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당령-두리봉-석병산-고병이재-임계리 금방동
20211031
가을빛에 물든 10월의 마지막 날
가을 추위가 10월 중순에 일찍 찾아와서 가을을 만끽하지 못하고 겨울로 들어서는가 걱정했다. 그러나 10월 하순에 접어들어 날씨는 가을의 청명한 하늘을 회복하고 가을의 붉노란 단풍 풍경을 아낌없이 베풀어준다. 이 아름다운 계절을 어이 무심코 보내랴. 가을을 흘러가는 시간의 여울을 타고 남해 고성에서, 설악산에서 그리고 지리산에서 그 풍경들을 감상하며 함께 흘러간다.
10월의 마감날, 석병산의 멋진 암봉에 오르기 위해 강릉시 왕산면 목계리와 송현리를 이어주는 삽당령으로 갔다. 해발 680m 삽당령은 강릉시 왕산면 목계리와 송현리의 경계를 이루지만, 송현리는 정선군 임계면 임계리에 맞닿아 있어, 삽당령은 결국 강릉과 정선을 이어주는 국도 35번 도로에 있는 고개이다. 삽당령에는 목계리 방향에 삽당령 표석, 송현리 방향에 백두대간 삽당령 표석과 삽당령 성황당이 세워져 있으며 성황당 아래 국도 35번 도로 공중에 동물이동통로가 가로지른다.
삽당령의 설치물들을 살피고 삽당령에서 백복령 방향의 백두대간로를 따라 남진한다. 산악회 대원들은 이미 산행을 출발하여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가을의 향긋한 대기를 깊숙하게 들이마시며 삽당령에서 6km 지점의 석병산을 향해 걸음을 내딛는다. 산죽밭이 이어지고 붉노란 단풍이 가을의 정취를 한껏 뽐낸다. 서서히 속도를 높이지만 빠르지는 않게 산길을 걷는다. 석병산까지 왕복한다는 산객들이 편안하게 산행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그들이 음식을 나누기 위해 자리를 편다. 그들을 앞지르고, 산악회 후미대원 7명을 또 앞질러서 삼각점이 있는 866.4봉, 햇볕이 따스하게 비치는 곳에 이르니 부부 산객이 길을 비켜준다.
큰 어려움은 없이 고적한 산길을 홀로 걷는다. 대원들 4명을 앞질러 간다. 이번 구간의 가장 큰 특징은 산죽밭이 자주 나타난다는 것이다. 잊힐 듯하면 산죽밭이 초록의 물결을 이루며 산객의 흐린 눈을 밝혀준다. 흰눈이 내리는 날의 산죽밭 푸른 물결이 장관이리라. 이번 구간의 첫 어려움은 두리봉 전위봉 오르는 산길이다. 멀리서 볼 때 두리봉인 줄 알았는데 두리봉은 그 뒤에 있으며 그 앞을 막아서는 산봉에 오를 때 힘이 들었다. 그 산봉을 돌아서면 덕우리재 갈림목, 두리봉은 100m 전방에 있다. 덕우리재로 가는 길은 강릉바우길에 속하여 표지들이 붙어 있다.
해발 1033m 두리봉은 만덕지맥 분기점으로 쉼터 시설물들이 갖추어져 있다. 선두대원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대원들이 이곳에서 점심을 먹고 있다. 배가 고프지 않아 그대로 두리봉을 떠난다. 두리봉에서 앞으로 바라보니 석병산이 나뭇가지 사이로 자태를 보여준다. 석병산은 두리봉에서 1.6km 지점에 있다. 산죽밭을 거쳐 내려갔다가 올라서면 헬기장, 다시 내려선 능선에서 올려보는 두리봉이 원만하게 둥두렷하다. 석병산을 왼쪽으로 보면서 석병산 갈림목까지 오르는 게 이번 구간의 두 번째 어려움이다. 그렇지만 아주 힘든 것은 아니고 지금까지 걸어온 과정에서 어려움에 속한다.
석병산 갈림목에 이르니 선두대원들이 점심을 끝내고 있다. 여유를 부리면서 산행하는 선두대원들보다 30분이 늦게 이곳에 도착하였다. 하지만 어쩌랴. 선천적으로 심장과 무릎이 약하게 태어난 것을. 갈림목에서 60m 거리에 있는 석병산으로 향한다.
석병산은 바위들이 병풍처럼 둘러서서 石屛山, 돌병풍산 또는 일월문과 일월봉이 있어 일월산이라 불리기도 한다. 삼각점과 돌탑이 있는 돌탑봉에 먼저 오른 뒤 건너편의 석병산 정상으로 간다. 석병산 정상에서는 북동서쪽이 탁 트여 전망이 좋지만 동남쪽으로는 가로막혀 있다. 북쪽으로 멀리 선자령과 대관령, 그 산줄기를 따라 능경봉과 골폭산, 안반데기와 발왕산이 미세먼지 탓에 흐릿하게 들어온다. 남쪽으로 화란봉과 석두봉, 청옥산과 두타산을 가늠하지만 명료하지 않아 그 위치를 분명히 확인할 수 없다.
