도전이다. ㅎㅎㅎ)
8. 김문경 - 삼국지의 영광
일본에서 교수를 하고 있는 한국인이 저자다. 이제서야 읽기 시작해서 내용은 더 봐야 하겠다.
삼국지를 지은 진수는 진나라 사람으로 위 정통성에 입각할 수 밖에 없는 사정이 있었고, 이어서 원말명초 시대의 나관중이 촉한 정통론에 입각하여 연의를 썼고 이 것을 청나라 시대의 모종강 부자가 훨씬 더 노골적으로 유교사상에 입각하여 나관중의 작품을 난도질(?) 하였다고 보면 되겠다.
즉 시대에 따라 기저에 깔린 작가의 사상적 배경을 이해해야 작품을 제대로 읽을 수 있고, 모종강본에 깔린 조조에 대한 터무니 없는 폄하도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삼국지에 깔린 시대, 문화적 배경을 다룬 이 책에 기대가 된다.
9. 진순신 - 제갈공명
일본에서 활약했던 대만계 작가라 하는데, 다양한 역사저작물로 인정을 받았던 분 같다.
제갈공명에 대한 이야기만을 뽑아서 쓴 소설인데 평이 괜찮다. 근데 아직 시작은 못 했다.
한꺼번에 사놓고 읽지 못한 책이 아직 많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