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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파랑길10코스-1 : 이팝꽃 향기는 바람에 날리고
20210424
마산지검 사거리(11:09)-마산어린이집-'임항선그린웨이' 시작점-해운중학교 삼거리-고운초등학교-청량산 산책로 입구-갈마봉 갈림목-전망대 정자-청량산 갈림목(12:53)-점심(~13:12)
곡우 절기를 지난 4월 24일 마산지검 사거리에서 '임항선 그린웨이'를 따라 걸었다. 남파랑길 10코스 시작지점 어름의 마산어린이집 앞에 최순애의 동시 '오빠 생각' 알림판이 세워져 있다. "뜸북 뜸북 뜸북새 논에서 울고/ 뻐꾹 뻐꾹 뻐꾹새 숲에서 울 제/ 우리 오빠 말 타고 서울 가시며/ 비단 구두 사 가지고 오신다더니." '오빠 생각'은 어렸을 적에 많이 불렀던 동요로 가슴을 아프게 울린다. 아마도 우리 국민 모두의 가슴에 새겨져 있는 동요일 것이다. 이 동시는 열두 살 소녀 최순애(1914~1998)가 소파 방정환이 창간한 잡지 <어린이>의 동시란에 1925년 11월 발표한 작품이다. 항일운동을 하는 오빠 최신복(1906~1945)을 그리워하는 내용으로 일경을 피해 서울로 떠난 오빠를 애절히 기다리는 작품이다. 오랜만에 뜸북이 노래를 부르며 애상에 젖어 그녀를 추모한다.
그런데 그녀의 동시가 왜 이 지역 알림판에 새겨져 있을까? 국민 동요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로 시작하는 '고향의 봄'은 이원수(1911~1981)가 마산 성호초등학교 5학년 때인 1926년 4월 <어린이> 동시란에 발표했다. <어린이> 잡지 동시란을 통해 이원수와 최순애는 서로 알게 되었고 이것이 인연이 되어 경남 양산 출신의 이원수와 경기 수원 출신의 최순애 두 사람은 1936년 6월 6일 결혼하여 용마산 아래 산호동에 신혼 살림을 차렸다고 한다. 용마산 뒤쪽으로 높게 솟은 천주산은 이원수의 '고향의 봄'의 배경지가 되는 곳으로 진달래꽃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임항선 그린웨이 산책로에 설치된 詩 알림판은 마산 출신이나 마산과 관련있는 문인들의 작품을 선정하였는데 최순애의 '오빠 생각'도 이런 연유로 이곳에 알림판으로 전시되어 있다.
남파랑길 10코스 시작지점에서 안내도를 살피고 '임항선 그린웨이'를 따라 걷는다. 즐비하게 늘어선 고층아파트 담장을 따라 꽃잎들이 하얗게 부서지는 이팝나무들이 줄지어 서있다. 이팝꽃은 4월 하늘에 새하얗게 반짝이고 향기는 은은히 바람에 휘날린다. 풍년을 기약하는 쌀밥나무 꽃들이 함박처럼 또 팝콘처럼 부풀어 풍성하게 피어있는 풍경을 보는 길손도 덩달아 마음이 풍요해진다. 벌써 멀찍이 앞서간 일행을 좇아 애상적 뜸북새 노래를 낭만적으로 읊으며 이팝꽃 향기를 스쳐간다.
이정목의 지시를 따르면 맞은편 인도로 건너가야 하는데 일행들이 직진하는 것을 보고 나도 뒤를 따라 곧바로 진행한다. 하동가식육식당 앞 쉼터가 임항선 그린웨이 시작지점인 듯하다. 이곳에 마산항구를 상징하는 돛단배 조형물이 고층아파트처럼 솟아서 길손을 맞이해 준다. 분수시설이 갖추어져 있어 분수가 솟구쳐 오르면 돛단배의 위용이 더 멋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안대로를 따라 계속 나갔다. 마산보건소를 지나면 해운동 삼거리, 더 직진해 나가면 해운중학교 삼거리, 이곳에서 해운중학교 방향으로 우회전하여 오르면 회전교차로에 이른다. 길을 건너 가포·덕동 방향으로 가포로를 따라오르면 마산의 신흥개발지역인 듯한 월영동 아파트촌이 펼쳐진다. 아마도 가포신항구가 들어서면서 이곳이 개발되지 않았을까? 길손은 멋대로 생각하면서 부동산점들이 늘어선 상가를 지나간다. 마천루로 솟은 고층아파트, 특히 언덕 위에 더욱 높이 솟은 마천루 SK VIEW 아파트 광경을 올려보다가 어질어질 현기증이 일어났다.
가포로를 따라오르면 건너편에 고운초등학교와 학교 너머로 고층빌딩아파트, 이 가포로에서 오른쪽 월영마을길로 들어서서 길을 건너면 청량산 입구로 올라가는 덱(deck) 계단과 이정목이 세워져 있다. 청량산 입구로 가는 500m 거리의 숲길에 철쭉꽃은 화려하게 피어 길손들을 유혹한다. 길손들은 꽃들의 유혹에 취하여 꽃들과 함께 아름다운 추억을 엮는다. 어라, 벌써 땅싸리꽃이 분홍빛으로 피어나 땅바닥에 엎드려 있네. 기후 이상에 꽃들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피어나고 있다. 청량산 입구에 이르렀다. 이곳 북쪽 입구에서 남쪽 입구 가포로와 만나는 지점까지 청량산 허리를 감아도는 임도 5km를 '청량산 산책로'라 이른다. 청량산 남쪽 입구(가포로와 만나는 지점)를 향하여 청량산 산책로를 따라 걸어간다.
