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산스님에게 참선 지도받은 카밧-진 박사
‘스트레스 완화’ 프로그램 200곳 이상 활용
서양에서 위빠사나 명상이 의료 현장에서 공식적인 치유 프로그램으로 정착하게 된 계기는, 존 카밧-진 박사의 ‘마음챙김에 근거한 스트레스 완화(MBSR)’프로그램이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말해도 좋다.
카밧-진 박사는 1979년 메사추세츠 주립병원에서 만성병 환자를 대상으로 MBSR프로그램을 도입하였다. 카밧-진은 MIT의 분자생물학 박사 출신 과학자이다. 그는 대학시절부터 요가를 실천해왔으며, 1970년대 초에 숭산 대선사를 통해 한국의 선불교를 익히고, 1976년 이후 위빠사나 수행을 만난 후, 자신의 수련 경험을 바탕으로 MBSR프로그램을 만들어, 병원을 중심으로 활동해왔다. 임상적, 과학적 연구결과를 학계에 지속적으로 발표해온 카밧-진 박사의 MBSR은 현재 미국에서만 200곳이 넘는 기관에서 실시되고 있는 보완대체의학의 중요한 프로그램으로 자리를 잡았다.
MBSR은 만성적인 통증과 스트레스와 관련된 병을 지닌 환자들을 위해 행동의학의 토대위에서 개발되었고, 마음챙김 명상의 집중적인 훈련에 바탕을 두고 있다. 표준 형식은 2시간 반에서 3시간 동안 진행되는 매주 한 번의 회기를 8주 동안 진행한다. 6번 째 주 중에는 하루 종일 진행되는 마음챙김 수련이 있다. 그리고 마음챙김 수련을 연장한 집에서의 과제 실습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이는 단순히 8주 동안 일주일에 한 번 2~3시간 수련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마음챙김 훈련을 습관화하도록 만든 것이다. 숙제를 성실하게 수행하느냐에 MBSR의 효과가 달려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중요하다. 마음챙김의 생활화가 8주간의 MBSR 프로그램의 목표이기도 하다.
한 반의 규모는 광범위한 장애와 병이 있는 30명 정도의 참가자로 구성된다. 단체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이지만, 집단 치료(group therapy)는 아니다. 개인이 모여 함께 만든 집단 안에서 각자가 자기 명상을 심화시켜나가는 프로그램이라는 의미이다. 이는 불교의 상가 전통과 유사하다. 구성원간의 화합에 의한 지지 환경 안에서 개인은 자기의 실존적 문제 해결을 위해 정진하는 구조가 상가의 본질이라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의 수행을 지지해주지 못한다면, 집단은 오히려 방해가 될 수도 있다. 개인의 성장을 충분히 배려하는 화합된 집단이 중요하다.
명상은 동기가 충분하지 않으면, 중도에 그만둘 확률이 높다. MBSR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주로 만성질환자라는 점과 그 질환이 전통적 의료로는 잘 치료되지 않는다는 것, 그런데 고통이나 스트레스를 완화하기를 원한다는 것은 수련의 좋은 동기가 된다.
집에서의 명상 수련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참가자들은 모든 그룹 회기에 참석하고 매일 집에서 하는 수련 과제(적어도 하루 45분, 일주일에 6일)를 완수하리라는 것을 약속하도록 격려 받는다. 왜 집에서까지 45분씩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카밧-진은 ‘그냥 해보세요(Just do it!)’라고 간단히 대답한다.
MBSR은 프로그램이 끝난 후에 개인적인 면담이 있는데, 그 면담에서 프로그램의 경험과 미래의 목표가 논의된다. 8번의 그룹 회기는 아주 경험적인데, 상당한 시간이 건포도 명상, 바디스캔, 좌선, 마음챙김 요가 등의 마음챙김 수련과 그룹 참가자의 수련 체험에 대한 토론으로 구성되어 있다. 수련과 함께 강의를 통해 전달되는 스트레스에 대한 정보는 대부분의 회기에 포함되어 있고, 스트레스 생리학,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 그리고 스트레스 인식에 대한 평가의 효과에 관한 주제들이 포함되어 있다.
불교 수행을 지도하는 경우, 개인적이거나 그룹을 위한 면담이 수행에 큰 도움이 된다. 수행자들은 자신의 수행상태를 정기적으로 점검받으며 수행을 진행하게 되는데, 이는 안내자와 함께 떠나는 여행과 같이 안전하게 길을 가는데 큰 도움이 된다.
김재성 /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 불교학과 교수
[불교신문 2715호/ 4월2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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