석병산 정상에서 내려와 일월문, 암봉 가운데 동그랗게 뻥 뚫린 구멍을 해와 달과 같다고 하여 일월문이라 명명한 희한한 바위구멍을 보고 그 아래 뾰족하게 솟은 위태로운 일월봉에 올라서 북쪽 산봉과 동해를 배경하여 기념사진을 찍었다. 석병산의 묘미는 이곳에 있다. 그렇지만 위험하여 일월봉 정상에 오르지는 않았다. 일월봉에서 북동쪽의 가을산 풍경들이 미세먼지 속에서도 꿋꿋하다. 우리들 또한 혼탁한 세상에서도 꿋꿋이 세상을 살아야 한다.
이번 산행의 중심지 석병산을 떠나 석병산 갈림목으로 되돌아와 점심을 먹었다. 선두대원들과 중간대원들은 이미 떠나고 없다. 뒤늦게 도착한 후미대원들도 석병산을 다녀와 떠난다. 갈림목에서 조금 더 여유를 부리며 홀로 커피를 마셨다. 언제까지 이렇게 산행할 수 있을까? 무릎의 통증은 조금씩 더 심해지는 듯하고 가슴의 갑갑함도 더 느껴지는 듯하다. 그래도 갈 수 있는 데까지는 가야 하고, 몸의 모든 에너지를 방전하고 싶다.
갈림목을 출발하여 고병이재를 향한다. 왼쪽으로는 강릉시 옥계항이 보이고 앞쪽으로는 석회석 채굴로 파헤져진 자병산이 들어온다. 가을바람이 살랑살랑 얼굴을 스친다. 편안하다. 황금빛 낙엽송이 파란 하늘로 치솟은 군락지를 지난다. 낙엽송 바늘잎 빛은 조금 더 시간이 흘러야 황금빛으로 더 빛날 것 같다. 석병산 남쪽 산봉과 폐헬기장을 지나면 파헤쳐진 자병산이 더욱 또렷하게 눈에 들어온다. 고병이재, 골뱅이재, 기뱅이재 등 지명이 제각각이다. 석화동굴 갈림목인 고병이재를 지나서 왼쪽으로 깊은 골짜기와 동해의 옥계항을 굽어보며 가다보면 한계령풀 표지판, 그 앞에서 백두대간을 탈출하여 오른쪽 산골짜기 정선군 임계면 임계리 방향 가파른 비탈길을 내려간다.
골짜기의 아름답게 물든 단풍들을 완상하며 내려온 곳은 정선군 임계면 임계리 금방동 임계천의 금방동교 앞이다. 임계천을 이 지역민들은 화천동천이라 이르는 듯하다. 왼쪽으로 흐르는 화천동천을 거슬러 화천동길을 따라 산림생태문화체험단지 방향으로 걸어오른다. 화천동천에 물억새꽃 은빛물결이 반짝인다. 가을빛의 대명사는 붉노란 단풍빛과 억새풀꽃 은빛이다. 산에서는 붉노란 단풍빛 물결을, 들길에서는 은빛 억새풀꽃 물결을 완상했으니, 올가을 자연의 가을빛을 모두 즐긴 셈이다.
아름다운 가을 빛 속을 걸었다. 행복하다. 산림생태문화 체험단지 입구에 이르렀다. 서쪽으로 기우는 가을 오후의 햇빛에 눈이 부시다.
백두대간은 이정목이 있는 오른쪽 위로 이어진다.
삽당령에서 0.1km 지점으로, 두리봉 4.3km, 석병산 5.9km 거리 표시 이정목이 세워져 있다.
두리봉은 이곳에서 100m 앞에 있다.
이곳에서 왼쪽 북쪽으로 이어지는 지맥이 만덕지맥이라고 한다.
두리봉은 만덕지맥 분기점이라고 한다.
두리봉에서 1.6km 거리에 있다.
두리봉과 그 뒤 왼쪽에 골폭산과 안반데기와 발왕산이 흐릿하다. 두리봉 오른쪽 뒤로는 능경봉인 듯
두리봉과 그 너머 오른쪽에 능경봉과 대관령이 흐릿하게 들어온다.
석병산 정상과 일월봉에 오른 뒤 석병산 갈림길로 되돌아와 점심을 먹고 출발
거리 표시가 아닌 소요 시간 표시가 되어 있다. 걷는 속도는 산객에 따라 다르다. 고뱅이재까지 10분
이정목에 거리 표시가 없으며, 왼쪽으로는 석화동굴, 직진은 백두대간 생계령과 백복령으로 이어지는 길
이곳에서 산행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