청량산 산책로에는 가고파·보고파·오고파·걷고파 명칭이 붙은 체력단련장과 갈마봉 갈림목의 화장실, 식수대, 사각정자, 전망대가 설치되어 있고 보도와 자전거도로를 구분하여서 길손들은 편안한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산책로에는 벌써 아카시아 꽃이 피었고, 오동나무 보랏빛 꽃들이 공중에서 하늘거리고 있었다. 산책로 바다쪽 방향은 나무에 가려서 잘 조망되지 않았지만 마지막 전망대 정자는 전망지로서 으뜸이었다. 이곳에서 탁 트인 마산만과 북쪽의 천주산, 앞쪽의 돝섬과 가포신항구, 마창대교와 진해의 장복산·불모산·웅산·시루봉을 조망하는 풍경은 그날 가장 빛났다. 전망대에서 풍경을 조망하는 흥분이 가라앉지 않는다. 그 열기를 식히며 남파랑길 10코스 안내도가 세워져 있는 사각정자에 이르러 오른쪽으로 돌면 벤치가 설치되어 있는 쉼터가 나온다. 이곳이 청량산 갈림목에 해당하는 곳으로 산책로와 청량산을 연결하는 덱(deck) 계단이 설치되어 있다. 이정목에는 청량산 정상까지 0.95km라고 적혀 있다. 이곳에서 일행들과 함께 점심을 먹었다.
청량산 산책로 북쪽 입구에서 산책로를 걷는 대신에 능선을 걸어가는 산길을 선택하지 못한 게 지금도 아쉽다. 청량산 산길이 가포날개로 내려가는 산책로와 만나는 지점(점심을 먹은 지점)에서 이정목을 보고서야 산길과 산책로가 만나게 되어 있는 것을 깨달았다. 청량산 북쪽 입구의 청량산 산행 안내에 청량산 정상을 거쳐 가포날개까지의 거리가 약 4.9km라고 적혀있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런 줄 알았다면 산책로가 아닌 산길을 걸어 이곳으로 내려올 걸, 후회했다. 사전에 이 구간에 대한 준비 작업을 하지 않았기에, 오직 일행의 뒤를 따라서 허겁지겁 아무 개념없이 걸었기에 이런 꼴이 되었다. 하지만 무지에서 비롯된 것을 어이하랴. 그리고 청량산 산책로를 따라 걸은 것은 남파랑길의 정상적인 이동경로다. 자신에게 더 바람직한 경로를 가지 못하였다고 후회하지만 만약 그 길을 걷고 이 길을 가지 않았다면 이 길에 대한 동경이 솟아날 것이다. 가지 않은 길은 아쉬움으로 남지만 다음의 기회가 있기에 기다림의 설렘을 준다. 걸어간 길에서의 추억의 즐거움과 걸어가지 않은 미지의 길에 대한 동경을 함께 간직하면서 뒷날의 더 아름다운 만남을 기다린다.(2부로 이어짐)
뜸북 뜸북 뜸북새 논에서 울고
뻐꾹 뻐꾹 뻐꾹새 숲에서 울 제
우리 오빠 말 타고 서울 가시며
비단 구두 사 가지고 오신다더니.
기럭 기럭 기러기 북에서 오고
귀뚤 귀뚤 귀뚜라미 슬피 울건만
서울 가신 오빠는 소식도 없고
나뭇잎만 우수수 떨어집니다.
-<어린이>(1925년 11월) 입선작
항일운동을 하는 오빠 최신복(1906~1945)을 그리워하는 내용으로 일경을 피해 서울로 떠난 오빠를 애절히 기다리고 있다.
경동메르빌아파트 106동 앞 쉼터에 남파랑길 10코스 안내도가 설치되어 있다.
이팝나무 꽃향기가 바람에 흩어져 날린다. 꽃말은 '영원한 사랑', '자기 향상'이라고 한다.
해양드라마세트장 방향의 이정목을 따르면 길을 건너 맞은편 인도로 걸어야 한다. 이정목을 따르지 않고 그대로 직진했다. 맞은편 방향 인도에서 만나지 못한 것들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예술적 재능이 다양한 이제하의 시를 임항선 그린웨이에서 만났다. 친구에 대한 간절한그리움을 표현한 내용인 듯.
사랑하는 사람의 본질을 알려고 최선으로 노력하지만 사랑의 사람은 끝내 본질을 드러내지 않음을 표현한 내용인 듯.
하동가식육식당 앞 쉼터에서 한성가고파 아파트를 배경하여 촬영. '임항선 그린웨이' 시작지점에 설치되어 있다.
여기서부터 청량산 산책로를 따라 5km를 걸어 가포로와 만나는 지점에서 덕동 방향으로 진행한다.
왼쪽에 화장실이 있으며 갈마봉은 왼쪽 방향으로 더 걸어가야 한다.
왼쪽에 갈마봉이 보이고 마산만 위 왼쪽에 마산자유무역지역이 보인다.
천주산은 이원수의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로 시작하는 '고향의 봄'의 배경지가 되는 곳이다. 경남 양산 출신의 이원수는 "뜸북 뜸북 뜸북새~"로 시작하는 동시 '오빠 생각'을 지은 경기 수원 출신의 동시 작가 최순애와 결혼하여 용마산 아래 산호동에 신혼 살림을 차렸다고 한다.
산책로를 내려가 가포로와 만나서 아래에 보이는 덕동마을의 창원요양병원 앞을 거쳐 남파랑길은 유산삼거리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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